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34
406화 바이칼의 입은 칼보다 강하다.
“제 힘에 휘둘리는 것들에게 이 바이칼이 당할 것 같더냐? 나 동부의 무신이!”
순간 바이칼의 온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폭사되었다.
순간 이 안에 있던 이들이 일순 뒤로 밀렸다.
아까 살기가 뿜어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물러섰던 것과 달랐다.
이번은 떨어져 있음에도 물리력이 행사된 것이었다.
하지만 소울아머 유저들의 눈빛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가 서려 있었다.
그때 바이칼이 돌연 기세를 지우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 사만이 있다. 왜 나를 함정에 빠트렸을까. 시간을 끌기 위해서지. 또 잘하면 나를 죽일 수 있다 판단해서고. 그런데 말이지. 우리가 다라 생각하나? 우리는 선발대에 불과하지. 뭐 내가 있으니 좀 과한 전력이지만.”
순간 지휘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사실 이 부분은 그도 알 수 없는 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약속하지. 여기서 내가 네놈들을 싹 다 죽이고 감옥에 있는 것들 역시 병사들의 노예로 나누어 주지. 그럼 저놈의 약속대로 되겠군.”
오히려 더 자극하는 바이칼 공작의 발언에 지휘관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바이칼 공작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보니 그대들이 아깝기도 해. 적의 적은 아군이거든.”
순간 소울아머 유저들의 표정이 멍해졌다.
“무, 무슨 소리냐!”
순간 지휘관이 불안한 표정으로 끼어들었지만 그에게는 바이칼 공작의 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깔끔하게 다 살려 주지. 아니 그대들 가문의 죄를 살피기는 해야겠지만, 딱 보니 정치적인 걸로 보이니 중용을 약속하지.”
“억!”
순간 지휘관의 얼굴이 경직되며 비명이 절로 튀어나왔다.
“어차피 카버 왕국을 점령하면 이곳을 다스릴 귀족들이 좀 부족하기도 하고.”
그 말은 카버 왕국의 끝을 보겠다는 말이었다.
“왜? 못할 것 같은가? 어차피 신생왕국은 왕 하나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법이지. 아니면? 우리가 다른 제국을 두려워할 것 같은가?”
바이칼 공작이 히죽 웃었다.
그러자 지휘관이 악다구니를 썼다.
“네놈들이 살아서 저놈에게 붙는 걸 보면 전하께서 가만 계실 것 같으냐! 네놈들의 가족들부터 씨몰살을 시킬 것이야!”
그러자 소울아머 유저들이 입술을 깨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너 죽고 나 죽자 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칼 공작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걸 왜 걱정하지?”
샤우 환 카버 왕은 소울아머 유저들을 총 동원해 밀어붙이고 있었다.
그러나 변수는 있었다.
“대체 저자는 누구기에…….”
“켄 공작의 스승이옵니다.”
그 말에 카버 왕이 이를 악물었다.
얼마 전에 들은 적 있었다.
활용도 높은 소울아머지만 그 부작용 때문에 가우리 동맹들이 쓰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말론 왕국에서 처음으로 소울아머를 활용한 사례가 나왔다.
심지어 밀리는 순간 소울스톤까지 돌려가며 독기로 무장한 이들이라는 이야기까지.
그들이 바로 켄 공작의 스승인 테오도르와 은퇴한 지 오래된 이름난 검사들이었다.
전장에서 마지막을 장식 하련다며 뛰어들었다 들었다.
말 그대로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노인들도 있었다.
하지만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근육은 노쇠할지 몰라도 평생 쌓아 온 힘은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에게 소울아머는 떨어져가는 근력에 힘을 주었고, 노련함이 빛을 발하게 해 주었던 것이다.
바이칼 공작이 갇히자 그들이 날뛰기 시작했던 것이다.
예상 밖이었다.
심지어 이쪽의 소울아머 유저들이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었다. 실력에서 밀리는 것이었다.
아무리 이쪽의 소울아머 유저들이 재능이 있는 기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지만, 애초에 비교가 잘못되었다.
이미 젊어서 천재라 불리던 이들일 것이고, 평생을 벽을 넘기 위해 정진하던 이들이었다.
단지 은퇴한 기사들이 아닌 것이다.
“크윽! 막아! 막으라고! 바이칼 공작도 없는 마당에 지금 이게 무어란 말이냐!”
분기를 터트린 카버 왕이 소울아머 유저들을 닦달했다.
그러자 몇몇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테오도르를 포위하는 데 성공했다.
“이 늙은이부터 죽인다.”
소울아머 유저 하나가 으르렁거렸다.
그중 하나가 피에 절은 테오도르에게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제자를 만나러 가게 해 주마.”
순간 테오도르의 시선이 움직였다. 벌겋게 달아오른 눈.
“너…….”
도발이 먹혔다 생각했는지 카버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는 비릿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연방제국의 얼간이들 몇에게 소울아머를 입혀주고 싸우게 시켰지. 과연 초인은 초인이더군. 결국 우리 손으로 마무리를 지어 주었지. 별것 아니더군. 초인도 몸통에 칼은 들어가더라고.”
그 순간 몇몇이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지금 테오도르를 에워싼 무리들이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을 보며 테오도르가 벌건 눈으로 입을 열었다.
“네놈들이었구나.”
벌건 눈으로 테오도르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잘 만났다.”
살기가 넘실거리는 함박미소였다.
테오도르의 살기 넘치는 표정에 카버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은 잠시 움찔거렸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테오도르가 켄 공작의 스승이었던 적은 있지만, 켄 공작은 초인이 되었고 그는 되지 못했다.
다만 켄 공작이 스승에 대한 예우에 충실했기에 대접을 받았던 부분이 있었다.
반대로 테오도르는 자신이 그를 가르친 적은 있으나 결과적으로는 그게 또 다른 권력이 될까 항상 물러서 있었고 말이다.
다 떠나 켄 공작의 스승이었던 것을 제외하면 테오도르의 세상 평가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카버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소울아머 유저들을 이용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결국 초인을 그들이 잡았다.
어쩌면 유례없는 일이기도 했다.
소울아머를 이용하기는 했지만 초인을 초인이 아닌 자들이 죽였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다만 그것을 자랑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기에 이들은 공을 세우고도 침묵했었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발각이 나니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참에 스승과 제자의 해우를 해 주어야겠지.”
“크크큭!”
카버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은 진득한 웃음을 흘리며 테오도르를 포위해 나갔다.
다행히 판은 깔아졌다.
다른 소울아머 유저들이 말론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을 상대 하면서 시간을 벌어 주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바이칼 공작도 없다.
그렇다면 차 순위인 테오도르를 공략한다면 전황은 빠르게 바뀔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테오도르는 주변을 둘러싼 세 명의 소울아머 유저들을 보며 숨을 골랐다.
사실 소울아머를 활성화 시킨 뒤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맞았다.
사실 시에라 제국이 곧바로 전투를 걸어오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것이었다.
물론 소울아머 유저뿐 아니라 전마들이나 전투 요원의 휴식도 중요하긴 했다.
그러나 소울아머 유저의 경우 그 정도가 심했다.
생명력을 증폭시키는 형태의 갑주이기에 휴식은 더욱 중요했다.
거기에 한계까지 쥐어짜는 전투를 해왔던 테오도르의 경우 소울아머 유저들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목숨이 위험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말론 왕국의 노기사들은 싸우다 죽을 자리를 찾아온 것이다.
명예로운 자리.
가우리의 무지막지한 전투력에 퇴색되었지만 그게 바로 말론 왕국이 전사의 나라라 불리게 된 원동력이었다.
죽을 자리를 찾아 싸움터에 나가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는 이들이 사는 곳이 바로 말론 왕국이었으니 말이다.
테오도르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몸이 한계치에 다다랐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었다.
테오도르는 소울스톤을 잡아갔다.
‘여기가 내 자리구나.’
테오도르는 망설이지 않고 소울스톤을 돌렸다.
푸르른 생명의 기운이 강렬하게 솟구쳐 올랐다.
“미친!”
테오도르를 포위했던 세 명의 소울아머 유저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느닷없이 소울스톤을 돌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돌리면 죽거나 잘돼야 폐인.
그게 바로 소울아머의 폭주에 대한 후유증이다.
그렇기에 정말 살아날 길이 없는 상황에서나 써먹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테오도르는 바로 소울스톤을 돌려 버린 것이다.
물론 소울아머 유저 셋이라면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그러나 상대는 테오도르다.
켄 공작의 스승이라는 위치가 아니더라도 그는 당대의 검호 중 하나였다.
쉽게 볼 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초인이 아니라 해서 가벼이 여길 수 있는 검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뭣해!”
그때 세 명 중 하나가 뒤를 돌아보며 소리를 쳤다.
그러자 뒤쪽에 있던 소울아머 유저들 중 둘이 소울스톤을 돌렸다.
그들 역시 함정에 뛰어든 이들과 같은 위치였다.
여기서 공을 세워야 가문이 살 수 있는 이들.
“왕께서 보고 있다.”
그 말에 한줄기 빛이라도 얻은 듯 소울스톤을 돌렸다.
물론 이걸 돌리면 거의 죽는다는 건 듣지 못한 상태였다.
당분간 정양해야 할 거라는 정도의 설명만 들었을 뿐이었다.
심지어 그것도 습격이 벌어진 뒤에 왕실 감옥에서 벗어나며 알게 된 것이다.
이런 갑주가 있다는 것 조차도 조금 전에 안 것이다.
소울스톤을 돌리자 힘이 솟구쳤다.
“이, 이거…….”
자신의 온몸에 솟구치는 힘에 놀란 소울아머 유저가 어리둥절 한 표정을 지었다.
둘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놀라 하다가 이내 테오도르를 향해 시선을 향했다.
이것에 들은 또 한 가지 내용.
시간이 짧다는 것.
폭주를 선택한 두 명의 소울아머 유저와 테오도르가 서로를 향해 격돌을 시작했다.
쩌엉!
“우웃!”
세 명의 소울아머 유저가 그 여파에 뒷걸음질을 치며 인상을 찌푸렸다.
“젠장. 아쉽게 되었군.”
켄 공작에 이어 테오도르까지 그들의 손으로 마무리하여 이 전투 후에 자신들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기를 바랐다.
그게 무산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죽어서 영광을 누려 뭐해?”
“그건 그렇지.”
아쉽긴 하지만 이미 켄 공작을 쓰러트렸다는 공을 세운 그들이었다.
언젠가 될지 모르는 초인을 꿈꾸기 보다는 지금의 권력을 택한 이들이었다.
실제 카버 왕도 그들을 중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희생양들을 딸려 보낸 것을 보면 답이 나온다.
“이번 습격만 물리치면 된다.”
그렇게 셋은 두 소울아머 유저와 전투중인 테오도르를 보며 욕망을 불태웠다.
* * *
“이거 큰일 난거 아니야?”
바사 론 카말 왕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옆에서 말을 달리던 타다르 후작이 발끈했다.
“재수 없는 소리 좀 마쇼!”
“젠장 그걸 누가 몰라서 그래! 뭔지 모르지만 함정에 빠졌다고! 시커먼 거에!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고!”
그때 그의 뒤쪽으로 따라붙은 마법사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
“그런 건 아닙니다! 일종의 결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결계가 뭔가?”
“원래는 그런 용도가 아닌데……. 하여튼 가둬지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것도 큰일이잖아!”
“그래도 깰 수는 있는 종류입니다. 다만 안쪽에 다수의 적들이 함께 들어갔다고 합니다.”
다수의 병력이라고 하지만 들어간 이는 고진천 등이다.
그들을 해할 존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안도의 표정을 지은 바사 왕이 입을 열었다.
“그래? 다수의 병력이라 봐야…….”
바사 왕의 말을 끊고 마법사가 보고를 이어갔다.
“족히 수십은 되는데 모두 소울아머를 입고 있다 하옵니다.”
“썅! 무슨 소울아머 유저를 틀에서 찍어 내냐!”
“미쳐버리겠네.”
바사 왕과 타다르 후작이 동시에 욕설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