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01
366화 진천의 결단
몇 번에 걸쳐 확인을 했다.
커다란 이동용 마법진을 중심으로 경계를 서는 병사들과 마법사. 그리고 급조한 건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들을 확인한 그들은 그대로 그 장소에서 벗어났다.
비행선의 동체를 가렸다지만 저쪽에는 마법사들이 수두룩했다. 만에 하나 발각될 가능성도 있었기에 바다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나았다.
* * *
“찾았습니다!”
필리언 제라르에게서 온 연락에 고진천은 물론이고 모두가 모여 들었다.
“예상이 맞았다 합니다. 지금 섬 인근에서 주시하고 있는데 이동 마법진이 활성화되는 것도 목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카버 왕국의 깃발도 확인했습니다!”
“지금 바로 쳐야 하는 것 아닙네까?”
을지우루가 흥분해서 말을 걸어왔다. 그러는 사이 마법사가 계속해서 보고를 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진천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일단 확인했으니 치기는 해야 하는데 적들의 대군을 앞에 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진천의 결단이 중요했다. 그런데 그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제라르가 있어 일단 그 섬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가능합니다만…….”
레비언 고윈의 말에도 진천은 여전히 묵묵히 있었다. 징검다리라는 것이 하나만 끊어도 무력화 될 가능성이 컸다.
특히 이동마법의 한계성을 가진 카버 왕국이라면 그곳 하나만 무력화시켜도 충분했다.
하지만 여전히 진천의 입은 닫혀 있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입을 여는 이들이 없어졌다.
침묵이 점점 길어졌다.
평소라면 연휘가람등이 작전에 대해 입을 열고 했을 것이지만, 이번만큼은 말을 아꼈다.
진천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잠시 후 진천이 고개를 들었다.
“리셀.”
“예.”
“이곳 전투에서 빠지도록.”
“예?”
진천의 말에 모두가 놀랐다.
리셀이야 말로 전투에 있어 핵심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빠지라는 말을 한 것이다.
이전 전투에서는 대규모 환상 마법을 시전하느라 직접적인 전투에는 크게 손을 거들지 못했었다.
물론 그 전투에서는 십수만의 병력을 숨겼기에 그 자체로도 적에게 큰 타격을 입혔었다.
그러나 지금부터는 더는 숨길 수 있는 패가 없었다.
그렇기에 리셀의 필요성이 더욱 컸다.
그런 리셀을 빠지라 한 것이다. 당연히 다들 놀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했다.
그때 휘가람이 입을 열었다.
“설마 동시에 다 치실 생각이십니까?”
휘가람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그 말에 이곳에 있던 이들이 모두 놀란 눈을 했다.
그러자 진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웅삼이.”
“예.”
평소라면 왜 자기를 또 부르냐 툴툴댈 만도 했지만 웅삼은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답하며 명령을 기다렸다.
“검수들도 다 빠진다.”
“예.”
왜냐는 말은 없었다. 그저 알겠다 대답할 뿐이었다.
이어 진천이 말린 왕국의 귀족들을 보았다.
“그대들도 빠진다.”
“허나…….”
“켄 공작의 복수를 해야 하지 않는가.”
그 말에 말린 왕국의 귀족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명에 따르겠사옵니다.”
그저 묵직한 음성으로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이어 진천의 시선이 필리어리 왕국의 귀족들과 바사 론 카말 왕을 향했다.
“그대들은 최정예를 뽑아 웅삼과 함께 움직인다. 웅삼과 그대들은…….”
진천의 말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등줄기가 바싹 마르는 느낌이었다.
진천의 말이 이어졌다.
“리베란의 목을 딴다.”
모두가 입을 떡 벌렸다.
너무 어마어마한 말에 놀란 것이었다.
“징검다리라면 그 양쪽 끝이 있겠지?”
진천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포로의 입에서 시에라 제국의 황성 이야기가 나왔고 말이다.”
진천의 말에 다들 탄성을 터트렸다.
시에라 제국 입장에서도 카버왕국의 협력은 극비였다.
그렇기에 이동 마법진은 황도에 접해 있었다.
“말린 왕국은 반대편으로 향한다. 카버 왕국 역시 이런 중요 시설을 아무런 곳에 설치해 놓지는 않았겠지?”
“당연합니다.”
말린 왕국의 귀족이 나서며 답했다.
그때 다시 진천의 입이 열렸다.
“바이칼.”
“예.”
“그대가 말린과 함께하지?”
“뭐, 이쪽이 더 재미있을 것 같지만, 우리 왕국 위쪽에서 꿍꿍이질을 하는 놈들을 가만 둘 수도 없는 일이지요. 그러니 우리 일이기도 하지요.”
바이칼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답하자 말린 왕국의 귀족이 그럴 수 없다며 말해 왔다.
“아닙니다. 우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대들의 전력을 보존해야 연방제국과도 어울릴 것 아닌가.”
하지만 이어진 진천의 말에 말린 왕국 귀족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대신 이번에 소울아머를 입었던 이들은 이번 전투에서도 선봉에 설 것이오.”
“알겠습니다.”
그들의 전력이 적지 않기는 했지만, 진천의 말에 따르는 것이 맞았다.
이미 적들의 머리에 각인이 된 이들이었다.
그들이 보이지 않으면 이상하다 여길 수 있었다.
바이칼 공작은 그들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역할이었다.
사실 이전 전투에 딱히 큰 활약이 없었기에 빠져도 무방하다 보았던 것이다.
아마도 바이칼 공작이 빠진다면 그들 입장에서는 카버 왕국에서 벌인 일 때문에 되돌아갔으리라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기왕이면 말린 왕국 병력과 바이칼 공작께서 본국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문을 퍼트리면 좋겠습니다.”
휘가람의 보충에 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진천의 명령이 연이어 떨어지자 다들 왜 처음부터 리셀을 뺐는지 알 수 있었다.
해당 섬을 장악하고 이동마법진을 손봐서 역으로 넘어가게 하려면 리셀의 마법이 필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뿐 아니라 꽤 많은 마법사들이 동원되어야 할 일이었다.
“우리가 적들과 맞붙는 순간 동시에 이동을 시작한다. 적들이 이동마법 방해 마법진을 만들기 전에 그대로 몰아친다.”
“알겠사옵니다.”
“다만 만약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진천이 품에서 돌멩이 하나를 꺼내었다.
바로 서울까지 다녀오게 만든 그 리턴 마법이 새겨진 마나석이었다.
“이걸 활용하면 좀 더 안전하지 않을까 싶은데.”
진천의 생각에 리셀이 탄성을 터트렸다.
“좋은 생각이옵니다.”
그것만으로도 소수의 인원에 불과하지만 이동을 시킬 수 있는 동력은 된다.
그걸 먼저 보내고 마법진을 장악한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약간의 준비는 있어야 하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사실 이동마법 방해진을 만들어 놓았을 가능성은 적다.
해당 지점에 대한 좌표는 그곳에 상주하는 이들만이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점은 사로잡힌 마법사들을 통해 알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진천의 결정에 전력이 뭉텅뭉텅 나뉘었다.
“시에라 제국에서 독립한 이들에게는 이 사실을 숨긴다.”
“알겠습니다.”
그건 당연했다.
그들을 믿기에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그들이 그리는 그림에 시에라 제국 황제의 목은 없을 것이다.
그저 적당한 승전 후의 강화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 뻔했다.
그래야 적절히 그들의 나라를 운용하며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북쪽에도 연락을 넣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팔?”
“예. 그리팔에게 투먼 제국이 한 번 힘을 크게 쓰도록 요청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지금과 달리 전 병력을 동원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북에서 흔들면 그쪽으로 시선이 자연스럽게 분산될 것이다. 그렇다면 황도에서도 그쪽에 더 힘을 실을 것이 분명했다.
“좋군.”
진천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바이칼 공작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말린 왕국의 병력에다가 주력 장수들이 빠진다면 이쪽의 전력이 그만큼 감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을 걱정한 질문이었다.
그러나 진천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나를 걱정하나?”
진천뿐 아니라 가우리의 무장들이 전부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 질문을 던졌던 바이칼 공작이 헛웃음을 흘렸다.
“못 말리겠습니다.”
“지금부터 극비에 준비를 하도록. 한 방에 싹 다 정리한다.”
진천의 명에 모두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 * *
프라임 론 아가드 공작이 귀를 의심하며 물었다.
“누가 와?”
“가든 퍼시발 후작입니다.”
에디의 답에 프라임 공작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
그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막사 밖에서 울려왔다.
“고윈이라는 놈 얼굴 좀 보러 왔습니다!”
가든 퍼시발 후작이 허락도 받지 않고 막사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왔다.
“쯧, 미련을 못 버린 건가?”
“잠이 안 옵니다. 개망신 당한 걸 생각하면 말입니다.”
“폐하께서 자네가 이곳에 있는 걸 알면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건데.”
“누가 병력을 달라하더이까? 그놈 얼굴 좀 본다는데.”
가든 후작이 한쪽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으며 대꾸했다. 그 뻔뻔함에 프라임 공작이 피식 웃었다.
“그러니 변방을 돌지.”
“공작님만 아니었으면 대우 받았을 인생이외다. 그놈의 만년 이인자.”
가든 후작이 툴툴거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프라임 공작이라는 절대강자가 있어 그는 항상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질 못했던 점도 있었다.
“그놈의 성깔 탓은 아니고?”
“공작님이 제 성깔 탓을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었다.
프라임 공작이 딱히 정쟁에 나서지 않다뿐이지, 그의 성깔이 차분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렇긴 한데, 자네 말마따나 난 일인자니까.”
순간 가든 후작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하지만 그도 지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
“들어보니 그 고윈이란 놈에게도 한 방 먹었다고 들었습니다. 순식간에 싸먹혔다지요?”
“뭐, 그놈 머리에서 나온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병력이 전개되는 순간 순식간에 양 날개가 걸레짝이 되어 버리기는 했지.”
프라임 공작이 씁쓰레한 미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하라는 대로 할 터이니 그놈 얼굴 좀 보게 해 주십시오. 기왕이면 황제폐하 욕 좀 얻어먹지 않게 변명도 좀 해 주시고 말입니다.”
넉살좋게 요구하는 가든 후작을 보며 프라임 공작이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
“함정까지 파는 마당에 자네 같은 전력 하나가 온다면 환영해야지.”
프라임 공작의 말에 가든 후작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함정도 팠단 말입니까?”
“뭐 전쟁이니까.”
“허…….”
가든 후작이 혀를 찼다.
그렇게 가든 후작과 헨리 퍼시발 백작이 기사들 일부와 함께 합류를 해 왔다.
* * *
후버 왕국의 후버 테이어 왕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달콤하지만 독약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는 없지.”
그러자 그의 앞에 있던 이본 필립 공작이 묵묵히 있다가 대답했다.
“그러실 줄 알았사옵니다.”
“그런가?”
후버 왕이 웃으며 반문했다.
“예.”
“만약에 내가 협조했다면?”
후버 왕이 가정을 들며 묻자 이본 공작이 밝게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실망했겠지요.”
그런 이본 공작의 밝은 미소를 보며 후버 왕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푸하하하! 그거 다행이군! 자네를 실망시키지 않아서 말이야!”
그렇게 대소를 터트리는 후버 왕에게 이본 공작이 마주 웃으며 답했다.
“맞습니다. 다행이옵니다. 전하.”
푸우욱!
뭔가가 깊게 가르고 들어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후버 왕이 멍한 얼굴로 시선을 내렸다.
검 한 자루가 그의 명치를 꿰뚫고 있었다.
“자, 자네…….”
“만약 쏜튼 후작의 제의를 받아들이셨다면 저에게 기회는 없었을 테니까요.”
이븐 공작의 얼굴은 여전히 밝았다. 다만 그 밝은 미소 속에 욕망이 드러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