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90
355화 접전의 시작
“뭐, 뭐야 저 날아다니는 쇳덩이는!”
“빌어먹을 도망친다!”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나타나 동료의 목을 꺾고, 화염 마법을 쏘는 게 아니라 무식하게 들어다 면상에 후려치고 지나갔다.
심지어 방금 전에는 뭔가를 요란한 소리와 함께 쏟아내고 도주까지 한 것이다.
“저, 저거!”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이 도주하는 방향을 보는 순간 다들 입을 떡 벌렸다.
배 비슷한 유선형의 커다란 것이 하늘에 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쇳덩이라 부르기는 했지만 마법사용 소울아머를 입은 이가 그 유선형의 동체로 들어가고 있었다.
“떨어트려!”
순간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이 마법을 일제히 발사했다.
“날아온다!”
“방어 마법 최대한도로!”
쿠구궁!
진동은 없지만 마법이 날아와 작렬하기 시작했는지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동체 주변에는 방어 마법이 연신 두들겨 맞으며 뿌연 막을 생성해 내고 있었다.
그 안에서는 마법사들이 바쁘게 마나석을 갈아 끼워 가며 연신 마법을 발현시키기에 바빴다.
이중, 삼중 이상으로 깔아 놓은 방어마법이었지만, 외곽의 방어마법이 깨지기가 무섭게 다시 방어 마법을 활성화시키고 있었다.
“젠장 가만있지 말고 움직여! 이 노꾼들아!”
그때 한 마법사가 외치자 한쪽에 무리지어 있던 마법사들이 악에 바친 외침을 내뱉었다.
“누가 노꾼이야!”
“닥치고 꽉 잡기나 해!”
트렌든이 안전하게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나를 활성화 시켰다.
순간 동체가 허공을 미끄러지듯이 유영하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Go! Go! Go!”
트렌든이 신난 듯 외치는 사이 마법사들이 악다구니를 썼다.
“좀 조용히 해! 이 돈 잡아먹는 괴물아!”
“No, No. 원래 이 컨셉의 히어로는 머니가 많이 든다고.”
트렌든이 히죽 웃으며 대꾸했다. 물론 마법사들은 일제히 한목소리로 외쳤다.
“닥쳐!”
“Ok. 우린 같은 편이잖아? 열 내지 말라고.”
능글거리는 트렌든의 말에 마법사들은 부글거리는 마음을 억눌러야만 했다. 하지만 트렌든의 뚫린 입은 닫히지 않았다.
“그런데 그거 알아? 여기 넘어 올 때 내 전재산을 털어 우리 진천 브라더와 그랜파 기념품을 샀다고.”
진천과 리셀의 이름이 언급되자 마법사들은 뭐라 하려다가 입을 다물어야만 했다.
어쩌겠는가.
그렇다는데.
그 사이 그들이 탄 비행체가 빠르게 이동을 하며 고도를 높이자 마법사들의 마법이 사거리를 벗어났다.
그때 한쪽에 바닥에 전을 부치고 있던 궁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웨엑!”
“그만 뱉어! 우욱!”
“창밖으로 뱉으라고 했잖아!”
이리저리 요동치는 비행선에 적응하지 못한 탓에 토악질을 해 대는 궁수들이 몇 있었다.
하지만, 그 덕에 멀미를 안 하던 이들도 연쇄작용으로 토악질을 했다.
하지만 그들이 나설 때가 되자 토사물을 소매로 닦으며 바닥 창을 열었다.
그와 함께 화살을 재었다.
“지금!”
마법사의 외침과 동시에 방어 마법이 거두어졌다.
투투투퉁! 퉁!
여덟 명의 궁수가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연신 화살을 이어 날리기 시작했다.
여덟 명의 궁수가 순식간에 각자 열 발의 화살들을 날려 대었던 것이다.
“예! 번지!”
그리고 그 와중에 다시 마나석을 교체한 트렌든이 두 팔을 양쪽으로 활짝 벌리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뭐, 뭐가 저렇게 빨라!”
“대체 뭐지?”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에 적중이 되고도 멀쩡한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잘은 모르지만 저 안에 마법사들이 다수 타고 있어 방어 마법에만 집중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그것이 속도와 고도를 높이자 마법사들의 비행 마법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쫓아가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 버린 것을 보며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은 이를 갈았다.
그러나 그게 끝은 아니었다.
“화살이야!”
“막아!”
순간 하늘에서 화살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하자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이 일제히 사방으로 몸을 뒤틀며 방어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다가온 화살 몇이 그들의 방어 마법 위를 두들겼다.
그 순간 화살이 방어 마법을 뚫고 들어올 것을 예상한 마법사들이 저격을 막기 위해 착용하고 다니던 방패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건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
쿠와아앙!
순간 터져 나온 폭음에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이 온몸을 움찔거렸다.
“뭐, 뭐야?”
두어 곳에서 튀어나온 폭음에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마법을 쏜 것이 아니었음에도 폭발하는 것을 봤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친! 마나석을 달아서 왔어!”
“젠장! 막지 말고 피해라!”
그러나 그 사이 빠르게 떨어져 내린 트렌든이 우왕좌왕하는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을 덮쳤다.
“헤이 가이즈!”
트렌든이 득달같이 날아와 한 마법사의 뒤에 매달리더니 대검으로 목을 그었다.
“컥!”
두 손으로 목줄기를 움켜잡았지만 이미 갈라져 버린 목에서는 피가 샘솟듯이 쏟아져 내렸다.
이어 트렌든은 다른 먹잇감을 찾아 날아가 익숙한 듯 양손에 화염구를 생성해 집어 들었다.
“떠, 떨어져!”
그러나 트렌든은 날아가던 자세에서 그대로 손을 휘둘러 화염구를 집어 던졌다.
콰앙!
“크윽!”
갑자기 날아든 화염구를 방어 마법으로 막아 낸 마법사가 비틀 거리는 사이 또 다른 화염구가 날아들었다.
그것을 동료 마법사가 다가와 대신 막아 주었다.
퍼엉!
“젠장 정신 차려!”
“좋은 동료애야.”
“허억!”
화염이 가시기도 전에 나타난 트렌든의 모습에 마법사가 놀란 음성을 뱉어내었다.
그들의 놀람이 그치기도 전에 트렌든이 연신 두 주먹을 휘둘러 대었다.
퍼퍼퍽!
마법사의 얼굴이 양옆으로 미친 듯이 흔들렸다.
철로 된 주먹에 맞았으니 안면이 성할 리 없었다.
이어 트렌든이 앞의 마법사의 목을 팔에 끼우며 다리로는 그 뒤의 마법사 목을 다리 사이로 끼웠다.
그와 동시에 트렌든의 몸이 빙그르르 돌았다.
우둑! 두두둑!
두 마법사의 목은 너무 손쉽게 꺽어졌다.
그렇게 하나둘씩 트렌든은 마법사 사냥을 이어 나갔다.
“저건 또 뭐지?”
카버 왕국 마법사들의 활약을 기대했던 프라임 공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갑옷을 입은 이가 나타나 그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학살을 하고 다니는 것이었다.
그리고 프라임 공작의 시선은 그 위의 괴 비행체를 향하고 있었다.
“저런 게 있다는 말은 없었잖아?”
“이 빌어먹을 카버 왕국 놈들은 뭘 더 숨기는지.”
에디가 이를 악물었다.
“저건 저번에 봤다던 마법사용 소울아머인가?”
“그런 듯합니다.”
“쯧. 저들은 저런 것을 만들어 낼 때 카버 왕국의 머저리들은 뭘 한 거지?”
프라임 공작의 말에 에디는 입을 다물었다.
사실 소울아머 만드는 법을 공유해 주지는 않았기에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저 지금은 입을 다무는 것이 맞았다.
그러는 사이 드디어 불거인들과 말론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이 맞붙었다.
콰쾅!
“흐야아아아!”
말론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이 불거인들을 거의 찢어발기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계속 공격이 날아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소울아머에 익숙해져 버린 말론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은 말 그대로 미쳐 날뛰고 있었다.
그워어어어!
불 거인이 괴음을 터트리며 손을 휘둘렀지만, 소울아머 유저들의 일부는 몸을 피하고 일부는 그대로 달려들어 팔을 잘라 내었다.
그럼에도 불거인은 계속 잘라진 부위를 붙이며 저항을 해왔다.
“무시하고 달려!”
그때 뒤에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시간이 없다!”
시간이 없다는 말에 소울아머 유저들은 하나둘씩 서로 눈을 마주하고는 불거인의 공격을 피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들의 목표는 불거인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그런 불거인을 앞에 세 명의 마법사가 나타났다.
그들은 재빨리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는 동시에 하나의 마법을 펼치고는 뒤로 빠졌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은 아직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펼친 마법은 바로 물 계열 마법이었다.
그들이 만들어 낸 물들이 불거인의 앞에 떨어져 내렸다.
누가 본다면 빗맞춘 것으로 착각하기에 딱 맞았다. 하지만 그게 그들의 할 일이 맞았다.
그 물을 활용할 이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거 불끄기 전문도 아니고.”
투덜거리며 나타난 연휘가람이 한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바닥에 흥건했던 물이 방울지며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어 물방울들이 모여들며 그를 중심으로 맴돌기 시작했다.
물방울은 이내 물줄기로 변했고 물줄기는 이내 크기를 키워 나갔다.
주변은 금세 건조해졌다.
불거인이 만들어 내는 뜨거운 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휘가람이 주변의 수분을 모조리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크워오오오오!
이내 푸르른 차가움을 간직한 수룡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흰머리가 더 늘겠어.”
자조 섞인 웃음을 흘린 휘가람이 차가운 눈으로 불거인을 바라보았다.
휘가람이 만들어 낸 수룡이 불거인들을 향해 나아갔다.
“오, 온다!”
시에라 제국의 창병들이 수 미터는 되는 장창들을 앞으로 내민 채 긴장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주변으로 소울아머 유저들이 독려를 했다.
“놈들의 소울아머 운용시간은 얼마 안 남았다! 버텨라!”
“버티면 된다! 우리의 소울아머 유저들을 믿어라!”
믿으라는 말이 계속 흘러나왔지만 장창병들의 심정은 당장에라도 창대를 던지고 뒤로 뛰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물론 그랬다가는 바로 목이 잘려 죽을 것이 뻔했기에 그나마 일말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왔다아아아!”
장창병들이 순간 앞으로 튀어나오는 소울아머 유저들을 향해 창 끝을 고정하며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
하지만 예상했던 대로다.
서걱!
단단한 창대가 그대로 잘려 나갔다. 소울아머 유저의 칼질 두어 번 만에 그들의 장창은 몽둥이가 되었다.
“아아!”
장창병의 얼굴에 체념의 빛이 흘렀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그의 머리를 훑고 가는 칼날에 그 체념의 빛을 띤 머리는 이미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다.
학살이 시작되었다.
그 모습을 보던 시에라 제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은 맞상대를 하기 보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을 택했다.
“빌어먹을 아직도 힘이 남았나?”
질린 얼굴로 장창병들의 숲을 유린하는 적 소울아머 유저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전투라는 게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눈이 마주치자 말론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은 주변의 시에라 제국 소울아머 유저들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장창병들은 그런 그들에게 저절로 길을 열어 주었다.
“단독으로 붙지 마라!”
이미 사전에 이야기가 되었는지 소울아머 유저들이 두셋씩 뭉치며 달려드는 적 소울아머 유저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로우급에 불과한 그들로서는 시간을 버는 것이 한계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