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44
309화 약간의 계책이 가져온 큰 변화
“빌어먹을 놈들. 잠도 없나.”
“놈들도 교대로 쏘아 올리는 모양이야.”
“젠장.”
술법사들은 지친 모습으로 방어술을 계속 펼치고 있었다.
물론 막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사거리가 겨우 닿는 정도라 앞쪽만 주시하면서 막으면 된다.
물론 요새벽이 단단해서 날아드는 것을 좀 맞는다 해도 무너지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막는 이유는 놈들이 정말 죽자고 쏘아대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단단한 요새벽이라 해도 저렇게 쏘아대면 내구력이 떨어질 수바께 없다. 재수없게 한쪽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적들이 다른 생각을 할지도 몰랐다.
그렇기에 날아오면 막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교대로 한다 해도 밤새 막다보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때 한 술법사가 외쳤다.
“야! 정신 안 차려!”
“어헛!”
그때 적들이 쏘아 보낸 것 중 하나가 요새벽을 훌쩍 넘어 날아갔다.
거의 기계적으로 벽 앞에 방어술을 펼치는 데에 익숙했던 술법사들이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요새 안쪽으로 떨어져 내리는 커다란 화살을 보며 술법사가 이를 악물었다. 욕 얻어먹는 건 따논 당상이 되었다.
그때였다.
쿠아아앙!
안쪽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뭐, 뭐야!”
요란한 소리에 좀 깨지겠거니 했던 술법사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었다.
단순한 공성병기가 아니라 뭔가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었던 것이다.
“왜 이제야…….”
“막아! 막으라고!”
그때 술법사들이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아까와 같은 수의 거대 화살이 날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요새벽에 닿을락 말락 날아오던 것들이 이제는 요새 벽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일부는 요새벽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그때 요새 벽 위에 펼쳐진 방어술이 괴음을 내며 찢겨져 나갔다.
콰아아!
“이, 이런 빌어먹을!”
방어술이 찢겨진 사이로 서너 개의 화살이 날아들었다.
이내 요새 안쪽에서 연달아 폭음이 울려 퍼졌다.
미처 연달아 방어술을 펼치지 않았던 탓이 이런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정신 차리가 방어술을 중첩…….”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요새벽에서 굉음이 터지며 술법사들이 비틀거렸다.
정면에서 날아오는 것들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위력 없는 것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벽을 넘어 날아든 것과 같은 게 섞였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방심을 유도했던 것이다.
그렇게 술법사들이 비틀거리는 사이 빈틈은 더욱 커졌다.
일순간에 서너 개의 거대화살이 안으로 짓쳐들었던 것이다. 그 뿐이 아니었다.
요새 벽도 여기저기 폭음이 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다.
뒤늦게 쉬다가 올라오던 술법사들 중 일부는 재수가 없었다.벽면을 강타한 화살 때문에 폭발에 밀려 안쪽으로 떨어져 내렸던 것이다.
그리고 요새 벽은 이런 화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와그르르르!”
“뚜, 뚫렸다!”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론바르가 미소를 지으며 곡도를 들어올렸다.
“전구우운! 앞으로!”
그 외침과 함께 기마대열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빠르지는 않았다. 이 와중에도 오와 열을 맞추며 나아갔다.
그리고 가우리의 공성병기 역시 일부가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아간 공성 병기들이 다시 설치를 하는 사이 요새 안쪽에서도 역공이 시작되었다.
수성병기가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투먼 제국의 술법사들이 나서서 막기 시작했다.
방어술이 무수히 펼쳐지자 날아들던 투사병시들이 허공에서 튕겨 사방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때 설치를 마친 가우리의 유돈노 부대가 화살을 바꾸어 달았다.
“쏴!”
공성병기를 운용하던 가우리 출신 병사가 외치자 새로이 갈아끼운 화살이 날아갔다.
아니 정확히는 화살뭉치를 쏘아보낸 것이다.
일반 화살에 비하면 배는 길지만 여태 쏘아내던 것에 비하면 절반 정도의 길이였다. 그것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다가 쫘악 펵쳐졌다.
지금까지 쏘아대던 것이 요새를 노리던 것이라면 지금부터 쏘는 것들은 인간을 노린 것이었다.
그들이 쏘아낸 화살이 하늘을 까맣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선두에서 나아가던 론바르가 다시 외쳤다.
“속보로 이동하라!”
기마대열이 여전히 오와 열을 맞추고 나아갔다. 하지만 그 속도는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속보와 말의 속보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요새에 화살들이 다다르자 어스름이 보이는 하늘로 펼쳐지는 적들의 방어술이 지금보다 더 많이 보였다. 그러나 이미 먼저 날아든 가우리의 거대화살들이 그것들을 찢어발겼다.
그 사이로 앞으로 나아가 쏘아낸 화살들이 요새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갑자기 쏟아진 공격에 시에라 제국 병사들이 당황했는지 반격은 미미했다. 거기에 술법사들 역시 교대로 운용하던 중이라 아직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요새 여기저기가 패이고 무너지는 상황에서 제대로 정신이나 차릴지가 의문일 정도였다.
“화끈하군.”
론바르가 신이 난 얼굴로 달려나갔다. 하지만 그 옆에 말을 달리던 전투마법사의 안색은 딱히 좋지 못했다.
“저게 얼만데…….”
지금 펑펑 터지는 가우리의 병기를 보며 그는 마치 황금이 터져나가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저기서 화력을 뽐내는 것들은 바로 마나석들이었다.
재활용이 가능하여 거의 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는 마나석이 뻥뻥 터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막말로 지금 터진 마나석의 가치만 해도 저런 요새 하나쯤은 짓고도 남았다. 물론 막대한 마나석을 제공받았기는 하지만 오래된 관념이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곳 전자에 투입된 마법사의 수는 정해져 있었고, 무식하지만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달려나가던 투먼 제국 전사들이 일제히 활을 빼들었다.
“와아!”
마법사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묵갑귀마대나 개마기병들이 일제사를 하는 모습도 장관이었지만, 그들을 제외하고 이렇게 수많은 기마들이 달려 나가면서 일제히 화살을 장전하는 모습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투투투투퉁!
론바르가 쏘아올린 화살을 따라 대열을 갖추고 달려나가던, 기마들이 동시에 화살을 쏘아 올렸다.
그렇게 두 발을 연이어 쏘더니 론바르가 치고 나갔다.
“자알 참았다! 모두 쓸어버려라!”
마찬가지로 두 발의 화살을 더 쏘아올린 전사들이 일제히 말을 달렸다.
오와 열은 더 이상 없었다.
마치 양떼를 향해 뛰어드는 늑대와 같은 포식자들의 움직임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이제는 그들의 시간이었다.
콰콰쾅!
“아악!”
“억!”
“바, 방패 가져와!”
에그먼 요새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술법사를 이교대로 돌리고 병사들 역시 삼교대로 나누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적의 총공격에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했다.
심지어 재수 없게도 처음 처박힌 적의 화살이 폭발한 곳은 조든 백작과 참모진들이 회의를 하던 곳이었다. 그 덕에 절반이 넘는 참모진이 작살이 났다.
조든 백작이야 소울아머 유저니 몸을 빼낼 수 있었지만 말이다.
“차라리 재울 걸…….”
이른 시간에 참모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했던 것을 조든 백작이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다.
“궁수대! 응전해! 응전…….”
퍼엉!
요새 벽 위에서 병사들을 독려하던 기사 하나가 커다란 나무화살에 그대로 흔적도 없이 폭사를 당했다.
“술사! 술사들은 어디있나!”
조든 백작이 술법사들을 찾았다.
지금 안으로 미친 듯이 날아드는 화살 때문에 적을 저지해야 할 병사들이 요새 위로 고개도 제대로 내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있어도 문제다.
수만 대의 화살이 일시적으로 쏟아재는 데 무슨 수로 다 막겠는가.
물론 술법사로 촘촘히 방어술을 펼치면 그나마 막아낼 수 있었지만, 이미 요새가 일부 뚫리며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고 있었다.
조든 백작이 술법사들을 불러대었지만 그들 역시 눈앞으로 날아드는 화살을 막기 위해 방어술을 펼칠 뿐이었다.
뭔가 조직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콰앙!
“백작니임!”
그때 조든 백작의 근처에 있던 요새 벽이 터져나가며 호위기사들이 그를 목이 찢어져라 불렀다.
벽이 터져나가며 사방으로 튄 돌들이 조든 백작이 펼친 소울포스의 막을 뚫지 못하고 사방으로 튀었다.
“제길…….”
조든 백작이 뚫려진 벽 너머로 미친 듯이 달려오고 있는 투먼제국의 전사들을 보며 욕설을 뱉었다.
이렇게 구멍이 술술 뚫린 요새로 적들을 막을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시선이 선두로 향했다.
멀지만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는 이가 그의 시야를 가득 매웠다.
“론바르…….”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이미 숙지하고 있었다. 초원의 최강자라 불리는 론바르가 선두에서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네놈을 제물 삼아주지.”
이를 악물은 조든 백작이 소울포스를 끌어올리며 무너진 요새벽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그의 호위기사들도 따라 붙었다.
그 뿐 아니라 소울아머 유저들도 함께 따르기 시작했다.
이전이라면 각자 떨어져서 정해진 구역을 지켰겠지만 이제는 양상이 바뀌었다.
‘절대 소울아머 유저는 홀로 움직이지 않는다.’ 로 말이다.
맹수처럼 달려드는 론바르와 투먼 제국의 전사들을 향해 조든 백작과 소울아머 유저 등이 상처 입은 짐승마냥 울부짖으며 나아갔다.
두두두! 두두두!
“역시 이래야지.”
대열을 갖추고 압박하는 느낌도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초원의 전사는 이게 정답이었다.
적들을 향해 질주하여 나아가는 것.
그러나 인정할 것은 해야 했다.
그리팔의 가벼운 전술운용 하나가 상황을 이렇게 쉽게 만든 것이다.
적들의 요새가 남부 등의 지역에 비해 조금 허술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 가우리의 병시들의 도움이 컸지만, 그것을 잘 활용한 것 역시 그리팔이었다.
원래라면 이쯤 적들의 공격에 칼도 못 휘두르고 나자빠지는 전사들을 스치고 지나며 악만 남은 채 나아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미 요새벽은 무너져 있었고 그 안으로 나아가는 투먼 제국 전사들을 공포에 서린 눈으로 바라보는 적들이 보였다. 절로 피가 끓어 올랐다.
그때 론바르의 시선에 누군가가 스쳤다.
“알아서 오는구나.”
론바르가 입가를 비죽이 끌어올렸다.
푸르른 소울포스를 두른 이들이 몰려 나오고 있었다. 하나도 아닌 여럿이 말이다.
론바르가 그들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르던 대전사들도 마찬가지로 소울아머에 소울포스를 끌어올리며 나아갔다.
오직 론바르만이 소울아머를 입지 않고 있었다. 일전의 대련에서 깨달았던 점이 있었던 것이다.
“크아아아!”
론바르가 포효하며 그대로 들이닥쳤다. 점차 빠르게 다가오는 조든 백작을 보며 그가 그대로 말 위에서 몸을 날렸다. 그가 든 곡도에는 푸르른 기운이 둘러졌다.
소울아머 없이도 충분히 그는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말이다.
콰콰콰쾅!
콰쾅!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폭음과 함께 그들의 병기가 서로 불똥을 뿌리며 맞부딪혀졌다.
대장전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