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295
360화 역습
“어, 어헉!”
자신의 동료가 피떡이 되어 쓰러지는 모습을 보던 소울아머 유저가 진천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주춤거리며 비명을 흘렸다.
다리는 부들거리고 있었다.
진천의 시선은 무미건조했다.
살기를 담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광폭함을 담은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무미건조했다.
그게 더 오싹했다.
사람 하나를 피떡으로 만들어 놓고도 저렇게 표정 변화가 없다는 것이 더 두려웠다.
그리고 그 다음 차례가 자신이라는 것도.
“내가 갈까?”
진천이 음성이 깔려 나왔다.
순간 소울아머 유저는 몸을 움찔거렸다.
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몸은 솔직했던 모양이었다.
“프릉?”
“저 말 새끼…….”
순간 강쇠의 이빨이 슬쩍 드러나는 모습을 본 소울아머 유저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이게 더 열받았다.
하지만 여럿이서 상대하기 어려운 판에 그에게 달려든다면 개죽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그가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치를 보던 시에라 제국 병사들과 기사들도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터억!
“헛!”
소울아머 유저가 화들짝 놀랐다.
갑자기 누가 뒷덜미를 잡는가 싶더니 몸이 하늘로 솟구쳤기 때문이었다.
“헤이! 하늘 구경 가자고!”
“뭐, 뭐야!”
순간 소울아머 유저가 팔을 휘둘렀다.
그러나 교묘히 몸을 틀어 가며 뒤에 달라붙은 이가 그의 공격을 피했다.
그 짧은 사이 바닥과 거리가 꽤 멀어졌다.
“이, 이거 놔!”
그때 뭔가가 등덜미로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딱딱한 것이 돌멩이 같았다.
차라리 공격이었다면 소울포스가 발동할 법도 한데 단순히 갑옷 틈 사이로 작은 돌멩이를 집어넣은 것이기에 또르르 굴러 들어갔다.
“당장 놓아라!”
그가 다시 외치며 몸을 뒤틀며 롱소드를 휘둘렀다.
아까는 너무 급작스러웠던 탓도 있었기에, 허둥거렸던 것이다.
하늘로 갑자기 올라가는데 놀라지 않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오케이. 원하는 대로.”
“야이 씨!”
회심의 일격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그리고 보았다. 하늘을 나는 소울아머 비슷한 걸 입고 있는 이를.
“항상 궁금했어. 그걸 집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말이야.”
“뭐?”
소울아머 유저의 말과 함께 빠르게 낙하하기 시작했다.
황급히 바닥을 보니 높이는 꽤 높지만, 못 내려설 높이는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때 등덜미가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등속으로 굴러들어온 작은 돌멩이였다.
“뭐, 뭐야!”
그 순간 그의 몸에 화염이 솟구쳤다.
퍼엉!
“와우!”
트렌든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감탄사를 흘렸다.
폭음과 동시에 불길이 소울아머 유저의 몸을 휘감았다. 하지만 동시에 푸른 빛이 그 불길을 밖으로 새나가지 않게 다 잡아내었다.
비유하자면 머리와 팔다리가 순간 불에 휩싸인 느낌이랄까.
비명은 없었다.
얼굴이 숯덩이가 된 소울아머 유저가 희미한 푸른 빛을 띠며 계속 떨어져 내리다가 땅에 처박혔다.
더는 움직임이 없었다.
“와우! 이거 다들 해 보라 하고 싶은걸?”
트렌든이 폭주한 마나석을 들어 보이고는 휘파람을 휘익 불었다.
그때 고막을 울리는 외침이 있었다.
-뒤! 뒤를 보라고!
“쟈비스?”
트렌든이 반문을 하며 몸을 틀었다. 동시에 욕설이 튀어나왔다.
“Shit!”
카치칙!
트렌든이 몸을 훑듯이 창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창대가 스쳐 지나간 갑주가 그대로 패일 정도의 충격이었다.
“헉헉! 갓뎀!”
트렌든이 식은땀을 흘리며 창대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시에라 제국의 사령기가 있는 곳이었다.
“땡큐 쟈비스. 똥꼬부터 입까지 꼬치가 꿰일 뻔했어. 커밍아웃할 뻔했다고!”
트렌든이 그 와중에도 웃으며 대꾸하자 한숨 섞인 소리가 들려 왔다.
-빌어먹을 조심 좀 하라고!
“오케이. 쟈비스 내 소장품 잡지 하나 선물하지.”
답은 없었다.
대신 침을 꿀꺽이는 소리와 주변에서 들려온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을 뿐이다.
‘다 보고 나도 좀’이라는…….
진천과 일행들이 일선을 초토화 시키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이선도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
소울아머 유저들은 말론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을 맞이하여 칼을 섞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저기에서 경악성이 튀어나왔다.
힘이 빠진다 싶은 이들이 일제히 소울아머의 폭주모드를 선택했던 것이다.
“자폭 특공대도 아니고 이게 뭐야!”
시에라 제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이 경악했다.
“나 말론 왕국의 전사임을 기억하라!”
포효와 함께 말론 왕국의 기사가 폭주를 선택하며 거칠게 나아 갔다.
그러자 그를 상대하던 소울아머 유저들은 이를 악물더니 빠르게 몸을 뺐다.
특명이었다. 만에 하나 폭주를 선택하는 적이 나오면 상대하지 말고 몸을 빼라는.
그러자 병사들이 횡액을 맞이했다. 소울아머 유저가 피한 자리에 있던 병사들이 그야말로 학살을 당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2선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대열은 꽤 흐트러져 있었다.
그러던 사이 가우리의 기마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함성과 아우성이 뒤섞였다. 그렇게 뒤로 물러나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양 날개가 전진하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그러다 사령부 쪽에서 깃발이 솟구쳐 오르자 양 날개가 빠르게 기동하기 시작했다.
포위 전술의 시작이었다.
두두두두!
“달려라!”
“놈들이 대응을 할 시간을 주면 안 된다!”
“기병들부터 후미를 점하라!”
시에라 제국의 지휘관들의 외침에 전 병력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두에서 달리는 기병들이 무방비한 남부 연합군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멍청한 놈들, 이렇게 뒤를 내주다니. 전술의 전자도…….”
푸푸푸푹!
그때였다.
잘 달리던 기병의 몸뚱이는 물론 그를 태웠던 말이 뭔가 뚫리는 소리와 함께 멈추어 섰다.
“꺼으…….”
그 하나뿐이 아니었다.
사방에서 말의 비명과 사람의 신음이 울려 퍼졌다.
허공에 매달린 그가 몸을 매만져 보았다.
온몸에 구멍이 뚫리고 그 사이로 피가 비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뭔가를 타고 말이다.
손을 가져가니 단단한 뭔가가 만져졌다.
피에 얼룩진 것을 보니 막대와 같았다.
보이지 않는 막대.
옆을 보니 선두 열의 기병들이 전부 자신과 비슷한 형태로 매달려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물론 이미 죽은 이들도 태반이다.
“이……이게 무슨.”
그는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눈앞의 광경이 바뀌기 시작했던 것이다.
“비, 빌어먹…….”
허탈한 음성이 흘러나오다 말았다. 숨을 거둔 것이다.
그렇게 죽은 그의 앞에 수만의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쏴라!”
고윈의 명령과 함께 화살비가 무방비로 달려들던 시에라 제국군에게로 쏟아져 가기 시작했다.
선두에 설치해 놓은 장창의 숲에 적들이 걸려들고 화살 공격이 쏟아지자 시에라 제국군이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고윈이 다시 명령을 내렸다.
“뛰어!”
그러자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일제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역 포위를 시도하는 듯 말이다.
반대쪽도 비슷했다.
일차로 적의 진격을 막고 난 뒤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남부 연합군의 병력이 순식간에 돌아서 옆구리를 들이치기 시작하자 시에라 제국군은 수습을 하지 못했다.
텅 빈 줄 알았던 공간에서 수만 명의 병력이 나타났으니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이 당연했다.
거기에 미리 준비했던 병력이었다.
돌아오던 뒤쪽의 병력도 마찬가지였다.
콰르르릉!
“어헉!”
“바, 바닥이 일어선다!”
이 많은 병력들을 숨기고 있느라 꽤 많이 심력을 쏟고 있던 시아론 리셀도 가세를 시작한 것이다.
그의 마법에 돌벽이 사방에 솟구쳐 올랐다.
물론 그 수는 많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시에라 제국의 날개 병력들이 가닥가닥 끊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을 보며 고윈이 재차 명령을 내리자 병사들이 가닥가닥 끊어진 병력을 다시 포위하듯 감싸며 공격을 집중했다.
“아악!”
“억!”
“타, 탈출하라!”
병사들이 우왕좌왕했다.
그 와중에 날개를 이끌던 소울아머 유저가 전면으로 나섰지만 그들의 상대는 따로 있었다.
“아, 기다리다 지칠 뻔했네.”
강구신이 히죽 웃으며 쌍곤을 빙빙 돌렸다. 그리고는 상대를 향해 곤을 까딱였다.
“노오오옴!”
“목청만 시끄럽다.”
피식 웃은 강구신이 미소를 지우고 달려나갔다.
카캉!
휘둘러진 공격을 쳐낸 구신이 곧바로 무릎으로 명치를 찍었다.
콰앙!
소울포스가 출렁이며 방어를 해 내었지만 그 충격에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런 상대를 구신이 쫓으며 앞으로 쏘아지듯 뛰었다.
콰콰쾅!
쌍곤으로 그대로 양어깨를 향해 내려치자, 그 힘에 눌려 뒤로 물러섰던 소울아머 유저가 무릎을 꿇었다.
롱소드로 막기는 했지만 자세도 불안정했고 구신의 쌍곤에 실린 힘도 무지막지했던 것이다.
콰직!
그런 소울아머를 마무리한 것은 구신이 아니었다.
뒷목으로부터 둔탁한 날이 파고 들어 머리통을 완전히 날려 버렸다.
“좋아!”
구신이 히죽 웃었다.
도끼날이 달린 단창을 휘두른 을지수호가 마주 웃으며 답했다.
“딱 좋습네다!”
“가자!”
구신이 달려나가자 수호가 그 뒤를 따르며 연신 무기를 휘둘러 대었다.
스쳐도 박살이었다.
앞을 달리는 구신의 쌍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소울아머 유저 역시 최후는 마찬가지였다.
전면과는 달리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병력을 지휘하고 있었던 그들이었다.
그런 소울아머 유저들을 대여섯 명씩 몰려다니는 묵갑귀마대원들이 집중공격을 하여 하나둘씩 쓰러트려 나갔다.
“뭐야!”
말 안장에 있던 프라임 공작이 엉덩이를 뗄 정도였다.
눈은 휘둥그레져 있었다.
“어억!”
에디 역시 놀랐는지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조, 족히 십만은 되어 보입니다!”
“후방 병력을 보내! 역공에 대비하라!”
프라임 공작이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빠른 포위를 위해 길게 늘어섰던 탓인지 양 날개의 병력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었다.
이때를 기다렸던 것이 분명했다.
이 한 번의 공격에 족히 수만은 휩쓸린 듯했다.
문제는 역으로 포위를 당하듯 양쪽이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쪽의 병력이 아직도 우세인 것은 맞았다.
하지만 지금 형세가 고약했다.
“병력을 일단 물리시지요.”
에디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프라임 공작에게 입을 열었다.
“끄응.”
프라임 공작이 신음성을 흘렸다.
“진영이 너무 안 좋습니다. 포위를 염두에 두었던 탓에 중앙을 빼고는 좌우가 얇아져 있습니다.”
“하아. 미치겠군.”
프라임 공작이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준비한 것만 제대로 통하면 되는 것입니다.”
에디의 간곡한 발언이 이어졌다.
“게다가 놈들은 지금 전투로 숨겼던 것을 모두 썼습니다. 차라리 한 걸음 물러서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어진 에디의 말에 묵묵히 전장을 바라보던 프라임 공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병력을 천천히 물린다.”
에디는 그런 프라임 공작에게 목례를 한 뒤 참모들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그러자 시에라 제국의 본진이 일제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