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61
326화 성문을 지키는 자
오크전사들의 공격은 거침이 없었다.
달려드는 인간병기의 거침도 그들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마치 단단한 바위에 날아드는 날계란 같았다.
방패로 막고 다리를 걸어 넘겨트리고 머리를 부수든가 아니면 방진을 그대로 이동시킨다. 물론 인간병기는 방진 안쪽으로 끌려들어간 뒤다.
이후 흉성어린 외침과 함께 뒤쪽에서 피로 물든 망치 머리가 하늘로 솟구쳤다가 내리 찍히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나서 방진이 이동한 뒤에는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고깃덩이만이 남는다.
“이, 이럴수가!”
인간병기를 인솔하는 역할을 맡은 기사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인간병기를 다루는 역할을 맡았기에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 병기임을 잘 알고 있었다.
소울아머 유저는 아니어도 로우급 정도는 충분히 물고 늘어질 수 있는 괴력을 발휘하는 것을 목격한 이후로는 더더욱 그랬다.
실제로 로우급 유저는 시에라 제국만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소울아머 유저만 아니라면 무적이라 볼 수 있었다.
그랬던 그의 생각이 지금 산산히 부서지고 있었다.
물론 상대 역시 남다른 체구와 괴력을 가지고는 있었다.
방패에 가려져 있어 제대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방패 너머로 언듯 언듯 보이는 투구는 그 덩치가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방패 역시도 여타 중장보병 혹은 방패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방패병들의 방패보다도 반 배는 컸다. 심지어 겉에 강철을 두른 것으로 보아 무게도 간단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 것을 자유자재로 다루고들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싸움이 일방적일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놀란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맥스 자작 역시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허?”
정리를 하라 했더니 정리를 당하고 있었다.
자신이 루이드 자작을 맡을 때 그들로 하여금 주변을 정리하고, 만에 하나 더 있을지 모르는 적의 소울아머 유저를 견제하려 했었다.
그리고 적의 소울아머 유저가 더 없다면 성문을 장악하는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기 위한 병력이었다.
그런데 지금 적의 중장보병의 방진조차 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응?”
순간 맥스 자작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방진 사이로 언듯 비친 중장보병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아니구나!”
맥스 자작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루이드 자작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인간이 아닌 건 네놈들 아닌가? 인간을 저렇게 만든다는 건 정상인가?”
루이드 자작의 말에 맥스 자작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뭔가 착각하는 것 아닌가? 저놈들은 죗값을 치루는 것뿐이야.”
죗값이란 말에 루이드 자작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죗값? 무슨 죄라더냐.”
“제국에 대항한 죄.”
맥스 자작의 한마디에 루이드 자작이 실소를 흘렸다.
어차피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럼 너도 죗값을 치러야겠군.”
“죄? 무슨 죄?”
루이드 자작의 말에 맥스 자작이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러자 루이드 자작이 대답했다.
“일루이먼 왕국의 땅을 밟은 죄.”
그 말에 맥스 자작이 픽하니 웃으며 대답했다.
“죄는 약한 게 죄지. 네놈처럼. 왜? 기습이라도 하려는가?”
그 말에 루이드 자작이 분한 듯 이를 갈았다.
솔직히 자신의 실력으로는 그를 상대로 시간을 끄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가능하면 소울아머 유저 하나 정도는 더 걸려 주었으면 했지만 인간병기와 함께 나타나는 바람에 계획이 살짝 어긋나 버렸다.
시간이 더 끌리면 소울아머 유저가 더 올 수도 있었다.
그때 나른한 음성이 들려왔다.
“맞아. 전장에서 약한 건 중죄지.”
성벽 위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맥스 자작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았다.
“묵갑귀마대?”
순간 그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생소한 검은 찰갑에 가슴 어림을 가린 하얀 흉갑. 묵갑귀마대의 상징이었다.
“오! 우리가 많이 유명해졌나 봐.”
히죽 웃은 사내는 묵갑귀마대원이었다.
원래 그의 임무는 하일론의 호위였다. 고윈과 마찬가지로 하일론의 주변에도 다섯 명의 묵갑귀마대원이 파견되어져 와 있었다.
그중 하나인 것이다.
“오냐.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
맥스 자작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어디보자 꽁지머리는 아니니 계웅삼이란 자는 아니군. 아쉬운 데?”
계웅삼의 이름까지 나왔다. 아쉽다는 맥스 자작의 모습에 묵갑귀마대원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웅삼이가 더 유명해졌네.”
그 말에 맥스 자작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나직하지만 그 중얼거림을 들었던 것이다.
카버 왕국에서 파견나온 마법사들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왔다. 그 중에서도 주요 장수들에 대해서도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계웅삼이 그쪽 대륙에서 초인이라 불리는 강자라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이쪽에서도 소울아머 유저는 초인의 반열이다.
못 당할 리 없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노블기사단은 명불허전이었다. 프라임 공작의 제자들이 직접 키워낸 이들이었다. 그러나 맥스 자작 역시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황실 부근에서 노닥거리며 실력을 쌓을 때 자신은 온갖 전쟁을 수행하며 지금자리까지 왔다.
물론 내전에서 줄을 잘못 탄 이후로 이런 상황이지만, 말이다. 이번 기회에 다시 이름값을 올리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런데 상대방이 뭔가 있는 듯한 모습이지 않은가.
“오호? 네놈도 뭔가 되는 모양이지?”
그러자 묵갑귀마대원이 성벽에서 훌쩍 뛰어 내렸다.
터억.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음에도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것만으로도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맥스 자작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둘이라.”
물론 그 웃음 속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뒤에 오고 있는 이들이 올 때까지 둘을 상대할 수 있을까를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계산이 무색하게 묵갑귀마대원이 바보 아니냐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숫자도 모르냐? 하나잖아.”
자신을 가리키며 받아치는 말에 맥스 자작은 속으로 안도를 했다.
둘은 아무래도 버거웠다.
눈앞의 상대가 어떤 실력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조심하는 편이 나았기 때문이었다. 공명심에 눈이 멀어 목숨까지 위태로운 것은 사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루이드 자작이 죄송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구신님, 죄송합니다.”
“아, 뭐 죄송할 것까지야. 어차피 이런 일 하라고 짱 박혀 있던 건데.”
나타난 묵갑귀마대원은 바로 강구신이었다.
그가 강철로 만든 쌍곤을 양손에 쥐고 입을 열었다.
“말해 봐. 어디부터 패 줄까?”
그 말에 맥스 자작이 웃으며 물었다.
“푸흐흐. 그 전에 이름이나 말해 봐라.”
“이름?”
구신이 되묻자 맥스 자작이 살기를 띄우며 답했다.
“네놈이 이름값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모가지를 잘라 갈지 안 잘라 갈지 결정해야 하니까.”
그 말에 구신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거 참 신선하게 미친놈일세. 그래 말해 주지. 강구신님이다. 나중에 저승 가서 자랑하렴. 나한테 맞아 죽었다고. 아마 비슷한 놈들이 수두룩할 거다.”
“크하하핫!”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맥스 자작이 섬전처럼 선공에 나섰다. 여태 질문을 주고받은 것은 틈을 보던 것이었다. 하지만 틈이라 할 게 없었다.
적을 앞에 두고 방심하는 멍청이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기습이었다. 그렇지만 구신의 철곤이 그것을 간단하게 튕겨 내었다.
그때 맥스 자작의 공격을 막으며 구신이 말했다.
“강구신께서 말씀하시길 잠시 후 네놈은 저놈 옆에 있을 지어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릴!”
맥스 자작이 재차 공격을 가하며 살기를 뿌렸다. 그 공격을 구신이 다시 받아넘기며 답했다.
“나중에 봐. 내 말대로 되나 안 되나.”
구신이 히죽 웃으며 공격을 가했다.
콰앙!
“호오?”
맥스 자작 역시 그의 공격을 수월히 받아 내며 그의 공격을 칭찬하는 듯한 음성을 뱉었다.
반면 능숙하게 흘려 내는 그의 모습에 구신이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야, 저번 놈보다는 재미있겠는데?”
구신의 말에 맥스 자작은 정신을 바짝 차렸다.
충격 없이 흘려 내었지만 그 일격에 담긴 힘이 결코 자신의 아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저번 놈 운운하는 것을 보니 소울아머 유저들을 여럿 상대해 본 의미 같았다.
“더 재미있게 해 줘야지 않나?”
맥스 자작이 슬슬 웃으며 도발했다.
그러자 그 도발을 구신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래. 즐겨 봐.”
구신이 서늘한 미소를 머금고 양손에 쥔 쌍곤을 빙그르르 한 바퀴 돌렸다. 그리고 나아갔다.
콰앙! 쾅! 쾅!
굉음이 연달아 울리고 있는 성문 쪽을 보며 뒤늦게 달려가던 로우급 유저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격돌한 것을 보니 소울아머 유저들의 전투임에 분명했다.
물론 저 안에 있는 이가 맥스 자작이기에 안심할 수는 있었지만, 그래도 전장이라는 것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다.
성문으로 들어서는 순간 로우급 유저 셋은 얼어붙었다.
“왔니?”
그들을 반긴 것은 맥스 자작이 아니었다.
“무, 묵갑귀마대?”
바로 구신이었다.
“매, 맥스 자작님은…….”
그들은 서둘러 맥스 자작을 먼저 찾았다. 그런 그들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구신의 발아래에 온몸을 웅크리고 있는 피투성이의 사내 하나.
그런 그들에게 구신이 말했다.
“몰랐겠지만. 이 맥스라는 친구는 맞는 걸 즐기는 취향이더라고. 솔직히 난 때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 합이 잘 맞았다고 볼 수 있지. 안 그래?”
구신이 피딱지가 묻은 철곤을 어깨에 올리며 묻자 웅크리고 있던 이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리며 입을 달싹였다.
“그…….”
“응?”
“그만…….”
“알았어. 그만두지 말라는 말이지?”
순간 구신의 쌍곤이 다시 맥스 자작의 온몸을 두들겼다. 미친 듯이 번갈아가며 두들기는 쌍곤에 맥스 자작은 소울포스를 쥐어짜며 버티고 있었다.
이미 대항은 불가능했다.
팔다리가 다 박살이 났기 때문이었다. 겨우겨우 웅크리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눈코입귀 할 것 없이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가 로우급 유저들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도, 도와…….”
그 말을 다시 구신이 잘라먹었다.
“도와줄 필요 없다더라. 나도 아까 그랬어. 안 그래?”
“맞습니다.”
그때 나타난 것은 루이드 자작이었다.
“허억!”
맥스 자작을 떡으로 만들어 놓은 이만해도 버거운데 한명이 더 있었다.
그때 구신이 맥스 자작의 뒷덜미를 잡아 올렸다. 그리고는 꿈틀거리는 그를 외면하곤 옆을 보며 말했다.
“자, 쏘시고!”
그 순간 굵은 현이 튕기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화살이 날아와 맥스 자작의 소울스톤을 부수고는 벽에 날아가 박혔다.
“크어어어!”
온몸의 생기가 푸른 불빛이 되어 빠져나가는 맥스 자작의 옆에는 먼저 죽음을 맞이한 그의 동료가 앉아 있었다.
그걸 보며 구신이 웃으며 말했다.
“어때? 내말이 귀신같이 맞지 않아? 요즘은 나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자…….”
구신이 로우급 유저들을 보며 말을 이었다.
“니들은 어떻게 될 것 같니?”
양손에 든 철곤을 양 어깨에 턱 하니 걸친 구신이 던진 질문에 로우급 유저들은 무어라 답하지 못했다.
그저 질린 얼굴을 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