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31
296화 초인 사관학교
로셀린 쪽에서도 발견이 된 걸로 의심을 하기에는 이들의 유대가 워낙 강했다. 그리고 달랑 하나뿐이다.
제법 이제 예전의 성세를 넘어서서 강국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로셀린이 말이다.
마치 적당히 그림 좋으라고 던져 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각 소울아머들도 약간의 성능차이들은 있었는데 이번에 로셀린 왕국에서 발견된 소울아머는 성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미 멸망한 왕국의 것이기도 했고 말이다.
“제국들의 가능성도 점쳐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바이칼 공작이 진천을 넌지시 바라보며 물었다.
“지역을 봤을 때는 신성제국령이긴 한데.”
“허나 우리 쪽을 살피는 이들을 보면 한둘이 아닙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두 제국은 엄밀히 따지면 가우리에 패한 것이 아니다. 신성제국에 패했던 것이다. 그 이후의 내홍을 겪으면서 잠시 쇠퇴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아직 두 제국은 가우리에 대해 딱히 모자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이건 대외적인 부분이었다. 신성제국이 패망하는 모습을 보며 사실 두 제국이 잔뜩 긴장한 것은 사실이었다.
항간에 떠도는 말로 가우리를 ‘초인의 나라.’ 라고 부를 정도였으니 다른 두 제국 입장에서는 감히 도발을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심지어 제해권도 놓쳤다.
이 부분은 슬레지안 해상제국이 더욱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게 된 것이다.
중앙해를 장악한 가우리의 세이렌 전단(별명이다.) 그리고 이후 신흥 해상 강국으로 떠오른 하이안 왕국의 해군 전단 덕에 중앙해는 완전히 가우리 동매으이 수중으로 들어왔다.
해상제국은 중앙해를 벗어나야 겨우 몸을 펼 정도였다.
그 정도로 신성제국과 벌였던 제국전쟁의 피해는 컸던 것이다.
거기에 동쪽은 로셀린 왕국이 신흥강자가 되었다.
말린 왕국은 하이안 왕국이나 로셀린 왕국에 비해 얻은 건 적지만 이제는 아메리 연방제국이 도발을 못하는 거물이 되어 버렸다.
특히 말린 왕국의 경우 전쟁 이전에도 연방제국의 국지전을 철저히 막아 내며 존재했기에 더더욱 건드리기 어려운 상대가 되었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어떻게든 이 중심에 있는 가우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수많은 첩자들을 각지에 뿌렸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바이칼 공작의 말처럼 그들을 아예 배제하기도 어려운 것이 맞았다.
“일단 본국의 일은 남은 병력들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때 휘가람이 끼어들며 말하자 바이칼 공작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연하오.”
바이칼 공작의 대답에 이 상황을 지켜보던 필리어리 왕국과 카말 왕국의 귀족들은 눈에 띌 정도로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혹시 모르니 이쪽도 소울아머를 보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때 필리어리 왕국의 귀족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으음.”
이쪽이 소울아머를 멀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유혹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그 효과는 확실했다.
아마도 다들 제한적으로 사용한다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한 번 그것에 맛을 들이면 조금씩 조금씩 사용 빈도가 높아질 것이 뻔했다.
이건 만에 하나가 아니었다.
이쪽 대륙이 밟았던 길이다.
갑자기 전쟁이 터진다면 과연 이 유혹을 참고 있을 이가 있겠는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 뻔했다.
“아직은 여유가 있으니 두고 보되 준비는 해 놓도록.”
진천이 답을 내렸다. 하지만 필리어리 왕국 귀족은 불안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실전에 쓰려면 적응이 필요할 것입니다만.”
“흐음. 그냥 쓰면 되던데.”
진천의 대답에 다들 쓰게 웃었다.
이쪽도 너도나도 써 보기는 했다. 별다른 어려움도 없었다. 문제는 다들 이들과 같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이쪽도 보통은 반년의 훈련을 가집니다.”
“반년씩이나?”
웅삼이 뭘 그런 걸 가지고 반년이나 하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게 정상입니다. 소울아머의 자격을 가진 이가 많은 것은 아니니까요.”
“때려 치라우. 차라리 그걸 상대하는 훈련을 하는 게 더 빠르겠구만.”
그때까지 졸음과 싸우며 듣기만 하던 을지우루가 콧방귀를 끼며 대답했다. 그러자 몇몇 무장들이 키득거렸다. 하지만 진천은 달랐다.
“너…….”
우루가 긴장했다.
이런 회의에서 입을 열어서 좋을 것이 없었던 그였기에 당연한 긴장감이었다.
“천재군.”
“예?”
순간 우루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아무리 그래도 그걸 상대하는 방법을 수련한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말을 돌려서 했지만 그런 훈련을 누가 안 해 봤겠는가.
남부 왕국들 입장에서는 항상 시에라 제국에 비해 모자란 소울아머 전력이기에 이런 연구는 꾸준히 했었다.
물론 결과는 하나라도 더 소울아머 유저를 키우는 게 남는 장사라는 걸 알게 된 것 뿐이다.
“일석이조를 노리는 거지.”
진천이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자 휘가람이 무릎을 탁 치며 웃었다.
“푸하핫!”
뭔가 알아챈 모양이었다. 진천이 그런 휘가람을 슬쩍 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말을 이었다.
“경지에 오른 놈들은 별로 없어도 그 경지를 바라보는 놈들은 많은 법이지.”
“그건 그렇지요.”
바이칼 공작도 옛날에는 그런 이들 중 하나였으니 잘 안다.
벽을 넘는다는 것이 얼마나 요원한 일이고 어려운 일인지.
“그런 놈들을 싹 모아다가 훈련시키면 되겠군. 소울아머를 상대하는 훈련을 말이야.”
“응?”
순간 바이칼 공작은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자신이 목말랐던 것은 바로 초인과의 대련이었다. 그런 경험을 하기가 어려웠기에 더더욱 벽을 넘지 못했다.
대륙에 손꼽히는 초인들이 한가하게 그런 대련이나 해 줄 이유는 없으니까.
특히 타국의 경우에는 더더욱 말이다.
그런데 그런 이들을 모아 소울아머 유저를 상대하는 법을 훈련시킨다는 것은 초인에 근접한 실력자와의 대련을 주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물론 순번 돌아가면서 소울아머 유저 훈련도 시키고 말이지.”
“푸하하!”
바이칼 공작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묘안이었다.
벽에 근접했던 이들일수록 포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소울아머를 가지고 돌아가며 훈련을 시키면 원하는 대련을 할 수도 있고, 또 그들은 돌아가며 이것을 익숙해지는 훈련을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들 중에 이것에 취할 이들이 없느냐?
아마 없을 것이다.
이것을 통해 초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는데 반쪽 초인이 되는 길을 택할 이들은 드물 것이다. 물론 포기를 한 이들이라면 모를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활용하면 되는 것이고 실질적으로 유혹에 빠질 위험이 적을 수밖에 없는 방법이었다.
“당장 시행하지요!”
바이칼 공작이 호탕하게 외쳤다.
그들을 보며 카말 왕국이나 필리어리 왕국의 귀족들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왠지 설득력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이쪽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노인들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름 강한 기사들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갑자기 터져버린 패권전쟁으로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때 시에라 제국이 만들어낸 소울아머는 전쟁의 양상을 바꾸어 버렸다.
초기 검호들은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국가의 흥망이 결정되는 시점에서 그걸 반대할 명분을 가지지 못했다. 그렇기에 소울아머의 시대가 오고 기사의 시대가 저문 것이다.
지금도 기사는 많다.
하지만 이들이 기사라 하는 이들과 이쪽에서 기사라 하는 이들의 실력차이는 컸다.
세삼 이들이 부러웠다.
어쩌면 이들이 새로운 기준을 세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걸 만끽하려면 이겨야 했다.
이 전쟁에서.
***
갑자기 모인 이들의 면면을 보던 아르시온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성이 없는 평민이지만 아무도 그를 평민이라 보지 않았다.
나라에서는 그에게 작위를 내린다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원하는 검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주변을 보니 자신과 비슷한 이들이 보였다.
가끔이지만 서로 교류하던 이들도 있었다.
공통점은 바로 벽을 넘으려 노력하는 이들이라는 것과 각자 자신의 지역에서는 소문난 검호들이라는 것이다.
“자네들?”
“이거 자네가 올 줄이야. 하긴 당연한 것인가?”
“허?”
아르시온과 만나 인사를 나눈 이들이 서로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도 당연하다 싶기도 했다.
최근 대륙 각지에서 새로운 초인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이 울려퍼지면서 이들은 더욱 수련에 힘을 썼었다.
그런데 이들에게 초대장이 날아온 것이다.
바로 필리언 제라르와 헬리오스 바이칼의 이름으로 말이다.
무려 초인의 초대장이다.
물론 가우리의 다른 이들의 이름값이 더 높을지는 모르지만 알게 모르게 대륙에서는 이들을 논외로 쳤다. 오히려 다른 종족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그렇다보니 기존 대륙에 있던 검호들에게는 오히려 이 둘의 위명이 더 잘 먹혔다.
“정말 초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훈련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그보단 그 두 분과 한번이라도 검을 나누어 봤으면 좋겠군.”
중년부터 노년까지 다양했다.
서로를 바라보던 이들이 피식 웃었다. 그 중에 아르시온이 입을 열었다.
“이거 벽이라는 것이 이토록 무서운 것이군.”
다들 공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이들이 모인 곳은 가우리의 레간쟈 산맥이었다. 심처이기도 했고 또 이들의 출신이 가우리를 중심으로 한 동맹의 출신들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뿐만은 아니었다.
연방제국 북부의 공국이나 소왕국에서 활동하던 일부 검호들도 있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적지 않았다.
“얼추 이백은 되는군.”
“그러게 말이야.”
놀라우면서도 씁쓸했다.
이 많은 숫자 중에 초인이라는 경지에 오른 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때 바이칼 공작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는 일이 있어 오랜 시간을 할애할 수 없으니 이점 양해들 바라네.”
갑자기 나타난 바이칼 공작의 모습에 다들 강자에 대한 예를 갖추었다.
그런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바이칼 공작이 입을 열었다.
“나도 그대들과 같은 길을 겪었다네.”
그 역시 중년의 나이가 넘도록 초인의 벽을 넘지 못했던 이였다. 그러나 결국 그는 성공했다.
그렇다 해도 충분히 귀를 기울일만한 이야기였다.
“내가 그때 당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바로 강자와의 대련이었네.”
그 말에 다들 눈이 반짝거렸다.
“허나 그건 쉽지 않았지. 초인의 반열에 오른 강자와의 대련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건 다들 알 것이네.”
점점 바이칼 공작의 말에 희망을 얻었다.
“그래서 이 자리를 준비했네.”
웅성임이 커졌다.
그때 한쪽에 십여 명의 사내들이 나섰다.
하나같이 중년인이었는데 왠지 이상한 형태의 갑주를 입고 서 있었다.
“이들이 그대들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십여 명의 무기에서 오러블레이드가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장내는 경악으로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