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51
423화 포위되는 무덕
잘 흐르던 물이 마치 커다란 바위에 막혀 돌아가듯.
무덕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병력의 움직임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물론 좌우로는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균열이 생긴 대열은 궁기병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처음을 제외하고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궁기병들이 다시 몰아치며 화살을 날리자 시에라 제국의 대열은 더욱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기사들이 중심부를 향하기 시작하며 북소리가 일정간격으로 요란하게 울려왔다.
그러자 시에라 제국 병사들이 화색을 띄우며 좌우로 간격을 벌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바로 무덕이 헤집고 있었다.
적이지만 자신의 몸을 숨기고 있던 병사들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것을 눈치챈 무덕은 입맛을 다시며 적의 말을 빼앗아 올라탔다.
더 있어 봐야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뒤에서 날아온 화살들이 말의 다리와 엉덩이에 박혀 들었기 때문이었다.
훈련된 전마이기에 어느 정도의 화살은 맞아도 버틸 수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마치 작정하고 쏜 듯 여러 발의 화살이 박혀 들자 말이 비명을 지르며 자빠졌다.
“이런.”
무덕이 쓰러지는 말 위에서 뛰어내려서며 인상을 찌푸렸다.
“흐음.”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기사들의 대열이 눈에 들어왔다. 그뿐이 아니었다.
좌우로도 은빛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빠르게 교차하고 있었다.
기병과 기사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었다.
그걸 보면서 무덕은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지금은 포위를 벗어나는 것이 좋기 때문이었다. 적들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유리한 전장에서 전투를 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기 때문이었다.
아까는 적들이 주변에 있더라도 충분히 유리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대놓고 포위공격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지금은 딱히 좋을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적들도 그런 무덕의 발걸음을 잡겠다는 듯 좌우에서 일단의 기병들이 스치듯 달려 들어왔다.
기다란 기병창이 무덕을 향해 몰려왔다.
카라락! 카락!
무덕이 빠르게 몸을 좌우로 뒤틀며 창들을 흘려내었다.
그의 손에 들린 환두대도는 단 하나의 창날도 그에게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모조리 쳐 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차례가 지나고 나니 주변의 벽이 좀 더 두터워진 느낌이 들었다.
“대응이 나쁘지 않군.”
무덕은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임이 상당히 민첩한 것이 급조된 기병 전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북부 쪽에 있었다던 그 병력인 건가?”
왠지 그럴싸했다.
기동력에서부터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의심은 맞아떨어졌다.
징집병들과 다르게 북부 초원일족과 투먼 제국의 전사들과 싸우며 단련된 병력이 포위망을 구성하는 병력을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초원의 전사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빠른 기동력이 생명이었다. 그것을 포위를 위한 양 날개로 활용했던 것이고 말이다.
잠시 늦춰졌던 무덕의 발걸음은 다시 빨라졌다.
그런 무덕을 향해 다시 일부 기병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기세 좋은 움직임이었지만 그러면서도 결코 무리하지 않는 공격이었다.
견제에만 충실한 움직임이었다.
“허, 이거 참. 잘도 참는구나.”
무덕은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중간중간 적들의 과감한 공격을 유도하기 위해 틈을 내어 줘 보기도 했지만 기병들은 말 그대로 견제에만 충실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참을성이 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들이 제대로 된 실전과 훈련을 해 온 정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무덕이었다.
“안 오면 내가 가야지.”
무덕이 다시금 달려드는 기병들의 창끝을 보며 중얼거렸다.
터억!
무덕이 창대를 잡았다.
그러자 마치 미련 없다는 듯 창대를 놔 버리고 말을 몰아가는 기병의 모습.
여기까지는 조금 전의 모습과 같았다. 이어서 잡아챈 창대를 휘두르듯 던졌다.
그러자 기마대열이 잠시 술렁였다.
일부는 몸을 피하고 일부는 던져진 창대에 말이 다리가 꼬였다. 그럼에도 마치 유기적으로 몸을 피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예상했던 움직임이 나왔다.
하지만 그 다음이 달랐다.
퍼억!
무덕의 가슴팍에 창날이 박혀들었다. 그러자 창대를 쥔 주인의 동공이 커졌다.
견제만 생각했지, 이 공격이 무덕에게 통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표정.
물론 정말 창대에 맞은 것은 아니었다.
가슴으로 빗겨 맞으며 옆구리에 슬쩍 꼈던 것이다.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착각할 만했다.
그 짧은 순간의 착각만으로도 기병은 창대를 놓지 못했고, 그 짧은 순간 무덕은 창대를 잡아당기며 몸을 날렸다.
“우억!”
기병의 몸이 훅하고 딸려 내려 오는 동시에 무덕의 몸이 기병이 타고 있던 말 위로 날아올랐다.
콰다당!
기병이 바닥을 구르는 사이 무덕은 말안장에 자연스럽게 올라 탔다.
주인이 바뀐 탓에 말이 잠시 저항했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무덕은 자신의 말인양 자연스럽게 말을 몰았다.
방향은 기병들이 향하는 쪽.
“조심해!”
사방에서 기병들이 경고음을 연달아 울리며 창대를 찔러갔다.
“역시.”
무덕이 피식 웃었다.
예상했다는 듯한 웃음이었다.
충분히 자신을 향해 창대를 내지를 만했음에도 그들의 창대는 무덕을 향하지 않았다.
말의 몸통에 우두두 하고 박혀 드는 창대.
말이 피거품을 머금으며 비명을 내지르며 엎어졌다. 그러나 무덕은 이미 말안장을 박찼다.
“엇!”
“헛!”
기병들의 입에서 짧은 비명들이 튀어나왔다.
무덕은 말의 몸통에 꽂힌 창대를 다리 삼아 건너간 후였다. 그와 함께 말의 주인의 목을 꺾어 던지고 다시 말을 갈아탄 것이다.
“으하하!”
무덕이 화통하게 웃으며 적들의 곁으로 바짝 붙으며 말을 몰았다.
이번에도 기병들은 무덕의 말을 노렸지만, 결과는 같았다.
무덕이 또다시 말을 갈아탄 것이다. 물론 원래 주인은 목이 잘린 채 바닥을 굴렀다.
“흩어져!”
그와 동시에 기병들이 좌우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덕도 흩어지는 기병을 뒤따랐다.
그것을 본 기병들이 하나둘씩 뿔뿔이 흩어졌지만, 이미 무덕은 포위 대열의 한쪽에 가까이 간 상황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허?”
무덕이 혀를 내두르며 환두대도를 휘둘렀다.
타다닥!
연달아 날아드는 화살들을 쳐 내었다.
뒤이어 술법사의 술법도 두어 개 날아들었다.
그것을 쳐 냈을 때 자신의 주변에 있던 적 기병들은 온몸에 화살을 박거나 새까맣게 그을려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가까워져 오던 벽은 다시 멀어져 있었다.
“이거 참.”
동료의 목숨도 과감히 던지는 모습에 무덕은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이렇게 하고 누가 나오는지 보자.”
그쯤 되자 무덕의 머리에 열기가 슬슬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다림은 길지 않았다.
“호오.”
역시나 소울아머 유저들이 눈에 들어왔다.
로우급 유저 넷과 유저 둘.
총 여섯 명의 소울아머 유저들.
이 포위망은 그들이 한자리에 모일 시간을 벌기 위해 짜였던 것이다.
인근의 소울아머 유저들은 이미 무덕에게 사냥당한 탓에 말이다.
그들의 표정은 신중했다.
오로지 무덕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병력을 이끌어 꽁무니를 잡는 것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무덕을 잡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표정들이었다.
“뭐 나쁘지 않구나.”
하지만 무덕의 표정도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의 입장에서도 위협이 되는 소울아머 유저들을 상대한다면 아군의 후미도 안전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서로의 생각이 일치되는 순간.
무덕과 소울아머 유저들이 일제히 서로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그와 에디 그리고 이븐 세 제자들이 일제히 남부 연합군의 선두와 충돌했다.
콰콰쾅!
충돌이 벌어지자마자 남부 연합군의 기마들이 우수수 나자빠졌다.
셋의 발걸음을 막을 만한 기마들은 처음부터 많지 않았다.
그 중에는 카말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도 하나 섞여 있었다.
그러나 이쪽 역시 소울아머 유저가 그들 셋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낙마한 그를 향해 시에라 제국의 소울아머 유저둘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둘은 금방 하나가 되었다.
콰앙!
“미친!”
에디가 화들짝 놀라며 시선을 옮겼다.
아군 소울아머 유저의 몸통을 후리고 지나간 것은 거대 화살이었다.
지근거리임에도 과감하게 그 화살을 날린 우루를 질린 듯 바라본 것이다.
그 덕에 바닥을 굴렀던 카말 왕국의 소울아머 유저는 단 하나의 적만을 상대할 수 있었다.
“오늘 제대로 해 보자!”
에디가 이를 갈며 말을 몰았다. 그런 그의 옆으로 그리그와 이븐이 가까이 다가가며 웃음을 흘렸다.
“우린 대결하는 게 아니란다.”
그리그의 말에 에디가 이를 악물었다. 이븐 역시 한마디 했다.
“사형, 맛난 것은 원래 나눠 먹어야 하잖아요.”
셋의 목적은 동일했다.
바로 우루다. 그러나 점차 가까이 다가가면서 그들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졌다.
“저 늙은이들은…….”
전장의 선두에 선 늙은이들.
경시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더욱이 그들의 질주를 보면서도 태연한 이들은 말이다.
거기에 복장도 그랬다.
“묵갑귀마대…….”
묵갑귀마대 특유의 복장이었다.
개마기병과 묵갑귀마대의 차이점 정도는 이미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수도 적지 않았다.
얼핏 봐도 수십이다.
물론 이쪽도 적은 수가 아니다. 그들이 이끄는 소울아머 유저들과 로우급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아마도 시에라 제국의 본대의 상당수 소울아머 유저들일 것이다.
이곳을 승부처로 보았기에 닥닥 긁어모았던 것이다.
셋은 살짝 긴장했지만 그뿐이었다.
바로 뒤에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프라임 공작이었다.
“가자아!”
그리그가 말을 몰아 나아가자 에디와 이븐이 그 뒤를 쫓았다.
“저 놈은 내가!”
그 순간 그리그가 먼저 나아가며 우루를 향해 빠르게 다가갔다.
우루는 동시에 거대 활을 집어 넣고 다시 그의 활을 잡았다.
“아직도?”
그리그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그의 근접 실력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우루가 활을 주무기로 쓰지만, 활이 아니어도 충분한 강자라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근접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활이 아닌 칼을 들어야 할 것인데 활을 잡았다.
“날 물로 봐?”
그리그가 허연 이를 드러내며 롱소드를 휘둘렀다.
푸른 섬광이 그리그에게서 쏘아져 나갔다.
이내 폭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앙!
“허?”
그리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손아귀를 쳐다보았다. 롱소드를 휘두르자마자 울려온 폭음.
그리고 손아귀의 저릿함.
“화살로? 이 거리에서?”
롱소드를 휘두르면 닿을 것 같은 거리의 우루.
그 거리에서 화살을 먹여 쏜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 거리면 화살을 재서 날리는 것보다 롱소드를 휘두르는 것이 빨라야 정상이다.
“익!”
하지만 생각은 더 이어지지 않았다.
다시 쏘아진 화살을 피하느라 몸을 틀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그의 몸을 스치며 화살 두 개가 날았다. 그리고 다시 몸을 되돌렸을 때 그의 얼굴이 확 찌푸려졌다.
또다시 화살 하나가 그의 머리통을 노리고 쏘아져 왔기 때문이었다.
“이런 씨앙!”
어이없다는 욕설이 흩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