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80
345화 각자의 꿍꿍이
잠시나마 쏜튼 후작에게 마음을 써 줬던 프라임 공작이 참모를 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나저나 적의 숫자가 얼마나 되지?”
“아직까지는 사십오만 정도입니다.”
그동안 병력이 늘었다는 정보는 있었지만 숫자는 사십오만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흐음.”
프라임 공작이 미간을 꿈틀거렸다.
이쪽이 구십만이나 되는데도 병력을 약간씩 분산시키는 적들의 행동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프라임 공작의 심기를 읽었는지 한쪽에 있던 참모들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적들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마법을 이용해 보급을 하기는 하지만 후방을 걱정해야 하니까요.”
“그건 그렇지.”
늘었던 병력이 다시 줄었던 이유는 하나다.
후방에서의 위협을 막기 위해 일부를 분산시킨 것이다.
적들이 밀고 올라왔다 해도 이곳은 시에라 제국 내이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번 합류되는 인원으로 인해 숫자는 늘 것 같습니다.”
“롬 영지?”
“예. 첩보에 의하면 약 십만 가량이 추가 되는 모양입니다. 물론 보급을 포함한 숫자이기는 합니다.”
“쯧.”
다시금 젊은 황제의 얼굴이 떠오른 프라임 공작이 혀를 찼다.
“더는 시간을 끌기 어렵습니다. 적들도 병력이 더 충원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 왕국이랍시고 깃발을 내건 놈들이 둘이나 되니까.”
그들 영지는 이곳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기에 롬 왕국처럼 많은 숫자를 동원해서 올 수는 없을 것이다.
롬 왕국은 영지가 인근이기에 아예 그렇게 모든 것을 건 것일 것이다.
만에 하나 이쪽에서 일이십만이라도 보내면 타격이 클 테니까 말이다.
“아마 대충 중요한 놈들은 다 몰려와 있겠군. 땅이야 언제든 되찾으면 된다 생각할 테니까.”
“그럴 공산이 큽니다.”
“황실에서도 제촉을 하고 있습니다.”
“쯧. 조바심은. 그냥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란 걸 모르 나?”
“정예병을 만들어 다음 위업을 달성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상황이 아무래도 폐하의 위명에 누가 되니…….”
“위명은 무슨.”
나름 돌려서 말하는 참모의 말에 프라임 공작이 혀를 찼다.
황제쯤 되면 현 시대의 평가뿐 아니라 사후의 평가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초장부터 똥을 질러 놨으니 현 젊은 황제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쯧, 얼마가 죽어도 충원될 수 있으니 빨리 후딱 전쟁해라 이거 아닌가?”
“그야…….”
제국의 백성들에게 내린 총동원령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었다.
물론 힘을 모아 한 번에 정복전쟁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숫자만 많은 쭉정이로 뭘 한다고.”
프라임 공작이 대놓고 비판을 했다. 물론 이곳에서 그를 욕할 사람은 없다.
거기에 다 프라임 공작의 사람들이기에 새나갈 이유도 없다. 또 새어나간다 해도 상관없었다.
이미 제자들을 시켜 황도 주변에 칼을 댄 이상 몸을 사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상황도 한몫했다.
나름 제국의 땅이 적들의 발에 밟힌 상황이다.
위기라면 위기다.
프라임 공작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또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그 위기를 막으려 하지도 않았다.
한 번쯤 황제에게 자신의 위치를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병력이 백만이라 한들 훈련이 부족하면 따로 노는 법이거늘.”
프라임 공작이 혀를 찼다.
가장 큰 문제는 병력의 태반이 경험이 모자라는 신병들이라는 것이다.
정예라 부를 만한 병력이 초반에 너무 갈려 나간 탓이 컸다.
물론 제국의 땅은 넓고도 넓다. 그리고 그 넓은 땅만큼이나 인구도 많다.
태반이 신병이라 하지만 그래도 절반 가까이는 정예라 부를 수 있는 병력이었다.
물론 개중에 나이가 좀 찬 병사들이 많기는 했다.
그들은 바로 퇴역한 병사들이었다.
퇴역한 병사들은 퇴역 이후 십여 년간 제국의 부름을 받게 되어 있었다.
이 역시 제국의 독특한 부분 중 하나였다.
정예병을 어느 정도 활용하다가 순차적으로 퇴역시키면서 그 숫자만큼의 젊은 병사를 투입시킨다.
그런 식으로 정예병의 숫자를 안정적으로 늘려 가는 것이다.
그리고 퇴역병은 향후 십 년이라는 기간을 정해 두어 제국이 필요로 할 때 소환할 수 있다.
인적자원이 풍족하기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이고, 같은 유지비를 들이면서도 경험 있는 병력을 계속해서 늘려 갈 수 있는 묘수기도 했다.
물론 지금 소환된 병력은 그 십 년 차가 지나기 전의 병력이 좀 많았다.
지난 내전이라든지 남부 정벌에서의 실패로 인한 결과 등으로 인해 꽤 많은 병력이 소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문제는 없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제국이 주변의 왕국을 칠 때 동원한 병력이 최대 이십만이었다.
적당히 십오만에서 이십만이면 공략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의 경우 그 숫자로는 턱이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대규모 기동에 문제가 종종 발견되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프라임 공작은 이 병력을 이끌고 움직이면서 시간을 끌었다.
그렇게 해서 황제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만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이 병력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북부 및 새로운 대륙의 정벌에 첨병으로 활용하려는 큰 그림이 더 컸었다.
그러나 상황이 점점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자 프라임 공작으로서도 이제는 칼을 뽑아야 했다.
물론 그 이외에 다른 준비도 있었다.
“마법사들은?”
프라임 공작의 질문에 참모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준비는 마쳤지만 지속적으로 연습을 이어가고 있사옵니다.”
참모의 보고에 지켜보고 있던 프라임 공작의 제자인 엡소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꼭 이럴 필요가 있습니까?”
“이건 대결이 아닌 전쟁이니까.”
프라임 공작의 짤막한 답변에 엡소드가 입을 다물었다.
프라임 공작의 말에 반박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였다.
밖에서 노 술법사가 달려 들어오며 환호에 찬 음성을 내뱉었다.
“실험이 성공했사옵니다!”
“호오?”
“그게 된다고?”
프라임 공작이 살짝 탄성을 흘렸고 엡소드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몇 가지 문제는 있지만, 실험에는 성공했사옵니다!”
노 술법사의 대답에 프라임 공작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들이 시간을 끌었던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인간병기를 제대로 써 먹을 수 있겠군.”
“그러하옵니다!”
프라임 공작의 말에 술법사가 환한 얼굴로 답했다.
바로 인간병기의 또 다른 활용이었다. 그로 인한 실험이 필요했었던 것이다.
“마법사들도 문제없고 우리쪽도 실험이 성공했으니 빨리 보고 싶군.”
프라임 공작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 * *
우우웅!
마법이 걷히자 그 주변을 둘러 싸고 있던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이 창백한 안색으로 헐떡대었다.
연일 맹훈련으로 인해 체력은 물론이고 정신력마저 고갈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허억! 헉!”
“훅! 훅! 훅!”
“시, 심장 터지겠네.”
카버 왕국 마법전단원들은 저마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개중에는 아예 벌러덩 드러누운 자들도 있을 정도였다.
“하악! 학! 이, 이 정도면 완벽하지 않습니까?”
한 중년 마법사가 제법 밝은 얼굴로 입을 열자 그들을 지휘하던 장년의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충분하지. 이 정도면 말이야.”
장년의 마법사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은 시에라 제국의 단순한 질문 덕이었다.
그 단순한 질문에 다들 달라붙어서 이렇게 진을 빼고 있었던 것이다.
“마법 전력이 부족한 부분은 어차피 술법사들을 동원하니 별 문제는 없을 거니 우리는 이것에만 집중한다.”
장년의 마법사가 한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술법사가 일만이라니. 말 다 했지 뭐.”
마법사가 전투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앞서 나갔다. 그러나 이번에 동원된 술법사의 숫자에 질려 버렸다.
일만.
일개 병사가 아니라 술법사가 일만이었다.
질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숫자를 보고 질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시에라 제국이 이 정도를 동원했다면 다른 왕국도 이 정도는 아니어도 꽤 많이 동원되었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다.
시에라 제국이니까 가능한 숫자였던 것이다.
적들의 진영에는 천여 명 남짓한 숫자가 모여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 숫자도 엄청나다 싶었지만 일만에 비하면 새 발의 피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알고 보니 남부정벌이 실패하자마자 전역에서 술법사부터 끌어 모았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터그람 왕국이 술법전단을 시험 운용할 때 그들도 효용 가치를 깨닳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빠른 구성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운용 방식은 초보나 다름없지만, 숫자에서 압도적이니 밀릴 리는 없습니다.”
한쪽에 있던 젊은 마법사가 확신을 담아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젊은 마법사도 동조하며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이번 전쟁 가우리가 질 수도 있습니다.”
마법사들은 어느 정도 확신을 담아 가우리의 패배를 언급했다.
하지만 장년의 마법사는 섣불리 패배를 입에 달지는 않았다.
아니, 그뿐 아니라 절반가량의 마법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밀리오르 황제가 친정을 나섰던 마지막 대회전을 겪었던 이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상상도 못 했던 패배를 안겨 주었던 곳.
장년의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최소한 큰 타격은 확실하겠지. 그들이 인간이라면.”
그제야 나머지 마법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리셀은? 그러고 보니 트렌든도 보이지 않는군.”
고진천은 요 며칠째 리셀과 트렌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질문을 던졌다.
“마법전단 막사에서 며칠째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연휘가람의 대답에 진천이 미간을 찌푸렸다.
“리셀은 그렇다 치고. 트렌든은 왜?”
그의 질문에 휘가람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사이좋은 조손간 아닙니까.”
“흠.”
휘가람의 말에 진천이 뭔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 빼앗긴 느낌이 커서 그런 듯했다.
그런 진천의 심기를 느꼈는지 휘가람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차피 우리 쪽도 뭔가 하나쯤은 준비해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는 우리가 베일에 싸인 상대가 아니니까요. 게다가 아직 숫자로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불리합니다.”
휘가람의 말에 진천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쪽 병력이 몇이지?”
진천의 질문에 휘가람이 답했다.
“육십만이 좀 넘습니다.”
“육십만이라…….”
“이 정도만 해도 많이 모은 겁니다. 달랑 이삼십만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정보 차단은 확실하겠지?”
“울절의 마법을 믿어야겠지요.”
리셀의 마법으로 숫자를 최대한 줄여 보였다.
후방의 안위를 확보하는 것처럼 병사를 분산시키는 척하면서 환상 마법으로 병력을 숨겼다.
물론 마법적인 노출이 있을 수 있기에 외곽이 아닌 중앙 부분의 숫자를 속였던 것이다.
적들은 최소한 이쪽 병력이 사십에서 오십만 정도로 알 것이다.
일이십만이라는 숫자가 갑자기 튀어나온다면 적들의 표정이 볼 만할 것이다.
“좋아. 깔끔하게 밀고 돌아가자고. 뒤가 뒤숭숭한 것도 좋지 않으니.”
진천의 말에 휘가람이 웃으며 답했다.
“그래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