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49
421화 다가오는 적들
시에라 제국군이 밀고 오기 시작하자 수적으로 불리한 남부 연합군이 밀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포위를 막기 위한 고윈의 운용은 빛을 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형세는 불리해졌다.
“젠장…….”
고윈은 이를 악물고 전황을 살폈다.
밀리면 지는 것이 전쟁이다.
뒷걸음질을 치는 순간 수많은 생목숨이 날아가는 것이 전쟁이다.
차라리 대열을 맞추어 싸우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었다.
그때 좌우로 대열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프라임 공작의 제자들이옵니다!”
“으음!”
프라임 공작의 제자들이 선두에서 양쪽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소울아머 유저들 역시 전면에 나선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많은 수의 소울아머 유저들이 줄었다. 그러나 이쪽도 마찬가지다.
카버 왕국과 시에라 제국 양쪽을 동시에 공략하느라 다수의 소울아머 유저들과 장수들이 빠진 공백이 컸다.
그걸 메워 줘야 할 이가 바로 진천이었지만 지금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함정을 피한 휘가람은 술법사들과 힘겨루기를 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루였다.
우루가 함정에서 벗어나며 전면을 이끌고 있었다.
“적들의 예비대가 우회를 하고 있습니다!”
연이어 들려오는 보고에 고윈은 고개를 돌려 보았다.
이내 생각을 정리한 고윈이 명을 내렸다.
“그래. 포위만 당하지 않으면 되지.”
이를 악물은 고윈이 깃발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진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이 전장에 참여했던 초인 둘이 전장을 이탈하여 후미로 향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같은 방향이다.
“한쪽은 포기하고 한쪽을 민다!”
병력의 진영 자체도 그와 함께 바뀌었다.
균형을 버린 것이다.
“꼬리물기 한번 해 보자꾸나!”
고윈이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허?”
프라임 공작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적진에서 극단적인 병력운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적의 병력이 왼쪽으로 치우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수많은 기마들이 오른쪽 날개방향으로 내달리더니 연신 화살을 쏘며 발걸음을 묶어 내고 있었다.
“이거 참 기발하다 해야 하나?”
프라임 공작이 헛웃음을 지었다.
마치 구멍 난 그릇에 물이 맴돌며 빨려 들어가듯 백만이 훌쩍 넘어가는 병력이 천천히 맴돌기 시작했다.
중앙은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려 싸우고 있었고, 남부 연합군의 뒤쪽을 기점으로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흠? 초인들이 또 있었다지?”
“예, 분명 초인이라 하옵니다.”
“하긴 우리도 숨긴 전력이 있었는데 저들이라고 없을까?”
프라임 공작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끼면 똥 되는 법이지. 술법사는 신호를 올려라.”
그때 프라임 공작이 알 수 없는 명령을 내렸다.
카카칵!
“뭐 이런 놈들이!”
그리그는 날아든 공격을 막으며 이를 악물었다.
생소한 검술을 이용하여 연신 자신을 밀어붙이는 이를 바라보았다.
중년의 검수였다.
하지만 그의 검술은 그리그에 모자람이 없었다.
심지어 소울아머를 입고 있지 않음에도 그와 대등한 실력을 보이고 있었다.
“미치겠군. 초인이라는 건가?”
미치겠다는 말을 뱉은 그리그였지만 그의 얼굴은 나름 밝았다.
스승을 제외한 강자와의 전투였다.
사형인 엡소드가 있었지만, 그와는 대련 그 이상을 해 본적이 없었다.
사형과의 승부에서 지기는 하지만 목숨을 걸고 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형제간의 대련에서 피를 볼 수도 없다.
그러다 보니 항상 갈증을 느껴 왔던 그리그였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상대가 나타나 주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하늘로 파이어 버드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노랗게 빛나던 그 파이어 버드는 점차 붉게 물들더니 큰 소리와 함께 터져 나갔다.
붉은 불덩이가 하늘에서 비산했다.
“이거 참 아쉽군.”
순간 그리그가 몸을 뒤로 빼내었다. 여기서 승부를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미련 없이 몸을 뺀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처음부터 그의 구미에 당긴 이는 바로 진천 혹은 웅삼이나 제라르 등이었다.
비록 둘은 없지만 진천은 있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가 살아 나올 수도 있었다.
그리되면 그를 상대할 기회가 있을 수 있었다.
그래서 몸을 뺀 것이다.
그런 그를 대신하여 노회한 소울아머 유저 둘이 나섰다.
“후대는 걱정 마시지요.”
“믿겠네.”
“절 믿지 말고 우리 스승님을 믿어야지요.”
그리그의 말에 두 소울아머 유저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가슴의 소울스톤을 돌리며 달려 나갔다.
폭주를 선택한 그들.
그들을 이용한 것은 단순했다.
말론 왕국의 은퇴한 검사들이 마지막 전장으로 이곳을 선택한 것에서 착안을 한 것이었다.
가문의 영광을 약속하고 미리 지원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자 기회에 목말라 있던 군소가문의 가주들이 자원을 했다.
그리고 지금 때가 온 것이었다.
몸을 뺀 그리그는 호위병력을 이끌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가는 곳은 바로 스승이 있는 곳이다.
포위가 어려워진 지금 그들의 선택은 중앙에서부터 뚫는 것이다.
병력이 크게 움직이는 지금 그 중심축을 무너트린다면 더욱 빨리 적들이 무너질 것이다.
“우루라고 했나?”
그리고 중앙에는 또 다른 먹잇감이 있었다.
“기왕이면 이름 있는 놈들을 잡아야 즐겁지.”
그리그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지금 중앙은 난장판이었다.
우루가 함정에서 벗어났지만, 그와 함께 소울아머를 입은 인간병기들이 함께 풀려났기 때문이었다.
묵갑귀마대원들이 때를 맞춰 합류했지만, 적들도 중앙에 전력을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도 아닌 것들이…….”
우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 중앙에 풀어진 것은 바로 인간병기들이었다.
어디서 이리 많은 것들을 만들어 냈는지 족히 수백은 되었다.
물론 소울아머를 입은 인간병기가 아니기에 로우급에 모자라는 전력을 가지긴 했다.
그러나 인간병기만 풀린 것이 아니라 로우급을 포함한 소울아머 유저들과 기사들이 함께 뒤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전력에서 압도하기가 어려웠다.
우루가 분전을 했지만, 역시나 한 손으로는 여러 손을 이기기 힘든 법이었다.
“젠장.”
이런 때에 오크 전사들이 아쉬웠다.
하나하나보다 단체가 강력한 집 단이 오크전사로 만들어진 중장갑 돌격대였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들 눈이 벌게져서 중만이 갇힌 곳에 옹기종기 몰려 검은 구체를 미친 듯이 두들기고 있었다.
그때 우루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는구만 기래.”
시에라 제국군의 함성이 점차 커져 왔다.
저 멀리서 시에라 제국군의 사령관 깃발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익숙한 모양의 깃발 세 개.
바로 프라임 공작과 그의 제자 셋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나는 다른 곳에 대기하고 있었다.
바로 진천이 갇힌 구체 근처다.
진천이 빠져나올 것을 대비하는 듯했다.
“꽤 멀어졌구만.”
진천이 갇힌 구체가 있는 곳은 시에라 제국군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워낙에 진천이 무지막지하게 치고 들어가기도 했지만, 적들이 전력을 쏟아붓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밀린 감도 없지 않아 있었던 것이다.
열제이기 전에 최강의 전력이다.
그것을 믿기에 고윈은 진영을 흩트리지 않는 것을 선택했던 것이다.
그 또한 함정이기에.
만약 진천을 지키겠다고 큰 전력을 옹기종기 모아 놨다면, 전체적인 진영이 무너져도 벌써 무너졌을 것이다.
그렇기에 함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고윈은 진천을 믿고 과감한 선택을 했고 지금 상황이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문제는 지금 눈앞의 적들이었다.
소울아머 유저쯤은 별것 아니라 생각했지만, 그것도 하나둘이 아니라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거기에 조금 전 갇혔을 때 빠르게 나오지 않았다면 꽤나 고생했을 것이 뻔했다.
상처 한둘쯤은 새겨서 나올 수도 있고 말이다.
그리고 나와도 문제였다.
적들은 소모품을 쓴 것에 지나지 않지만 본인은 꽤나 지쳐서 나왔을 것이다.
별로 좋지 못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거기에 지금 접근해 오는 적은 이곳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이였다.
그런 강자가 함정을 판 게 이상하기는 하지만, 그 또한 경시하지 못할 이유 중 하나였다.
신중하다는 것.
그리고 승부가 아니라 승리에 더 집중한다는 것.
까다로운 적임이 분명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방향을 보니 더욱 그러할 듯했다.
“역시 거물을 알아보는구만 기래.”
우루가 만족스레 웃음을 머금었다. 그런 우루의 곁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렇지.”
“잉?”
순간 우루가 화들짝 놀랐다.
“놀라긴.”
장무 노인이었다.
“여긴 와 옵네까?”
“봐야 할 놈이니까.”
“기거이…….”
“안 그래도 오래 못 살 노인네 등 떠민 놈 보러 왔지.”
장무 노인들뿐만 아니었다.
은퇴했던 묵갑귀마대원들이 그 주변으로 다가와 있었다.
목연타의 죽음을 기억하는 이들이었다.
“전장에서 사람 죽고 사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지만, 죽인 놈이 누군질 아는데 가만있는 건 병신 아닌가?”
“길티요.”
우루는 어정쩡하게 답했다.
하지만 표정은 훨씬 편해졌다.
최소한 이쪽도 꿇리지 않을 정도의 전력이니 말이다.
“뭐하는가? 빽빽해서 오기 힘들어 보이는데 길이라도 좀 터 줘야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 준 거 아닌가?”
“아! 알갔습네다.”
장 노인의 말에 우루가 허벅지의 주머니에서 손을 쑥 집어넣었다.
그러자 그곳에서 커다란 활이 튀어 나왔다.
움직이는 공성기라 불리는 것. 바로 우루의 거대 활이었다.
이어 우루는 다시 손을 집어넣어 단창 크기의 기다란 화살들을 뽑아 바닥에 꽂았다.
“환영인사라 생각하라우.”
우루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툭 차올렸다. 그러자 시체 두셋이 쌓였다.
그 위에 한 발을 턱하니 올린 우루가 바닥에 꽂은 화살 하나를 재었다.
콰드드드득!
이내 우루의 양팔이 팽창되며 시위가 팽팽히 당겨졌다.
순간 당황한 시에라 제국의 기사들의 모습이 화살 끝에 걸렸다.
“새끼래. 당황할 시간에 피했어야디.”
투아앙!
강렬한 파괴력을 가진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콰두두두둑!
“헙!”
순간 우루의 앞쪽에 있던 기사가 멈추어 섰다.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르게 멈추어 선 것이다.
무시무시한 활이 화살을 재는 것까지는 보았는데 말이다.
정신을 차린 기사가 외쳤다.
“모두 조심…….”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주의를 주려고 시선을 옆으로 돌린 순간는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뒤로 돌렸다.
그 끝에는 창대 같은 화살 하나에 서너 명이 박혀 한 번에 쓰러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 서너 명이 아니었다.
“활이라고? 이게?”
다시 거슬러 올라오며 참상을 볼 수 있었다.
족히 수십은 되었다.
아니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었다.
앞쪽으로 올수록 숫자를 세기 어렵게 박살이 난 것들뿐이었기 때문이었다.
화살이 지나갔을 것 같은 곳에 있던 이들의 상체가 완전히 박살이 났던 것이다.
거칠게 찢기듯 말이다.
“피……”
피하라고 외치려던 그는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우루와 눈이 마주쳤다.
“피…….”
콰투투투툭!
끝내 피하라는 말은 그의 입 밖을 빠져나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