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87
352화 격돌의 시작
다가온 마법사는 탐문해 온 내용에 대하여 간략하게 언급했다.
“크하하하!”
프라임 공작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웃기는구나! 복수? 복수를 하겠다고?”
그야말로 신선하다는 듯 프라임 공작은 웃음을 지우지 못하고 연신 얼굴을 씰룩거렸다.
그러나 단순한 즐거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얼마나 우습게 보였는지 알겠군.”
프라임 공작이 미소를 입가에 띠운 채 서늘한 눈빛으로 남부 연합군 진영을 바라보았다.
“복수도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
프라임 공작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그에 맞는 답변을 해 주어야겠지? 개죽음이 무엇인지 말이야.”
“예!”
“명만 내리십시오!”
프라임 공작의 말에 다들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때 마법사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가우리에 가려져 있으나 말론 왕국은 연방제국의 남침을 지속적으로 막아 낸 저력이 있는 국가이옵니다. 전사의 나라라는 칭호까지도 있사옵니다.”
“원래 미치도록 두들겨 맞다 보면 얼추 잘 싸우는 놈들만 남게 되어 있지. 그쯤 되면 개나 소나 전사 운운하는 법. 그걸 깡그리 없애 버리지 못한 놈들이 바보인 거고 말이야.”
순식간에 연방제국이 바보취급을 당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때는 삼대 제국이 서로의 힘의 균형을 이루고 견제를 하던 시기였다.
그렇기에 말론 왕국이 살아남을 수 있기도 했다.
마법사는 고개를 숙였다.
더는 자신이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과한 걱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소울아머를 터부시하는 저들의 분위기상 그리 큰 걱정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를 했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잘되었군. 솜씨 좋은 용병들 실력을 이참에 봐야지 않는가?”
프라임 공작이 웃으며 한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카버 왕국의 지휘관이 서 있었다.
“맡겨만 주십시오.”
“공작 각하! 선봉은 제가…….”
“이번엔 참는 걸로 하게.”
시에라 제국의 귀족이 프라임 공작의 한마디에 아쉬운 표정으로 허리를 숙였다.
이어 프라임 공작은 카버 왕국의 지휘관에게 말을 이었다.
“용병들 실력 좀 보지.”
“예!”
카버 왕국의 지휘관은 서둘러 뒤로 빠졌다.
그 모습을 본 프라임 공작의 셋째 제자인 에디 프리디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만일에 대비하시려는 것이옵니까?”
“독 오른 뱀 새끼를 굳이 먼저 건들 필요도 없고. 그리고 실력이 있다 해도 용병이니까. 오히려 선봉에 어울리는 법이다.”
처음에 한 말과는 약간 달랐다.
하지만 냉정하면서도 적당히 현실적인 결정인 것이다.
“하긴 좀 놀랐습니다. 일개 용병들이 소울아머를 착용할 수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에 말입니다.”
“쯧, 효율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지. 전쟁이 끝나면 소울아머 유저에 대한 것도 다시 생각을 해야겠어.”
“죄송합니다.”
프라임 공작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 말을 뱉자 에디가 고개를 숙였다.
그가 탓하는 범주에는 그들이 키워낸 노블기사단에 대한 질책도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토록 허약해졌다니. 이건 뭐 힘만 센 멍청이들만 만들어 낸 것이나 마찬가지잖아.”
평소에도 프라임 공작이 누누이 지적했던 내용이었다.
소울아머를 입으면 다 끝나는 줄 아는 멍청이가 많다는 말.
“적이지만 그 덕에 한계를 명확히 알았으니 앞으로 좀 달라져야 할 게야.”
프라임 공작이 다시 적진을 향해 시선을 두고 중얼거렸다.
상식이 깨졌다.
소울아머가 무적의 대명사였던 그 상식이 말이다.
날개 끝에 자리 잡고 있었던 병력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약간의 무질서함이 눈에 거슬렸으나 그 또한 상관없었다. 어차피 소모품이었다.
비록 그들에게 입힌 소울아머나 로우급 소울아머가 제법 비싼 것들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제국에서는 이미 폐기하려던 구형들이었다.
물론 그래도 소울아머였지만 말이다.
“자자, 저쪽 대륙 놈들끼리 드잡이질 하는 걸 구경하자고.”
프라임 공작이 피식 웃으며 전장으로 시선을 옮겼다.
용병들은 살짝 흥분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예전 용병왕 휘하의 용병들이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지만 상당수가 그랬다.
그의 죽음 이후 뿔뿔이 흩어져서 일부는 신생 독립국의 기사가 되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태생이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던 이들은 그대로 용병으로 남았다.
그러던 중 카버 왕국에서 달콤한 제의를 해 왔던 것이다.
고대의 유물.
듣는 귀가 있어 초인의 힘을 내게 해 준다는 고대의 유물에 대해서는 그들도 들어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눈을 가리고 이곳에 와서야 알았다.
그것은 고대의 유물 따위가 아니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 전쟁에 참여하는 댓가로 받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이곳도 나쁘지 않은데?”
“그러게.”
“기왕이면 이기는 전쟁을 하는 게 좋지.”
처음 와서 이들의 군세를 보고 다들 놀랐다.
백만이라는 숫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또 한 가지.
자신들의 실력이 그리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좋았다. 대우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상대의 이름을 듣고서는 한 번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가우리.
일부는 그 전투에 직접참여하지 않았던 이들이었지만 극소수는 참여했었던 이들이었다.
그래서 불안감에 고개를 젓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소울아머에 적응하며 점차 다시 자신감에 차올랐다.
심지어 가우리 무장들은 소울아머를 터부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히려 할 만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게 된 것이다.
“말론 왕국이라. 재미있겠어.”
“켄 공작이 죽었다니. 초인도 죽기는 하는군.”
신기하다는 듯 말을 뱉은 용병에게 동료 하나가 핀잔을 주었다.
“초인 죽어나간 걸 못 봤나?”
“아, 그랬지.”
생각해 보니 제국전쟁 때 상상도 못할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기는 했다.
십대초인이라 불리던 이들이 줄줄이 죽어나간 일.
“우리도 초인 한번 죽여 보자고.”
“흐흐흐!”
“그거 좋지.”
누군가의 말에 다들 킬킬거렸다.
그러는 사이 다시 잦아졌던 뿔고동과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용병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전투의 두려움 때문은 아니었다.
이렇게 많은 병력의 선두에서 나아가는 이 상황 자체가 생소했던 것이다.
“이거 묘한데?”
“그러게.”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물론 눈앞에 깔린 병력역시 어마 어마했다.
그러는 그들의 시야에 들어온 익숙한 깃발들 중 하나.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가우리…….”
절로 침이 꼴딱 넘어갔다.
깃발을 보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진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킬킬거리며 가우리의 누구를 잡겠다는 식으로 말을 주고받는 이도 있었다.
초인 한번 잡아 보자던 이들.
그들은 지난 제국 전쟁 때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이었다.
차이는 그것이었다.
가우리를 본 자들과 아닌 자들.
“말론인 게 다행이지.”
참여했던 이들의 공통적인 심정이었다. 그들이 상대해야 할 이들이 말론 왕국의 전위부대라는 것에 안도한 것이다.
그때 상대방 쪽 기병들이 천천히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말론 왕국의 깃발을 든 이들이었다.
“속도를 올려라!”
선두에서 이들을 이끄는 카버 왕국 귀족의 외침에 용병들이 점점 속도를 높여 나갔다.
더는 농담을 주고받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생사를 가르는 일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선 기마의 숫자는 약 이백여 기다. 그중에 소울아머를 입은 병력은 절반가량.
물론 로우급도 조금 섞여는 있었다.
용병과 카버 왕국 기사들의 비율은 팔 대 이 정도였다.
스물 정도의 카버 왕국 기사들이 소울아머를 입고 나선 것이다.
그러는 반면 상대에서 나온 기마의 수는 백 정도. 이쪽이 두 배의 숫자임에도 더는 튀어나오는 병력이 없었다.
묘한 자신감에 약간의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다들 자신들이 입고 있는 소울아머의 위력을 믿었다.
그러는 와중에 양쪽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두두두! 두두두!
점점 가까워지는 사이 선두의 카버 왕국 기사가 소울아머를 활성화 시켰다.
그와 동시에 뒤따라 달리는 용병들도 소울아머를 활성화 시켰다.
솟구치는 힘에 용병들의 얼굴표정에 묘한 자신감이 서렸다.
그때였다.
“응?”
높아진 신체적 능력 덕에 가까이 다가오기도 했지만 비교적 잘 보이는 적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꼈다.
투구 사이로 보이는 적의 얼굴이 꽤 나이가 든 이들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어?”
“엇!”
상대방의 온몸에서 이쪽과 마찬가지로 푸른빛들이 솟구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씨팔, 안 입는다매!”
신나게 말을 달리던 용병하나가 욕설을 내 뱉었다.
푸르른 빛을 뿜으며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기마들을 보며 프라임 공작이 입을 동그랗게 말며 탄성을 흘렸다.
“호오?”
마찬가지로 그 모습을 보던 에디가 입을 열었다.
“이거 용병들을 보낸 것이 더 잘되었습니다.”
“푸흐흐. 이거 본의 아니게 그렇게 되었구나.”
프라임 공작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소울아머 유저의 특성상 오랜 시간을 운용할 수 없기에 초반에는 일반 병사 혹은 기사들 간의 격돌로 시작한다.
그러면서 균열이 나는 곳으로 투입을 한다거나 반대로 균열이 일어나는 쪽으로 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럼에도 용병들을 쓴 이유는 복수를 운운하는 상대방의 예봉을 꺾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전력 외라 생각했었던 이들이었고 말이다.
이쪽에 대기하고 있는 소울아머 유저는 충분했으니까.
그런데 상대방 역시 소울아머를 입고 나타난 것이다.
“적들도 소울아머를 입기로 한 것인가?”
“그렇다 해도 생산량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달려오는 자들이 입고 있는 것들도 보면 제각각인 게 노획품도 있는 듯합니다.”
“그건 그렇군.”
소울아머를 만드는 것에는 꽤 많은 재물과 시간이 들기는 한다. 무엇보다 술법사들이 많이 동원된다.
술법을 이용한 일종의 재련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 놓기도 모호했다.
그것을 입을 자격이 되는 이들이 쉽게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 실력들 좀 볼까?”
프라임 공작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두 무리를 바라보았다.
“모조리 죽여 주마!”
선두에서 달리는 테오도르가 푸른빛을 뿌리며 그대로 들이닥쳤다.
콰콰쾅!
그와 동시에 그의 뒤를 따르는 이들이 일제히 달려드는 적들과 어우러졌다.
연신 폭음이 울려 퍼졌다.
눈 한 번 깜짝할 시간에 서너 합의 공방이 교차되었다.
그 순간 테오도르가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용병?”
용병 특유의 분위기가 그들의 검술에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알 수 있었다.
“테, 테오도르?”
놀란 눈을 한 이를 보며 테오도르가 입을 열었다.
“나를 아는 것을 보니 용병이 맞구나.”
테오도르가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살기어린 표정으로 시선을 던졌다.
“에, 에이 씨!”
용병이 떨리는 음성을 뱉으며 다시 달려들었다.
“오냐, 덤벼 보거라!”
테오도르의 노성이 터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