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25
394화 질주하는 자들
콰콱!
“무슨!”
의기양양하게 달려왔던 로우급 유저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공격이 전부 무위로 돌아갔다.
당장에 상대방의 무기를 자르고 몸통을 가를 것이라 생각했던 공격이었다.
하지만 모조리 흘려 내며 오히려 반격을 해 오고 있었다.
세명의 로우급 유저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물론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의 공격은 분명 강력했다.
검수들도 막아 낸다기보다는 흘려내는 식의 방어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결과는 같았다.
그들의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 문제는 상대방의 공격은 조금씩 그들에게 피해를 누적시키고 있었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자잘한 상처가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었다.
그건 그들의 소울포스를 뚫을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들의 유기적인 전투 형태는 로우급 유저에게도 그대로 먹혀 들어가고 있었다.
로우급 유저들이 뛰어들며 기사들이 뒤로 물러났다.
셋이나 왔으니 당연히 그들 손에서 처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당장 죽어나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더욱 수월하게 대응을 해 오는 느낌마저 들었던 것이다.
당연했다.
그들이 상대하는 이는 바로 웅삼을 비롯한 가우리의 핵심 무력들이었다.
묵갑귀마대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당연히 강자와의 전투는 익숙했다. 거기에 이들 개개인의 무력을 따지면 로우급 유저에 모자람이 없었다.
그런데 다섯 명이 셋을 상대하니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했다.
이걸 검수들은 알고 로우급 유저들은 몰랐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유기적인 전투방식이 몸에 익었고 로우급 유저들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로우급 유저 셋이 유저 하나를 상대하는 법 정도는 익혔다.
언제 어디서 유저를 막아야 할지 모르니 말이다.
그러나 강자 하나를 상대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실력자 다섯을 상대하는 건 다른 문제다.
유기적인 전투가 벌어질 수 없다.
비록 로우급이라지만 나름 실력 있는 자들이었다. 당연히 합공을 하는 전술보다는 홀로 전장을 윽박지르는 전투에 익숙한 상황이었다.
그게 지금은 칼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었다.
물론 검수들도 상황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심리적 고립감.
이것 또한 무시 못했다.
그리고 누적되어 온 피해. 이리저리 긁히고 잘린 상처들이 늘고 있었다.
깊은 상처는 아니라지만 그것도 하나 둘씩 늘어가자 출혈량이 무시 못할 정도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버텼다.
이런 전투가 한두 번이겠는가.
그때 검수의 시선이 한쪽을 향했다. 진한 푸른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소울아머 유저다.
눈앞의 로우급 유저들과는 다른 존재.
물론 그들이라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그들의 임무는 버티는 것이 아니다.
문을 열어 재끼는 것이다.
또 눈앞의 로우급 유저들과 합류해서 공격해 들어온다면 작전은 실패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때였다.
허공에 빛이 번쩍이더니 붉은 핏빛 조각들이 아롱거리며 뿌려져 내렸다.
이내 성벽 위가 소란스러워지면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빛의 향연이 펼쳐졌다.
리셀의 마법이었다.
그 거친 공격 덕인지 이쪽을 향하려던 소울아머 유저의 시선이 밖을 향해 옮겨졌다.
푸른빛을 두른 무기가 허공을 날고 있었다.
검수들은 순간 서로의 눈빛을 교환했다.
‘지금!’
그들을 상대하던 로우급 유저도 밖의 상황에 신경을 빼앗겼는지 잠시 주춤했다.
동시에 검수들이 일제히 치고 나가며 외쳤다.
“문으로 뛰어!”
어지간히 급했나 보다.
검수 중 하나가 반말로 카사 백작에게 명령을 했다. 다행히 카사 백작의 눈치는 좋았다.
뭔가 수를 내려는 것을 알았는지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성 문을 향해 내달렸다.
그 앞을 가로막는 기사들이 있었지만 검수 중 하나가 함께 뒤를 받치며 상대를 했다.
그러자 로우급 유저가 놀라 뒤를 잡으려 했다.
그 순간 검수들의 공격이 무자비하게 쏟아졌다.
우선 하나.
등을 돌렸던 로우급 유저가 황급히 몸을 틀었지만 그의 온몸으로 공격이 쏟아졌다.
물론 그의 동료들이 그걸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다.
그에게 공격을 집중하는 검수들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검수들은 멈추지 않았다.
등짝이 갈라져도 묵묵히 공격을 이어나갔다.
팔다리가 위험하면 몸통의 일부를 내어주면서 공격했다.
순식간이었다.
로우급 유저 하나가 걸레짝이 되어 쓰러지는 것은 말이다.
“어헉!”
동시에 두명의 로우급 유저가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검수 하나가 다른 하나를 견제할 때 세명의 검수가 남은 하나에게 미친 듯이 공격을 퍼부었다.
그 즈음이었다.
뒤늦게 이쪽의 상황을 알아차린 소울아머 유저가 성벽 위에서 그대로 뛰어내렸다.
그가 뛰어내린 곳은 카사 백작이 내달리는 곳이었다.
“계속 뛰어!”
카사 백작과 보조를 맞추던 검수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이어서 뛰어내려오는 소울아머 유저를 바라보며 손에 들고 있던 장도를 바닥에 꽂았다.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그와 동시에 그의 허리춤에 박혀 있던 손도끼들이 쉴새 없이 날았다.
손바닥만 한 쇠붙이들이 거친 파열음을 만들어 내며 날았다.
서너 개는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는 소울아머 유저에게 날았다.
그리고 대여섯 개는 카사 백작의 좌우를 스치듯 앞으로 날아갔다.
차차창!
허공에서는 예상했든 모조리 튕겨져 나가는 쇳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대신 카사 백작을 스치고 날아간 손도끼들은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 내었다.
“어억!”
“억!”
카사 백작의 앞을 막으려 오던 기사와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다.
“나를 두고 한눈을 팔아?”
성난 음성이 머리 위로 들려왔다. 동시에 검수는 장도를 잡아채며 앞으로 굴렀다.
“아, 젠장.”
검수가 인상을 찡그리며 장도를 겨누었다.
그의 시선 한쪽에 미처 피하지 못한 잔재가 남았다.
팔뚝 아래가 허전했다.
“젠장, 다리는 아니라 다행이라 해야 하나.”
“목을 노렸는데 운이 좋구나.”
“실력이 좋은 거다. 멍청한 놈.”
검수는 잘려 나간 팔뚝의 절단면을 지혈할 시간을 얻지도 못했지만, 이죽거리는 것만큼은 때를 놓치지 않았다.
그때 소울아머 유저가 거칠게 덥쳐왔다.
“후욱!”
순간 호흡을 가다듬으며 몸을 돌렸다.
다행히 이번에는 팔다리가 멀쩡했지만, 바닥을 뒹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뒹굴며 몸을 일으키던 검수는 반사적으로 바닥의 돌들을 차서 날렸다.
그러나 소울아머 유저는 그걸 쉽게 퉁겨내었다.
그러나 그 찰나의 시간이라도 번 덕에 다시 자세를 잡을 수 있었다.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것이 쥐새끼 같구나.”
“고마워.”
“…….”
놀리는 말이었지만 오히려 고맙다는 듯 대꾸하자 할 말을 잃은 소울아머 유저였다.
그때 뒤쪽에서 또다시 비명이 튀어나왔다.
로우급 유저 하나가 다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어 빠른 발걸음 소리들이 울려왔다.
“훗, 숫자가 많아져 봐야…….”
로우급 유저들이 당했지만 어차피 로우급은 로우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뒤에서 들려오던 발소리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스쳐 지날 뿐이었다.
“팔 한 짝은 어따 팔아먹었냐!”
“에라이 미련 곰퉁아!”
“모가지는 팔아 먹지마라!”
연달아 들려오는 목소리.
“지랄 니들이나 걱정해! 등짝 다 갈라진 놈들이 무슨!”
순식간이었다.
팔 한 짝을 잃은 동료를 구할 줄 알았는데 그를 그냥 스쳐 지나간 것이다.
“지금 뭐하는…….”
“뭐긴 넌 내 꺼라는 거지.”
검수가 장도를 휘리릭 돌리며 다시 소울아머 유저를 겨누었다. 그리고는 칼끝을 까딱이며 말했다.
“덤벼. 고만 씨부리고.”
“이노오오옴!”
소울아머 유저가 분노했다.
검수 넷은 홀로 분전하고 있는 카사 백작을 향해 내달렸다.
그는 기사들에게 휩싸여 있으면서도 잘 버텨 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온몸에는 칼자국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버티는 게 용해 보였다.
하지만 그가 미끼가 되어 달려 준 덕에 로우급 유저들을 처리하고 올 수 있었다.
그들이 카사 백작의 주변에 몰려든 적을 처리하자 때를 맞추듯 소울아머 유저 하나가 다시 달려왔다.
물론 혼자는 아니었다.
로우급으로 보이는 이 하나와 기사들을 대동하고 오고 있었다.
상황이 심각하다 느낀 것이다.
“뚫어!”
그러자 검수둘이 방향을 바꿔 소울아머 유저와 로우급 유저 그리고 기사들이 달려오는 방향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리고 나머지 둘은 카사 백작과 함께 얼마 남지 않은 내성 문을 향해 내달렸다.
콱! 콱!
두 검수는 동시에 장도를 바닥에 박아 넣고 양손으로 손도끼들을 뽑아 날렸다.
시선은 소울아머 유저와 그가 끌고 오는 병력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뿌리는 손도끼들은 성문을 향해 내달리는 아군 쪽으로 날려 보냈다.
순식간에 이십여 자루의 손도끼가 날았다.
마찬가지로 달려가던 검수 둘도 도집에 잠시 장도를 넣고 양손으로 허리춤의 손도끼들을 날렸다.
네 명이 던진 손도끼들이 정면으로 팔랑이며 날았다.
정면을 가로막던 적들이 아우성을 치며 나자빠졌다.
“더 뛰어라 굼벵이들아!”
“달려어어!”
뒤에서 남은 두 명의 검수들이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함께 달리며 손도끼를 뿌린 두 검수들의 몸이 일직선으로 쭈욱 늘어나며 한 발을 크게 내딛었다.
화아악!
바람이 뒤틀리며 불어 나갔다.
콰앙!
땅을 밟는 발소리가 천둥처럼 울려왔다.
그와 동시에 두 검수가 약속이라도 한 듯 몸을 뒤틀며 허리춤의 장도를 뽑아 그었다.
가가가각!
은빛 반원이 그려졌다.
동시에 앞을 막아서던 기사와 병사들의 얼굴에 경악이 물들었다.
한 번의 발도.
앞을 다시 막아섰던 이들 십여 명의 몸통이 상하로 나뉘고 있었다.
피분수가 일었다.
모두가 얼어붙었다.
카사 백작이 둘을 스쳐 지날 때 즈음 두 검수가 다시 내달렸다.
“젠장! 잡아!”
소울아머 유저가 악다구니를 썼다.
“잡긴 뭘 클클.”
“우리나 잡아 보시지?”
“빌어먹을 놈들!”
두 검수가 만신창이가 된 채 히죽거리고 있었다.
그 짧은 사이 카사 백작과 두명의 검수가 길을 열어 나갈 때 이들을 막아섰던 이들의 몸뚱이는 상처로 그득했다.
소울아머 유저 하나도 힘든데 로우급 유저에 기사들 역시 합공을 해 왔던 것이다.
심지어 두 검수 중 하나의 몸통에는 누군가의 롱소드가 관통한 상태로 매달려 있었다.
그나마 그 롱소드의 주인인 것 같은 이의 손목도 함께였다.
“지독한 놈들.”
“기왕이면 멋진 놈들이라 해 줘.”
“맞아. 그게 좀 낫다.”
“네놈들의 머리통을 잘라 성문에 매달아 놓겠다.”
“그러던가. 대신 우리는 니네 황제 대가릴 잘라 매달아 놓을걸?”
“미친놈들!”
소울아머 유저가 대화할 시간이 없다는 듯 힘을 잔뜩 끌어올리며 다가왔다.
그러자 두 명의 검수들이 자세를 바꾸었다.
한 명이 앞으로 다른 한 명은 뒤로.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자세다. 둘이서 줄을 서듯 일렬로 섰으니 말이다.
“짠 팔이 네 개처럼 보이지 않아?”
선두의 검수가 히죽 웃으며 농담을 건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