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23
392화 대술법사들의 등장
카사 백작의 말에 순간 시에라 제국의 기사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거지 하는 표정이었다.
“제압 하…….”
순간 선임기사가 일그러진 얼굴로 롱소드를 뽑으며 외쳤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카사 백작의 후방에서 뭔가가 날아와 머리에 박혔다.
퍼억!
태앵!
선임기사는 빠르게 쳐냈지만, 주변에 있던 기사 중 두 명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각각 목과 이마가 쪼개져 버렸다. 날아온 것은 손도끼였다.
“으차!”
순간 카사 백작이 뒤춤에 숨겼던 단검을 휘둘렀지만, 선임기사는 어렵지 않게 막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카사 백작 역시 그 공격으로 뭘 어떻게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공격과 동시에 뒤로 꽁무니를 뺀 것이다.
그리고 그와 교대라도 하듯 주변에 은신하고 있던 검수들이 카사 백작을 스쳐 지나갔다.
이어 선임기사와 무기를 뽑아 든 기사 둘을 향해 달려들었다.
무기가 부딪칠 법도 한데 그 소리마저 요란할까 봐 검수들은 공격을 피해 내었다.
이어서 기사들의 입을 막으며 옆구리에 칼을 박아 넣었다.
“크읍!”
옆구리를 관통한 장도가 심장을 지나 승모근을 뚫고 나왔다. 아주 부드럽게 말이다.
뼈를 건드리지 않고 살을 가르는 신기를 보여준 것이다.
두 명의 기사마저 허물어져 내릴 때 선임기사는 참담한 표정으로 무너져 내렸다.
양 발목의 뒤쪽에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검수들이 스쳐 지나가며 발목인대를 잘라 버린 것이다.
그의 롱소드를 쥔 손은 다른 검수의 손에 잡혀 버렸고, 무어라 외치려는 그의 입에는 차가운 장도가 쑤욱하고 파고들었다.
“꺼억…….”
벌려진 입속으로 틀어박힌 검날 사이로 바람 새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뒤로 물러섰던 카사 백작은 재빨리 달려가 떨어진 롱소드를 집어 들었다.
“이제 뵙시다.”
“알아서 살아남으쇼.”
“그건 맞는데…….”
검수가 걱정 어린 말을 뱉자 카사 백작이 어설픈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여유 좀 있으면 적당히 좀 봐 주시고. 아니면 말고. 흐흐.”
약간의 미련을 남기는 카사 백작의 말에 검수들이 피식피식 웃었다.
짐이기는 했지만, 그가 길을 잡아 준 덕에 거의 내성 입구 가까이까지 헤매지 않고 올 수 있었다.
검수들과 카사 백작이 시선을 돌리며 내달렸다.
더는 어떻게 눈길을 숨기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부터는 강행 돌파가 답이었다.
시에라 제국 황성의 내성 입구에서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수를 따지면 습격자들보다 시에라 제국 황성 수비대가 더 많았다.
그러나 질에서 달랐다.
카말 왕국과 필리어리 왕국에서 고르고 고른 정예다.
아무리 두 왕국이 제국에 비해 열세라지만, 그게 개개인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었다.
물론 프라임 론 아가드 공작의 존재가 특출 나기는 하지만, 그를 뺀다면 두 왕국 역시 버티고 버텨 낸 저력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정예들이 모였으니 시에라 제국이 숫자가 많다 해도 쉽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거기에 리셀이라는 일인군단까지 끼었으니 시에라 제국이 정신을 못 차리는 것은 당연했다.
황성의 모든 술법사와 카버 왕국에서 파견 나온 마법사들로는 대적 불가였다.
리셀은 그들을 상대하면서도 내성진입을 위해 밀어붙이고 있는 별동대를 돕는 여유까지도 보이고 있었다.
그때 리셀에게 마법사가 다가왔다.
“지금 검수들이 안쪽에서 내응을 하려 한답니다.”
“안쪽에서? 계 장군이?”
“아닙니다. 그쪽은 황제의 위치를 확인해서 접근 중이라고 합니다.”
“오호!”
황제의 위치를 잡았다는 말에 리셀이 반기는 표정을 지었다.
마법사의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호위전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이 되어 안팎으로 흔들기 위해 그런 판단을 했다고 합니다.”
“나눌 만한 병력이 되지는 못할 것인데.”
리셀의 말에 마법사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여섯 명만이 향했다 합니다.”
순간 리셀의 얼굴이 굳어졌다.
계웅삼이 이끄는 검수들의 실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웅삼과 검수들은 불가능한 일들을 해오며 전장에 있어 반전의 키를 가져왔던 이들이었다.
심지어 우연이 겹치기는 했지만 소수의 인원으로 성을 장악한 무용담까지 가진 이들었다.
그러나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으음.”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 분명했다.
그들이 문을 열던 열지 못하던 이쪽에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크다.
그만한 실력자들이라면 충분히 내부의 혼란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외부에서 두드리고 있는 별동대들이 내부로 진입을 할 수 있는 틈이 생길 것이다.
문제는 지금 병력이 집중된 안쪽에서 그들이 버텨 낼 수 있는가였다.
“황제를 잡는다라.”
어차피 그걸 목표로 했다.
아마도 웅삼의 고육지책일 것이다.
내성 문이 열리거나 위기가 오면 황성의 무력 중 일부가 지원을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조금의 전력을 더 줄이고 황제를 노리겠다는 의미였다.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리셀이 천천히 입술을 달싹였다.
“오움 살라 움타아…….”
마력의 진언이 낮게 흘러나왔다.
이어 마나가 그를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산들 바람처럼.
하지만 이내 빠르게 몰려들었다. 그리고 사물들이 그의 몸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마나는 공기처럼 인지하기 힘든 힘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밀도가 높아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으흑!”
리셀에게 보고를 하던 마법사가 창백해진 얼굴로 물러섰다.
리셀의 몸 주변으로 몰리기 시작한 막대한 마나에 견디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의 곁에서 떨어진 마법사를 보며 리셀이 웃으며 말했다.
마법사는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몰려드는 마나의 폭풍을 보며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짓을 하시려고…….”
잠시 후 리셀의 몸 주변에서 빛덩이들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마, 마법화살?”
막대한 마나를 모은 것 치고는 결과가 허무했다.
초급 공격 마법에 해당하는 마법화살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멈추지 않고 마법화살이 생성되었다. 모이고 모여 집채만 한 구체처럼 보였다. 하지만 또 모이고 모였다.
그리고 그걸 본 마법사는 마치 태양이 떠오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아직 그의 주변에는 마법화살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었다.
내성의 성벽위에서 남부 연합군의 별동대를 상대하던 지휘관은 사방이 갑자기 밝아진 것에 시선을 돌렸다가 입이 떡 벌어졌다.
“대, 대체 저게 뭐야!”
상대 마법사가 그쪽 대륙에서 제일가는 이라는 소문은 들었다. 그러나 이건 듣던 것 이상이었다.
위력은 모르겠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질릴 정도의 빛덩이가 뭉쳐 들고 있었다.
“히이익!”
주변의 마법사들의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대체 저게 무슨 공격인가!”
같은 마법사이기에 알것이라는 판단에 다그쳤다. 그러자 마법사가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마법화살. 그저 기, 기초적인 공격마법인데…….”
“기초적인 공격이 저렇다고!”
“보통 많아야 수백 발을 운용하는게 정상입니다! 그것도 순차적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저건…….”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수백 수천이라는 단위가 어울리지 않는 규모였다.
“저, 저 정도면 여기 있는 인원들을 백번도 더 죽일 수 있을 겁니다아!”
“비, 빌어먹을!”
마법사들이 분주하게 방어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성 쪽에서 노인 몇이 헐떡이며 달려왔다.
“이게 대체 무슨 힘이오!”
“잘 오셨습니다! 적의 마법사가 부리는 수작인데 이게…….”
달려온 이들은 황성에 기거하던 대술법사들이었다.
“으음. 내 상대해 보리다.”
대술법사 중 하나가 술법지를 뿌리며 주문을 외자 술법지가 날아가 성벽 위에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성벽이 검게 물들어갔다.
마찬가지로 내성 자체에도 술법을 부리자 검은 빛이 감돌았다.
“저, 저건 철의 장벽!”
“후우. 아까 황성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달려 나왔는데 늦지 않게 왔구먼.”
철의 장벽이라는 술법은 말 그대로 건물의 방어력을 높여주는 술법이었다.
일반적인 방어술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도와 범위를 가진 술법이었다.
단점이라면 사물 자체를 강화하는 술법이라는 정도.
하지만 지금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술법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또 다른 대술법사가 주문을 외자 파이어 버드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그 크기가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어헉!”
불길을 휘감은 새가 점점 크기를 키워 가더니 급기야 불거인은 비교도 안 되는 크기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것을 보며 대술법사가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떻소! 내 불신이!”
“아…….”
대술법사의 자화자찬에 지휘관은 어색하게 웃었다.
이름은 들어 본 적 있다.
불의 신이라 붙인 거대한 새를 소환하는 술법.
물론 이 대술법사의 고유 술법이었다. 그러나 그 이름에 대해서는 아직 말이 많았다.
뭔가 불신을 부르는 불길한 이름이라며 말이다.
“그놈의 작명하고는.”
“불신이 어때서!”
그러는 와중에 팽창을 끝낸 리셀의 마법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진동음이 커지자 내성을 지키러 가는 이들의 발걸음은 바빠져만 갔다.
하지만 그보다 더 바삐 움직이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검수들과 카사 백작이었다.
“리셀님이 도와주시는 것 같군.”
“흐흐흐, 딱 봐도 그렇지?”
“적이다!”
몇 마디 노닥거리는 것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시에라 제국 병사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뛰어왔다.
카사 백작과 검수들은 그대로 달렸다.
그러는 가운데 병사들은 복도에서 무기를 겨누고 마주 달려왔다.
뒤편의 병사는 뒤쪽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침입자의 존재를 알렸다.
그 사이 먼저 달려간 검수가 검병 사이로 스치듯 지나가자 사방으로 피분수가 뿜어졌다.
“기, 기사님들을 불러와!”
병사들은 뭔가 무기조차 맞대지 못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적에 당황하며 악다구니를 썼다.
그 와중에 카사 백작도 검병 하나의 목을 베어 내며 한손을 거 들었다.
그렇게 적들의 피를 사방에 뿌려 대며 나아가는 그들의 앞으로 점점 많은 수의 검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사들 역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으라차차차!”
검수 둘이 속도를 올리며 양쪽 복도 벽을 박찼다.
두 명의 검수들이 각기 왼쪽과 오른쪽의 복도 벽을 밟아 달려 나가는 신기를 보여 주었다.
“어헉!”
순간 두 명의 검수들이 벽을 달려 뒤를 점하자 막아섰던 병사들이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그와 동시에 앞과 뒤로 검수들이 공격을 시작했다.
막아서는 건 시에라 제국 황성의 수비대였지만 지금의 모습은 마치 포위 섬멸을 당하는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번에도 카사 백작은 한걸음 늦게 나아가며 적병을 상대해 나갔다.
비록 실력이 모자란 탓에 웅삼에게 매번 끌려가 훈련을 받으며 타박을 받았다.
하지만, 그래도 그게 도움이 되었는지 일반 병사들을 상대로 우위의 실력을 보여 주었다.
어느새 카사 백작의 온몸에도 적의 피로 피칠갑이 되었다.
그렇게 종횡무진 하는 사이 다시 모인 검수들이 일렬로 서서 적병들을 문까지 밀어붙였다.
콰콰쾅!
황성의 입구가 박살이 나며 내성 안쪽의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 하하하.”
검수들이 반원을 그리며 섰다. 그 중간에 선 카사 백작이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순간 내성벽을 지키고 있는 이들의 수많은 눈동자들이 자신들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