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35
407화 다주더라도 얻어야 할 것
타다르 후작과 바사 왕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
“그런데 대체 함정에 왜 빠진 겐가? 마법적인 장치는 미리 확인했다 하지 않았는가?”
마법적인 함정을 즐겨 쓰는 곳이 바로 가우리였다.
암석을 허공에 소환하여 적들의 머리통 위에 뿌려 버린 것 하며, 유인책을 통해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적을 끌고 와 지형을 이용해 일부 성벽을 소환, 아예 요새처럼 만들어 버린 적도 있었다.
그런 가우리다 보니 함정에 대해 사전에 미리 확인을 하는 편이었다.
어차피 대회전이었기에 마법진의 유무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물론 반 정도만 만들어 놓는다면 알아차리기 힘들 수 있다.
물론 만드는 순간 어떤 식으로라도 경고를 해 주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좀 달랐다.
“그게 이번에 펼친 마법은 방식 자체가 조금 달랐습니다.”
“방식이?”
“마법진은 보조 정도고 마나석이 주였습니다.”
“마나석이?”
“예. 발동원인은 마나석이었습니다. 발동과 동시에 다수의 마법사들이 무지막지하게 마나를 쏟아 부었으니 알아차리기가 어려웠습니다.”
마법사가 한숨을 내쉬며 길게 답을 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알아차리기 힘들었는지 바사 왕이 다시 물었다.
“대체 어떻게 발동되는지 알아야 대비를 할 것 아닌가!”
“그게…….”
프라임 론 아가드 공작의 곁으로 되돌아온 에디가 어이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게 진짜 통할 줄 몰랐습니다.”
“나라도 비슷했을 거다.”
“하긴…….”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이 선택한 방법은 하나였다.
마나석에 발동식을 만들어 그걸 던지는 것이다.
물론 그거에 맞는다고 쉽게 깨질 성질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돌보다 단단한 것이 마나석이었다.
그러나 전부 깨졌다.
고진천은 날아오는 마나석을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잘라 버렸고, 삼인방 쪽은 삼두표가 철봉을 휘둘러 박살을 내버렸다.
우중만 쪽 오크전사들 쪽은 넘어지다가 깔아뭉개서 부서트렸으며, 을지우루는 신기에 오른 활쏘기로 지척에서 맞춰 버렸다.
연휘가람만이 그걸 받아 되돌려 주듯 던져 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되돌려주듯 던져버린 마나석은 함정을 향해 달려오는 인간병기의 골통에 맞아 박살이 나서 그쪽에 발동이 되어 버렸고 말이다.
그걸 깬 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마법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휘가람 빼고는 모두 걸려 버린 것이 되었다.
사실 강자 입장에서는 화살이 날아온다고 일일이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몸을 크게 움직이는 행동을 피한다.
최소한의 동작으로 공격을 해소하는 것이 바로 강자들의 방식이다.
왜냐면 큰 움직임을 통해 약간이라도 빈틈을 내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심리를 이용한 함정이었던 것이다.
다들 주변만 살폈지 이런 종류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제 저 안에서 죽던 말던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줄 일이고.”
프라임 공작이 입가에 미소를 지우며 말을 계속 이었다.
“이제 우리 차례군.”
“예.”
프라임 공작의 말에 에디가 미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그동안은 답답했던 상황이 많았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자 한 것이지만 상황이 그리 좋지는 못했던 것이다.
거기에 두 배 가까운 병력수지만, 전장 상황이 시에라 제국 쪽이 유리한 것도 아니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병력의 질이나 운용면에서 상대 쪽이 더 우월했던 것이다.
물론 병력의 질 차이가 운용의 차이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둘 다 차이가 난다.
특히 함정이 발동되고 나서 적들의 병력이 즉각적으로 대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또 이쪽의 아픈 곳을 전반적으로 찔러 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그동안 시에라 제국이 전술적으로 가다듬는 것에 소홀한 것은 맞았다.
전술이 무색한 전력으로 주변 국가들을 깔아뭉개 왔던 나라가 바로 시에라 제국이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전술은 안정적이고 정석적인 면에 치중되었던 면이 있었다.
굳이 이만한 전력으로 도박수나 위험을 무릅쓴 전술을 활용할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전군에 명령을 내려라. 이제는 우리 시에라 제국의 시간이라고.”
프라임 공작의 명령에 에디가 고개를 숙이며 참모들을 불렀다. 순간 뿔고둥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이어서 깃발들이 정신없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게 신호가 되었는지 사방으로 함성이 전염이라도 되는 듯 퍼져 나갔다.
시에라 제국 병사들이 창칼을 세우고 답답했던 마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저, 스승님.”
“음?”
“황성은 문제없겠지요?”
“흐음.”
뭔가 사단이 났기에 통신이 안 되는 것이지만, 그래도 황성이다.
그 안에 소울아머 유저가 한 둘이 아니었다.
거기에 검으로 제국에서 손꼽히는 이도 황제의 곁에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상대했던 적들을 봤을 때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이렇게 함정을 팔 정도였으니 말이다.
“제라르와 계웅삼?”
“예, 그리고 대마법사라 불리는 리셀의 종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흐음. 카말 왕국 쪽도 소식이 끊어졌으니 적어도 양쪽으로 갈렸단 말이니…….”
그렇게 중얼거리던 프라임 공작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이거 잘못하면 전투는 이기고 전쟁에서 질 상황도 벌어지겠군.”
“스승님…….”
프라임 공작의 말에 에디가 당황하며 주변을 훑었다.
“뭐 우리도 바꿀 만한 포로를 잔뜩 잡으면 되지 않겠나?”
“설마 고진천이 살아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으음. 왠지? 하지만 아니어도 그만이지.”
에디가 불안한 표정으로 프라임 공작을 보았다
“뭐 그동안 물이 너무 고였다고 생각이 들지 않느냐?”
“예?”
점점 수위를 높여 가는 프라임 공작의 말에 에디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때 프라임 공작이 짓궂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왜? 황제자리 탐나느냐?”
“스승님!”
“크하하핫!”
크게 웃은 프라임 공작이 순간 얼굴을 굳혔다.
“누가 황제가 되든 내 일에 방해하는 놈들만 아니면 되지.”
정복욕.
그동안 하릴 없이 시간을 축내며 뒷방에 늘어져 있던 프라임 공작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된 이들이 바로 가우리를 비롯한 새로운 대륙의 존재였다.
대륙일통은 시간문제였기에 흥미를 잃었던 그에게 새로운 흥분감을 주었던 것이다.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던 그에게 이런 함정을 만들게 종용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황성이 연결이 안 되는 지금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그에게 황제가 누구냐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자신의 새로운 흥밋거리를 방해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일단 이 전쟁을 피해 없이 마무리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프라임 공작의 눈에 욕망이 꿈틀거렸다.
정복을 이어가려면 피해가 적어야만 했다.
그게 아니었다면 함정 따위는 준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시에라 제국 병사들이 억눌림을 풀어 헤치며 나아갔다.
* * *
콰콰쾅!
테오도르를 중심으로 두 소울아머가 뿌려 대는 생명의 빛들이 진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미묘하게 테오도르가 더 강했던 것은 맞았다.
비록 며칠의 차이지만 소울아머에 대한 익숙함의 차이도 있었고, 검술의 깊이도 달랐다.
하지만 그 차이가 있다 해도 두 명과의 싸움이었다.
가진 힘들의 크기는 비등비등했기 때문에 테오도르가 그들을 쉽게 압도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과 싸우는 중간중간 그의 시선이 뒤쪽의 소울아머 유저 셋을 향하고 있었다.
마치 눈빛으로 씹어 먹을 것 마냥 말이다.
하지만 셋은 오히려 그런 테오도르의 시선을 마주하며 즐기듯 웃고 있었다.
그게 테오도르를 자극했다.
‘그리 웃고 있었더냐.’
콰쾅!
강렬한 충격파에도 테오도르는 물러서지 않고 둘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 비열한 모습으로 승리를 자랑했더냐.’
콰직!
소울아머의 어깨갑주가 쪼개졌다. 피하지 않았다. 어깨갑주가 떨어져 나가는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상대방 소울아머 유저의 옆구리를 갈랐던 것이다.
순간 갑주의 일부가 잘렸던 탓인지 테오도르의 소울아머의 푸른빛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로 더욱 진한 푸른빛이 뿌려지기 시작했다.
손상된 부분으로 갑주가 알아서 보호를 위해 소울포스를 밀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폭주상태에서 이건 독이었다.
그걸 모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테오도르는 과감했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을 아낄 생각은 없었다.
또 한명의 소울아머 유저가 휘두른 칼날이 등줄기를 훑으며 핏물이 뿌려졌다.
콰앙!
동시에 테오도르가 머리로 정면의 소울아머 유저의 가슴팍을 받았다.
쩌적!
그 소울아머 유저의 가슴 갑주에 균열이 일었다.
하지만 반대로 테오도르의 등줄기에 뿌려지는 핏물이 새어나가는 소울포스와 만나 안개처럼 기화되어갔다.
테오도르가 흉갑이 금이 간 채 물러서고 있는 소울아머 유저를 향해 나아갔다.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콰직!
뒤쪽에서 찔러온 칼날이 어깻죽지를 가르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테오도르의 롱소드가 눈앞의 소울아머 유저의 팔을 잘라 내었다.
그러나 눈앞의 소울아머 유저도 팔이 잘리는 순간 테오도르의 복부에 칼날을 박았다.
고통이 클 것임에도 테오도르는 얼굴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다 주더라도…….’
오히려 복부에 박힌 검을 신경 쓰지 않고 나아가며 다시 롱소드를 휘둘렀다.
콰직!
상대방의 어깨가 갈라졌다.
그와 동시에 그 너머로 다시 세 명의 소울아머 유저를 보았다.
‘네놈들과 함께 가겠다.’
광기어린 살기가 그의 눈빛을 타고 그들을 향해 나아갔다.
“미친놈이군.”
아까는 웃어 넘겼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눈빛만으로도 온몸이 칼날에 에이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지독한 새끼.”
“그나마 다행이야. 우리가 직접 나섰다면 피를 봤겠어.”
테오도르의 목숨을 도외시한 전투에 그들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또 다른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지금 전투 양상을 보니 테오도르는 생명을 그야말로 쏟아붓고 있었다.
약간 위험하지만 또 다른 그림이 그려졌다.
폭주상태의 소울아머 유저 둘을 테오도르가 이겨 내고 그런 테오도르를 그들이 죽이는 상상.
그렇다면 이번 전투에서 더없는 공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그런 감정을 서로 느꼈는지 긴장된 얼굴로 전투에 집중했다.
만약 여력이 없어 보이면 누가 할 것 없이 서로 뛰어들 것이고 여력이 있다면 다시 물러날 것이다.
살아서 영광을 누릴 생각이지 죽어서 영웅이 되고픈 마음은 털끝만치도 없는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테오도르의 롱소드가 한명의 숨통을 끊어 놓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허벅지가 반쯤은 잘려 나가는 치명적인 부상을 얻었다.
하지만 테오도르는 테오도르였다.
이내 롱소드를 휘둘러 허벅지를 잘라 놓은 소울아머 유저의 발목을 잘라낸 것이다.
“크아악!”
발목이 잘리며 균형을 잃은 소울아머 유저를 향해 테오도르가 다시 일격을 가하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의 무기가 서로 교차했다.
서걱! 테오도르의 롱소드는 상대방의 목젖을 그었다.
그리고 소울아머 유저의 검은 테오도르의 소울스톤을 찍은 것이다.
순간 푸르른 빛이 테오도르를 휘감았다.
소울스톤이 금이 가며 생명력이 미친 듯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