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07
272화 카버 왕국의 준비
카버 왕국의 마법 전단원들의 표정위로 떠오른 감정은 공포였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때 약간의 침묵을 깨고 중년의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제국 전쟁 최후의 날에 참전을 했었습니다.”
최후의 날은 바로 밀리오르 황제의 목이 달아난 그 전투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 전투에서 패배한 뒤로 헤네시안 신성제국은 멸망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황제의 목을 벤 가우리와 연합군은 그대로 황도로 들이쳐 승자의 권리를 누렸다.
사실상 그날의 전투가 모든 것을 결정지었다고 봐야 했다.
“그때의 영상이 남아 있기도 하겠지만 그날의 기억이 남아 있는 저로써는 이번에 느낀 감정은 공포입니다.”
술렁임이 커졌다.
“그들은 건재한 것을 넘어서서 다른 이들도 이번에 보다시피 초인의 반열에 올랐다고 봐야 합니다.”
마법사들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당시에 우리가 두려워했던 이들은 묵갑귀마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개마기벼이라 불리는 이들을 걱정해야 할 정도입니다.”
“맞습니다. 무장만 볼 때 묵갑귀마대와 비교해 떨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여기서 목격한 개마기병의 숫자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군단 운용은 본 적이 없습니다. 거의 모두가 말을 타고 다닌다고 봐야 합니다. 당시 가우리가 수레를 이요해 기동력을 높였는데 이제는 모두가 기병이라 봐야 합니다.”
“지형의 이점이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물꼬가 트이자 마법사들의 암담한 증언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마법전력 역시 이제는 우리의 아래가 아닙니다. 이전 제국 시절의 마법전력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솔직히 기습이었기에 수월하게 저들을 차단했지, 그게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법 전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들의 표정은 더 암담해졌다. 쉽게 올릴 수 없는 전력이 바로 마법전력이었다. 마법사의 양성은 쉽지 않았다.
폐쇄적인 도제 방식도 그렇지만 마법사를 키운다는 것 자체가 돈을 발라야 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내심 아직 마법전력 만큼은 그들이 우위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마법 전력 역시 이제는 무시 못할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대마법사가 아낌없이 배푼다더니 그 영향이 컸습니다.”
몇몇 마법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떠돌이 마법사는 모두 가우리로 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륙 유일의 대마법사의 존재는 마법사들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심지어 신성제국 출신 마법사들 중에서도 적지 않은 수가 가우리로 향했다.
국가에 소속된 마법사가 아닌 이들도 적지 않았던 탓이다.
그런 이들에게 있어 가우리의 지원과 대마법사의 가르침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기회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성장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오히려 격차만 확인한 셈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라도 그들의 힘을 제대로 보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중년 마법사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거기에 그들의 대마법사 리셀과 가우리의 마법전력에 대해 여태 상상해 왔던 우리의 대응방식은 전면 백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때 처음 대화의 물꼬를 튼 중년 마법사가 냉정하게 분석을 했다.
카버 왕국이 만약에 가우리와 전쟁을 한다면 이라는 이야기로 논의가 된 적이 많았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와 관련된 분석과 연구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었다.
그때 나왔던 문제점 중 하나가 리셀의 지원 차단이었다.
리셀 존재 하나가 가져오는 파괴력을 너무도 강렬하게 경험했던 탓이었다.
그때 당시 대규모 이동마법을 이용한 소환으로 성채 하나가 생겨났었다.
그 뿐 아니라 암석소환 마법이라는 것 역시 놀라운 이적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리셀이 전투에 개입하지 못하게 차단을 하는 것은 필수 중에 필수였다.
“리셀 그 작자의 나이가 백은 넘어갈 텐데 아직 죽었다는 말이 없으니…….”
“대법사만 해도 백 년은 넘게 살아간다는 걸 모르나?”
“백 년이 뭔가. 기록에는 백오십년도 산다던데.”
문제는 리셀은 대법사가 아니었다. 대법사 위의 경지가 있을 것이라는 약간은 상징적인 의미로 만든 단어가 대마법사였다. 그런데 그에 걸맞는 이가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리셀이었다.
실제로 신성제국의 대법사들이 그에게 다 죽음을 당했다.
그러니 전투 마법사들 입장에서는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암담할 지경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전투 마법사들의 전력까지 높아져 버렸다. 심각한 표정의 중년 마법사가 정리한 이야기를 내뱉었다.
“시에라 제국과의 연합을 공고히 해야 합니다. 어쩌면 그들의 연구가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의 술법에 무언가 가능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가우리의 연휘가람이라는 자의 주술이라는 것과 이 술법에는 뭔가 공통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술법지를 매개로 하는 이들의 술법과 휘가람만이 쓰고 있는 주술은 비슷한 면이 있었다.
물론 정령화에 대해서는 아직 이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는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결과만 본다면 카버 왕국 홀로는 아무런 대항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만 나올 뿐이었다.
그렇게 가우리의 강력함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던 중 누군가가 지나가는 식으로 입을 열었다.
“만약에 가우리의 병력이 소울아머를 입는다는 생각을 해보십시오.”
그러자 주변이 싸늘해졌다.
말 그대로 다들 얼어붙은 것이다.
“재앙이군.”
누군가가 상상을 해 보았다.
지금도 공포의 대상인 묵갑귀마대가 소울아머를 입고 말을 달리는 상상을 말이다. 심지어 개마기병들의 수준을 볼 때 소울아머를 착용할 수 있는 이들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아무도 못 막아…….”
물론 개마기병 전원이 소울아머를 활용할 수 있는 실력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아예 없다고 장담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카버 왕국의 노 기사들의 의견으로도 본국의 엄선된 기사들이라면 충분히 소울아머로 무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된다면 시에라 제국이 자랑하는 소울아머 유저의 숫자 이상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것은 장기적으로 전체 기사전력의 수준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시에라 제국의 실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를 상상해 보니 끔찍했다.
물론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당장 카버 왕국만 해도 소울아머의 효과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그 부작용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게 마법사들의 토의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고 이 내용은 고스란히 카버 왕국으로 전달되었다.
***
“끔찍한 상상이군.”
마법사들의 토론과 카버 왕국 왕성에서의 분석이 종합되어 보고되자 그것을 들은 샤우 환 카버 국왕이 내뱉은 첫 마디였다.
끔찍한 상상.
분위기는 꽤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마법 전력까지 높아졌다니…….”
개마기병에 대해서는 첩보들이 계속 있었다.
분쟁지역마다 나타나는 개마기병들의 존재를 모르지는 않았다. 충분한 실전을 경험하며 로셀린 왕국의 북진을 조금씩 도왔던 전력이었다.
그럴 때마다 헤네시안 제국의 영역에 있던 각 나라들이 마음을 졸였다.
그만큼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시에라 제국과의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소울아머 말이옵니까?”
카버 왕의 질문에 한 귀족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래. 그것 말이다.”
“그쪽에서도 순조롭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미 생산되어 있는 여분을 넘겨주는 것으로 말이옵니다.”
“로우급은?”
“그건 아직 진행이 되고 있지 않사옵니다.”
“음.”
약간 재미있는 겅시 성능으로 따지면 로우급이 가장 급수가 낮았다. 위력도 낮았다. 그럼에도 시에라 제국은 로우급을 공유하려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로우급과 하이급 이 두 가지는 오직 시에라 제국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현재 운용중인 소울아머는 출력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다른 국가에서도 협상을 통해 구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효용성이었다.
로우급이라는 것 자체가 가지는 매력은 그것을 착용할 수 있는 이들의 자격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즉 범용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이것이 더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위험도도 낮고 말이다.
“아직 그들은 자신하고 있는 듯 합니다. 몰라서 당한 것이지 약해서 당한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우리의 마법적 지식과 술법적 지식의 교류에 더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마법 때문에 그들 자신이 밀린 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쯧.”
카버 왕은 혀를 찼다.
솔직히 가우리의 전력에서 마법이 차지하는 부분은 분명히 컸다. 리셀의 존재 하나만 해도 상대편은 암담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저들은 그걸 전부로 착각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카버 왕국은 달랐다.
아니 이쪽 대륙에 존재하는 국가들은 달랐다.
연휘가람이라는 미지의 힘을 다루는 자도 문제고 더 심각한 것은 가우리라는 나라를 광신도처럼 이끄는 고진천의 존재였다.
그것을 아는 카버 왕국 입장에서는 실소를 흘릴 수밖에 없었다.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때 한 귀족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쁘지 않다?”
“아직 그들은 우리를 쓸모있는 조력자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몰리게 되면 어떻겠습니까?”
“음.”
카버 왕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럴 듯한 그림이 그려졌기 때문이었다.
“조력자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동맹이 될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구명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
“그 때를 대비하는 겁니다. 그리고 다른 두 제국에 벌이고 있는 작전 역시 더 실질적으로 풀어가야 하옵니다.”
“음.”
다른 두 제국의 힘은 필수다.
이미 가우리만이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가우리를 중심으로 하는 동맹체는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상대하기 버겁게 되었다. 어쩌면 그들을 연방으로 봐야 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끈끈한 유대를 가지고 있었다.
강력한 지도자도 건재했다.
“시에라 제국이 필요로 할 때 우리가 총력을 벌일 수 있도록 준비한다. 그리고 소울아머가 오는 대로 착용이 가능한 수준의 기사들을 모으도록 하라.”
“소울아머를 말입니까? 하지만 그것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그게 없이 우리가 가우리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건…….”
전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들이 만드는 인간병기에 대한 자료도 공유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
카버 왕이 결단을 내렸다.
귀족들이 전부 고개를 숙이며 그를 따랐다. 그의 말이 타당했고 건국왕이자 신성제국의 재림을 만들어 가는 이가 바로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