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62
327화 오크전사들의 활약
결과적으로 질려있던 로우급 유저를 상대한 것은 구신이 아니었다.
바로 오크전사들이었다.
오크전사들이 방진을 유지하며 로우급 유저들을 덮쳤던 것이다. 물론 로우급이라 해도 소울아머 유저다.
그들의 일격 하나하나에 오크전사들이 들고 있던 방패들이 움푹 파였다. 그러나 결코 갈라지지는 않았다.
“무, 무슨!”
아무리 통짜 쇠라 해도 잘려야 정상인데 잘리지가 않으니 로우 급 유저의 얼굴위로 당황감이 서리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쪽 역시 믿는 바가 있었다.
바로 마법으로 방패의 방어력을 올려놓았던 것이다.
마나석이 아무리 싸졌다지만 중장보병의 방패에까지 마법을 걸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용도가 달랐다. 상대방의 로우급 유저들을 전담하기 위한 용도.
일정 수준까지의 강자들을 막아 낼 수 있다면 쓸 만한 투자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위이이익!”
“뀌익!”
방어를 하던 오크 전사들은 흉성을 터트리면서도 훈련대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로우급 유저들의 손발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공격은 막히고 오크전사들은 마치 포위라도 하듯 사방으로 조여 왔다.
거기에 끌고 왔던 인간병기들은 이리저리 나뉘어 학살당하는 중이었다. 믿었던 소울아머 유저는 나름 장렬한 전사 후에 성벽 안쪽에 나란히 전시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이가 그들을 주시하고 있으니, 집중하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방패로 밀어붙이는 것을 막아 내던 로우급 유저의 입에서 헛바람이 일었다.
뭔가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그와 동시에 방패들이 허공으로 들렸다.
“으아악!”
“피비!”
동료인 로우급 유저가 그 이름을 처절하게 불렀지만 이미 그는 들려진 방패 안쪽으로 쑤욱하고 빨려 들어가 버렸다. 이어 안쪽에서 둔탁한 소음이 연달아 울렸다.
콰직! 콱! 쩌억!
“아악! 악! 크아아악!”
방패 틈 사이로 푸른 불빛이 문득문득 비췄다. 하지만 방패로 가려져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아니 소리만으로도 알 수는 있었다.
연이은 비명.
둔탁한 파열음.
이내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러자 방패 틈이 살짝 벌려지며 뭔가가 툭 하고 튀어 나왔다.
“피…… 피비!”
그의 이름이 피비였는지 계속 불러 대던 동료 로우급 유저의 음성에는 절절함이 서려 있었다. 피비라 불리던 그는 이미 그 생전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소울아머와 몸뚱이가 적절하게 버무려진 채 뭉개져 있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잔인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로우급이든 제대로 된 소울아머 유저는 그 방어력은 일반적인 병장기로 잘라 내기 어렵다.
그것을 착용한 이의 몸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는 그 방어력을 능가하는 일격을 주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소울아머 유저는 소울아머 유저로 막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그런데 소울아머라는 것은 결국 인간의 생명력을 끌어 쓰는 병기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마법적으로 강화된 둔기로 그 생명력이 바닥날 때까지 치는 방법이었다. 날이 상할 걱정도 덜하고 충격이 고루 퍼지는 둔기의 특성 때문이었다.
물론 이론일 뿐이기는 했다.
그걸 죽을 때까지 맞고 있을 소울아머 유저도 없을뿐더러 일반적인 힘으로 때리는 한두 방 가지고는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크전사들은 달랐다.
마법적인 처리가 된 병기로 무장을 하였고, 그 단단함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괴력까지 지녔다. 물론 인간병기도 가능한 괴력을 가지기는 했지만 오크전사들처럼 조직적인 면이 없었다.
막으며 버티고, 몰아붙인 뒤 하나씩 끌어들여 처리하는 오크들의 모습에 로우급 유저들은 하나둘씩 끌려들어가 생을 마감했다.
물론 밖에서 진입하려 애쓰는 시에라 제국 기사들과 병사들도 많았다. 하지만 방진은 하나가 아니었다.
열둘씩 짝지은 방진이 모두 네 개였다.
그중 세 개의 방진은 로우급 유저들을 상대했고, 나머지 방진 하나를 중심으로 일루이먼 부흥군의 중장보병들이 함께 방어를 하니 시에라 제국의 추가 병력이 들어오는 데 애를 먹었다.
성벽 위의 궁수들 역시 진입해 오는 병력만을 노리니 진입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그들은 소울아머 유저가 길을 뚫으면 진입해서 난동을 피우려 했던 병력들이었다.
거칠기 짝이 없는 이들로만 구성된 진집병력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들이 아무리 거칠다 해도 앞은 단단히 막혀있고 위에서는 화살이 쏟아지는데 버틸 재간이 있을 리 없다. 거기에 병력 특성상 방어가 약한 편이었다.
거점 점령을 위한 병력이라면야 방패와 든든한 갑주로 무장하겠지만 이들은 거점돌파를 목적으로 둔 병력이다 보니 방어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활짝 열린 성문은 돌파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있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늪처럼 되어 버렸다.
성문 앞까지 진출한 에디 백작은 다시 달려온 전령을 보며 순간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결코 좋은 결과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무슨 일이냐!”
“매, 맥스 자작이…….”
“빌어먹을.”
에디 백작이 전령의 첫 마디만으로도 알 수 있다는 듯 욕설을 뱉어내었다.
“전사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로우급 유저들 역시 고립되어 생존 확인이 어렵습니다!”
“어서 구조인원을 급파해야 합니다!”
생존 확인이 어렵다는 말에 참모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에디 백작은 차가운 얼굴로 대꾸했다.
“소울아머 유저가 죽었는데 로우급 유저라고 버틸 수 있겠나?”
“그…….”
거의 가능하지 않다고 봐야 했다.
“인간병기들은?”
“적의 중장보병 방진에 막혀서…….”
전령의 말에 에디 백작이 기가 찬다는 듯 대꾸했다.
“적들의 중장보병은 로우급 유저로 채워졌나 봐?”
“그, 그건.”
하지만 전령이 그것까지 알 리는 없었다. 엄한 전령에게 화풀이 했다 싶은 에디 백작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됐다. 그리고 성벽 쪽의 전황은…….”
으아아아아아!
또다시 하늘위에서 비명이 터졌다.
동시에 에디 백작과 참모들은 아까와 같이 고개를 올려 뒤쪽으로 멀어져 가는 까만 점 하나를 볼 수 있었다.
“대체 뭐가 있는 거지?”
그때 갑자기 사방에 뜨거운 불길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화아악!
“조심하십시오!”
그 뜨거운 불길은 그대로 에디 백작이 있는 곳을 노리고 날아왔다. 동시에 에디 백작이 소울포스를 끌어올려 날아오는 것을 그대로 갈랐다.
콰아앙!
날아온 것은 가우리 동맹의 마법사가 날린 화염구였다.
그걸 에디 백작이 바로 반으로 잘라 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 잘려진 화염구는 나뉘어 뒤쪽을 강타했다.
“젠장.”
쏟아진 흙먼지에 인상을 찌푸린 에디 백작이 뒤돌아보며 참모를 찾았다.
“…….”
찾기는 했다.
만약 상체가 녹아내린 채 서 있는 저 하체가 자신이 아는 그 참모의 것이 맞다면 말이다.
“미치겠군.”
그의 뒤쪽으로 졸졸 따라다니던 참모들 중 삼 분의 일이 이 한 방에 날아가 버렸다.
“마법…….”
에디 백작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동행하겠다는 마법사를 물린 게 그였다.
왜냐면 민감한 이야기가 자꾸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 동맹 아닌 동맹에 있어 불만이 많았던 에디 백작이었다.
그렇기에 만에 하나 문제가 될 만한 말을 할 수 있기에 마법사들을 뒤로 물렸다.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그 주변으로 커다란 화염구들이 하늘에서 연신 쏟아져 내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마법사들이 일제히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 성벽 주변으로 시에라 제국 병사들의 밀도가 꽤 높아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술법사들은 뭐하는가!”
사방에서 병사들이 타죽고 있었다.
이에 분노한 에디 백작의 외침이 약간 애처롭게 울려 퍼졌다.
“어헉!”
방어술을 펼쳤던 시에라 제국의 술법사가 당황한 얼굴을 했다.
날아오는 화염구를 막기 위해 펼친 방어술 위를 무언가 먼저 날아와 때린 것이었다. 이어 와해 된 방어술을 지나 화염구가 술법사를 향해 날아들었다.
“흐이이익!”
술법사는 재차 방어술을 펼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양 팔로 눈 앞을 가렸다.
콰아앙!
“으아아악!”
술법사가 찢어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정신 차리시오!”
“아…….”
카버 왕국의 마법사가 그의 앞을 막고 서 있었다.
“놈들의 공격이 시간차로 이어질 것이니 방어는 항상 복수로 하라는 이야기 못 들었소!”
카버 왕국의 마법사가 답답하다는 듯 호통을 쳤다.
술법으로 펼치는 방어술은 방어 마법보다도 효율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 강도가 방어 마법보다는 약하지만, 그렇다고 날아드는 마법을 막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을 적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화염구를 쏘며 그보다 먼저 마법 화살을 쏘아 보내는 것이다. 그러면 마법 화살이 먼저 방어술을 와해시키고, 그 뒤를 따라 화염구가 날아드는 것이었다.
이는 술법과 마법의 차이뿐 아니라 마법전단원이라면 기본 중에 기본이었다.
그래서 공방은 항상 이인일조다.
그런데 이 시에라 제국 술법전 단은 아직도 술법사들을 무슨 궁수대 운용하듯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방어술을 펼치시오!”
“아, 알겠습니다!”
마법사가 펼친 푸른 방어 마법 위로 연신 마법이 쏟아져 내렸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막아 낸 방 어마법이 소실되자 그 뒤를 방어술이 받혔다.
이어 마법사는 공격 대신 다시 방어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들을 향해 계속 마법과 술법이 연이어 날아들었기 때문이었다.
콰쾅! 쾅!
사방에서는 방어 마법이나 술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시에라 제국의 병사들이 통구이가 되고 있었다.
“술법전단의 위치는 어디요! 이게 다가 아니잖소!”
번갈아 공격을 막던 카버 왕국의 마법사가 이를 악물고 외쳤다. 그러자 술법사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지금 오고 있습니다!”
“젠장.”
카버 왕국의 마법사는 다시 욕설을 뱉었다.
날아오는 마법의 수로 봤을 때 적들의 마법사들은 카버 왕국의 마법 전단과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수로 보였다.
그런데도 밀리는 이유는 하나다.
초전에 마법사들을 무리하게 밀어 넣어 정찰을 시킨 덕에 거의 반수 가까이가 후방에 배치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들도 수긍은 했다.
술법사들의 수가 많기에 충분히 그 틈이 메워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한 가지가 틀렸다.
술법전단의 투입 시기가 자신들이 아는 시점과 달랐다는 것이다.
“늦어! 늦는다고! 막다가 전쟁 끝나겠다고오오!”
방어에 온 힘을 쏟는 마법사의 처절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말이 맞다는 듯 마법과 술법이 어우러진 공격이 그들과 그 주변을 때렸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병사들이 그들을 피해 움직였다.
아무리 마법과 술법으로 막아 낸다 해도 그 공격의 파편이 안 튀는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그 파편과 화염폭풍에 휩쓸리다 보니 저절로 기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마법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토, 토끼몰이!”
토끼몰이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들 주변을 피해 엉켜 있던 병사들의 머리위로 화염구 서너 개가 떨어져 내렸다.
콰콰쾅!
화끈한 불기둥이 치솟고 난 뒤에 그 자리에는 숯덩이들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