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13
278화 연회의 시작
“독특하구먼.”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투먼 제국의 황도 수랑카도르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대무덕은 감탄을 흘렸다. 화려함은 없지만 역동적이었다.
넓게 난 대로로 말들이 줄지어 걷고 있었다.
그리고 무수히 많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늘어서 있었다.
황도의 주변으로는 커다란 호수가 있어 왜 이곳에 제국의 황도가 있는지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아마도 이것이 투먼제국의 젖줄일 것이다.
그렇게 위에서 내려다보는 수많은 점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와아…….”
한참을 얼어 있던 알투루와 전사들도 이제는 적응이 끝났는지 황도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신기하다는 음성을 뱉고 있었다. 언제 또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을 것이다.
“저기군.”
무덕이 한쪽을 가리켰다.
황성의 한쪽 공터에 깃발들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병사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
일종의 환영인파인 듯했다.
마법사들은 그쪽으로 마법 비행기를 몰아갔다.
한동안 마력을 쪽쪽 빨리던 그들로써는 이제야 겨우 쉴 수 있겠다 싶은 마음으로 마지막 힘을 짜내고 있었다.
“자, 이제 내려갑니다! 자리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마법사의 안내에 각자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앞에 있는 손잡이를 잡았다.
“이거 참.”
투먼 제국의 전사가 살짝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래로 내려가는 동안 뭔가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왠지 무력해지는 것 같았다.
“적응 참 안되는구먼.”
무덕 역시 헛웃음을 지으몀 말을 이었다.
“이런 부분은 개선을 좀 해야 하지 않나?”
무덕의 중얼거림을 들은 마법사들의 얼굴이 헤쓱해졌다.
왠지 저 말은 앞으로도 이 빌어먹을 물건을 계속 써먹겠다는 말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꽤 즐거워하는 것을 보니 불길한 예감이 미친 듯이 몰려왔다.
“차라리 연구를 더 하고 말지.”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답 안 나오게 생겼습니다.”
마법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주고받았다.
지금 여기 있는 이들은 처음 고진천이 이것을 띄울 때 동원되었던 이들이었다.
그 이유로 이번 원행에도 동원되었고 말이다. 다음에 또 이것을 움직이게 된다면 그들이 동원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아니 동원될 것이 뻔했다.
갑자기 연구 의욕이 솟구치는 마법사들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마법 비행선은 빠르게 공터로 내려앉아가고 있었다.
“허허. 진짜구나!”
티부르 황제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는 거대한 새 형상의 마법비행기를 바라보았다.
그 뿐 아니라 다른 대신들 역시 신기하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심지어 술법사들도 이 광경을 보면 놀라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병사들도 말은 안했지만 모두 반쯤은 입을 벌리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쿠구구궁.
거대한 몸체가 바닥에 내려앉는 모습에 다들 숨을 죽이고 주목했다.
문이 열리며 알투루와 전사들이 먼저 내려섰다. 그리고는 티부르 황제가 있는 곳을 향해 부복하며 외쳤다.
“초원의 어버이이신 다얀께 초원의 자식이며 마우구의 자식이자 투먼의 칼인 알투루가 예를 올리옵니이다!”
알투루의 예를 들은 티부르 황제가 손을 들어올리며 답했다.
“마우구의 자식이며 투먼의 칼인 알투루여, 손님을 모시고 오느라 수고 했느니라!”
티부르 황제의 말에 알투루가 그대로 일어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알투루가 외쳤다.
“제국 가우리와 카말 왕국의 사신이자 가우리의 대대로인 대무덕과, 대륙의 대문호인 그리팔은 황제폐하를 알현하시오!”
알투루의 외침에 무덕과 그리팔이 걸음을 내딛으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찬가지로 그들을 호위하는 묵갑귀마대원들 역시 그들의 뒤를 따랐다.
“가우리의 무장 대무덕 투먼 제국의 황제이신 티부르 폐하를 알현하옵니다!”
쩌렁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순간 병사들이 움찔할 정도의 당당한 외침이었다.
가슴에 주먹을 가져다 댄 채 고개를 숙인 무덕의 모습은 절도 있으면서도 예의를 있었으며 그러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에 대신들은 감탄을 했다.
티부르 황제 역시 그의 모습에 살짝 감탄사를 흘렸다. 그리고는 뒤에 선 이에게 입을 열었다.
“어떤가.”
“대단한 자이옵니다. 그저 고위귀족이 아닌 것이 맞는 듯 합니다.”
“가늠이 되는가?”
티부르 황제의 뒤에 선 이는 그의 호위 대전사이자 투먼 제국 제일의 전사라 불리는 론바르였다.
“칼은 대봐야 아는 법이옵니다.”
“허허.”
자신감 있는 음성이었지만 티부르는 살짝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흘렸다.
강자는 보는 순간 승부를 점친다고 한다.
론바르 역시 항상 그래왔다. 상대를 보면 그 승부를 말하고는 했다. 그러나 대봐야 안다는 말은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이런 비유를 한 것은 두 번째였다.
먼발치서나마 보았던 프라임 론 아가드 공작이 그 첫 번째 경우였다.
“그렇군.”
티부르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론바르와 호위 대전사들이 뒤따랐다. 그리고 그 뒤로 대신들이 삼열로 걸음을 옮겨나갔다.
“어서 오시게, 이국의 대전사이자 재상이여.”
그제야 무덕이 가슴팍에 댄 주먹을 때었다. 그러나 아직 고개는 들지 않았다. 황제에 대한 예였다.
“전사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 법이네.”
그제야 무덕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의 형형한 눈빛이 티부르 황제의 눈에 비추어졌다.
“과연.”
티부르 황제 역시 젊었을 적에는 초원을 달리는 대전사였다. 그런 만큼 무덕의 모습에서 강자의 향기가 흘러나온다는 것쯤은 잘 알 수 있었다.
“강하구먼.”
“예.”
티부르 황제의 말에 무덕은 곧바로 대답했다.
겸양 같은 말은 없었다. 그게 티부르 황제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던 모양이었다.
“껄껄껄!”
무덕 역시 빙긋 웃었다.
이어 티부르 황제는 그의 뒤에 허리를 굽히고 있는 그리팔을 보았다.
“이런 두 다리는 어찌…….”
“그리팔 예를 올리옵니다.”
“허어. 듣기는 했지만 참으로 안타깝구나.”
“다행히 두 손은 건재하옵니다. 오히려 싸돌아 다닐 다리가 없어 집필할 시간이 더 늘었나이다.”
“껄껄껄! 이거 좋아해야 하나? 이거 참 민망하구나!”
“없는 다리를 돌아봐야 무엇하겠사옵니까.”
그리팔이 고개를 들어 올리며 빙긋 웃었다.
“자, 들어들 가시게.”
티부르 황제의 말에 무덕과 호위들은 그대로 가져온 무기들을 땅에 박았다.
그 모습에 티부르 황제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어떠한 것도 정해진 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방문하는 사신의 경우 호위에 한하여 무기를 가지고 가는 것은 관례였다. 그런데 스스로 무기를 놓고 가는 모습이 꽤나 당당해 보였다.
“호위들이 무기없이 가도 되겠는가?”
티부르 황제가 말했다.
“싸우러 온 게 아니잖습니까.”
“또 모르지 않은가? 이대로 그대들을 사로잡아 시에라 제국에 넘길 수도 있고.”
“무기가 이것뿐이겠습니까?”
무덕이 대답하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 모습에 호위를 맡은 대전사들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지만 티부르 황제는 웃어재꼈다.
“그렇구려! 푸허허!”
“농입니다.”
“그거 참 재미있는 농이오. 푸흐흐.”
그렇게 무덕과 그리팔 그리고 십여 명의 묵갑귀마대원 그리고 두 명의 마법사가 티부르 황제의 뒤를 따라 황성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나머지 마법사들 중 일부는 열심히 맡은 바 임무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곳에 도착했다는 소식과 함께 이 장소의 좌표를 송신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날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화려함보다는 웅장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대전이었다.
그런 황성을 지나며 티부르 황제는 무덕과 그리팔에게 이곳, 저곳을 소개시켜 주고 있었다.
무덕은 마치 여행이라도 온 사람마냥 편히 말을 받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리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모습을 보며 티부르 황제의 호위 대전사들은 묵갑귀마대 대원들을 보았다.
마치 견제를 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마찬가지로 묵갑귀마대 대원들 역시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눈알을 부라리고 있었다.
그렇게 신경전을 벌이다가 대전에 들어섰다.
대전에는 이미 많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연회를 위한 음식들이 늘어져 있었고 시종들이 모든 준비를 갖추고 뒤에 늘어서 있었다.
황제인 티부르의 건배로 연회가 시작되었다.
무덕의 자리는 티부르의 바로 옆자리였다.
이는 유례없는 파격이었다. 동맹도 아니고 아직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옆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대신들도 반대를 했다.
무덕의 실력이 고강하다는 알투루의 보고에 안전을 문제 삼았던 것이다.
그러나 티부르는 그대로 강행했다.
“이거 자리가 너무 과분한 듯 하옵니다.”
좌와 우에 무덕과 그리팔이 있었다.
“적의 적은 친구 아닌가?”
“허허헛! 그건 맞습니다.”
투먼 제국의 적은 시에라 제국이 맞았다.
아직 피 튀기게 싸우지는 않았지만, 친구라기보다는 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있네. 그대들 덕에 시에라 제국이 우리에게 꽤 퍼줬으니 말이네.”
“허허허 그렇습니까? 어쩐지 술이 달다 했사옵니다.”
무덕이 크게 웃었다.
사실 좋기만 한 일은 아니었다.
그들이 밀고 내려오지 못하게 시에라 제국이 약을 쳐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가 말이다.
“그대를 다시 볼 줄은 몰랐네.”
티부르 황제가 그리팔을 보며 말했다.
“그러하옵니까?”
“일전에는 참 많은 부분에서 아쉬웠다네. 이해하시게.”
“아니옵니다. 장담할 수 없는 제의이기는 했었사옵니다.”
“허허.”
이전 동맹제의를 언급한 것이었다.
그리팔 역시 당시 제의를 하면서도 어렵다는 것쯤은 직감하고 갔었다. 물론 다른 이들은 시에라 제국의 위험도를 언급하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을 했었지만 말이다.
“가우리의 황제가 참으로 궁금하구나. 이거 말로만 들어서 말이야.”
티부르 황제가 운을 떼자 무덕이 답했다.
“우리의 열제께서도 꽤 궁금해하셨사옵니다. 안 그래도 도착하면 폐하와 인사를 나누고 싶다 하셨사옵니다.”
“허허, 그런가?”
“예. 지금 인사하시겠습니까?”
무덕의 말에 티부르 황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말이 이상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티부르 황제가 다시 물었다.
“지금?”
“예.”
“혹시 여기 온 것인가?”
놀란 티부르 황제가 호위로 따라온 묵갑귀마대원들을 바라보았다. 다른 이들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무덕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아니옵고, 술법사의 서신과는 달리 우리 쪽에서는 바로 의사를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이 있사옵니다.”
“허어!”
무덕의 말에 티부르 황제가 놀란 눈을 했다. 무덕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마법사가 걸어나와 어래쪽에서 수정구 하나를 꺼냈다.
그러자 몇몇 호위들이 긴장을 했다.
술법사들 역시 신중한 표정으로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그때 수정구에서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통신 마법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