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63
328화 빛이 솟구치고
토끼몰이는 기본적인 마법전단의 전술 중 하나였다.
단순한 방식이다.
보통 마법전단의 전력이 약한 상대를 향해 쓰는 전술이었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공격을 가하다 보면 그 파편을 피하기 위해 주변의 병사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몰린 곳을 향해 화력을 집중시키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공성에서는 특히 보기 어려운 장면이기도 했다. 보통 공성을 시도하는 쪽이 마법전단의 전력이 우세하거나 비슷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적의 입장에서 딱 먹기 좋은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사방에서 불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제길.”
카버 왕국의 마법사는 질린 얼굴로 성을 바라보았다.
만에 하나 이기더라도 상당히 많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상대는 하일론이었다.
철벽이라 불리는 남자. 적절하게 모든 것을 활용하는 남자. 성벽이라는 구조물을 가장 잘 활용하기로 정평이 난 남자였다.
물론 일부에서는 묵갑귀마대나 다른 전력의 덕을 본 것이라 폄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공성하는 입장에서는 다음에 뭐가 또 있을지 주저하게 만드는 남자였다.
전투에서 주저함은 항상 큰 피해를 불러온다.
주저함은 조급함을 불러일으키고 조급함은 오판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었다.
그때 앞쪽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사령기가 성문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제발…….”
카버 왕국의 마법사는 군을 이끄는 에디 백작이 제대로 해 내기를 빌었다.
에디 백작이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성문으로 향했다.
처음부터 성문을 향했었지만, 아까와는 상황이 달랐다. 전위로 보냈던 소울아머 유저들이 당했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참모들이 만류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참모들의 일부가 화염에 휘말려 죽어 나가고 병사들이 사방에서 불길에 휩싸여 비명을 지르는 걸 본 에디 백작의 눈은 뒤집혀 버렸다.
그렇다고 그의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 상태로 병력을 물리게 된다면 전체 작전에 큰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다시 공성에 돌입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했다.
어쨌든 일단 성문을 뚫게 되면 공성전은 기울게 될 수밖에 없었다.
성벽이라는 도구가 사라지면 수성하는 입장에서는 더는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때론 강행돌파가 답이었다.
남은 소울아머 유저와 로우급 유저들 그리고 인간병기들까지 동원하여 내달리기 시작했다.
“승부수로군.”
하일론이 피식하니 웃었다.
틀린 판단은 아니었다. 여기서 병력을 물리면 재차 공성을 시도하기 어렵다는 건 그도 알았다.
“옵니다!”
“온다!”
병사들의 신경이 곤두섰다.
사령기를 중심으로 피어오르는 푸른빛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준비하게.”
맹공을 퍼붓던 마법사들이 성벽 아래로 내려왔다. 대신 남은 술법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적들의 사이에 있는 마법사들을 향해 모든 화력을 집중했다.
그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푸른 마법 방어막을 펼친 곳을 향해 공격을 집중하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남은 원거리 공격무기는 뒤쪽에서 빠르게 접근해 오는 적들의 술법전단을 향해 집중했다. 조금이라도 그들의 접근을 저지하기 위해서였다.
그 사이 적들이 사령기를 앞세워 빠르게 진입해왔다.
이곳에서 쏘아 보내는 무기들은 아무런 방해요소가 되지 못했다.
“병력을 물려!”
하일론이 외쳤다.
그러자 오크전사들과 병사들이 성문 안쪽의 옹성구조에서 한걸음 빠졌다. 그 사이를 적들이 밀고 들어오려 했다.
그러나 밑으로 이동한 마법사가 방어 마법을 펼쳤다. 고위 마법사의 방어 마법이었기에 성문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었다.
“뚫어라!”
“공격해!”
졸지에 다시 성문이 생겨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시에라 제국 병사들이 방어 마법진을 연신 두들겼다.
푸른빛이 일렁이며 깨질 듯하면서도 버텨 내었다. 그 사이 성벽 위에서 돌이나 바위들을 아래로 쏟아내었다.
그러자 몰려 있던 시에라 제국 병사들의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접근 중인 적 사령기를 보던 하일론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마치 뭔가를 가늠하는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사령기가 성문 거의 앞에까지 다다르자 하일론이 마법사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시작하라!”
그러자 병사들이 바닥을 치우기 시작했다. 흙더미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바닥에는 나무판자들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것들을 치우자 커다란 마법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젠장.”
마법사 중 하나가 욕설을 뱉으며 마나석 가루를 들고 뛰어들어 갔다. 아무리 가려놓았다 하지만 소울아머 유저들이 전투를 벌였던 곳이다.
마법진 일부가 망가졌던 것이다.
그렇게 마법사들이 동원되어 마법진을 수선하는 가운데 에디 백작 일행이 성문 앞에 다다랐다.
“비켜라!”
에디 백작의 일갈에 푸르른 막을 연신 두들기던 병사와 기사들이 사방으로 물러났다.
동시에 에디 백작의 온몸에서 푸르른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소울포스를 끌어올린 것이다.
“이딴 잔재주를!”
에디 백작의 일격이 푸르른 막을 두들기자 수많은 병사들이 두들겨도 멀쩡했던 방어막이 단번에 깨져 나갔다. 하지만 이미 예상했다는 듯 바닥에서 돌 벽이 솟구쳐 올랐다.
“이딴 잔재주따위!”
에디 백작이 재차 돌 벽을 부수는 순간 안쪽에서 거대한 기운의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젠장!”
기묘한 기운이지만 적들이 마법으로 무언가를 하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돌벽을 부수자 재차 다시 돌벽이 솟구쳐 올랐다.
하지만 소울포스를 가득 담은 그의 칼질 한 방에 돌벽은 마치 허깨비처럼 부수어져 버렸다.
그런 에디 백작을 향해 푸르른 마법화살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미 마법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었던 에디 백작은 소울포스를 몸 위로 끌어올렸다.
콰두두두두!
수십여 발의 마법 화살이 그를 두드렸지만 소울포스의 기운을 끌어올린 그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끼치지 못했다.
그저 한 번 멈추게 할 뿐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 속에서도 거대한 기운의 유동이 점점 커져 갔다.
“전부 돌입하라!”
에디 백작이 외치자 뒤를 따르는 소울아머 유저와 로우급 유저 그리고 인간병기들이 힘으로 성문안으로 진입을 해 냈다.
“으윽!”
거세게 몰아치는 공격을 막던 카버 왕국의 마법사가 거대한 마나의 유동에 놀라 성문 쪽을 바라보았다.
“뭐, 뭐야!”
기운의 밀도로 보아 한두 명의 마법사들이 해 내는 것이 아니었다.
푸르른 마법 방어벽이 단번에 깨어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연이어 돌벽이 소환되었다.
“뭐지?”
거대한 마나의 유동에 마법사는 이를 악물었다.
저 정도의 마나 유동이 필요한 마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때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혹시 이동 마법 대응진?”
최근에 익숙한 파장이었다. 바로 이동 마법진이 활성화되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설마 묵갑귀마대!”
놀란 그의 눈동자가 휘둥그렇게 떠졌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돌입한 인원이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아무리 에디 백작과 그가 이끄는 소울아머 유저들이 강자라 해도 묵갑귀마대나 혹은 가우리의 강자들이 넘어오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가능할 리가 없어!”
이 주변으로 그 부분을 조심하기 위해 방해를 위한 마법진을 깔아 놓았다. 외부로의 진입을 막기 위한 교란진이었다. 그게 있다면 제대로 끌어올 수 없었다.
하지만 장담할 수 없었다.
가우리다.
이동마법진에 대해서는 최고의 능력을 보유한 가우리였던 것이다.
“제기!”
발이 묶인 자신들의 처지가 안타까웠다.
가능하면 빨리 진입하여 마법진을 파훼하길 바랄 뿐이었다. 그때 돌벽이 무너지며 에디 백작과 병사들이 일제히 진입해 들어갔다.
“됐어!”
마법사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동 마법진에 생물이 있으면 이동 마법을 위한 대응진은 반응하지 않는다.
그때 하얀 빛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 순간 마법사가 경악을 한 얼굴로 소리쳤다.
“뭐야!”
에디 백작과 그가 이끄는 성문을 가로막던 방해물을 치우고 일제히 돌입했다. 그 순간 푸르른 빛이 주변으로 번져갔다.
“놈들!”
동시에 에디 백작이 이를 악물며 멀찍이 떨어져 방진을 만들고 있는 적들과 그 뒤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마법사들을 보고 달려 들었다.
“어딜!”
그때 구신이 가지고 있던 철곤을 집어 던졌다.
그러자 나아가던 에디 백작이 몸을 뒤틀어야만 했다. 날아오는 철곤에 깃든 힘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쾌액! 콰아앙!
날아간 철곤이 그를 스쳐 뒤쪽의 옹성을 두드리는 순간 옹성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제대로 받았더라면 꽤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뻔했다.
분노한 에디 백작이 구신을 향해 외쳤다.
“죽여 버리겠다아!”
그와 함께 하얀빛이 마법진에서 솟구쳐 올랐다. 하얀 빛은 에디 백작과 그의 일행들을 감싸 버렸다.
“무슨 수작들이냐!”
하얀빛에 휩싸였던 에디 백작이 노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얀빛이 조금씩 가시며 그의 몸이 빠르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순간 에디 백작의 얼굴에 어이 없다는 빛이 스쳤다.
주변의 풍광이 변해 버렸던 것이다.
그와 함께 성문 안으로 진입했던 이들도 모두 당황한 눈빛이었다.
그들이 다시 나타난 곳은 한적한 숲의 한 자락이었다.
허공에서 중심을 다잡은 이들이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다행히 높은 곳은 아니었다.
그러나 상황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마법사?”
그가 떨어져 내리는 곳에는 한 마법사가 서 있었다.
뭔가 마법진이 있었는데 그것에 손을 대고 있는 모습이었다. 에디 백작은 그걸 보자마자 병기를 던지려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흐읍!”
누군가가 온몸을 사방에서 잡아 당기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었다.
동시에 소울포스가 저절로 작동하며 그의 몸을 휘감았다.
“컥!”
“으윽!”
다른 소울아머 유저나 로우급 유저들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충혈된 눈으로 신음을 흘렸다. 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인간병기들은 버티지 못했다.
“끄어…….”
뻐엉!
비명을 채 터트리기도 전에 가죽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몸이 폭발해 버렸다.
“배, 백작니…….”
그때 바로 곁에서 에디 백작과 눈이 마주친 로우급 유저가 빨간 풍선처럼 변한 얼굴로 그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다.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푸화악!
그의 몸 역시 핏물을 담은 주머니 터지듯 사방으로 뿌려져 버렸기 때문이었다.
“끄으으으!”
신음을 흘리던 에디 백작이 떨어져 내리며 온 힘을 더해 소울포스를 끌어올린 칼을 아래쪽에 있는 마법사에게 내리그으며 괴성을 토했다.
“크아아아아!”
퍼어어엉!
그게 그의 유언이었다.
푸른빛과 붉은 핏물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어헉! 깜짝이야!”
하늘에서 쏟아지는 핏물을 보며 마법사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마터면 그의 몸뚱이가 두 쪽이 날 뻔했던 것이다.
그렇게 붉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선 마법사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거 생각보다 끔찍하군.”
텔레포트 교란진.
그가 활성화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