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67
332화 승리의 외침
“아무래도 방향을 바꿔야겠군.”
“실수한 듯합니다.”
가든 퍼시발 후작의 말에 헨리 퍼시발 백작이 공감하는 듯 힘없이 답했다.
지금 이들이 이리 답하는 이유는 바로 연이은 공성의 실패 때문이었다.
물론 철벽의 하일론이라 불리는 이가 맡고 있던 곳처럼 사령관이 실종되는 일은 없었지만, 다른 곳도 별반 나은 결과를 보여 주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곳의 전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주력인 에디 백작이 공성을 마무리하고 이동하면서, 아직 시간이 끌리고 있는 다른 곳의 공성 역시 마무리하는 식을 구상했었다.
그렇기에 에디 백작의 병력에 많은 소울아머 전력을 투입했었고 말이다.
다른 곳은 소울아머 유저가 하나 있거나 로우급 유저 두엇이 전부였다. 물론 그 정도만 해도 숫자가 많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판단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데 그 중요한 에디 백작이 실종이 되어 버린 이후 모든 계획이 삐끗거리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가든 후작이 이끄는 본대는 적의 꽁무니만 쫓고 있으니 전쟁이 제대로 수행이 될 리가 없었다.
마치 적의 내부 깊이 들어가서 시달림을 받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점령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야. 토벌전이라 생각했던 것 자체가 잘못이야.”
가든 후작의 중얼거림에 헨리 백작이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제 불찰이 큽니다.”
“아니.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내 탓이 크네.”
그때 전령이 조심스럽게 들어섰다.
“또 뭔가.”
여태 온 소식은 좋을 것이 하나 없었기에 기대감을 가져 봤지만 전령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황실에서 온 소식입니다.”
황실이라는 말에 가든 후작의 얼굴이 확 찌푸려졌다.
“끄응. 할 말이 없군. 그래 빨리 치라고 하던가?”
가든 후작의 반문에 전령은 바닥을 내려다보며 힘없이 입을 열었다.
“소환명령이옵니다.”
“…….”
“말도 안 돼!”
가든 후작은 입을 다물었고 헨리 백작은 벌게진 얼굴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토벌이 시작된 지 이제 5일이 지났는데 어찌!”
“북쪽의 대군이 다시 남하를 시작했다 합니다. 듣기로는 다섯 개의 성이 또 떨어졌는데 두 개의 성도 고립되어 함락되는 것은 시간문제라 하옵니다.”
“젠장, 미리미리 북쪽의 요새를 보강해야 한다고 그리 말했건만!”
헨리 백작이 분통이 터진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북쪽의 성들은 방비하기에 그다지 좋지 못했다. 물론 지형적인 이점이 있었고, 모자란 투먼 제국의 공성능력 덕에 별반 문제는 없었다.
그럼에도 헨리 백작과 북방을 맡는 장수들은 요새의 개보수를 연일 상신했었다.
아무리 북부의 부족들이 공성을 못한다 해도 맘먹고 두들기기 시작하면 버티기 어렵다는 것을 현지 지휘관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남부 정벌에 모든 것을 투입했던 시에라 제국이었기에 그쪽으로 제대로 보강이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럴 재화가 있으면 남부에 더 투입을 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에 황위를 위한 내전도 있었으니 북부 쪽의 보강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그리팔이 제대로 군을 장악한 모양이군.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내려오는 것을 보면.”
아무리 허술하다 해도 성이다.
또 일전의 일이 있기에 나름 방비를 했을 것인데 다시 다섯 개의 성이 동시에 떨어졌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아마 북부 영지들은 지금 초토화가 되고 있을 겁니다. 돈만 만질 줄 아는 이들만 남았을 터이니까요.”
“그렇겠지.”
가든 후작이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럼 북부로 이동하라는 명인가?”
“예.”
전령이 짧게 답했다.
“젠장. 여길 마무리하고 가려 했건만.”
이리된 이상 이쪽은 지역봉쇄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전처럼 이들이 다시 날뛸 가능성도 있지만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시에라 제국과 가우리의 대군들이 서로 마주하고 있는 순간이다.
저쪽도 이번 전투로 볼 때 지원에는 한계가 있었다.
있는 병력으로 전투를 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의미였다.
그런 상황에서 땅만 늘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일루이먼 부흥군도 잘 알 것이 분명했다.
“알겠네.”
“그런데…….”
“뭔가.”
전령이 아직 뭔가 할 말이 남은 듯 주저하자 가든 후작이 얼굴을 굳히며 되물었다. 뭔가 남은 것이 있는 모양이었는데 모양세가 꽤 안좋은 내용인 듯했다.
“부대는 북부로 이동을 하되 사령관님은 황실로 납시라는 황명이 있었사옵니다.”
“하아…….”
황명이라는 말에 헨리 백작이 한숨을 내쉬었다.
가든 후작은 입을 다물고 눈을 감았다. 이건 명백한 지휘권 박탈이었다.
주먹을 말아쥔 가든 후작의 양 팔이 부르르 떨었다.
입을 다물고 있던 가든 후작이 잠시의 침묵 끝에 말문을 열었다.
“후임은 누가 온다던가.”
“일단 병력을 북부로 이동시키면 그때 따로 후임을 이동시키겠다고 하옵니다.”
“큭.”
가든 후작이 헛웃음을 흘렸다.
헨리 백작은 고개를 떨어뜨린 체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마치 이런 상황이 전부 자신의 죄인 양 말이다.
“다 제가 못나서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사옵니다.”
“관두게. 누구 탓을 하나. 적이 머리가 좋았지. 이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미친 듯이 뛰었겠지.”
허탈한 웃음을 흘리는 가든 후작이 조금은 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황명이니 따라야지. 별수 있나?”
뭔가 다 내려놓은 듯한 가든 후작의 말에 헨리 백작은 울컥하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가든 후작은 손을 들어 손을 저었다.
더 말 할 필요 없다는 의미였다.
“자네는 병력에 알리게. 짐 싸라고. 북부로 이동할 거라고 말이야. 그동안 열심히 뛰어다니고 했으니 훈련 대차게 했다고 치면 될 일이네.”
“……예.”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주군인 가든 후작이 내려놓은 이상 말해 봐야 속만 쓰리다. 헨리 백작은 전령과 함께 지휘막사를 나섰다.
홀로 남은 가든 후작이 씁쓰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얼굴이나 한번 보고 가나 했건만.”
남은 미련이라면 결국 고윈이라는 이의 얼굴을 못 봤다는 것뿐이다. 이쯤 되니 승부를 떠나 지휘관이 많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순수한 의미로 말이다.
그에게 치명적인 오점으로 남게 만든 이.
“후우.”
길고 긴 한숨이 텅 빈 지휘막사로 흘러나왔다.
* * *
레비언 고윈은 반색을 하며 물었다.
“간다고?”
“예.”
“호오.”
북부에서의 전황이 어떠한 형식으로는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병력의 철수로 이어지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예상했던 여러 가지 방안 중 최상의 것이었다.
“후우우우.”
고윈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큰 일 하나를 치룬 것이다.
밖에서는 병사들의 함성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들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 함성을 들으며 라임 론 일루이먼 18왕자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뛰기만 잘해도 지지는 않는다는 말이 증명되었군요.”
라임 왕자의 말에 고윈이 웃으며 답했다.
“맞네. 때론 지지 않게 하는 것이 이기는 법이기도 하고 말이야.”
고윈의 말에 라임 왕자는 수긍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배웅을 좀 해야 하지 않겠나?”
“배웅 말입니까? 후미를 친다는 겁니까?”
“아니. 굳이 그럴 필요는 없고.”
잠시 후 말 몇 마리가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 말들에게서 큰 외침이 울려 퍼졌다.
고생했다!
잘 가라!
다신 오지 마라!
연이은 합창소리를 들으며 길을 떠나는 가든 후작과 병력들은 똥 씹은 얼굴을 했다.
“빌어먹을 놈들!”
가든 후작은 전쟁과 상관없이 얼굴이나 한번 보았으면 했던 마음을 고쳐먹었다. 보는 순간 순수고 나발이고 칼질부터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일루이먼 부흥군의 환송을 받으며 가든 후작과 병사들은 먼 길을 떠났다.
* * *
와아아아아!
“허허허.”
하일론은 너털웃음을 흘렸다.
적병들이 모두 물러갔다는 소리에 병사들이 함성을 지르는 가운데 하일론은 한숨 놓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잠 좀 자야겠어.”
“고생많으셨습니다.”
루이드 자작이 하일론을 보며 존경의 의미로 예를 올렸다. 그런 루이드 자작에게 하일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싸움이 여기서 끝은 아니네.”
“예?”
약간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이 지역 전체를 철옹성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일세.”
“아!”
“우리야 가지만 자네들은 남아야 하지 않는가.”
그 말에 루이드 자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철벽의 하일론과 전장의 매는 가우리 사람들이다.
언젠가는 가야 할 이들이다. 그들이 영원이 일루이먼 부흥군과 함께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많이 배웠습니다.”
“뭘. 고생만 했지. 지위에 맞지 않은 모습에 힘이 들었을 수도 있고 말이야.”
“아닙니다. 전우들 아닙니까.”
하일론의 말에 루이드 자작이 한결 편해진 얼굴로 웃으며 대꾸했다. 그런 루이드 자작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그래. 그것만은 잊지 말게. 저들 하나하나가 전술판의 깃대가 아니라는 걸 말이야.”
“명심하겠사옵니다.”
루이드 자작이 하일론에게 극도의 예를 갖추며 한쪽 무릎을 꿇어앉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기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모두가 그에게 감사의 예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의 병사들도 그를 위해 무릎을 꿇었다.
수천의 병사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그에게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하일론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나 이거 참.”
평생 살며 이런 극도의 예는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멋쩍은 웃음을 짓던 하일론이 질문을 던졌다.
“술이 남았던가?”
“안 그래도 급히 만든 건 좀 있습니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아까운 술 땅에 뿌리지 말고 오늘은 입안에 털어 넣자고.”
하일론의 말에 루이드 자작이 웃으며 답했다.
“탁월하신 판단이십니다.”
그 말에 기사도 병사도 크게 함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오크 전사들도 함께였다. 모두가 일궈 낸 승리를 그렇게 만끽했다.
* * *
샤우 환 카버 왕이 왕좌에서 내려섰다.
그리고는 양 팔을 벌리며 손님을 반겼다.
“어서 오시오. 동맹의 영웅들이여!”
“환대에 감사드리옵니다.”
그의 환대에 시에라 제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은 고개를 숙이며 예를 올렸다.
그들은 황실을 지키는 소울아머 유저들이었다.
전선에 여유가 없는 만큼 황실을 지키는 이들을 보내었던 것이다.
그들을 환영하는 별궁에는 몇몇 귀족만이 있을 뿐이었다.
보는 눈이 많아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대들을 맞이하는 자리가 협소한 것을 이해하시게.”
“아닙니다.”
그들의 주변으로 카버 왕국의 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들이 그대들의 길잡이가 될 것이오.”
기사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들을 본 소울아머 유저들이 그 실력을 가늠하는 듯 시선을 돌렸다.
그들의 실력이 나쁘지 않음을 인지한 소울아머 유저들이 웃으며 대답했다.
“든든합니다.”
그들의 화답에 웃으며 자리를 나섰다.
그렇게 카버 왕의 환영을 받으며 시에라 제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은 카버 왕국의 별궁에 비밀리에 짐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