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68
333화 복잡해지는 상황
북부전선에서 잡혀 온 마법사들을 상대로 한 심문 소식이 추가로 날아왔다. 그 소식을 전달받은 고진천의 미간이 절로 꿈틀거려졌다.
“용병마법사?”
“예.”
이번에 잡혀 온 이들은 용병마법사들이었다.
물론 그 수준은 용병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람이 있었다. 그냥 통신 마법 정도만 쓸 만한 이였다. 물론 전장에서는 그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일부 마법사들은 카버 왕국 소속으로 일을 하러 왔다고 실토를 했는데 그중 하나는 다른 소리를 한 것이다.
“카버 왕국이 아니라고?”
“예. 카버 왕국인 척하는 제국 중 하나인 듯하다는 말을 했다고 하옵니다.”
그 보고에 진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을 바라보았다. 연휘가람이 마찬가지로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진천의 눈길을 느꼈는지 휘가람이 어깨를 으쓱 하며 보고를 하던 마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거짓일 가능성은?”
“없습니다. 마법으로 진실의 유무를 확인했기 때문에…….”
“이거 참.”
마법을 의심하기에는 지난 세월 동안 리셀이 해 온 전과가 너무도 혁혁했다.
“엿들었다 이건데.”
“예.”
지금 내용이 복잡한 이유는 하나다.
용병으로 고용이 된 후 비밀리에 이동을 해 왔다. 그리고 계속 소속 단체를 숨기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 마치 몰래 들으라는 듯 카버 왕국의 특징과 몇몇 증거를 노출해 왔다는 것이다.
이번에 잡혀 온 마법사들에게 확인한바 다들 비슷한 대답을 하기는 했다. 이것만으로도 의도적인 정보 노출을 유도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다른 한 마법사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는 점이었다.
카버 왕국의 증거를 용병마법사에게 인지시켰느냐는 은밀한 대화를 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대화에서 본 제국이라는 말이 두어 번 흘러나왔다는 말도 말이다.
용병마법사는 자신이 뭔가 음모의 한 자락에 발을 걸친 듯하여 내용을 절대 잊지 않았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잡혀 왔을 때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불었고 말이다. 사실 잡아 온 상대가 가우리와 그 동맹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오히려 적극적이었다는 점도 있었다.
마치 기회를 잡기 위해서인 것처럼 말이다.
사실 아직 정식 마법사의 위치에 오르지도 못한 법사들에게는 가우리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하지만 마법사라는 전력이 그리 쉽게 국경을 넘나들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낮은 수준이라 해도 말이다.
그 덕에 북부 쪽에 위치한 곳에서 활동하는 마법사들은 대륙을 횡단할 엄두도 못 내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데 포로지만 잡혀 온 곳이 가우리와 그 동맹이다 보니 생각을 확실히 다잡은 것이다.
적극적으로 대하고 가능하면가 우리의 소속이 되고 싶다는 그런 마음 말이다.
본래라면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중첩자의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잡혀 온 이가 마법사인 만큼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법적인 심문을 통한다면 자신의 결백을 알릴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걸 적극적으로 알려 주다 보면 자신은 결코 가우리 제국과 다른 동맹들에 적대하려고 했던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었고, 그뿐 아니라 다른 용병들도 적극적인 자세로 대했다.
또 포로 중 어떤 마법사는 납치 후 반 강제적으로 계약을 맺었다는 이도 있었다.
역시 진실이고 말이다.
진천이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카버 왕국이 아닐 수도 있다라…….”
“처음 인질들은 분명 카버 왕국 소속이 맞았습니다.”
“그렇지.”
마법사의 보충 설명에 진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때문에 지금 로셀린 왕국 쪽에서는 카버 왕국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쉽지는 않았다.
카버 왕국과 로셀린 국경이 인접해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인접해 있다면 정보 수집이 수월할 것인데 말이다.
“뭐가 답일까?”
진천이 휘가람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그때까지 골몰히 생각에 빠져 있던 그가 진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연막작전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아닌 척한다?”
“예.”
“그럴 수도 있겠군.”
“물론 정말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초반에 잡혀 온 마법사들과 이번에 잡혀 온 마법사들과 태도가 많이 다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초반에 잡혀 온 마법사들은 꽤나 저항했다. 정신적인 장벽은 이번에 잡힌 마법사나 초반에 잡힌 마법사나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태도는 좀 달랐다.
물론 보고에 의하면 말이다.
초반 마법사들은 어떻게든 버티려 했고, 이번 마법사들은 어떻게든 아는 것을 풀어내려 했다.
그런데 그중 하나만이 카버 왕국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을 했고 말이다.
앞선 두 부류 포로의 공통점은 카버 왕국을 지목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부류의 포로 중 하나만이 아닐 수 있다고 증언을 했고 말이다.
이 하나의 증언이 모호했다.
“차라리 두 번째 놈들이 전부 비슷한 말을 했다면 쉽게 이해를 했겠지만 이건 뭐…….”
휘가람이 씁쓰레한 미소를 입에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머릴 쓴 것이라면 꽤 잘 썼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잘못 판단하면 안 되니까요.”
“쯧.”
진천이 혀를 찼다.
전력의 대부분이 이곳에 넘어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이엔 대륙의 기류는 심상치 않았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버 왕국이 되었든 어디가 되었든 뭔가 일이 터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문제는 그 대상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소울아머를 대륙에 푼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확실히 까다로울 수 있지.”
소울아머도 결국 하나의 도구다.
문제는 이곳의 소울아머 유저와 그쪽의 소울아머 유저는 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운용 자체는 이쪽이 더 잘하더라도 그쪽의 소울아머 유저는 실력에서 월등할 수 있다.
이건 기사들의 질적 차이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실제 각국의 검호들을 한데 모아 놓고 소울아머 유저와의 대련을 실시하는 중에 나온 결과도 비슷했다.
검호들 중 일부의 경우 소울아머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정된 시간이지만 초인이라 불려도 무방할 정도의 능력을 보여 줬던 것이다.
물론 진짜 초인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그조차 의미가 희박할 정도다. 오죽했으면 일부 검호들 중에는 오히려 소울아머를 탐내는 이가 있을 정도였겠는가.
게다가 이쪽도 저쪽 소울아머 유저의 숫자가 꽤 부담이 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감당할 만한 실력이었기에 별것 아니라 생각했었는데, 이놈의 제국은 전력을 얼마나 숨겨 놨는지 군단별로 한두 명 있다던 소울아머 유저가 동네 영지 기사들마냥 툭툭 튀어나오고 있었다.
남부 삼국이 예상했던 소울아머 유저의 숫자는 이제 휴지보다도 못한 정보가 되었다.
정작 털리고 나니 시에라 제국에서는 예상했던 전력 이상의 숫자가 튀어나오고, 남부 삼국은 털어 봐야 몇 더해지는 것이 전부였다.
이쯤 되니 부담이 안 갈 수 없었다.
거기에 프라임 론 아가드 공작에 대한 내용을 들어보면 또 복잡해진다.
소문이지만 그 역시 소울아머를 입든 안 입든 충분한 강자라는 용이었다.
그리고 그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고 말이다.
오죽했으면 하이급 소울아머를 만들어 낸 이유가 프라임 공작 때문일지 모른다는 말이 나돌겠는가.
떠나서 아직 대륙에서의 활용도는 이곳 이상이었다.
진짜 초인의 반열을 경험하게 해 주는 것.
그게 마치 유물처럼 포장되어 은밀히 뿌려지고 나서 각국의 움직임이 요상해졌다.
갑작스런 군비경쟁체제에 들어간 것이다.
초인자체로도 큰 힘이다. 그것을 보유한 국가의 입장에서는 그 큰 힘을 그냥 방치할 리가 없었다.
신성제국이 무너진 이후 각 제국들이 각자 후유증을 겪었다. 이쯤이면 그들도 분위기 전환을 꿈꿔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우리가 이쪽에서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두 제국이 다시 힘을 합칠 수 있었다.
이전처럼 말이다.
물론 이쪽도 이제는 만만치 않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는 것과 그들을 압도적인 힘으로 누를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그걸 가장 잘 아는 이가 바로 진천과 휘가람들이었다.
이전에 그들이 떠나오기 전에 가우리가 어떻게 무너졌는지 보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내적인 갈등도 크게 작용을 했지만 국가의 체력이 모자라다면 승리도 한때뿐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그 때문에 이 전쟁도 수행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지금은 친구도 필요했다.
든든한 혈맹 말이다.
로셀린이나 하이안 그리고 말린이 든든한 친구이기는 했다. 하지만 로셀린은 왕국이 멸망당했다가 다시 부활한 경우이기에 많은 부분이 아직 모자람이 있었다.
물론 신성제국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공격적인 영토확장을 하여 로셀린 역대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지게 되기는 했지만 반대로 넓은 영토를 지키기 위한 병력 구성이 아직도 진행 중이었다.
하이안 왕국 역시 마찬가지다.
그 지정학적 위치덕에 급방 부유한 국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매의 군단을 빼면 거의 본국의 병력이 없던 것이나 마찬가지로 시작했기에 그 전력이 아직은 미미했다.
말린 왕국의 경우 이전에도 탄탄했고, 승전 이후 지금도 마찬가지였지만 아직 그들은 연방제국이라는 거물이 숨 쉬고 있었다.
그런 상황이라 더욱 이 동맹이 탄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직도 위험요소가 다들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도 되었다.
가우리의 약점인 인구 역시 이제는 다들 알게 되었고 말이다.
물론 그 약점 이상으로 강점인 괴물들이 득시글거리기에 아무도 섣불리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소울아머가 쪼그라들었던 간댕이를 부풀려 주기에는 충분한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때 휘가람이 더 안 좋은 예상을 내뱉었다.
“그리고 이곳에 발을 드민 국가가 한 곳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 말입니다. 아! 이건 적들이 의도를 하고 흘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카버 왕국일 수도 있고, 그런 척하는 제국일 수도 있다. 또는 둘 다일 수 있다는 혼란도 가능합니다.”
“그렇지.”
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 되었든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전쟁을 빠르게 마무리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휘가람의 말에 진천이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언제는 시간이 우리 편인 적이 있었나?”
진천의 말에 휘가람이 마주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그렇군요.”
“그렇지.”
“다만 좀 더 여러 부분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할 듯합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아직 멀거니 서 있는 마법사에게 진천이 입을 열었다.
“일단은 그 마법사들을 본국으로 이송하고 난 뒤에 남은 정보라도 있는지 잘 확인하도록.”
“본국말입니까?”
포로들을 본국으로 이동시키라는 말에 마법사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진천이 별것 아니라는 듯 답했다.
“마법사잖나.”
“네?”
“포로고.”
“예에?”
알수 없는 말을 이은 진천이 입가를 끌어올리며 다시 말했다.
“그들도 원한다니 잘된 것 아닌가?”
“…….”
순간 마법사가 할 말을 잃었다. 진천이 웃으며 중얼거렸다.
“마법사는 많으면 좋지.”
마법사는 왠지 포로들이 불쌍해 보였다.
대우는 좋겠지만 아마도 그들은 꽤나 많이 빨리며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