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30
295화 새로운 초인들
***
푸르른 빛과 함께 소드에 오러가 넘실거리며 피어올랐다.
“오오오!”
지켜보던 기사들이 감탄사를 흘렸다. 물론 갑주를 입은 이 역시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허어…….”
초인의 상징인 오러블레이드가 선명하게 솟구치는 모습에 갑주를 입은 라이먼 돌턴 백작의 입가에 묘한 탄성이 흘러 나왔다.
검호로 존중을 받아온 일평새이었지만, 결국 하나의 벽을 넘지 못해 좌절해야만 했던 라이먼 백작이었다.
그런 그가 비록 기물의 도움을 받았지만 이렇게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던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포기했던 것을 만들어 냈다는 것에 더 감격이 몰려왔을지도 모른다.
“정말 대단합니다!”
“축하드리옵니다!”
사방에서 축하인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내 라이먼 백작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놔두게. 어차피 반쪽이니.”
그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낼 수 있었던 것은 얼마 전에 입수한 이 갑주 덕이었다. 결국 기물의 도움을 얻고서야 평생을 원하던 것을 얻었다는 것이 창피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사들과 가신들은 달랐다.
“그런 게 어디있습니까. 이 물건은 주인을 가리는 것이잖습니까. 당당해지셔도 됩니다.”
“맞습니다. 주군께서 다른 초인들에 모자랄 것이 뭡니까! 이미 검으로는 경지에 오르셨지 않습니까?”
주인을 가린다는 말에 살짝 라이먼 백작의 어깨가 올라갔다. 딱히 전설처럼 주인을 택하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지 못한 이의 생명을 앗아가기는 했다.
그 덕에 지금 라이먼 백작의 손에 들어왔고 말이다.
처음 이것을 얻은 이는 착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명력을 빨리면서 그대로 마른 고목처럼 변해 죽음을 당했다.
그 탓에 처음에는 이게 저주의 갑주라 불렸다.
그럼에도 라이먼 백작의 손에 넘어온 이유는 그 기사가 죽기 직전에 보인 가공할 모습 때문이었다.
초인이 보였던 오러블레이드를 불안하게나마 펼쳤던 것이다. 그것도 작은 남작가의 젊은 기사가 말이다.
그러니 저주 받은 물건이라도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결국 그 남작가를 영역에 두고 있던 라이먼 백작에게로 옮겨왔고, 한명의 폐인을 더 만들어 내고 나서야 이 물건의 진정한 활용법을 알게 된 것이다.
한명의 폐인은 바로 라이먼 백작가의 기사단장이었다.
그가 쓸 때에 라이먼 백작의 가슴은 철렁했었다.
그가 피어올린 선명한 오러블레이드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게 폐인이 된 이유는 가슴에 있는 수정을 움직이면서였다.
미친 듯이 퍼져나오는 오러의 양에 놀라는 것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생명력이 고갈되어 가는 그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몰랐다.
그나마 그의 생명력이 강했던 탓에 목숨만은 건졌던 것이다. 이후 그 장치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또 오러의 방출을 조절만 할 줄 안다면 일정시간이지만 초인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그 대상은 라이먼 백작 본인이 된 것이다.
그렇게 한동안 연구를 거듭하다가 이렇게 가신들과 자신의 기사단 앞에서 그 모습을 제대로 보였던 것이다.
“가당찮네. 기물의 도움을 받았을 뿐이고 어차피 사용에는 한계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기사들은 고개를 저으며 흥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렇지도 않습니다. 초인들 역시 오러블레이드를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사옵니다. 그렇게 보면 딱히 모자라다 할 수는 없습니다.”
“맞습니다! 오러블레이드만 있다면 충분히 초인의 반열에 오른 이들과도 자웅을 가리실 수 있사옵니다!”
“허허허.”
끝내 쏟아지는 칭찬에 라이먼 백작은 쑥스러우면서도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다.
“그리고 또 누가 알겠습니까? 이 사실을 말입니다.”
가신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러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유물이라 했네. 하나가 있다는 것은 두 개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나 누구든 이걸 가지게 되면 기물에 대해서 입을 열지는 않을 듯 하옵니다.”
그 말에 라이먼 백작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귀한 보물은 노리는 이가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직접 사용을 해 보니 저주받은 물건이라거나 혹은 선택을 받아야 하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일정 실력이상을 가진 이의 힘을 증폭하는 기물에 불과했다.
물론 백작가로 소문이 이어져 이것을 취하게 되었지만, 실제 퍼진 소문은 남작가의 젊은 기사가 연공 중 갑자기 폐인이 되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쪽 역시 이걸 가지고 무언가를 계획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라이먼 백작은 그 소식을 듣고 원인이나 파악해보려 했었던 것이 이것을 획득하게 된 계기였다.
때론 그렇게 폐인이 된 이들을 연구하다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기도 하니 그런 것이었지만.
“메니어 남작에게는 제가 함구시키겠습니다. 아마 그도 그걸 원할 겁니다.”
“이미 충분한 보상도 해주셨지 않습니까?”
달콤한 설득이 연이었다.
결국 고민하던 라이먼 백작은 결론을 내렸다.
“가문과 영지를 위해서라면 내 거짓말 장이가 되어도 좋네!”
그렇게 외쳤지만 속내는 조금 달랐다.
남자라면.
그것도 검을 갈고 닦아온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던 자리에 이름을 한 번 올려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메리 연방 제국에 새로운 초인의 탄생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각국에서 기다렸다는 듯 새로운 초인의 탄생을 알려왔다.
초인의 보유는 국력이고 일종의 억지력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제국의 경우는 이전에 있었던 상처를 새로운 영광으로 덮으려 함이기도 했다.
그렇게 새로운 강자들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
새로운 초인들의 등장에 웃는 것은 그들을 보유한 국가들만이 아니었다.
“크하핫!”
샤우 환 카버 왕이 대소를 터트렸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였다. 아니 그보다 빨리 드러난 것이다. 이 계획을 짰던 이들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로셀린 왕국에 저자세였던 이들이 조금씩 방향을 달리하고 있사옵니다.”
이들의 계획 중에는 신성제국 영역에 있던 다른 나라들도 있었다. 그러자 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카버 왕국처럼 이전의 신성제국을 꿈꾸는 나라도 있었지만, 일부는 중립을 표방하고 있었고, 또 일부는 친 로셀린 왕국의 정책을 지켜왔었다.
그런데 이 힘을 얻게 되자 다들 다른 꿍꿍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립을 표방하던 이들은 슬슬 이빨을 드러내었고, 로셀린 왕국과 적극적인 정책을 펼쳐왔던 이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조금씩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이다.
힘을 얻자 다들 다른 생각이 든 것이다.
항상 무산되던 구 신성제국령 국가들의 연방화도 갑자기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물론 그때에는 자국 내에 초인이 있다는 것을 숨기고 있었다.
연방을 하게 되면 그때 내놓을 패로 생각했던 것이 분명했다. 먼저 연방을 하고 그때 초인을 내보이며 힘을 과시해 세력을 휘어잡는다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어느 정도 비밀리에 서류에 합의를 하고 난 후였다.
연방제국 쪽에서 새로운 초인이 등장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연이어 해상제국 쪽에도 들려오고 나니 그제야 슬슬 이쪽에서도 하나 둘씩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처음에 공개한 쪽은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것이었고, 다른 쪽은 이쪽도 그럴 힘이 있다는 식으로 밝혀낸 것이다. 물론 그 연방합의에 카버 왕국은 빠져 있었다.
마치 제물로 삼겠다는 생각이 뻔했다.
샤우 환이라는 황제의 성을 스스로 쓰기 시작한 카버 왕국에 대한 질시였을 것이다.
방계지만 황제의 피가 흐른다는 것은 다른 곳에 비해 정통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으 신성제국이 없어진 자리를 차지하려고는 하지만, 그 이름 자체를 이어받으려 하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억지로라도 연방에 들어갔어야 하는 것 아니옵니까?”
귀족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따돌림을 당한다 해도 억지로 들어가면 들어갈 수 있는 자리다.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은 것이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그를 향해 카버 왕이 말했다.
“각자 하나, 두 개 가진 것만으로도 저런데, 내게 그런 물건이 많다면?”
“아, 불필요한 걱정을 했사옵니다.”
재빨리 의미를 알아챈 귀족이 고개를 조아렸다.
카버 왕이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하나로 모아서 내게 무릎을 꿇게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이미 로셀린과 척을 지게 되었다는 것이니 말이다.”
이게 목적이었다.
중립이든 친 로셀린 왕국의 정책을 피던 나라든 이미 그들이 뭉치는 순간 돌아갈 자리는 사라진 뒤다.
물론 이 물건의 출처가 여기 카버 왕국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오히려 더 많은 힘을 위해 알아서 굽히고 올 수 있었다.
일인자는 아니어도 이인자는 탐날 테니 말이다.
“으하하하!”
카버 왕의 웃음소리가 대전을 뒤흔들었다. 마치 커다란 웅심을 드러내는 듯.
***
슬슬 후발대와 병력을 합치기 위해 준비하던 고진천과 동맹국 지휘부로 심각한 소식이 전달되어져 왔다.
정확히는 가우리와 로셀린 왕국 그리고 하이안 왕국과 말린 왕국으로부터였다.
“소울아머로 예상이 되옵니다.”
급히 파견된 마법사의 말에 진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한숨 섞인 음성이 들려왔다.
“우리 왕국에도 하나가 발견되었다고 했소. 사실상 왕가와 일부 귀족들 외에는 이 원정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 처음에는 진짜로 새로운 초인이 나타난 줄 알았던 게지.”
말을 마친 헬리오스 바이칼 공작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데 새로운 초인이 왕성으로 와서 알현하는 순간 그 정체를 알고 있는 로셀린 왕과 일부 귀족들이 놀라 보고를 올렸던 것이다.
“전부 소울아머일 수도 있고…….”
진천이 중얼거리자 연휘가람이 말을 받았다.
“뭐 일부는 숨기고 있던 진짜일 수도 있지요.”
대륙의 십인이란 이름이 무너진 지 꽤 오랜시간이 지났다. 초인이 나타날 만 했다. 그럼에도 다들 숨을 죽이고 있었던 것은 가우리의 위상 때문이었다.
대륙이 보유한 절대다수의 초인이 가우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연방제국에서만 새로운 초인이 넷이 나타났다. 그러니 당연히 선포를 할 수밖에.
해상 제국은 오히려 더 많았다. 다섯이나 되었다. 그리고 신성제국이 있던 왕국들에도 하나나 둘씩 나타난 것이다.
“일단 연방제국이나 해상제국 쪽은 진짜 초인들이 있을 걸로 예상은 됩니다.”
로셀린 소속 차모 하나가 조심스럽게 본국에서 온 정보를 취합하여 보고를 올렸다. 초인이라는 것이 숨긴다고 해서 다 숨겨지는 것이 아니다.
대충 이쯤 되면 초인이 될 법한 이들의 예상 명단 정도는 다들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 명단의 인물들 중 진짜로 초인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따진다면 그들 안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어디냐는 건데.”
바이칼 공작이 답답하다는 듯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