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71
336화 경고장
“이번에 그놈들 만나면 머리통을 잘라 스승님 저택에 빙 둘러 놓아 드리지요.”
그리그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리그 형님도 저번에 만났다 했죠? 묵갑귀마대인가 뭔가 하는 놈들.”
“뭐 일부. 알고 보니 그것도 차이가 있더군. 비슷한데 일부만이 묵갑귀마대라 불리는 모양이야.”
그리그가 말하자 이븐이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어때요?”
“뭐가?”
“꽤 대단하다 들었는데.”
이븐 도어의 말에 그리그가 피식 웃었다.
그가 겪은 적과의 마지막 대화가 기억났다.
‘가우리 백성이어서 다행이라 했던 놈.’
이기고도 찝찝했다. 왠지 후련한 마음이 들지 않은 적이었다. 그 때문에 돌아와서 한동안 수련에 매달렸지 않은가.
프라임 공작이 상대했던 이가 어떤 이인 줄은 모르지만 비슷한 성향이었다면, 프라임 공작으로서도 아마 처음 보는 부류의 적이었을 것이다.
결코 시에라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 하지만 그리그는 속마음과는 달리 대답했다.
“데리고 놀 만했지. 재미있더라고. 크크크.”
그리그가 웃으며 대꾸하자 한쪽에서 듣고만 있던 앱소드가 입을 열었다.
“그들이라 해서 다 같은 실력일 거라 생각지 마라.”
“뭐야? 사형답지 않게 뭔…….”
피식 웃으며 반발하려던 그리그는 뒷말을 줄였다.
뒤늦게 프라임 공작의 상처가 생각이 난 것이다.
그 상처 역시 묵갑귀마대원이었던 노인이 낸 것이었다.
순간 프라임 공작과 눈이 마주친 그리그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죄송할 것 없다.”
“감사…….”
“네가 스승해라.”
“…….”
순간 그리그의 얼굴이 팍 일그러졌다.
프라임 공작이 히죽 웃고서는 앱소드의 어깨를 툭 치고 밖으로 나섰다. 그와 동시에 이븐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스승님 뭐 좀 물어볼 게 있는데 말입니다.”
“앱소드에게 묻거라.”
“스, 스승님!”
프라임 공작이 나가고 그 뒤를 이븐이 황급히 따라나서려 했지만 그의 앞을 가로막는 것이 있었다.
차가운 칼날.
“오랜만에 물 관리 좀 하자. 물이 종종 거꾸로 흐르는 것 같더군.”
“하, 하하하. 대사형 난 아무 말도 안했는데…….”
“예방차원이라 치지.”
순간 이븐은 세상 다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그리그를 억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젠장, 이 꼴 안 당하려면 실력을 올리던지 해야지.”
그리그의 투덜거림에 앱소드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러던지.”
“젠장! 셋째 사형! 왜 날 버리고 갔냐고!”
이븐이 은밀히 작전을 나간 프라임 공작의 세 번째 제자를 찾으며 울부짖었다.
그리고 그들 사형제 간의 뜨거운 우애를 증명하는 칼부림이 시작되었다.
* * *
프라임 공작의 세 번째 제자인 에디 프리디오는 새로 재편성된 노블기사단을 이끌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숫자는 오십 명.
한때 예비인원까지 삼백에 육박했던 노블기사단이었지만, 이제는 오십이 남았을 뿐이다. 일부 예비 인원이 있다지만 그들은 본대에 있었고 말이다.
전부 가우리와 엮여서 죽어 나간 것이다.
거기에 일부는 터그람 왕국 정벌 때 그리팔의 계책에 희생되었고 말이다.
시에라 제국의 소울아머 유저 전력의 배나 많은 숫자가 바로 노블기사단에 소속되어 있었던 것이 무색하게 되어 버렸다.
그만큼 마지막 한 수였던 노블 기사단은 명예를 회복하고자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놈들도 하면 우리도 한다.”
에디가 이를 악물었다.
얼마 전 에디 백작의 비보를 전해들은 그 역시 칼을 갈고 있었다.
가든 퍼시발 후작을 따르는 이였지만 꽤나 실력 있는 이였다.
사람도 호탕하고 해서 실력과는 무관하게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친해졌던 이였다.
그런 이의 비보에 에디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해서 이 작전에 그가 지원을 했던 것이다.
이건 대군끼리 맞붙기 전에 던지는 하나의 경고다.
그들이 실력자들을 단체로 운용하며 시에라 제국을 농락한 것에 대한 답이기도 했다.
“베프 리온이라.”
그들이 노리는 이는 바로 베프 리온 후작이었다.
친 카말 성향의 필리어리 왕국의 충신 중 하나이자 소울아머 유저로서도 명성이 자자한 이.
지금의 동맹이 결성되는 데 있어 꽤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다.
원래는 백작이었지만 지난 왕성에서의 반란사건 이후 후작이 되었던 이다.
바사 론 카말 왕과도 사석에서는 전우라 불릴 정도의 친분을 가진 이였기에 경고로는 충분했다.
그가 지금 추가 병력을 이끌고 북상 중에 있었던 것이다.
“웃기게 됐군.”
에디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이곳은 다름 아닌 시에라 제국의 땅이었다.
그럼에도 시에라 제국의 병력이 소수의 인원으로 흔적을 줄여가며 이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초반의 황제의 견제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에야 엡소드와 그가 황성의 쥐새끼들을 모두 처리했기에 조용했지만 말이다.
늦은 시간.
이만여 병력이 주둔을 시작했다. 실제 병력은 만여 명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보급을 위한 짐꾼들이었다.
리셀과 가우리의 마법사들 덕에 많은 부분의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보급대가 아예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었다.
비교적 순위에서 떨어지는 것들은 이렇게 추가 병력이 파견될 때마다 보내기도 했었다.
지금의 병력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짐꾼의 존재도 중요했다.
실제 전투를 끝마치고 돌아온 병사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부분에서는 필리어리 왕국의 병참이 나쁘지는 않았다.
가우리처럼 각자가 알아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은 기동전이 많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필리어리 왕국은 달랐다.
그동안 쌓아 왔던 재력으로 남부 삼국 중에서도 무장이 가장 출실한 국가가 바로 필리어리 왕국이었다.
거기에 병사들에 대한 처우도 좋았다.
이런 적극적이고 아끼지 않는 병참으로 병사들의 사기를 최대한도로 끌어올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 바로 필리어리 왕국이었다.
거기에 짐꾼들이라는 이들도 기초적인 훈련을 받는다.
적들이 짐꾼이라 해서 놔두지는 않기 때문이었다.
따지고 보면 짐꾼들은 상비군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절반은 퇴역병사.
절반은 병사가 될 젊은 남성들이다.
퇴역병사들은 젊은 병사들에게 그들의 경험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전력화를 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이었다. 이들을 이끌고 있는 베프리온 후작이 참모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정찰 결과는?”
“아직까지는 조용합니다.”
“음.”
이런 소소한 병력을 이끌기에 베프리온 후작의 지위가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들 역시 필리어리 왕국의 새로운 전력이었다. 이들을 잘 훈련시키면 향후에 필리어리 왕국이 북상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충분히 가능하다.’
가우리의 강함은 충분히 느꼈다.
시에라 제국이 강하다 하지만 가우리와 함께라면 충분히 맞대결도 가능하다 생각했다.
특히 가우리의 강자들과 직접 손을 섞어본 그의 생각은 흔들림이 없었다.
거기에 북부의 투먼제국도 남하를 시작했다. 절호의 기회이자 최후의 기회라 생각했다.
이 기회를 살려 시에라 제국의 대군에 일격을 가한다면 기회가 생긴다.
카말 왕국은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쥐어짜서 임했다. 물론 필리어리 왕국도 비슷하지만, 그래도 여력이 남달랐다.
밀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살릴 수 있는 전력을 지금 필리어리 왕국은 계속 보태는 중이었다.
어차피 이 전쟁에서 지면 끝이다.
그 때문에 필리어리 역시 모든 창고를 개방하여 모든 장정들을 전장으로 끌어내고 있었다.
작은 경험이라도 반복하면 그게 정예병으로 가는 지름길이기에.
그래서 계속해서 병력의 수령을 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마법사 하나가 달려왔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라는 말에 베프 후작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슨 문제요.”
이 주변의 정찰은 마법사들이 주기적으로 하고 있었다.
최소한 이틀거리까지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정찰조 중 하나가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정기 연락이 와야 하는데…….”
“으음.”
그 말에 베프 후작이 미간을 찌푸렸다.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것은 뭔가 일이 생겼다는 것과 같다.
거기에 마법사다.
“적 정찰세력과의 조우인가.”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 조심해야 할 듯합니다.”
여기까지다.
마법사는 지휘관이 아니었다.
“일단 경계를 올려야겠군. 알겠소. 새로운 소식이 들리면 알려 주시오.”
아무것도 아니면 가장 좋은 결과였지만 그게 아닐 가능성이 컸다.
살짝 긴장으로 물들었다.
그때 참모가 그에게 입을 열어 왔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지 않습니까? 이 병력을 칠 만한 숫자의 적이라면 이미 대번에 보고가 왔을 겁니다.”
참모의 말에 베프 후작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만약. 소수라면?”
“예? 그야 정찰 병력 간의 조우는 이전에도 있어왔던…….”
“마법사의 연락이 아예 두절될 정도로? 적에게 마법사가 없었을 때면 몰라도 그 존재를 안 뒤에는 더 조심히 정찰을 다니는데?”
베프 후작의 말에 참모의 얼굴 역시 굳어졌다.
“소울아머…….”
소울아머란 말에 참모의 얼굴위로 놀람이 스쳤다.
“설마요! 소울아머 유저라 해도 여기 있는 병력이 이만입니다. 절반은 빼도 일만입니다. 거기에 소울아머 유저도 둘이잖습니까.”
“요즘 소울아머 둘이 든든해 보이던가? 백오십이 다일 거라던 시에라 제국의 소울아머 유저가 정작 몇이던가.”
베프 후작의 말에 참모들의 얼굴 위로 당황함이 스쳤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가우리.”
가우리란 말에 당황하던 얼굴표정들이 금세 딱딱하게 굳어졌다. 소수의 정예로 시에라 제국을 농락하던 그 모습.
“설마 그렇게까지…….”
“빌어먹을!”
순간 베프 후작이 롱소드를 뽑아들고 막사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비명과 같은 외침들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습격이다!”
“적이다!”
“소, 소울아머 유저다!”
이미 기세를 느끼고 밖으로 나온 베프 후작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때 그를 향해 전령 하나가 달려왔다.
“보급을 노리고 적이 습격을 해 왔습니다!”
“숫자는?”
“약 오십 정도인데 다섯 명의 소울아머 유저가 길을 뚫고 있습니다!”
그 말에 베프 후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섯 명.
그 홀로 대적하기에는 버거운 감이 있었다. 하지만 소식을 듣고 달려온 필리어리 왕국의 또 다른 소울아머 유저가 있었다.
“보리스 자작.”
“함께 가시지요. 기사단과 함께라면 다섯은 오히려 남는 장사 아니겠습니까?”
그의 말에 베프 후작이 든든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에 올랐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마법사 다섯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
소울아머 유저의 최대 적은 바로 운용시간이었다.
“아마 놈들은 이곳에 후작님과 제가 있는 것을 몰랐을 것입니다.”
후작급의 인물이 이끌 만한 병력 숫자는 아니었다. 그러니 아마 저렇게 대담하게 달려들었을 것이 뻔했다.
베프 후작과 보리스 벨 자작은 적들을 향해 빠르게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