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54
426화 검은 장막이 걷히고
장 노인의 공격이 에디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따당! 땅!
한 손에는 환두대도를 다른 한 손에는 망치를 든 장 노인의 공격에 에디는 연신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퍼억!
끼히이잉!
이어 장 노인의 발길질에 에디를 태운 말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에디가 바닥으로 내려서는 순간 장 노인 역시 뛰어내리며 환두대도를 내리그었다.
콰쾅!
환두대도가 바닥을 찍으며 땅거죽이 푹 파였다.
가까스로 피한 에디의 균형이 무너지자, 장 노인이 따라 붙으며 환두대도를 휘둘렀다.
따앙!
“음.”
“자세 잡거라.”
장 노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방금 공격을 막은 것은 프라임 공작이었다.
프라임 공작의 말에 에디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런 에디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이 노인만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에디가 굳은 얼굴로 질문을 던지자 프라임 공작이 웃으며 답했다.
“그러려무나. 어차피 오늘로 이번 전투는 마무리 되어져야 할 듯하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허락을 구한 에디가 가슴팍의 소울스톤을 돌렸다.
그러자 하이급 소울아머의 일단계가 풀리며 소울포스가 몰아쳤다.
“흐음.”
그 모습을 장 노인이 지켜보았다.
힘이 넘치자, 에디의 표정부터가 바뀌었다.
신중했던 표정이 금방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이 변한 것이다.
“노인의 목. 내가 취해야겠소.”
에디의 말에 장 노인은 더욱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떼 갈수 있으면 떼 가려무나.”
그렇게 답한 장 노인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겨 나갔다.
그런 장 노인을 향해 에디가 소울포스를 풀풀 날리며 마주 나아갔다.
콰콰콰!
순식간에 에디의 공격이 장노인을 향해 쏟아졌다.
이전과 확연히 다른 속도와 위력이었다.
그것을 장 노인은 환두대도를 이용하여 모조리 흘려 내었다.
그 모습에 에디의 얼굴근육이 꿈틀거리며 불쾌한 감정을 만들어 내었다.
힘과 속도에서 앞선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검술의 수준 차이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걸 느낀 것이다.
장 노인은 그런 에디의 공격을 연신 받아 넘기고 있었다.
처음과 달리 간간히 반격을 할 뿐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승냥이마냥 눈빛을 빛내고 있는 프라임 공작 때문이었다.
틈을 주는 순간 끼어들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여우 같은 자였다. 이길 싸움만 선택하는 자다.
그렇기에 장 노인은 불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콰차차창!
시에라 제국 방향에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장 노인이 시선을 돌렸다.
검은 구체가 산산이 박살 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장 노인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검은 구체는 바로 진천이 갇혀 있던 곳이었다.
“허허허허!”
장 노인의 입에서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반대로 프라임 공작은 살짝 의외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생각보다 시간을 못 끈 모양이야. 에디. 욕심부리지 마라. 우리는 전쟁을 하는 것이지 대결을 하는 것이 아니니.”
프라임 공작의 말에 에디는 얼굴을 붉히며 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거들어 주어라. 난 한 번 가 봐야겠구나.”
프라임 공작이 말머리를 돌리자 뒤에서 대기하던 소울아머 유저 둘이 에디의 양옆에 와서 섰다.
두 명의 원군을 양옆에 세운 에디가 장 노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해하시오. 이건 대결이 아니니.”
장 노인은 멀어져 가는 프라임 공작을 보다가 에디에게로 시선을 다시 옮겼다.
“흘흘.”
묘한 미소가 장 노인의 입에 그려졌다.
“애써 변명할 필요 없단다.”
치욕을 느낀 에디가 소울아머 유저들과 함께 장 노인을 향해 맹공을 가하기 시작했다.
“…….”
엡소드의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검은 구체가 깨어지는 순간 드러난 광경 때문이었다.
상상과는 달랐다.
검은 구체가 깨어지며 제일 먼저 튀어나온 것은 진천이 아니었다.
바로 머리가 하얗게 세어 버린 인간병기 소울아머 유저였다.
“끼에에에!”
미친 듯이 침을 흘리며 뛰쳐나온 인간병기는 둘러싸고 있던 시에라 제국군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크악!”
“미, 미쳤다!”
“마, 막아!”
병사들은 물론이고 기사들까지 인간병기의 급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공포에 질려?”
아군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인간병기의 표정을 본 웹소드는 순간 어이없었다.
공포에 질려 있었던 것이다.
아군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행동의 원인은 바로 공포였던 것이다.
그리고 원인을 제공한 이.
엡소드가 천천히 깨어진 구체 주변을 바라보았다.
밖으로 튀어나온 인간병기는 총 셋.
나머지는 죽었다.
문제는 죽은 형태다.
대여섯 구는 중앙에 나자빠져 있었다.
그런데 나머지는 죽어 나자빠진 위치가 달랐다.
마치 구체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원을 그리며 죽어 나자빠져 있었다.
그중 다수는 앞이 아닌 등에 치명상을 입고 죽어 있었다.
이런 형태의 시체가 의미하는 것은 하나다.
도주하다가 죽었다는 것.
엡소드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나갔다.
그 중앙에는 진천이 주변의 군세에는 시선도 돌리지 않은 채 몸 주변에 묻은 피와 살점을 툭툭 털어내고 있었다.
엡소드 역시 진천을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엎어져 있는 시체들에게로 다가간 엡소드가 발등으로 시체를 뒤집었다.
참혹하게 일그러진 얼굴이었다.
퀴퀴한 냄새도 풍겼다. 똥오줌도 지린 거다.
물론 죽음 후 근육이 풀리며 싸지른 것일 수도 있지만 느낌상 그건 아니었다.
이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간병기의 얼굴에 참혹한 공포만이 담겨 있었다.
엡소드가 고개를 들어 진천을 바라보았다.
“거추장스럽군.”
진천이 갑주를 툭툭 뜯어내고 있었다. 그러자 상체 근육이 그대로 드러났다.
“…….”
엡소드의 굳어졌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의 시선은 진천의 상체에서 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미치겠군.”
짧은 감상평이 엡소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몸만 봐도 알 수 있는 게 있었다.
차라리 벗은 몸을 안 보는 게 나았을 뻔했다.
갑주 안에 또 다른 갑주가 있었다. 바로 인간이 단련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극한의 갑주.
어디 하나 나무랄 곳이 없었다.
보여준 몸만으로도 주위를 압도하고 있었다.
엡소드뿐 아니라 병사들이나 기사들까지도 질린 얼굴로 진천의 상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실처럼 잘게 찢어진 듯한 근육의 갈레들.
그것들이 모여 하나로 뭉쳐져 있는 모습은 극한의 신체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 뜨거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진천은 살아남은 묵갑귀마대원들이 건네준 천으로 몸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있었다.
등 쪽에 길게 그어진 상처가 눈에 들어왔지만, 깊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그 그 옆의 말.
퍼석!
뭔가 분풀이를 하듯 발을 들어 올려 쓰러져 있던 인간병기의 머리를 부수고 있었다.
뜯겨진 마갑 사이로 자잘한 근육이 보였다.
말 또한 주인과 마찬가지다.
치밀한 근육이 그 말이 소울아머를 잡아먹은 그 말임을 알 수 있게 만들었다.
그때였다. 진천과 엡소드의 시선이 마주쳤다.
엡소드와 시선이 마주친 진천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 진천이 두 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양 가슴을 가리며 불쾌한 시선을 보내었다.
순간 엡소드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딴 것 아니다!”
“취향은 존중하나 내가 대상인 것은 기분 더럽군.”
“아니란 말이다아아!”
진천의 말에 엡소드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항변했다.
그러자 진천이 똥 씹은 얼굴을 한 채 중얼거렸다.
“씁.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던데. 더러운 놈을 상대해야 하다니.”
“……큭!”
순간 남자를 사랑하는 남자가 되어 버린 엡소드가 항변하기를 포기했다.
그때 주변의 눈길이 묘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시선이 마주친 기사들과 병사들이 몸을 움찔거리는 모습.
엡소드가 진천을 보며 욕설을 뱉었다.
“개자식!”
몸을 닦아낸 진천이 환두대도를 들어 올렸다.
날뛰던 인간병기들은 소울포스를 모두 뽑아낸 후 바짝 말라 나자빠졌다.
그 사이 시에라 제국군은 다시금 포위망을 굳혔다.
그 중앙에는 진천과 네 명의 묵갑귀마대원들뿐이다. 그러나 그들의 표정은 여유롭게 느껴졌다.
진천은 물론이고 꽤나 상처가 많은 묵갑귀마대원들까지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마치 지금의 상황은 별로 위기로 느끼지 못한다는 듯.
오만해 보이기까지 했다.
진천이 강쇠의 안장 위로 훌쩍 뛰어올라가 두 발로 섰다. 그리고는 마치 풍경이라도 감상하는 듯 천천히 전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고윈이 꽤 고생했겠군.”
전세가 조금 불리하기는 했다. 하지만 아직 기울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때 진천의 시선이 한 점을 향했다. 저 멀리서 말을 몰아오고 있는 이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프라임 공작이었다.
“어딜 쳐다보는 거냐.”
그때 나직하게 으르렁거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엡소드였다.
진천은 엡소드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손가락을 들어 올려 한쪽을 가리켰다.
“지금 나와 장난하자는 건가?”
엡소드가 다시 으르렁거리자 진천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멍청한 놈이군. 친절히 답해 주어도 발끈하는 게 영 참을성도 부족하고.”
진천의 말에 엡소드는 괴성을 내질렀다.
“크아아!”
그와 함께 그의 몸에서 소울포스가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이어 진천을 향해 엡소드가 쏘아져 나갔다.
엡소드가 쏘아져오는 것과 동시에 진천이 몸을 날렸고, 강쇠는 빠르게 이탈했다.
허공을 걸어 내려오는 듯한 진천의 손에서 환두대도가 내리그어졌다.
콰앙!
소울포스를 담은 롱소드와 환두대도가 부딪히며 사방으로 충격파가 밀려나갔다.
근처에 있던 묵갑귀마대원들이 몇 걸음 물러설 정도였다.
그게 신호가 되었는지 사방에서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던 시에라 제국의 병력이 일제히 그들을 향해 몰아쳐 왔다.
“크윽!”
엡소드가 이를 악물었다.
상상 그 이상.
손아귀가 떨어져 나가는 충격이었다.
이런 충격은 그도 처음이었다.
스승인 프라임 공작과의 대련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강렬함이었다.
프라임 공작의 검술은 힘을 우선시한다기보다는 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힘을 앞세운 검술은 앱소드의 장기였다.
그런 엡소드가 힘에서 일방적으로 밀린 것이다.
진천은 그대로 발걸음을 옮기며 환두대도를 휘둘러 왔다.
콰앙! 콰앙! 콰앙!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그저 휘둘렀다.
그걸 엡소드는 하나하나 온 힘을 다해 받아쳤다. 진천이 오는 만큼 엡소드는 물러섰다.
그렇게 서너 걸음을 물러섰을 때 엡소드는 자신이 만들어 낸 발자국을 볼 수 있었다.
푹푹 패인 발자국.
힘의 여파를 체 해소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이를 악물은 엡소드가 그대로 가슴팍의 소울스톤을 돌렸다.
힘을 아끼며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라는 것을 빠르게 인정한 것이다.
부와아악!
소울포스가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다시 격돌.
처음으로 엡소드가 뒷걸음질 치지 않았던 것이다.
“제대로 해 보자.”
엡소드가 으르렁거렸다.
그런 엡소드에게 진천이 입을 열었다.
“그러던지.”
변화 없는 표정에서 여유가 전달되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