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10
375화 적절한 묘수는 전장을 바꾼다.
빠르게 나아가던 마법사들이 전면에 나서자 시에라 제국 진영에서 혼란이 일었다.
기마돌입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법사들이 튀어나왔으니 말이다.
심지어 이인 일조도 아니었다.
“마법에 대비하라!”
뒤에서 술법사들이 부리나케 방어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열에 선 병사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계, 계속 다가온다!”
“뭐, 뭐지?”
마법사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뿌연 막을 주변에 펼친 채로 말이다.
뒤늦게 그들을 향해 쏟아지는 화살들이 있었지만 마법사들은 그것들을 마법 방어막으로 모조리 튕겨 내며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본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걸로는 공격을 하지 못할 건데?”
“무슨 소리요!”
곁에 있던 시에라 제국의 지휘관이 거칠게 따져 물었다. 그러자 카버 왕국의 마법사가 재빨리 설명을 했다.
“전투 마법사는 일반적으로 방어와 공격을 맡아서 두 명이 한 조로 공방을 벌입니다.”
그건 이미 들은 적도 있고 지난 전투 등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마치 방패수와 궁수의 조합 같은 모습이었기에 이해가 빨랐다.
“공방을 교차로 빨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마법 방어막인 실드 마법을 활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효율도 좋고 재시전 속도도 거의 즉시라 할 정도니까요. 또 중첩도 빠르고 말입니다.”
실드 마법의 장점은 그것이다.
이미 한번 시전한 상황에서 마법이 깨지더라도 시전어만으로 재시전 혹은 중첩이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가장 효율적인 방어 마법이라 불리기도 한다. 또 영역방어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전천후로 활용이 된다.
“그런데 지금 저들이 펼친 마법은 좀 고전적인 방어마법이라…….”
“간단히좀!”
마법사의 긴 설명에 시에라 제국의 지휘관이 답답한 마음을 표출했다.
“고 서클 마법을 막거나 기사 이상의 능력을 가진 이들의 공격을 막기 위한 아이언 실드라는 마법입니다. 강하지만 시전도 느리고 또 재시전 시간이 길어 잘 쓰지 않습니다!”
“그걸 왜?”
“심지어 저들은 이인 일조가 아니잖습니까.”
마법사의 설명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던 지휘관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젠장! 모두 버텨라!”
“서, 설마?”
그제야 카버 왕국 마법사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기마 사이로 빠르게 튀어나온 마법사들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창날과 방패의 숲으로 더욱 빠르게 가속해 날아왔다.
마치 기병처럼.
“제자아아아앙!”
가우리의 마법사들은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눈앞에 다가온 창날의 숲.
그 앞으로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렸다.
콰차차창! 퍼퍼퍽!
“으윽!”
수많은 창날들이 방어막 위를 두들겼다.
심지어 자신의 돌진에 밀려 나자빠지는 병사들의 얼굴을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이탈하라!”
하지만 그들의 돌진력이 어마어마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이내 그들의 진격은 멈추었다.
그와 동시에 떨어진 명령에 마법사들은 빠르게 하늘로 솟구침과 동시에 뒤로 빠졌다.
그런 그들의 발아래로 기마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들이 온 몸을 던져 무너트린 대열을 목표로 말이다.
“후아! 이런 짓 다신 하나봐라!”
마법사들이 울상을 지으며 뒤로 날아갔다. 그러면서도 일부는 묘한 쾌감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 맛에 돌진하나?”
“정신차려!”
일부 동료들의 핀잔을 들으며 말이다.
콰차차창!
기마들이 들이쳤다.
이미 마법사들이 몸을 던져 전열을 무너트려 놓은 상황이었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을 창날의 숲은 무너져 있었다.
기마 자체가 창날의 숲을 뚫고 들어가 전열을 무너트리는 임무를 가진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에게 이미 무너진 대열은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았다.
기마들의 발굽아래에 창병들이 비명을 질러대었다.
갑주를 차려 입었어도 마갑까지 챙겨 입힌 기마들의 육중한 무게를 이길 수는 없다.
파드득 거리는 뼈 부러지는 소리가 그 덧없음을 알리고 있었다.
“거창!”
시에라 제국의 기사들도 맹렬히 달려가고 있었다.
창날의 숲이 빼곡한 상황이었다. 그때 창날의 숲 앞에 쪼그리고 있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이 앞으로 나와 뭔가를 돌리더니 휙 집어던졌다.
“이런!”
시에라 제국 기사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줄 양쪽에 돌멩이를 매달아 놓은 것들이었다. 그걸 돌려서 날린 것이다.
말의 발목을 휘감으려 한 것이다.
뭔가가 날아오자 말들이 피하기도 했지만 몇몇 말들의 발목에 휘감겨 기우뚱거리기도 했다.
일부는 그대로 나자빠졌다.
그럼에도 기마 대열은 멈춤이 없었다.
그때 몇몇 사내들이 세상 다 산 얼굴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
“마법사?”
복장이 마법사 특유의 복장이었다. 하지만 그걸 발견한 시에라 제국의 기마들이 일제히 미리 준비 된 마법 스크롤을 발동시켰다.
비록 한두 번 정도에 한하지만 적의 마법 공격을 와해시키는 마법이 담겨져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법사들은 그 자리에서 몸을 웅크리며 마법을 시전했다.
뿌연 막이 마법사들의 몸 위로 둘러쳐졌다.
“어억!”
그제야 시에라 제국 기사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웅크리고 있다지만 커다란 바위가 앞에 생겨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콰드득! 히히힝!
“으억!”
갑자기 생겨난 장애물에 말들이 고꾸라지고 기사들이 낙마했다.
그 사이 조금 전에 줄을 엮은 돌을 날렸던 병사들이 도끼로 바꾸어 들고 창날의 숲에서 허리를 낮춘 채 빠르게 나아가더니 낙마한 기사들을 향해 도끼를 내려찍기 시작했다.
콰직! 칵!
“어억!”
“악!”
바닥에 낙마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쏟아지는 도끼질에 기사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죽어나갔다.
그럼에도 돌입에 성공한 기사들이 창날의 숲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들!”
창을 역수로 쥐고 내리찍었다. 그러자 동료를 향해 도끼질을 하던 병사들이 등판에 창을 맞고 비명을 내질렀다.
그 사이 창병들이 기사의 몸통에 창질을 했다.
콱! 콰콱!
“으윽!”
내지르는 창질에 기사는 몸뚱이가 뒤로 밀리는 것을 느꼈다.
갑주를 관통당하지는 않았지만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때 적들의 대열에 파고들었던 기사 하나가 비명을 내지르며 날아올랐다.
“으아아아!”
“뭐, 뭐야?”
그게 신호인 듯 몇몇 기사는 빠르게 뒤로 튕기듯 날아갔다.
그와 동시에 울려 퍼지는 포효 소리.
“뀌이이이익!”
“퀴익!”
“빌어먹을 마물들이다아!”
창병들 바로 뒤에서 웅크리고 있던 오크 전사들이 나서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쩐지 잘 안 뚫리더만!”
시에라 제국 기사 하나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기마의 돌진에도 창대가 흔들리지 않고 꼿꼿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도 이미 저 마물들의 정보를 들어 알고 있었다.
실제로 카버 왕국에서 급히 공수해 온 마물들을 보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그 힘이 어느 정도인 줄도 알고 말이다.
그때 그를 향해 창날 하나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퍼억!
“커억!”
그 창날은 다른 것처럼 갑주에 튕기지도 않고 그대로 뚫고 들어왔다.
“이…….”
시에라 제국 기사는 핏물을 게워 내며 충혈된 눈으로 자신의 복부를 뚫고 들어온 창의 창대를 거슬러 갔다.
“뀌이이이!”
“하, 빌어먹을…….”
오크전사가 창대를 들어 올리며 괴성을 내질렀다.
그와 함께 그의 몸뚱이가 창대에 매달려 하늘로 솟구쳤다.
“이런.”
프라임 공작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이번에는 정석적인 대결이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가져왔다.
이쪽의 대열은 흔들리고 있었고,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는 것.
거기에 기병들의 차이도 컸다.
“개마기병이랬나.”
“예.”
“힘 하난 무시 못하겠군.”
“아무래도…….”
말까지 찰갑으로 무장시킨 개마기병의 돌진력은 그냥 막았어도 힘겨웠을 것이 뻔했다.
그런데 마법사들을 적극 활용해서 저런 수를 쓰니 더욱 막는 게 어려운 것이 당연했다.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도 혀를 내둘렀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로는 원래 가우리라는 나라가 마법사들을 굴리기로는 악명이 좀 높다고…….”
“발상이 다르긴 하군. 그리팔처럼.”
“아, 예.”
에디가 프라임 공작의 말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이쯤해서 자극 좀 해 봐야지.”
그 말에 에디가 눈을 빛냈다.
“예.”
“그간 몸이 쑤셨을 건데 가봐.”
프라임 공작의 명에 에디가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말을 몰아 달려갔다.
잠시 후 그로테스크한 깃발 하나가 솟구쳐 올라갔다.
사람 가죽이었다.
그건 바로 필리어리 왕국의 베프 리온 후작의 가죽이었다.
넓게 팽팽히 당겨진 가죽 위에 머리가 덜렁이고 있었다.
마치 보란 듯 말이다.
그 깃발을 든 병력을 에디가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정도 자극은 줘야 전쟁이지.”
프라임 공작이 웃었다.
* * *
“막을수가 없습니다!”
“젠장! 달랑 오백이다!”
시에라 제국의 황성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이동 마법진을 뚫고 들어온 이들이 그대로 황성으로 내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시에라 제국의 황성이었다.
황제를 지키는 이들이 허술할 리가 없었다.
다만 시간이 문제일 뿐이었다.
기습이었기 때문이다.
예상 못했던 기습.
거기에 황성에 있는 근위병단이 움직였고 기사단이 서둘러 복귀했다.
마법통신은 되지 않았지만 술법사들의 서신은 되었기에 황도를 지키는 수비대에도 연락이 갔다.
어차피 적은 소수였다.
그러나 반대로 소수라서 어려운 점도 있었다.
어디 기어 들어가면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오백여명의 적들이 들어서자마자 그대로 몇몇 무리로 나뉘었다.
그리고는 사방을 들쑤시기 시작한 것이었다.
일부 귀족들이 벌써 당했다는 소리도 들려왔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시에라 제국의 황제 리벨란 루 비에라의 분노가 대전을 울렸다.
“놈들을 최대한 빨리 제압하겠사옵니다.”
황실기사단장의 답에 리베란 황제가 이를 갈며 말했다.
“당연한 말을!”
황제의 말에 황실기사단장이 얼굴을 붉혔다.
“이 머저리 같은 놈들,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몰랐단 말이더냐!”
리베란 황제의 분노는 불특정다수를 향했다.
솔직히 그들의 죄는 아니었다.
죄라면 거점 방어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들에게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그 책임을 물어야 할 이들이 살아남아 있기를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때 황성이 크게 뒤흔들리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아앙!
“뭐, 뭐야!”
리베란 황제가 당황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부스스 하며 돌가루가 떨어져 내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말이다.
“허허허.”
리셀이 너털웃음을 흘리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십수 명의 카버 왕국 마법사들이 비장미 넘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 잘들 막아 보시게.”
리셀의 주변으로 말 그대로 집채만한 불덩이들이 하나 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저, 저걸 저렇게까지?”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의 얼굴이 점점 파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앞에서 현존 유일한 대마법사의 위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제376화
“미, 미친!”
“불거인을 소환해!”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이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마나 유동에 창백해져 있었지만 술법사들은 달랐다.
그들은 빠르게 불거인들을 소환하고 파이어 뱃을 소환하여 날렸다.
“그게 통할 리가…….”
그런 그들의 대응을 보며 한 마법사가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 순간 리셀의 주변에 떠올랐던 불덩이들이 일제히 날아들었다.
“방어술을 펼쳐!”
“젠장!”
술법사들도 그 불덩이에 대해 경각심을 가졌는지 방어술을 중첩시키기 시작했다.
그에 카버 왕국 마법사들도 이를 악물고 각자 방어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다섯 개의 불덩이들이 그들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콰콰쾅!
파이어 뱃이 날아가 부딪혔지만, 의미는 없었다.
마치 호수에 물 한 바가지 붓는 느낌이랄까.
집채만한 불덩이는 멈추지 않고 빠르게 날아들었다.
그 앞을 불거인 하나가 가로막았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그워어어어!
마치 생명체라도 되는 듯, 그 앞을 가로 막았던 불거인은 상체의 반이 날아간 채 괴음을 지르며 소멸되었다.
마지막으로 그 불덩이를 막아선 것은 술법사들이 펼쳐낸 방어술이었다.
콰차차차창!
자기류가 박살나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십수 개의 중첩된 방어술들이 일제히 깨어져 나갔다.
그 뒤로 펼쳐진 마법사들의 방어 마법들이 거대한 불덩이를 맞 이했다.
“끄으으으!”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술법사들까지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경악했다.
마법사들도 위력이 대단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일방적일 줄은 몰랐다.
어느 정도 가늠했던 그들도 그럴 것인데 다른 술법사들은 어쩌겠는가.
콰아앙!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섯 개의 불덩이 중 네 개는 가까스로 막아 냈다는 점이다.
그러나 하나는 불행히도 황성 일부를 날려 버리고야 말았다.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마법사 몇과 술법사들은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괴, 괴물!”
술법사들이 그제야 상대방이 괴물인지 알아챈 모양이었다.
“숫자로 밀어붙여!”
이대로 밀릴 수 없다고 판단한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 화살들을 만들어 내었다.
가장 기초적이지만 가장 빠르고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격이었다.
각자 십수 개에서 많게는 이십여 발 이상을 동시에 만들어 내었다.
물론 이걸로 리셀을 잡을 수는 없다.
다만 최대한 방어에 치중하게 만들고자 생각해 낸 차선책이었다.
다행인 것은 술법사들도 이심전심으로 파이어 버드들을 소환해 내기 시작했다.
“미친…….”
그때 마법사들은 물론이고 술법사들까지 동시에 욕설을 뱉어 버렸다.
수백 아니 족해 천개는 될 법한 마법 화살들이 리셀을 중심으로 떠 있었던 것이다.
달리 대마법사가 아닌 것이다.
“쏴! 쉬지 말고 쏴!”
악에 받힌 외침과 동시에 마법 화살들과 술법사들이 만들어 낸 파이어 버드들이 일제히 리셀을 향해 날아갔다.
“대법사 셋을 홀로 갈아먹은 작자인 것은 알았지만…….”
대마법사.
그것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아니 대법사라 불리는 존재만 해도 볼까 말까한 일반 전투 마법사들에게 대마법사는 재앙이었다.
술법사들은 더했다.
콰우웅! 콰콰콰!
사방에서 불꽃이 터져 나왔다. 리셀 하나를 상대로 황성의 술법사 백여 명과 십여 명의 마법사 들은 애처로워 보일 정도였다.
그 사이로 은빛의 동체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Hey! man!”
트렌든이었다.
술법사들 사이를 먼저 파고든 그는 양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바우웅!
순간 그의 양 손이 빛으로 물들었다.
“피, 피해!”
술법사들이 놀라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트렌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갓뎀! 이게 꼭 이런다니까!”
마법이 또 안 쏴진 것이다.
욕설을 뱉어낸 트렌든이 그대로 마법으로 만들어 낸 구체를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퍼엉! 펑!
그래도 위력은 나쁘지 않았는지 사방에서 가죽북 터지는 소리와 함께 술법사들이 이리저리 튕겨져 나갔다.
-피해! 뒤뒤뒤!
“좋아 쟈비스!”
통신 마법을 통해 울려오는 경고성에 트렌든은 뒤에 눈이라도 달린 사람처럼 이리저리 몸을 이동하며 술법사들을 공략해 나갔다.
마법이 아니어도 마법 갑주의 위력이 담긴 그의 체술은 위협적이었다.
콰득!
술법사의 뒤로 스치듯 돌아간 그가 목을 돌렸고, 이어 안면을 한 손으로 잡아 솟구쳤다가 떨어뜨리기도 했다.
쾅!
“하늘을 나는 소울아머 유저다!”
“피해!”
“선물이야!”
술법사들이 혼란에 빠져 이리저리 몸을 피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트렌든이 폭주시킨 마나석을 선물했다.
굉음과 불꽃이 튀어 오르며 술법사들의 몸뚱이가 육편으로 변해 사방으로 튀었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트렌든에 의해 술법사들이 혼란에 빠지자 리셀의 무지막지한 마법공격이 그 틈을 파고들었다.
등을 돌리고 달아나던 술법사의 몸뚱이에 구멍이 숭숭 뚫리며 한쪽으로 널브러졌다.
그 뿐이 아니었다.
마법사들은 마법 화살을 포기하고 방어술을 연신 중첩시키고 있었다.
그 하나를 막지 못한 것이다.
그때였다.
“크아아아!”
한쪽에서 괴성과 함께 푸른빛을 발하는 이가 리셀을 향해 솟구쳐 올랐다.
소울아머 유저였다.
푸르른 기운이 리셀을 당장이라도 반동강 낼듯했다.
“이런 모자란 놈.”
그러나 리셀은 픽하니 웃더니 그대로 손을 뻗어 외쳤다.
“중력역전.”
순간 리셀을 향해 뛰어올랐던 소울아머 유저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의 몸뚱이가 미친 듯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기 때문이었다.
단 몇 초간 작용하는 중력 역전 마법이었지만, 기습을 하기 위해 솟구쳤던 그의 힘을 그대로 담아 하늘로 날려 보냈던 것이다.
“으아아아아!”
소울아머 유저가 자신의 몸이 통제를 잃고 하늘로 솟구치는 상황에 놀라 비명을 내질렀다.
그런 그를 향해 은빛 동체가 빠르게 따라 올라갔다.
터억!
“크억! 뭐, 뭐야!”
뒤따라 솟구친 트렌든이 마치 소울아머 유저를 등으로 떠받히 듯 밀고 더 빠르게 솟구쳐 올랐다.
갑작스러운 탓인지 소울아머 유저는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그대로 밀려 가다가 뒤늦게 롱소드를 휘둘렀다.
카카캉!
“와우!”
놀란 트렌든이 재빨리 몸을 뺐지만 소울포스가 담긴 공격에 갑주 일부가 잘려 나갔다.
다행히 빠르게 피한 덕에 그 정도의 피해만 입은 것이었다.
방어마법이 저절로 펼쳐진 덕도 있었고 말이다.
자세가 역전이 되었다.
트렌든이 어느새 소울아머 유저의 머리 위로 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추진력을 잃은 소울아머 유저는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트렌든이 양손을 모아 앞으로 내밀며 중얼거렸다.
“장풍!”
투확!
순간 거대한 풍압이 트렌든의 손에서 쏘아져 나갔다.
그리고 당연히 그 풍압에 소울아머 유저는 더 빠르게 바닥으로 추락해 나갔다.
원래는 일반적인 윈드 마법이었지만, 트렌든이 쏘니 마치 장풍처럼 나갔던 것이다.
“예스!”
빠르게 떨어져 내리는 소울아머의 모습에 트렌든이 주먹을 쥐고 환한 얼굴을 했다.
그때 통신이 들어왔다.
-당장 마나석부터 갈아껴 이 인간아!
“오케이, 쟈비스.”
트렌든이 히죽 웃으며 위쪽에 대기하고 있는 비행선으로 몸을 날렸다.
으아아아아!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소울아머 유저의 비명소리가 황성이 떠나가라 울려 퍼졌다.
“시끄럽게!”
그때 밑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하던 제라르가 바닥에 떨구어진 창을 발로 차서 집어 들었었다.
부와아악!
그의 팔에 오러가 반투명하게 넘실거렸다. 팔뚝은 마치 여인네 허벅지 굵기로 팽창했다.
“으라차아!”
제라르가 창을 하늘로 날려 보내었다.
그가 날린 창은 마치 뇌전처럼 솟구쳐 올라가 소울아머의 등판을 파고들었다.
푸확!
떨어지던 소울아머의 몸뚱이가 잠시 허공에 멈추는 듯했다.
그러다가 다시 낙하를 이어나갔다. 아까와 다른 것은 비명이 없다는 정도.
그리고 그의 온몸이 푸른 불꽃으로 뒤덮히기 시작했다는 것 정도였다.
“이 빌어 처먹을 새끼들 뭐 주워 먹을게 있다고 자꾸 껄떡대!”
이실라 론 카말 공주의 입에서 드기만 해도 섬뜩한 말들이 쏟아져 내렸다.
“이새끼 칼질 좀 하는데? 그런데 다리가 빈다!”
뻐어억!
“끄어!”
사타구니를 채인 기사가 피거품을 물고 자빠졌다.
그녀의 전투는 거의 본능적이었다. 손에 쥐는 건 모두 휘둘러 대었다.
발에 걸리는 투구를 차내어 맞추는 건 기본이었다.
물론 맞추는 위치는 거의 다 하체의 중심이었다.
마치 연습이라도 하는 듯 쏘아 날려 맞추었다.
전투에 끼어든 이들이 거의 남자인 덕에 이 일격들은 효과만점이었다.
“저, 저거 전장의 미친년이다!”
“이런 씨! 공주가 여길 왜 와!”
이제야 그녀의 정체를 알아 시에라 제국기사들이었다.
“잡아! 껍데기를 벗겨서 매달아!”
“빌어먹을!”
기사들의 눈동자가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단지 여자라서가 아니었다.
무려 일국의 공주다.
그녀를 잡으면 습격자들에게 충분히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던 것이다.
누군가의 외침 덕인지 그녀를 향해 십수 명의 기사들이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와 이새끼들아!”
이실라 공주는 충혈된 눈으로 롱소드에 묻은 피를 뿌리며 오히려 달려 나갔다.
그 순간 그녀의 주변으로 광풍들이 몰아쳤다.
콰가가각!
동시에 그녀를 향해 달려들던 시에라 제국 기사들이 피를 뿌리며 사방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어라?”
“이 썅놈의 새끼들! 감히 우리 형수님에게!”
“다 조져!”
“싹 다 죽여버려!”
“어, 어머 호호호호.”
광풍의 정체는 바로 계웅삼이 이끄는 검수들이었다.
그녀의 주변으로 튀어나온 그들은 좌우로 몰아치며 달려드는 적들을 거침없이 베어 나갔다.
그런 그들을 향해 로우급 유저가 달려들었다.
“감히!”
시에라 제국의 로우급 유저가 푸른빛을 뿌리며 달려들었지만 검수들은 멈추지 않았다.
빠르게 한명이 스쳐지나갔다.
태앵!
“읏!”
순간 로우급 유저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제대로 막지도 못할 정도로 빨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건 시작이었다.
태탱! 서걱! 석!
“어헛!”
사방에서 칼날의 폭풍이 그를 향해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전후좌우를 가리지 않았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칼날의 폭풍에 로우급 유저의 몸은 금세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 이런 빌어먹을…….”
당황한 그의 눈앞에 빠르게 달려오는 이실라 공주의 모습이 확대되어져 왔다.
“이런 빌어먹을 녀어…….”
콰직!
욕설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이실라 공주가 양손으로 쥔 롱소드를 그대로 그가 벌린 입에 처박아 넣었던 것이다.
“꺼어…….”
“호로새끼 어디서 입을 털어!”
소울포스가 입안은 보호해 주지 못했다.
이실라 공주가 그대로 눈알을 번들거리며 롱소드를 이리저리 휘저었다.
입안은 몰론이고 목구녕이 그대로 갈가리 찢겨져 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검수들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어우 야.”
“우리 대장 잘하는 짓일까?”
그때 웅삼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이실라!”
뒤늦게 그녀를 향해 병력이 쏠렸던 것을 보았던 것이다.
순간 그녀가 소울아머의 가슴팍을 밀어 차며 냉큼 칼을 뽑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숨을 몰아쉬며 생긋 웃었다.
“괜찮아요! 전 걱정마세요!”
심지어 그 미소는 상큼했다.
“조심해!”
“네!”
웅삼이 다시 뛰어가자 이실라 공주가 뒤를 돌아보았다.
부들거리는 로우급 유저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살았네?”
그녀는 말없이 옆에 떨어진 방패를 역수로 쥐고 내려찍었다.
검수들 중 하나가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난 저 친구가 순간 우리 대장으로 보였어.”
“나도.”
순간 이실라 공주가 그들을 돌 아보았다.
“어머? 고마워요!”
“…….”
그제야 그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했다.
“며, 별말씀을.”
그들은 최대한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