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37
302화 카사, 그가 원하는 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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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튼 폴리어 후작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야?”
쏜튼 후작의 말에 참모들이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작위에 미친놈이겠지요.”
상인들을 수배할 필요가 없어졌다. 알아서 상인들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수중에 이미 식량이나 철광 등의 상품은 소진된 후였다.
심지어 그들은 전쟁 채권을 사는데 돈을 쓰기까지 했다.
전쟁 채권은 별 것이 아니었다. 돈 있는 상인들이 투자용으로 매입하는 것이 바로 그것들이다.
승전 후에 투자한 금액에 일정 비율로 이득을 돌렵다는 것이 바로 전쟁 채권이었다.
물론 그 이득 폭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기에 애국 채권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상인들이 선호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시에라 제국의 전쟁은 항상 승전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부도 없는 채권이었다.
이전 남쪽 전쟁처럼 정벌을 마무리 하지 못하더라도 항상 전리품만으로도 채권에 대한 이자는 넉넉히 줄 정도는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것은 이자가 아니었다.
채권을 산 비중을 계산해서 상인들에게 세금 혜택 등을 실질적으로 부여하기에 돈 있는 상인들은 반드시 구매하였다.
심지어 일부 채권을 많이 산 상인에게는 낮지만 작위를 내리기도 하니 나쁠 게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인들을 뒤늦게 털기도 뭣했던 것이다.
“차라리 잘 된 것 아니겠습니까?”
한 참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쏜튼 후작은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매점매석하는 상인들을 때려잡아 울궈 내는 것은 아무래도 시끄러워질 수가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작위를 노리고 식량을 매수했다는 소문이었다.
심지어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이런 경우에는 차라리 나쁠 게 없기는 했다. 돈 한 푼 들이지 않는 것은 똑같았지만, 제국이 힘없는 상인들을 턴다는 오명은 얻을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피해를 본 이들은 이 틈을 타서 비교적 헐값에 식량 등의 전장 물자를 사서 잘 보이려 했던 이들이었다. 누군가의 어마어마한 돈질에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또 어느 정도 매수했다 해도 이런 거물 하나가 나타나면 비교적 빛을 덜 보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피해자들만 배가 쓰릴 뿐이다.
“그런데 어디서 나온 이일까요? 이 정도 재산이면 정말 어마어마할 건데 말입니다.”
“사채나 돌리던 이일지도 모르지요.”
“하긴 그것도 그렇지.”
가끔 사채나 남들이 꺼리는 도박장들을 운용하는 거물들이 이런 일을 통해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뭔가 물려받은 재산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쏜튼 후작은 영 찜찜했다.
“문제는 왜 지금 시점이냔 말이지.”
충분히 가격이 낮을 때 매수했어도 되는 일을 이렇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뒤에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 것이다.
그런 쏜튼 후작의 의문에 참모들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지금 시점이야말로 가장 주목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사실 전쟁 전이야 항상 넘쳐나는 것이 물자 아닙니까. 이미 전쟁 전부터 쟁여놓는 것이 일상이니 말입니다.”
“그건…… 그렇군.”
틀린 말은 아니다. 지금의 상황은 일단 특별한 경우가 맞았다. 이렇게까지 물자가 부족했던 전쟁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거기에 또 채권마저 엄청나게 팔렸으니 당분간 돈 걱정할 필요 없이 전쟁을 치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가 너무 과민했나 보군. 푸흐흣.”
쏜튼 후작이 헛웃음을 흘렸다.
솔직히 지금 상황은 충분히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가 물자를 바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써서 대신 모아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물자를 팔아넘긴 상인들은 눈치 빠르게 전쟁 채권을 알아서 쓸어가듯 사 모았다.
물자는 공짜로, 돈은 넉넉히 모이게 된 것이다.
“어찌 되었든 시장에 물자가 말랐으니 슬슬 나타날 때가 되었습니다. 어떠 작위를 상신할지 고민만 하시면 될 듯 합니다.”
“나쁘지 않지.”
“그런데 그 도적떼는 조금 잠잠합니다.”
“끙.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하나.”
쏜튼 후작이 다시 신음성을 흘렸다.
한 때 쏜튼 후작의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제국 내부에 들끓었던 도적들이었다.
일부 상인들의 숨겨진 창고를 털고 다니던 이들 말이다.
평시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남쪽과 북쪽으로 시끄러운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었기에 백만이라는 어마어마한 병력이 모여 있음에도 이런 시끄러운 도적이 날뛸 수 있었던 것이다.
“전쟁 끝나면 반드시 털어야지. 그 빌어먹을 놈.”
쏜튼 후작이 이를 갈았다. 그때 한 참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이번에 수매한 이의 뒷배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참모의 말에 쏜튼 후작이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리며 대답했다.
“아니면 말고 맞으면 합당한 처우를 주면 되지. 차아암, 시기가 공교로우니 말이네.”
“그렇지요.”
당연히 의심할 수 있다.
이번에 갑자기 수매를 한 이의 시점과 갑자기 창고를 털기 시작한 도적이 나타난 시점이 거의 같았다. 마찬가지로 수매를 끝난 것 같은 시점에 도적들의 소문 역시 사라졌으니 의심할 만한 상황은 맞았다.
어느 쪽이나 나쁜 상황은 아니라 생각하는 쏜튼 후작이었다. 솔직히 차라리 같은 놈이면 작위도 줄 필요 없이 물건만 챙길 수 있었다.
그러니, 은근히 꼬리를 밟았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었다.
***
카사 노바 백작의 귀환은 금의환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가 이번에 수매해 온 물자의 양은 이전에 남쪽에 설치되어 있던 전진기지의 보급창고들의 물량을 넘어섰다.
물론 천문학적인 금액이 나가기도 했지만 이 정도는 투자할 만했다.
한마디로 총량의 법칙이다.
이쪽은 없던 물자가 늘었고, 시에라 제국은 있어야 할 물자가 증발한 것이니 말이다.
“고생했군.”
“아닙니다. 저 역시 도움이 적절해서 편히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고진천의 치하에 카사 백작이 만면에 웃음을 띄우며 허리를 숙였다.
항간에 들끓었다던 도적 역시 이쪽에서 소수정예로 보내었던 위장 도적들이었다.
크게 드러나는 이들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소울아머 전력도 아니었지만 충분히 강력한 인원들이 동원되었었다.
그들은 바로 가우리 본국에서 새로운 강함을 위해 힘쓰던 이들이었던 것이다.
때론 실전도 훈련이라면서 동원한 이들이었다.
각자 지역에서 검의 일가를 세울 정도의 강자고 당장 소울아머를 입어도 무방할 강자들이었으니, 창고를 지키는 일개 용병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거기에 이쪽 입장에서도 눈에 뜨일 전력을 쓰지 않을 수 있었다. 묵갑귀마대나 개마무사들은 너무 많은 노출을 했으니 섣불리 쓰다가 꼬리라도 잡히게 되면 카사 백작이 위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올린 수확도 꽤 컸다.
거의 이십여 개의 대형 창고를 털었으니 말이다.
그들도 나쁘지는 않았다. 물론 명예를 중시하는 이들이 많기는 했지만 전쟁이라는 당위성이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곳은 그들이 사는 대륙이 아니라는 점에 있었다.
소문 걱정할 필요 없는 전장이라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처음에는 약간 등 떠밀려서 온 듯했던 이들이 작전을 마치고 다시 수련을 하러 돌아갈 때에는 뭔가 쌓인 것들을 제대로 풀어낸 듯한 표정들이었다.
오히려 그런 표정을 보고 헬리오스 바이칼 공작이 뭔가 수련에 진척이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든다고까지 했으니 의외로 긍정적인 작용을 한 듯 했다.
“좀 비싸게 샀지만 뭐 피값 아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싼 거지.”
진천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결과적으로 창칼이 아닌 돈으로 상대방의 보급을 턴 것이니 말이다.
“북쪽에도 꽤 좋아했습니다.”
“좋군.”
투먼 제국의 보급도 이쪽이 상당수 맡아주고 있었다.
누구는 돈 주고 사온 용병과 다를 것이 없지 않냐고 하지만 솔직히 따지면 돈 주고도 못 구할 용병이니 나쁠 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그쪽의 참전을 더 끌어낼 수 있는 것마저도 이득이다.
사실 투먼 제국의 약점은 보급이니 말이다.
물론 완전 공짜는 아니었다.
일종의 물물 교환이었다. 그쪽에 넘치는 물자를 받고 식량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말과 가축 등은 충분히 거래할 만한 대상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평시보다 식량이나 광석을 비싸게 사와서 거래 비율이 언듯 맞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여기서 카사 백작의 임기응변은 빛을 발했다.
그는 식량뿐 아니라 차와 같은 기호 식품도 다량으로 사왔던 것이다. 똥값이 된 차 같은 기호 식품은 초원의 부족 등 북쪽 사람들에게는 필수품이나 마찬가지였다.
고기나 우유 등 단백질이 높은 음식을 주로 먹는 그들에게 차가 주는 영양소는 기호가 아닌 필수품인 것이다. 사실 시에라 제국이 투먼 제국을 쥐고 흔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필수품들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걸 똥값으로 대량으로 사왔으니 비싸게 주고 사온 식량의 빈 부분을 채우고도 남았다.
식량 이상으로 투먼 제국이 다량으로 들어온 차에 대해 반긴 것도 사실이었고 말이다.
“여하간 큰 공을 세웠군.”
진천이 카사 백작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카사 백작은 진천의 치하가 기꺼웠는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런 카사에게 진천이 다시 입을 열었다.
“뭔가 원하는 포상이 있나.”
진천의 질문에 카사 백작이 뭔가 주저 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있사옵니다.”
“뭔가.”
“저 귀 좀…….”
카사 백작의 말에 진천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귀를 가져다대었다.
긴장된 표정으로 카사 백작이 입을 열었다.
“플레이보이 좀…….”
“…….”
얼굴을 굳힌 진천이 카사 백작을 보았다. 카사 백작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진천이 물었다.
“제라르냐?”
“…….”
진천이 소장 중인 물품 중 하나다. 이 세상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주지. 맥심도 주마.”
“화, 황은이 망극하나이다!”
“너만 봐라.”
“옙!”
둘의 대화를 듣던 다른 이들은 이게 뭔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을지우루만이 부럽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맥심이 뭡니까?”
그러자 우루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짧게 대답했다.
“있디. 좋은 거.”
우루는 더 이상의 답을 해주지 않았다.
***
시간이 지나자 쏜튼 폴리어 후작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자를 수매한 이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투먼 제국에 삼만의 병력이 더 충원되었다는 소식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쏜튼 후작은 다시 시장을 확인했다.
그때 이상한 것이 포착되었다.
“설마!”
서류를 내려다 본 쏜튼 후작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갑자기 차와 같은 기호 식품들의 가격이 치솟았던 것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알고 보니 누군가가 이걸 싹쓸이 해갔다는 것이다. 쏜튼 후작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내저었다.
“아닐 거야. 아닐 거라고오오오!”
폭주한 쏜튼 후작의 비명소리가 서재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