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89
354화 Fire!
멀리서 술법사들의 화망을 뚫고 달려오는 말론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을 보던 에디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렇게 되면 선두의 대열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렇군.”
프라임 공작도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되돌아갔다가 본대와 합류해서 진격해 올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본대가 움직인 것을 보기는 했다. 그러나 그건 기세를 타기 위함인 줄로만 알았었다.
그런데 지금 사전에 그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미친 듯이 밀어 닥치고 있었다.
초반의 힘겨루기 따위는 생각도 안 한다는 듯 말이다.
“중앙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음.”
저들이 난입하기라도 하면 대열이 무너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프라임 공작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고민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일선은 버리지.”
“예?”
“일선을 벌이고 뒤로 물리며 양 날개가 좌우에서 포위하는 것으로 가지.”
“아!”
“이선에 남은 노블기사단원들을 배치하도록.”
프라임 공작의 말에 에디가 알아듣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쪽이 허점을 보이며 적들이 깊이 들어오기를 유도한다는 의미였다.
이쪽이 중앙을 뒤로 물리면 저쪽은 자연스럽게 파고들 것이다. 그때 좌우의 병력을 이용한다는 것이 이 작전의 요점이었다.
원래도 포위공격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중앙 일선을 미끼로 삼는다면 이쪽이 더 빠르고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었다.
명령을 전달하는 가운데 프라임 공작이 전선으로 시선을 옮겼다.
성난 파도와 같다는 표현과 딱 들어맞았다.
폭염을 뚫고 푸른빛을 뿌리며 달려오는 소울아머 유저들의 흉흉한 기세.
그 뒤를 따라 수십만이 넘어가는 병력이 돌진해 온다.
보는 입장에서는 오금이 저리는 게 당연했다.
수십만이 달리니 땅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진동을 해 대었다.
그 선두에서 적들을 바라보는 시에라 제국 병사들의 얼굴은 시시각각으로 굳어져 갔다.
전투시작전만 해도 자신들의 병력이 많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든든한 표정이었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자 다들 질려 버린 것이다.
“우리쪽 소울아머 유저는?”
방패병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뒤에서 들려온 명령에 그들의 표정이 살짝 펴졌다.
“방패병 뒤로! 장창병 창대고정!”
순간 방패병들은 화색을 띠며 뒤로 빠졌다.
원래라면 서로 다가가는 가운데 날아드는 화살을 막아야 하는 임무를 가진 그들이었지만, 지금은 그게 의미가 없었다.
반면 장창병이 앞으로 나서는 건 딱 하나다.
적들의 돌진을 창날의 숲을 이용해서 막아 내겠다는 것.
그러나 장창병들의 안색은 그리 좋지 못했다.
소울아머 유저는 장창 따위로 막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달려드는 소울아머 유저가 어디 한둘도 아니다.
다들 질린 얼굴로 정면을 바라볼 때에 장창병들이 간격을 좁히며 창대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 사이 시에라 제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이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창병들의 안색이 살짝 밝아졌다.
그러나 반대로 앞으로 나선 소울아머 유저들의 표정은 살짝 굳어져 있었다.
그들은 로우급 유저들이었다.
‘직접 상대하지 말라.’
그들에게 내려진 명령이었다.
그것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임무는 장창병들이 지레 겁먹고 뒤로 물러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병사들의 사기를 위한 보여 주기식 배치다.
그 사이 시에라 장창병들의 대열 뒤쪽에서 다시 술법사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그 와중에 일부 술법사들이 만들어낸 불 거인들이 장창병들의 앞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자 약간이나마 장창병들의 안색이 더 좋아졌다.
물론 불거인으로 소울아머 유저들을 막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서 일어서고 있는 불거인의 숫자는 스물이 넘어가고 있었다.
“와아…….”
한 전장에서 동시에 스물이나 되는 불거인이 몸을 일으키는 광경은 경험 많은 병사들이라 해도 처음이었던 것이다.
불거인이 몸을 일으키자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거인을 방패삼아 마법을 이용하여 적들을 견제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 숫자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들의 마법사들은 아직 술법사들을 대응하기에 바빴다.
적들의 술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진영에서는 방어하는 쪽이 더 유리했다. 달리면서 술법을 쏘기는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날아오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빌어먹을 수레.”
하늘로 날아오르고 보니 적 병력의 뒤 대열을 가르고 달려오는 수레에서 술법사들이 술법지를 뿌리기 시작한 것이다.
“저걸 생각 못했다니.”
가우리의 수레사랑은 대륙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
무슨 놈의 수레를 그리 만들어 대었는지 신성제국 전쟁 때도 저 수레 때문에 한 방 먹은 전적도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미친! 터틀 드래곤도 있다!”
그들이 말하는 터틀드래곤은 두 종류였다. 바로 바다의 터틀드래곤과 그보다는 작은 육지의 터틀 드래곤이었다.
육지의 터틀드래곤은 바로 검차의 변형이었다. 아마도 지금까지 꽁꽁 숨겼던 것이 분명했다.
그걸 보고나니 확실히 가우리군과 싸운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빨리 알려!”
날아올랐던 마법사들 중 하나가 서둘러 뒤에 이 소식을 알렸다.
“터틀드래곤?”
소식을 전달받은 프라임 공작의 얼굴위로 의아한 표정이 서렸다.
대체 그게 뭔가 하는 심정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가지 않아 풀릴 수 있었다.
“저건가? 이런.”
프라임 공작이 혀를 찼다.
딱 봐도 단단해 보이는 것으로 수레를 뒤덮고 그 앞에 창날을 무수히 박은 것들이 전진해 오는 대열 앞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곳으로 술법이 날아가 박혔다. 하지만 그 폭음을 뚫고도 계속 달려오고 있었다.
“술법이 막혀?”
“마법도 막는다고 하옵니다! 애초에 저것이 마법 저항력이 높은 재료이기에…….”
“쯧, 이거 일부러 병력을 물리지 않아도 뒤로 물러설 뻔했군.”
프라임 공작이 차라리 잘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사이 불거인의 숫자가 더 늘어나고 있었다.
술법전단이 적들의 기세가 강하다 느꼈는지 더 늘린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불거인 앞으로 적들의 불거인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술법사가 끼어 있어?”
보통 이런 돌진이 이루어지면 술법사의 체력 등을 고려했을 때 대열의 중반에나 있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전방에 불거인이 몸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은 술법사가 예상을 깨고 선두 무리에 끼어 있다는 의미였다.
“수레에 태워서 달리고 있다고 하옵니다.”
“간단한 방법이군. 이거 많이 배우는구나.”
수레라는 말에 프라임 공작이 살짝 감탄하며 말을 뱉었다. 그렇지만 적들의 불거인은 겨우 다섯 개에 불과했다.
그것도 많은 것이다.
이쪽에서 공격을 가하는 술법사의 수가 한둘인가.
몇 천이 넘는 술법사다.
적들이 동원할 수 있는 숫자의 수 배는 될 것이 뻔했다.
“이것으로 적들의 마법사와 술법공격은 충분히 상대하겠군.”
“카버 왕국에서 뭔가를 해 주겠지요.”
에디의 말에 프라임 공작이 불거인들을 향해 뛰어들기 시작한 말론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을 보며 말했다.
“해 줘야지. 저 성난 친구들을 끌어왔으니 말이야.”
“큰 마법부터 날린다! 소울아머 유저는 빼고 선두 대열을 무너트린다!”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이 전단장의 명령에 재빠르게 움직였다.
“오움 살라 움타아…….”
큰 마법을 준비하기 위해 마나 드레인을 실시했다.
그때였다.
부와아악!
“응?”
뭔가 거칠게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가 위쪽에서 들려왔던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서 마법을 준비하던 마법사가 고개를 위로 들어올렸다.
“어헉!”
순간 놀란 마법사가 방어 마법을 펼치려 했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헤이 가이즈! 쑈 타임!”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듯 날아온 강철인간이 마나드레인 중인 동료의 머리통을 잡아 틀어 버렸다.
우두둑!
마법을 준비하던 동료는 끽소리도 못하고 그대로 목이 돌아간 채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물론 마나가 역류하여 몸이 풍선처럼 부풀다가 터져나간 것은 양념이었다.
“그, 마, 마법사용 소울아머!”
놀란 마법사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안면까지 철갑을 둘렀던 이가 고개를 들리며 손을 들어 인사했다.
“헤이 맨. 아이언 맨이라 불러 달라고.”
“철놈?”
“Shit! 통역기 좀 손봐 달래야지.”
투덜거린 아이언 맨, 아니 트렌든이 그대로 자신에게 철놈이라 부른 마법사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순간 마법사가 뒤로 빠지며 방어 마법을 펼쳤다.
그와 동시에 이를 목격한 동료 마법사들이 트렌든을 향해 마법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퍼퍼퍼펑!
우윳빛 막이 트렌든의 몸 주변으로 펼쳐지며 그 마법들을 막아 내었다. 그와 동시에 트렌든은 손에 불덩이를 만들어 들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에도 불덩이를 소환했다.
“어헉! 트, 트리플 캐스팅?”
방어 마법을 연속으로 펼치며 공격 마법을 양손에 동시에 펼치는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법사들 중에서도 소위 대법사 직전의 고위 마법사나 할 수 있는 기술이었다.
물론 트렌든이 그런 능력자는 아니었다.
그가 입고 있는 것에는 마법방어주문이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고, 불덩이를 두 개를 들고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트렌든은 마법을 쏘아내지 못하는 반쪽이기는 한데, 일단 만들어 낸 것을 들고는 있을 수는 있었다.
그렇게 양손에 불덩이를 든 트렌든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손에 든 불덩이를 들어 그대로 방어마법을 후려쳤다.
콰앙!
그대로 방어마법이 화염마법과 맞아 깨어져 나갔다. 트렌든의 마법이 방어마법과 상쇄되기에 충 분했다.
원래라면 연달아 방어마법을 펼치면 이어진 공격을 막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트렌든의 다른 손에 들린 불덩이가 그대로 마법사의 면상에 작렬해 버렸다.
퍼엉!
머리통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마법이 트렌든의 등 뒤로 뿌려졌다.
그때 트렌든이 허리춤에서 뭘 뽑아내었다.
딱 봐도 튼튼해 보이는 쇠막대였다. 다만 그것에 손잡이가 달려 있다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fire!”
드르르르륵!
트렌든의 손에 들린 것은 바로 FN-MAG가 불을 뿜었다.
서울에서 용병들에게 진천이 노획했던 것 중 하나였던 기관총이었다.
물론 탄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어차피 쓰는 사람도 없었다.
7.62mm탄이 꼬리를 물고 날아가 마법사들을 두들겼다.
한 마법사가 방심을 했었는지 벌집이 되어 쓰러졌지만 다른 마법사들은 방어마법을 적절히 펼쳤는지 막아 내었다.
드르륵! 틱!
“씁.”
생각보다 아쉬운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 싶었는지 트렌든이 미련을 버리고 그것을 다시 아공간 주머니에 담았다.
그때였다.
[당장 들어와! 숯덩이 되고 싶지 않으면!]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에 트렌든이 히죽 웃으며 답했다.
“Ok. 자비스.”
[내 이름은 그게 아니라고!]
상대방의 발악에 오히려 즐겁다는 듯 웃으며 다시 몸을 위로 날리는 트렌든이었다.
“다 좋은데 배터리가 조루야.”
[그 많은 마법을 몸으로 때운 당신이 무식한 거라고!]
역시나 조언 따위는 깡그리 무시하는 트렌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