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27
396화 그가 외쳤다.
성문이 열리자마자 쏟아져 들어온 카말 왕국과 필리어리 왕국의 기사들이 주변을 빠르게 장악해 나갔다.
더불어 함께 투입된 가우리의 개마기병들이 성문을 연 카사 백작과 검수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그들이 얼마나 분전했는지 문이 열렸을 때에는 그 주변에만 수백 명이 넘어가는 적들이 죽어 나자빠져 있었다.
단 다섯 명이 해낸 결과로는 생각지 못할 정도였다.
심지어 그중에 절반 이상은 기사들이었다. 물론 소울아머 유저들까지 포함된 숫자다.
이미 주검으로 변한 두 명의 검수와 중태에 빠진 두 명의 검수. 그나마 한 명도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카사 백작도 이대로 방치하면 숨넘어갈 지경은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기다릴 것이지.”
리셀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입을 열자 막 치료를 받고 한 숨 돌린 카사 백작이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고생했구먼.”
“저야…….”
카사 백작은 말끝을 흐리며 옆을 바라보았다.
두 명의 검수가 조용히 누워 있는 모습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나머지 두 명도 리셀의 치료마법에 겨우 운신을 하고 있었으나 흘린 피가 많아, 여전히 창백해 보였다.
“후우.”
리셀은 황성을 향해 나아가는 병사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의 희생이 없었어도 성문을 열 수는 있었을 것이다. 허나 그리되면 황제를 찾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만약 황제가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한다면 이 작전은 절반만 성공하는 것이 된다.
웅삼은 그걸 막기 위해 전력을 나눈 것이다.
그때 황실 친족들을 처리하고 온 강구신과 묵갑귀마대원들이 달려왔다.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구신이 리셀에게 묻자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소울아머 유저의 질이 다르긴 하더군요.”
구신 역시 방금 전 전투를 통해 꽤 진을 뺐다.
기존에 상대한 이들과 이들을 비교하기에는 미안할 정도였다.
물론 다는 아니었지만 이쪽이 성문 쪽이다 보니 꽤 강자들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거기에 합공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검수들의 피해가 커졌던 것이고 말이다.
“웅삼이가 미칠 거 같은데.”
웅삼이 이끄는 검수들.
소수정예란 말에 걸맞게 실력도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끈끈했다.
묵갑귀마대원들처럼.
그걸 알기에 구신은 이들의 죽음을 알 웅삼의 모습이 선했다.
황성 내부는 난장판이었다.
웅삼과 제라르가 이끄는 나머지 별동대원들이 언제까지 몸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는 힘으로 길을 열기 시작했다.
복도라지만 그 너비가 병사들을 열을 세워 놓아도 될 정도로 넓은 탓에 밀려오는 적들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이제는 병사들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황성 크기만큼이나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제라르와 웅삼을 막을 정도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이 지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일부 병력이 성문에 쏠렸던 덕에 시선이 나뉘어 이들이 좀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대전이 지척이었으니 말이다.
그때 웅삼의 뒤쪽에 있던 마법사가 통신을 받았다.
“성문을 열었답니다.”
“더 바빠지겠군.”
성문이 열렸다면 아마 이 안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나마 성문을 안쪽에서 열어젖히러 간 이들이 아니었다면 여기까지 빠르게 오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시간은 많은 편이 아니었다.
성문이 열렸다지만 내성 주변의 적도 별동대의 수배는 될 것이다.
심지어 대전을 앞두고 꾸역꾸역 밀려 들어오는 적들을 보니 얼마나 더 있을지 예상이 되지 않았다.
최소 천여 명이 상주할 것이라는 첩보는 있었다.
물론 지금 그 숫자가 다 있지는 않을 것이다.
상당수는 아까 검수들이 문을 열러 나가며 그쪽으로 집중되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황제의 곁이다.
숫자보단 질이 중요했다.
그때 웅삼이 정면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 애들은?”
그때 마법사가 잠시 주저하다가 입이 열었다.
“괴소 경과 무유 경이 전사하였답니다.”
“…….”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웅삼은 잠시 정면을 바라보며 망부석처럼 서 있을 뿐이었다.
검수들 역시 굳은 얼굴을 했다.
제라르 역시 웅삼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말을 붙이기 힘들었다.
얼굴을 마주하는 것도 힘들 정도로 험악한 표정이 웅삼의 얼굴에 드리워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역팔자.
그의 눈썹은 물론이고 눈꼬리까지 길게 올라가 있었다.
입은 한일자로 꾹 다물려 있었고,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하악골의 근육이 울툭 튀어나왔다.
“씨팔 몇 더 보낼걸.”
다물려 있던 웅삼의 입에서 자책의 말이 툭 튀어나왔다.
물론 무리다.
얼마의 적이 있는지 알고 여기서 병력을 더 나눈다는 건가.
다섯도 최선이었다.
하지만 자책을 안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만에 하나 황제가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면 이 숫자를 또 나눠야 할지 몰랐다.
웅삼이 입을 열었다.
“제라르.”
“응?”
“애들 좀 끌고 와라.”
웅삼의 말에 제라르가 눈썹을 구기며 되물었다.
“넌?”
“대가리가 도망가면 안 되니까.”
“그건 알겠는데.”
무리다. 웅삼의 실력을 알지만 지금 이곳은 적진의 심장부다. 얼마나 강한 이들이 있을지 생각하기 어려웠다.
조금 전에 한명의 소울아머 유저를 만나봤지만 지금까지 봤던 이들과 달랐다.
하나같이 하이 급이라 불리는 소울아머를 입고 있을 정도였다. 기본 실력도 모자람은 없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적이 있을지 모른다.
그때 검수들 중 하나가 제라르의 팔을 슬쩍 잡아챘다.
제라르가 돌아보니 검수가 입을 꾹 다문 채로 고개를 슬슬 저었다.
제라르가 다시 주변을 바라보았다. 검수들이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웅삼이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놈이 도망가면 아마 미칠 거 같다. 도망가지 못하게 하느라 애들을 보냈는데 말이지.”
“그래…….”
“내가 달리면 아마 대열이 흐트러질 거다. 오히려 지금보다 빠를 거다. 이런 짓도 니가 있으니 할 수 있는 거다.”
웅삼의 말에 제라르는 피식 웃었다.
“그래.”
“막아라!”
그때 앞에서 기사들이 달려오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로우급 유저도 서넛은 보였다.
그걸 보며 천천히 한 두 걸음 내딛던 웅삼이 점점 속도를 빨리 하며 말했다.
“먼저 간다.”
웅삼이 내달리자 제라르가 롱소드에 묻은 피를 털어 내고는 말했다.
“우리도 달린다!”
제라르와 검수들 누구 할 것 없이 거의 동시에 정면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리베란 루 비에라 황제의 얼굴이 참담함으로 물들었다.
“개구멍이라니!”
황제가 기거하는 황성이다.
그런데 황성에 개구멍이 있단다.
물론 진짜 개가 드나드는 개구멍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곳으로 적이 침입했다는 것이고, 그들이 내성문을 열어 버렸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더 웃긴 것은 그 다음이었다.
갑자기 대전을 향해 소수의 인원이 돌파를 해 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내성문이 열렸다 해도 황성이 뚫리는 것은 아니었다.
황제가 기거하는 곳이 그리 허술할 일도 없었고, 또 내성방어를 위해 일부가 뛰쳐나갔다 해도 이 대전 주변에 있는 병력만 삼백이었다.
그 외에도 삼사백의 기사들이 있었다.
적의 숫자는 오백여.
외부의 병력도 이천이 넘었다.
그뿐이 아니다.
지금쯤이면 또 수천의 수비군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상황이 이리 급해진 것이다.
“일단 피하심이…….”
“이런 개 같은! 고작 몇 십도 안 되는 인원이 들이 닥쳤다고 날더러 피하라? 지금 경들은 모두 허수아비요!”
리베란 황제가 거친 언사를 뱉었지만, 그 누구도 얼굴을 들지 못했다.
“그렇긴 하지만 갑자기 튀어나온 인원인 만큼 얼마가 더 있을지 모릅니다.”
리베란 황제의 호위를 맡은 호위기사단장인 가르샤 벨루 백작의 말이었다.
황제만을 위해 살아온 그였다.
가진바 실력은 제국에서도 손꼽는 강자였다.
실제 프라임 공작도 인정하는 강자가 바로 그였다.
그럼에도 절대 전장으로 나서지 않았다.
황제의 안위만이 그에게 있어 절대 명제였던 것이다.
그런 그의 말이었기에 리베란 황제는 성만 낼 수 없었다. 심지어 지척에 적이 있는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폐하아아!”
누군가 피를 토하듯 달려 들어와 외쳤다. 아니 이미 피칠을 하고 있는게 꽤나 고생을 한 듯했다.
“무슨 일인가!”
가르샤 백작의 날선 외침에 달려들어 온 이가 입을 열었다.
“계웅삼이 오고 있사옵니다!”
“계웅삼!”
가르샤 백작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미 가우리의 강자들에 대해서는 질리도록 들어 알고 있었다.
그중 카말 왕국의 사위이자 세상에서 가장 빠른 칼을 쓴다는 이의 이름을 모를 수는 없었다.
거기에 그에게 죽어나간 소울아머 숫자가 한둘이 아니다.
“그가 홀로 달려오고 있나이다!
문제는 그 뒤를 따라 적의 기사들이 이어오고 있사옵니다.”
“대체 왜 그런 식으로?”
순간 누군가가 의아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나 가르샤 백작은 눈꼬리를 떨었다.
그때 리베란 황제가 이를 빠득 갈며 말했다.
“먼저 와서 발목이라도 잡아 놓겠다는 건가?”
리베란 황제의 말 대로였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
“그것이 아니라 그 정도 되는 강자가 무시하고 뚫어 내고 달려 가면 막아야 하던 기사들의 대열이 흐트러질 것입니다. 그리되면 뒤따라 밀고 오는 이들이 좀 더 수월한 돌파를…….”
“그럴수도 있겠지만 단지 그뿐이겠소?”
리베란 황제의 반문에 몇 마디 변명과 같은 말을 뱉어 내던 가르샤 백작이 입을 다물었다.
리베란 황제 역시 칼을 들었던 자다.
물론 피 튀기는 전장에서 칼을 휘두른 경험이 많진 않아도 내전에서 살아남은 이다.
온실의 화초마냥 자라오며 글로 전쟁을 경험한 이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런 그였기에 적의 의도를 모르기는 어려웠다.
아니, 알기에 더 분노했다.
“대전 주위에 소울아머 유저만 열. 그중에 하이급이 다섯. 로우급 유저가 스물이오. 이외에도 기사가 이백 가까이 있는 걸로 아오. 그런데 내가 피해야 하는가?”
리베란 황제의 말에 가르샤 백작이 얼굴을 굳히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허나 리셀이라는 자가 변수일 듯하옵니다. 어차피 조금의 시간만 있다면 다 제압될 것이옵니다. 적들도 시간이 문제에 생각할 것이옵니다.”
가르샤 백작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하지만 리베란 황제는 부르르 떨 뿐이었다.
가르샤 백작의 말은 이해가 되지만 분노가 그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음성들이 쏟아져 나왔다.
순간 가르샤 백작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처, 천장을!”
벽면을 타고 달리던 웅삼의 신형이 천장을 향해 빙그르르 돌며 날았다.
이내 천장을 박찬 그의 신형이 반대쪽 벽으로 넘어갔다.
콰앙!
반대쪽 벽이 터져 나가며 그의 신형이 다시 나타난 곳은 바닥.
그와 동시에 놀라 고개를 들고 있던 기사들이 어어 하며 쓰러졌다.
몸이 양단 되었다.
언제 어떻게 잘렸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피가 뿌려지는 순간 웅삼의 신형은 다시 내달려가기 시작했다.
뒤늦게 뒤를 돌아본 기사들 일부가 그를 쫓았다.
하지만 홀로 달리는 웅삼의 발걸음은 시선으로 쫓기도 어려웠다.
웅삼의 몸에는 갑주가 없었다.
이미 다 벗어 버렸다.
오로지 속도.
그 하나만을 위해 걸친 모든 것을 벗고 내달리고 있었다.
그런 웅삼의 눈앞에 커다란 문이 보였다.
그가 외쳤다.
“리베라아아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