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78
343화 춘추전국시대?
데얀 영지의 왕국 선포.
이제는 놀랄 일도 아니었다. 이유는 테이어 왕국과 같았다.
그 만족스러운 결과에 후버 테이어 왕은 웃을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둘?”
선물로 보낸 머리는 하나였다.
그런데 둘이 죽었다고 한다.
“예. 그 옆 영지 역시…….”
순간 후버 왕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혹시, 가르히가?”
“남부 쪽에서 손을 썼다고 판단이 됩니다.”
이본 필립 공작의 대답에 후버 왕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이거 참.”
뭔가 상황이 뒤죽박죽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에게도 기회가 온 것이다.
미래가 결정된 이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슬슬 끈을 만들어 두어야 하긴 하는데.”
후버 왕이 곰곰이 생각했다.
사실 테이어 영지가 왕국을 선포할 수 있었던 것은 지금 상황 덕분이었다.
아무리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해서 함부로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었다.
허나 그는 지금이라면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거기에 확신을 가진 것은 주변 영지의 영주들을 암살했던 사건이었다.
당시에는 결정을 내리기가 힘든 것이 혼란을 유도하기만 하고 버리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었다.
그러나 북부가 참전하고 일루이먼 부흥군이 어느 정도 선방하며 살아남자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생각이 있다면 먼저 연락이 오지 않겠습니까?”
“흐으음.”
문제는 황실의 태도다.
빨리 황실에서 들이 받아줘야 노선을 바꾸기가 쉽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며 남부 연합군과의 전투 이후를 기다린다면 그때는 이 선택이 자멸로 향하는 길이 될 수도 있었다.
남부 연합군이 허무하게 깨지게 되면 그 다음은 분노한 황실의 대군을 맞닥트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먼저 사신을 보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먼저?”
“어차피 길은 하나입니다. 난세에 중립은 없는 법 아니겠습니까?”
“으음.”
데얀 영지의 왕국 선포에 이어 남은 것은 하나의 대영주다.
물론 다른 한 명의 대영주도 있지만 그가 용기를 낼지는 사실 아직 미지수다.
“젠장 갈가리 찢어 놔서 더 힘이 드는군.”
각 대영주들이 힘을 합치기도 어려운 위치들이었기에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단.”
후버 왕이 입을 열었다.
“데얀 왕국에 사절을 보내야 하지 않겠나?”
“은밀히 말입니까?”
“아니. 당연히 시에라 제국에 협조 요청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타국의 땅을 밟아야 하니 말이야.”
후버 왕이 미소를 지었다.
젊은 황제의 참을성을 시험해 보겠다는 듯 말이다.
* * *
고진천이 어이없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죽어 있어?”
“예.”
“그래서?”
“그냥 옆동네 가서 아쉬운 대로 따고 왔지요.”
계웅삼의 대답에 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후버 왕국이란 곳에서 한 것처럼 이쪽에서도 다른 대영주를 자극하기 위해 웅삼과 검수들을 보냈었다.
물론 웅삼은 격렬하게 저항했다. 자신이 그럴 위치냐고 말이다.
그래서 진천이 친히 그의 안위를 위해 보급으로 자리를 배치해 주었더니 그날 떠나서 일을 마치고 온 것이었다.
그런데 벌써 목표로 했던 곳에 다녀간 이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들이 이번에 제대로 마음먹은 듯합니다.”
쉬람 마잘 공작이 웃으며 대꾸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린다는 마음이었다. 그때 한 귀족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쯤에 손을 내밀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쉬람 공작이 고개를 저었다.
“손은 아쉬운 쪽이 내미는 법 아닌가. 내밀어 잡는 손보다는 내민 손을 잡는 쪽이 유리한 법이니까.”
쉬람 공작의 말에 바사 론 카말 왕이 투덜거렸다.
“뭔 외교를 그딴 식으로 좀생이처럼…….”
“전하께서는 그냥 전쟁에 힘쓰시지요.”
쉬람 공작의 말에 바사 왕이 그를 향해 눈알을 부라렸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연휘가람의 말에 바사 왕의 눈이 축 쳐졌다.
칼 쓰는 일이 별로 없다 보니 점점 이런 회의석상에서 힘이 빠질 때가 많았다.
그러자 쉬람 공작이 은근한 목소리로 바사 왕에게 말했다.
“제가 칼 휘두를 일이 없으니 이것만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전문직이잖습니까.”
나름 위로의 말에 바사 왕이 조금 풀어진 표정을 지었다. 그때 밖에서 전령이 달려 들어왔다.
“뭔가?”
진천의 물음에 전령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적의 본대가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말과 함께 지휘막사에는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군.”
이미 시에라와 남부 연합군은 서로를 지척에 두고 있었다.
적을 앞에 두고 최종적인 점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에라 제국도 수성 따위는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고, 이쪽도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제국 내부에는 대규모 병력이 수성을 할 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더는 끌 시간도 없었고, 슬슬 이쪽도 무리가 전해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카말 왕국이나 필리어리 왕국이 좀 더 국력이 좋았다면 모를까 이제는 한계다.
물론 필리어리 왕국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부분이 있어 더 많은 전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시에라 제국이 난잡하게 전쟁을 이끌어 가면 불리한 것은 이쪽이었다.
거의 집을 비워 놓고 나온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실제 터그람 왕국에 남아 있는 시에라 제국의 잔존병력도 십오만에 달했다.
아직은 각 영지를 최종 병탄을 하고 있어 나서지는 않지만 그들이 자리 잡는 순간 카말 왕국이던 필리어리 왕국이던 위험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물론 국경 방어를 이전 터그람 왕국의 세력이 맡고는 있지만 이미 한번 도주한 그들을 언제까지 믿을 수는 없었다.
“뭐 더 시간 끌 필요도 없지.”
진천이 피식 웃었다.
그러자 다른 무장들 역시 마찬가지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보다 불리한 전쟁도 많았다.
그들은 항상 모든 것을 걸고 살아왔다.
동료의 죽음도 뒤로하고 진격해왔다. 더한 복수를 가슴에 품고 말이다.
그게 가우리였다.
“우리도 마중을 가야겠지.”
진천이 입을 열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서 그를 향해 군례를 올렸다.
마치 명을 기다리는 이들과 같았다.
그 모습에 바사 왕은 물론이고 남부 동맹군 인물들도 얼결에 일어서 각자의 형식대로 군례를 올렸다.
지금 이곳의 총사령관은 바로 진천 그였다.
“전 병력. 이동한다.”
“충!”
지휘 막사에 사기 높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드디어, 일전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었다.
* * *
“이런 미친 작자들을 봤나!”
리베란 루 비에라 황제가 노성을 터트렸다.
그는 서신을 손에 쥐고 부르르 떨고 있었다.
사신단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식을 담은 서신이었다.
그것도 테이어 왕국이라 자칭한 이들이 데얀 왕국을 자칭한 이들을 향해 말이다.
이미 이 서신을 받을 때 즈음에는 몇 개의 영지를 지나치고 있다는 서신도 왔었다.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묻는 서신이었다.
“폐하. 아직은 참으셔야 하옵니다.”
쏜튼 폴리어 후작이 약간 다급한 목소리로 청했다.
“참으라 하는가! 내 대에서 이런 모욕을 받았음에도 참으라 하는가!”
“그들이 바라는 바는 하나이옵니다! 폐하께서 분노하시는 상황 말이옵니다!”
쏜튼 후작이 목소리에 힘을 실어 외쳤다.
하지만 역사에 남을 치욕을 당하고 있는 리베란 황제는 그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없었다.
“그대는 나를 바보로 아는가! 어차피 반란이다! 반란! 명분 따위 자신들의 안위가 걸려 있다면 언제든 차 버릴 것을 모르는가!”
“하, 하오나!”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도 지금은 자극을 하는 것은 그 시기를 앞당기는 것밖에 안 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프라임 공작의 대군이 적을 지척에 두고 있다. 어차피 반란군이 병력을 일으킨다 해도 남부의 버러지들과 합류할 시간이 되리라 생각하는가!”
“하지만 마법이 있사옵니다!”
“그놈의 마법! 마법! 우리도 지원을 요청하면 되지 않은가! 황도 주변의 모든 백성들에게 명하라! 칼을 들라 하라!”
리베란 황제의 외침에 쏜튼 후작의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총동원령.
왕국 당시 정복 군주였던 쏘렌 루 비에라 왕 이후 없었던 총동원령이었다.
당시 거침없이 정복전쟁을 전개하던 그때 이후로 없었던 총동원령 말이다.
그때 주변 4개국을 멸망시키기는 했으나 그의 사후 당시 시에라 왕국에게 어마어마한 위기가 왔었다.
피폐해진 경제 상황 때문에 오히려 주변의 4개국을 정복하고도 무너질 위기를 맞았던 것이다.
그때 분전한 것이 지금 반란을 일으켰던 이들이었다.
12공신가.
그들을 방패 삼아 하나씩 주변을 무너트리지 않았는가.
물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다만 황도의 상황은 나빴다.
물자의 이동이 혼란해진 지금 병력을 일으킨다 해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심지어 왕국을 선포한 두 공신가 너머의 영지에서 오는 물자의 수송마저 막힐 가능성이 컸다.
“폐하! 그것만큼은…….”
“그대는 내 명을 어길 셈인가! 그대의 주군이 누군가! 프라임인가!”
“그…….”
리베란 황제가 분노를 토해 내었다. 그동안 내제되어 있던 열등감이 솟구친 것이다.
쏜튼 후작은 고개를 떨구며 입을 열었다.
“지고하신 대 시에라 제국의 리베란 루 비에라 황제이시옵니다.”
“그렇다면 내 명을 받들라. 시에라 제국 전 영토의 백성들은 칼을 들라고 말이다! 하여 저 무도한 반란군들을 토벌하라 명하라!”
황제의 명에 쏜튼 후작은 고개 숙여 답했다.
“황제폐하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어쩔 수 없었다.
이미 황제의 분노는 하늘에 닿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또한 나쁘지 않다 생각했다.
이렇게라도 한다면 왕국을 선포하려고 눈치를 보는 남은 대영주들이 위축될 수 있었다.
그들은 지금 두 영지에 비해 담이 작은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시나마 그들의 행동반경을 위축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단.
잘만 흘러간다면 말이다.
‘그저 주군께서 최대한 빨리 전투를 마무리하시기를 바라야겠구나.’
쏜튼 후작은 대전을 나오면서 한숨을 내뱉었다.
* * *
트렌든은 자신의 무기를 정비하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리셀이 혀를 찼다.
“참, 배우는 건 잘하는 것 같은데 왜 그게 안 나가는지…….”
“그렌파. 돈 워리. 언젠간 되겠지. 그런데 정말 손바닥에서 빔을 쏠 수는 없는 거야?”
“쏘는 순간 네 녀석이 뒤로 날아갈 수 있다. 비행 마법도 조루인 녀석이.”
“노노! 배터리만 갈아 끼면 에너자이저라니까?”
“떨어지는 동안에 말이더냐?”
리셀의 말에 트렌든이 입맛을 다셨다.
그의 마법갑주는 여전히 마나석 잡아먹는 괴물이었다.
특히 스스로 비행 마법을 시전하기 힘든 탓에 마나석으로 도배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성과도 있었다.
트렌든이 사용하고 있는 마법갑주는 기존 보조적인 형태가 아닌 병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것은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효율의 극악함이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트렌든이 눈을 빛냈다.
“그랜파.”
“응?”
“내가 좋은 생각이 있어.”
순간 리셀은 두려워졌다.
그가 입만 열면 마나석이 쏟아져들어 갔기 때문이었다.
그런 리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이 난 트렌든이 입을 열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