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36
408화 생명을 던져 얻은 것
“흐윽! 흑 흑!”
발목이 잘려 나갔다. 하지만 그 대가로 테오도르의 소울스톤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
소울아머 유저에게 유일하게 드러나 있는 약점이 바로 소울스톤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약점이 아니기도 했다.
어차피 소울스톤을 흠집 낼 수 있는 건 같은 소울아머 유저뿐이다.
그리고 소울스톤을 부술 수 있는 힘이라면 갑주를 가르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실제 소울스톤의 보호강도는 여타 갑주 부위보다 높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소울스톤이 자리한 부분은 심장이 있는 부근이었다. 오히려 높은 강도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심장의 위치는 아주 왼쪽이 아니라 중심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친 정도였다.
그렇기에 중심부의 소울스톤은 어느 정도 심장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약점이자 약점이 아니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금이 간 순간 치명적인 약점이 되어 버렸다.
소울포스가 그곳을 향해 미친 듯이 빨려 들어갔다.
깨지지는 않았으니 바로 해제하여 정양하면 되었지만, 지금 그의 상황은 그게 아니었다.
폭주를 선택한 것이 독이 된 것이다.
폭주는 잠시만 활용해도 폐인에 다다를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런데 이미 테오도르는 그 한계선을 넘었다.
사실 폭주를 활용 순간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기에 선택하는 것이다.
최후의 선택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이 더는 최악이라 할 만한 것도 아니었다.
끝이다.
그걸 아는지 발목이 잘린 소울아머 유저는 비칠거리면서도 흐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었다.
그런 그의 표정위로 경악이 서렸다.
빛이 스치고 목이 떨어진다.
아직 그의 눈에는 경악이 서려 있었다.
마치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크으아아!”
테오도르의 피부가 급격하게 쭈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냥 있어도 빠져나가는 생명력을 감당하지 못할 상황인데 끝내 거기에서 온힘을 쥐어 짜 일격을 날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테오도르는 멈추지 않았다.
“크흐!”
이제는 마치 화염에 쌓인 듯한 몸뚱이다.
물론 그 화염은 푸르른 화염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그의 눈에는 붉은 빛이 감돌았다.
불길이 일고 있었다.
끊어지지 않는 전의.
그의 시선이 세 명의 소울아머 유저를 향하고 있었다.
“미친!”
“왜 저렇게 오래 버티는 거야?”
“질긴 놈.”
세 명은 질린 얼굴로 테오도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이거 마무리를 우리가 하게 되었군.”
“큭, 그러네?”
“나쁘지 않아.”
그들은 급격하게 피부가 메말라 가는 모습을 보며 테오도르가 더는 버틸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인지 승냥이떼처럼 테오도르를 향해 걸음을 내걸었다.
그 뒤로는 테오도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말론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이 있었다.
그들은 카버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들에게 발목을 잡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간 많이 지치기도 했었고, 쉬어야 할 때에 쉬지 못했던 탓에 힘겹게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테오도르는 온몸이 바싹하게 말라가면서도 발걸음을 옮겼다.
“크흐.”
전투가 끝나지 않았는데, 하마터면 롱소드를 떨굴 뻔했다.
무릎도 풀렸다.
하지만 테오도르는 점점 풀리는 손아귀를 다잡으며 발걸음을 다시 내딛었다.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지탱해 줘야 할 무릎이 훅훅 꺾여 나갔다.
술에 취한 듯 휘청인다.
기물에 불과하지만 이것의 힘을 빌려 여기까지 온 것도 다행이기는 했다.
초인의 스승.
켄 공작의 청년시절을 지켜봐 준 덕에 얻은 위명이었다.
켄 공작은 초인이 되어서도 바쁠 때마다 찾아와 인사를 하곤 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대견했고 혹시나 그의 존재가 켄 공작에게 해가 될까 은둔하다시피 살았다.
그럼에도 좋았다.
본인은 못했지만, 제자는 키웠으니까.
그리고 그 제자가 못난 스승이었던 자신을 인정하니까.
일종의 대리만족이었다.
그런 그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죽음.
그의 인생에 있어 최고의 자랑과 같았던 켄 공작의 죽음이었다.
가족도 자식도 없는 그에게 그는 그 이상의 의미였다.
그런데 그 복수의 대상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히죽거리는 웃음들.
승냥이 떼와 같은 움직임들.
그가 다 죽어가는 상황에도 눈치를 슬슬 보며 앞으로 펼쳐질 영달에만 관심이 있는 이들이다.
억울했다.
저런 자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켄 공작이 죽었다는 것이 말이다.
최소한 그 상대가 떳떳한 이들이었다면 덜 억울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피눈물이 난다.
순간 피눈물이 기화되어 붉은 안개가 되었다.
그 덕인지 눈앞에 점점 붉어진다.
덜컥!
멈추었다.
걸음이 아니다.
순간 심장이 멈추며 모든 사고가 점점 흐려진다.
눈앞의 적들의 모습이 천천히 어그러진다.
“머, 멈출 수는…….”
의지를 담아 입을 벌려보았지만 말조차 뱉어지지 않는다.
흐려지는 눈빛 속에 승냥이들이 비로소 만족스런 웃음을 머금으며 성큼성큼 다가온다.
까드득!
이를 악물어 본다.
그리고 주먹을 쥐었다.
부르르 떨리는 주먹에 마지막 힘을 담았다.
온몸에 남은 모든 기운을 담았다.
그리고 휘둘렀다.
소울스톤을 향해.
콰아앙!
“뭐야?”
“에이씨!”
“설마 자살한 거야?”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무너지는 테오도르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세 명의 소울아머 유저들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멈추었다 싶었던 테오도르가 부르르 떨리는 손을 들어 올리더니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가슴의 소울스톤을 후려친 것이다.
그와 동시에 금이 갔던 소울스 톤이 박살이 나며 순간 푸른 불빛이 그를 중심으로 뭉쳐졌다.
“젠장, 피해!”
“에이씨!”
푸화아악!
“크윽!”
순간 뭉쳐졌던 푸른 기운이 갈 곳을 잃고 사방으로 뿌려졌다.
그 여파에 세 명의 소울아머 유저는 물론이고 전투를 벌이던 이들까지 벌렁 자빠졌다.
특히 다가가던 셋은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울포스가 응축되었다가 폭발하는 순간, 근처에서 말론 왕국 소울아머 유저와 대치하던 아군 하나가 온몸이 비틀어진 채 처박혔기 때문이었다.
딱 봐도 중상이었다.
그걸 보자 셋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허억!”
“젠장, 조금만 더 다가갔어도 작살날 뻔했네.”
“미친, 이런 경우가 있다는 건 말 안 해줬잖아!”
세 소울아머 유저들은 욕설을 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시선은 이제는 푸른빛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테오도르를 향하고 있었다.
고개를 떨구고 무릎을 꿇은 채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한 손에는 롱소드를 지팡이 삼아 집고 있었다.
이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 이 치고는 평온한 모습이었다.
“젠장.”
온몸에 걸친 소울아머는 폭발 때문이었는지 걸레짝이 되어 일부만 걸쳐져 있을 뿐이었다.
앙상하게 남은 상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모가지라도 잘라 걸어야겠군.”
방금 당한 것이 꽤나 모욕이 컸는지 화가 난 소울아머 유저 하나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왠지 죽어 나자빠진 모습마저 기분 나빠 보였다.
마치 최선을 다하고 죽었다고 자랑하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더 기분이 더러웠다.
그런 동료의 모습에 두 소울아머 유저들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여간 성질머리 하고는.”
“놔둬. 뒈진 꼴도 열 받는 건 사실이니까.”
그렇게 동료들의 말을 뒤로 한 채 다가간 소울아머 유저가 롱소드를 들어 올렸다.
“머리통은 떼다가 창대에 걸어 두고 비루한 몸뚱이는 개먹이로…….”
말을 뱉던 소울아머 유저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앙상한 몸이 맞았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앙상한데 비루하진 않았다.
보통 소울아머 유저가 죽으면 마치 미리라처럼 변하게 된다.
실제 켄 공작을 시해할 때 죽어 나간 소울아머 유저들의 시신을 목격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테오도르의 몸은 그와 달랐다.
약간 위화감을 느꼈던 그는 다시 롱소드를 들어 올렸다.
“뭐 상관없지.”
기분은 나빴지만 그뿐이었다.
그저 이 상황을 빨리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롱소드를 그대로 내리그었다.
턱!
“응?”
짧은 비명이 그의 입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내리그어진 롱소드가 멈추었다.
정확히는 잡혔다.
여전히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고 한 손에는 롱소드를 역수로 지팡이처럼 짚고 있는 것도 그대로였다.
그런데 남은 한 손.
그 한손이 움직였던 것이다.
그 손으로 내리그어지고 있던 롱소드의 칼날을 잡았던 것이다.
“흡!”
그때 천천히 테오도르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감겨 있는 눈.
그 감겨 있던 눈이 천천히 떠졌다.
붉게 변해 버린 눈동자가 그를 향하고 있었다.
“허억!”
“흡!”
동료가 몸을 움찔거리는 모습에 뒤에 남아 있던 소울아머 유저들이 히죽거리며 말을 뱉었다.
“왜? 모가지가 질긴가?”
“뭐야? 시체보고 놀라기라도 했나?”
“흐흐!”
둘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서로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동료의 몸에 가려 테오도르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허억!”
“뭐야?”
“무슨 일 있나?”
동료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그가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제야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한손에 검을 지팡이 삼아 무릎을 꿇고 있던, 테오도르의 다른 한 손에 잡혀 있는 동료의 검.
그것도 검날이다.
그런데 검날을 쥐고 있음에도 피 한 방울 흐르지 않았다.
그리고 무기를 놓고 엉덩방아를 찧은 동료가 몸을 돌려 기어오는 순간 테오도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붉은 눈동자.
그 붉은 눈동자가 그들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뭐, 뭐야!”
“어헉!”
“사, 살아 있다고오오!”
두 동료가 화들짝 놀라는 사이 기어오면서 드디어 말문이 터진 소울아머 유저가 악을 썼다.
그렇게 박박 기어오는 사이 테오도르가 바닥에 닿아 있던 두 무릎을 천천히 떼어 내었다.
푸스스.
그의 몸이 일으켜지면서 남아 있던 소울아머의 잔해가 바스라지면서 떨어져 내렸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테오도르가 붉은 시선을 던지며 자신을 노렸던 검을 뒤집어 잡았다.
두 자루를 양 손에 잡고 선 그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어딜 가느냐.”
이제는 붉은 색이 되어 버린 그의 눈동자가 세 명의 소울아머 유저를 응시하고 있었다.
메말라 부서졌을 것 같았던 그의 온몸은 그 어떤 때보다도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온몸에 넘치던 상처들도 어느 사이 피가 멈춰 있었다.
그는 죽지 않았다.
아니 죽음을 넘어 돌아왔던 것이다.
테오도르가 그들을 응시하며 다시 물었다.
“어딜 가냐니까?”
말을 내뱉는 테오도르의 얼굴에 귀기가 어렸다.
그 모습에 셋은 질린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설마?”
“이게 말이 돼?”
“제, 젠장.”
그뿐 아니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카버 왕국의 왕 샤우 환 카버 역시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여전히 앙상했지만 생명력과 투기가 넘쳐흐르는 모습.
지금 상황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하나였다.
“초, 초인?”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화답하듯 테오도르의 입이 열렸다.
“가지마라.”
그렇게 말을 뱉는 테오도르의 양손에 쥐여진 롱소드 위로 붉은 빛 오러가 넘실거리며 솟구쳐 올랐다.
붉지만 타오르는 불과는 달라 보였다.
마치 끈적한 핏빛과 같았다.
그가 셋 그리고 그 너머의 카버 왕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내 제자에게 해 줄 게 남아 있는데 어디를 가느냔 말이다.”
더없이 음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