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32
402화 강자와 더한 강자
“빌어먹을!”
소울아머 유저는 더욱 힘차게 롱소드를 뿌리는 한편 몸을 틀었다.
선공은 자신이었다.
지레 겁을 먹고 피할 필요는 없었다.
스윽!
‘걸렸다!’
자신이 뿌린 롱소드의 끝에 무언가가 베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몸을 뒤틀자 웅삼이 뿌린 장도가 턱밑을 스쳐 지나갔다.
타타탁!
동시에 자신의 힘을 제어해 몇 걸음을 물러나며 멈추어 섰다.
“쯧 얕았군.”
소울아머 유저가 비릿하게 웃으며 한마디 뱉었다.
그의 시선은 웅삼의 옆구리를 향하고 있었다.
한 뺨은 넓게 잘려 나간 상처에서 피가 꾸역꾸역 흐르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상처가 벌어져 피가 솟구치는 중이었다.
그의 시선을 받은 웅삼이 대전을 밝히는 횃불을 슬쩍 보더니 자신의 장도를 불에 달구며 입을 열었다.
“얕지는 않았어. 제대로 베었다고.”
웅삼의 말에 소울아머 유저가 피식피식 연신 웃음을 흘렸다.
그때 웅삼이 충분히 달궈진 장도를 자신의 옆구리에 가져다 대었다.
치이익!
핏물이 증발하며 살타는 냄새가 사방을 가득 채웠다.
이어 고기타는 냄새가 코끝을 역하게 간질였다.
“큭, 아직 멀었다. 내가 제대로 베어 그르륵…….”
말을 하던 소울아머 유저의 입에서 가래가 끓는 소리가 울려나왔다.
당황한 소울아머 유저가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연신 그르륵 거리는 소리만 흘러나왔다.
이내 비릿한 향이 코끝을 간질였다.
“이게 그르륵 그륵!”
피가 울컥 거리며 입 밖으로 비어져 나왔다.
당황한 소울아머 유저가 손을 자신의 입에 가져갔다.
손이 입에 닿는 순간 그의 고개가 저절로 뒤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도와 달리 시선이 천장을 향할 때 즈음 웅삼의 말이 들려왔다.
“누가 니 어설픈 칼질을 말하는 줄 알아?”
“그륵!”
소울아머 유저의 머리통이 넘어가면서 그의 목젖 부근이 마치 입을 쩍 벌린 것 마냥 벌어지며 피가 솟구쳐 올랐다.
“쯧. 그래도 반사 신경이 좋아 머리통이 떨어지지는 않았으니 시체 찾을 때 머리통 찾으러 다닐 필요는 없겠네.”
웅삼은 뒤로 넘어가는 소울아머 유저를 보며 히죽 웃었다.
그리고는 상처를 다 지진 자신의 장도를 코끝에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
“고기 구운 냄새 맡으니 갑자기 배고프네. 다 한 번씩 구워 볼까? 누가 맛난 냄새가 나나?”
웅삼이 히죽 웃으며 번들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다들 질린 얼굴로 웅삼을 바라보았다.
그중에서도 시에라 제국의 황제인 리베란 루 비에라의 얼굴이 가장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때 만약을 대비해 뒤로 물러서 있던 황제의 호위인 가르샤 벨루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주변을 지키던 중년의 소울아머 유저 둘이 나섰다.
동시에 그들은 자신의 가슴팍에 있는 소울스톤을 돌렸다.
티킥!
소울스톤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푸른 불길이 그들의 몸을 휘감았다.
그들은 가르샤 백작과 마찬가지로 하이급 유저였던 것이다.
웅삼의 실력을 지켜본 그들은 보통 단계로는 쉽게 승부가 나지 않을 것을 직감했던 것이다.
사실 먼저 나섰어도 되었지만, 그들의 임무는 황제를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변수를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그의 실력을 지켜보았던 것이다.
소울스톤의 일 단계를 풀어내면서 한동안은 정양해야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이게 최선이라 판단한 그들이었다.
두 소울아머 유저가 달려들기 시작하자 기사들과 로우급 유저들은 빠르게 주변에서 이탈했다. 그리고 소울아머 유저들 역시도 뒤로 물러서 숨을 골랐다.
적은 웅삼만 있는 게 아니었다.
소울포스를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밖에서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들이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 이번에는 좀 할 만할 거 같은데?”
말은 태연하게 했지만 웅삼의 상태가 딱히 좋은 것은 아니었다.
이곳으로 최단기간 뚫고 오느라 얕은 상처는 주고 상대를 베며 달려왔다.
그렇게 누적된 피해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방금 전도 꽤나 무리한 것이다.
옆구리 상처를 지지지 않았다면 칼질을 할 때마다 피가 한 바가지씩은 흘러나왔을 것이다.
물론 이건 임시방편이었다.
온몸의 상처를 다 지질 수는 없는 법이니 말이다.
“그래. 이래야지. 이래야 재미있지.”
그렇지만 웅삼의 표정은 몰린 사람의 그것과는 달랐다.
오히려 더욱 흥분감이 고조되고 있었다.
미칠 것 같은 마음을 누르기에는 지금까지 상대한 이들은 부족했다.
웅삼의 시선이 다시 리베란 황제를 향했다.
시선이 부딪히자 웅삼이 자신도 모르게 서늘한 미소를 지었다.
리베란 황제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살짝 움찔하는 모습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
“쫄긴. 기다리렴.”
웅삼의 중얼거림을 들어서인지 아니면 자신이 움찔했던 것이 창피해서인지 리베란 황제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웅삼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두 하이급 소울아머 유저들을 향해 마중 나가며 장도를 천천히 좌우로 돌렸다.
무한의 궤적.
옆으로 누인 팔자의 형태로 그의 장도가 연신 흐르며 돌아갔다.
그 흐름은 점점 빨라졌다.
그러면서도 그의 발걸음은 산책이라도 하듯 천천히 나아갔다.
하이급 소울아머 유저들은 자신들의 무기에 푸르른 빛을 뽑아 감쌌다.
마치 무기에 불이라도 붙은 듯.
반대로 웅삼이 휘두르는 장도의 궤적을 따라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점점 거칠어져 갔다.
누가 본다면 마치 폭풍을 부르고 있는 것처럼 착각할 정도였다.
그의 바람은 칼바람이다.
그렇게 시작된 바람은 칼날의 폭풍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터헙!”
“크얏!”
두 하이급 유저가 동시에 웅삼을 협공해 왔다.
황제를 지키는 이들이라 그런지 협공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하이급이나 되는 실력을 가지고도 말이다.
싸우는 목적이 달랐던 것이다.
카라라라랑!
두 소울아머 유저가 웅삼을 두들기며 좌우로 펼쳐 돌았다.
웅삼은 연신 장도를 돌리며 좌우를 두들겨 나갔다.
마치 양옆에 북을 두고 하나의 북채로 연신 번갈아 때리듯 쉬지 않고 두드렸다.
세 사람이 어우러지는 사이로 불똥이 마구 튀었다.
하이급 유저들은 쉬지 않고 자리를 바꾸어 가며 웅삼을 상대해 나갔다.
하지만, 웅삼은 그 둘을 상대로 허둥대거나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피핏 핏!
그의 거친 움직임 때문이었을까?
말랐던 상처들이 그의 움직임에 못 이겨 다시 벌어지며 핏물을 사방에 뿌리기 시작했다.
안개가 자욱해졌다.
하이급의 유저들이 푸른 기운을 몸에 두르고 싸우듯 웅삼은 어느새 붉은 기운을 주변에 두르고 싸우고 있었다.
그 중간에는 두 색이 어우러져 보랏빛 광채가 일렁였다.
두 빛무리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자신의 생명력을 뽑아내며 싸우고 있다는 점.
“빠, 빠르다.”
잠시 자신의 몸이 움찔거린 것에 대해 창피함을 느꼈던 리베란 황제의 입은 떡하니 벌어져 있었다.
그 역시 지금 소울아머 갑주를 입고 있었다.
물론 그 실력의 경지가 아직 하이급을 입을 정도는 아니기에 황제 전용의 소울아머를 입고 있었다.
그 역시 칼을 갈고닦은 강자라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지금 펼쳐지는 세 명의 전투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
순수한 감탄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웅삼이 이토록 강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을 통해 그가 강하다는 소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처음 단순 비교로는 소울아머 상위권 실력자면 그들 대륙의 초인과 비견할 만하다 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달랐다.
소울아머 유저는 절대 초인과 동급이 될 수 없었다.
힘은 몰라도 모든 면에서 떨어졌던 것이다.
이는 카버 왕국의 기사들도 시간이 지나며 그 허실을 알게 되었다.
힘만 키운 꼴이다.
검의 실력이 오르며 초인의 길까지 가는 것과 달랐다.
시에라 제국의 소울아머 유저도 검을 갈고 닦는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오면 힘의 크기를 키우는 데 주력한다.
소울아머를 입었을 때 오래 싸우고 강한 일격을 가하기 위해서는 힘의 크기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전장에서 두 소울아머 유저가 싸우다 결판이 나는 상당수의 상황은 소울포스가 딸리는 순간이 찾아오는 것 때문이었다.
당연히 이 때문에 힘의 크기를 키우는 데에 주력하게 된 것이다.
벽을 넘는 것이 아니라면 힘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즉, 병기에 실력을 맞추게 된 것이다.
그러니, 그런 것 없이 한계를 깨는 것에 목적을 둔 초인들의 실력에 비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하이급 둘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최소한 둘이라면 아무리 웅삼이 뛰어나다 해도 일방적으로 밀어 붙일 줄 알았던 것이다.
그때 카르샤 백작이 침음성을 뱉으며 입을 열었다.
“으음. 발입니다.”
“발?”
“흐르듯 움직이는 발걸음이 전혀 공방에서 밀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리베란 황제가 웅삼의 발을 바라보았다.
발걸음이 마치 흐르는 듯 움직이고 있었다.
하체만 따로 떼어서 본다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다고 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하이급 유저들은 마치 그의 발걸음을 따르듯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항상 유리한 위치를 잡는군. 왜 이런 차이가…….”
가르샤 백작이 질린 얼굴로 웅삼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자신보다 강한 이와의 전투가 익숙한 자입니다.”
“그렇…….”
고개를 끄덕이려던 리베란 황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지금 보고 있는 웅삼 역시 그 실력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강자였다.
저들과의 전투를 보며 프라임 공작을 괜히 내보냈나 하는 후회도 하던 차였다.
그런데, 가르샤 백작의 말에 심장이 철렁하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더한 강자.
가늠이 가지 않았다.
“경이라면…….”
그래도 프라임 공작을 제외하고 최강자를 뽑는다면 그 후보군에 드는 이가 바로 가르샤 백작이었다.
그렇기에 그라면 지금 전투중인 웅삼을 쉽게 꺾을 수 있지 않겠느냐 묻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리베란 황제는 말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이를 악물고 있는 모습이 승부 예측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을 느꼈다.
리베란 황제가 뒤를 돌아보았다.
이 자리를 피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먹는 순간이었다.
콰콰쾅!
마음이 바쁜 제라르와 검수들의 앞을 가로막은 이들은 바로 하이급 유저 둘과 소울아머 유저들 그리고 로우급 유저로 구성된 이들이었다.
기사들 역시 그들을 보조하듯 외곽에서 단창을 찔러 넣고 있어 그들의 발걸음이 더디게 만들고 있었다.
“젠장.”
제라르는 점점 마음이 초조해지는 것을 느꼈다.
대전을 앞에 두고 이런 놈들이 튀어나와 있는데 저 안에는 어떤 놈들이 더 있을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또 한 가지.
만약 웅삼이 먼저 가지 않았다면 황제가 지래 겁먹고 피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최대한 빠르게 뚫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젠장! 무슨 나라에 한 오십 있다던 소울아머 유저가 황성에 그득한 거냐고!”
제라르가 남부 삼국의 정보력을 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