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60
433화 슈퍼 히어로
지금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 아닌 곳에서 은밀히 몸을 숨기고 있던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 중 하나가 몸을 뒤틀다가 뭔가 빛이 번뜩이는 느낌에 하늘을 보았다.
“응?”
뭔가가 떨어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 뭐지?”
순간 마법사는 당황했다.
그러다 조금 전 빛이 번뜩였던 것 같다는 사실에 점점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 설마?”
하늘 위로 이동마법을 실행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래 봐야 속절없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마법사들이 함께 한다면 이야기는 또 다르다.
소수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고 또 소수라서 문제인 인간들도 있었다.
지금 이곳에 없는 계웅삼이라던지 제라르라던지…….
만에 하나 리셀이라도 온다면 그야말로 암울했다.
거리로 보아 꽤 멀기는 했다.
당연히 그들이 커버할 수 있는 거리 밖이었다.
“아, 알려야 해!”
카버 왕국의 마법사는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빽빽했던 공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떨어지고 있는 비행기 안의 앞쪽은 휑했다.
대신 뒤쪽은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압축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뭉쳐져 있었다.
관성의 법칙이다.
“마, 마법사들! 뭐해!”
제라르가 마법사들을 찾았으나 대답은 없었다.
일부는 뒤에 쏠려가 숨도 못 쉬고 있었고, 일부는 안간힘을 쓰고는 있었다.
그러나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때였다.
“우오오오오!”
트렌든이 갑자기 앞으로 몇몇을 밀치고 나오더니 갑자기 빠른 속도로 비행기 문을 부수고 나갔다.
“저 새끼 튄다!”
순간 웅삼이 바짝 독 오른 얼굴로 외쳤다.
그러나 그 말이 무색하게 트렌든은 빠르게 떨어지는 비행기를 앞지르며 앞으로 날았다.
“Shit! 슈퍼맨이나 아이언맨이 하는 걸 볼 땐 뻔한 짓을 한다고 웃었는데!”
터억!
추락하는 제일 앞에 몸을 디딘 트렌든이 욕설을 뱉더니 힘을 쓰기 시작했다.
부와아아악!
동시에 온몸에 부착된 마나석이 미친 듯이 빛을 뿜어 대기 시작했다.
“오오오!”
트렌든이 용을 쓰기 시작하자 비행기의 추락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반작용으로 안쪽에선 난리가 났다.
와르르르!
뒤쪽에 껌처럼 들러붙었던 이들이 일제히 바닥 쪽으로 떨어져 내린 것이다.
우당탕탕탕!
“어억!”
“시, 실드!”
“어이쿠!”
“트렌든 이 새끼 말이라도 하지!”
각양각색의 외침이 연이어 터졌다.
심지어 웅삼은 운 나쁘게 트렌든이 부수고 나간 곳으로 튕겨 나갔다.
“트렌든 개새끼이이이!”
다행히 웅삼은 재빨리 달려든 그의 연인 덕에 살았다.
“아악! 내 머리!”
“미, 미안!”
물론 이실라 공주가 잡은 곳은 웅삼의 머리끄덩이였다.
다행히 웅삼이 그녀의 팔을 다시 잡았지만 눈에 불이 확 들어왔다.
“너 이 새끼 어딜 잡아!”
비행기 밖에 몸이 반쯤 걸쳐진 그녀의 허리를 제라르가 끌어안듯이 붙잡고 있었던 것이다.
“썅! 그럼 더 위를 잡을까? 제수씨 그 손 놔! 내가 젠틀하고 신박한 놈으로 새로 소개해 줄게!”
“닥쳐!”
“닥쳐!”
제라르의 외침에 웅삼과 이실라 공주가 한마음으로 답했다.
그때 트렌든은 그들의 상황에 뭔가 말을 해 줄 상황이 아니었다.
“우워어어억!”
늦추나 싶은 순간 온몸을 갑주로 무장한 인간들이 일제히 떨어져 내렸으니 다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자 웅삼의 몸이 다시 위쪽으로 쏠리는 듯했다.
“트렌든 힘 줘!”
다급해진 웅삼이 응원을 시작했다.
“닥쳐! 브라더!”
그러자 트렌든이 시뻘게진 얼굴로 웅삼에게 한마디 날리고는 온 힘을 다 쏟았다.
그러나 힘이 과했는지 마나석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트렌든의 귓가로 마법통신이 들어왔다.
-마, 마나석이 과열되었다고! 터진다니까!
“Hey, 쟈비스. 원래 영웅의 숙명은 이런 거야. 만약 마나석이 터져서 내가 잘못되더라도…….”
-야 이 미친놈아! 니 몸에 달린 마나석이 몇 갠데! 그거 터지면 여기 사람들 다 불꽃놀이마냥 사방으로 뿌려질 거란 말이야!
“……썅.”
자비스는 그를 걱정한 게 아니었다.
트렌든의 입에서는 절로 최근에 익숙해진 욕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방법은 없었다.
트렌든은 집중력을 높여 오히려 출력을 더욱 높였다.
-터, 터진다니까!
“셧 업! 통신할 시간에 힘 좀 쓰라고!”
트렌든의 말에 분주한 음성들이 안쪽에서 울려왔다. 그러자 정말 마법처럼 기적이 일어났다.
떨어지던 기체가 멈추어 선 것이다.
“오!”
-돼, 됐다!
부유마법을 일시에 펼친 덕인지 기체가 멈추어 설 수 있었다.
그 모습에 트렌든이 포효했다.
“I’m super hero!”
환호하는 트렌든의 몸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체가 다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응?”
순간 트렌든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떨어지기 시작한 트렌든의 몸이 점점 가속도를 높여 나가기 시작했다.
-마, 마나석이 전부 방전된 거 같아!
“What?”
-니네 나라 말로 배터리 다됐다고!
“가아아아앗 데에에에에엠!”
비명과 함께 트렌든이 추락을 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안정을 찾은 웅삼과 일행들이 떨어지며 욕설을 내뱉는 트렌든을 보며 걱정 어린 표정으로 외쳤다.
“쟤 왜 떨어지는 건데!”
“기동을 담당하는 마법진에 박아 넣은 마나석이 손상되면서 마나가 전부 방출된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
“그, 그게 우리 중 하나라도 빠지면 이거 다시 떨어질 수도 있어서…… 일단 보호마법을 믿어 보는 게 최선이긴 합니다만…….”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 마법사들의 말에 웅삼은 물론이고 안에 타 있던 이들은 당황했다.
어쨌든 그들을 살린 이가 아닌가.
그때 강구신이 입을 열었다.
“딱 보니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관상이야!”
구신의 말에 웅삼이 절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에도 맞으면 내가 니 사당을 만들어 준다!”
“프, 플라이이이!”
피시싯!
트렌든의 외침은 공허했다.
몸이 뜨다 말았다.
어차피 마법사로서 반쪽이기도 했고, 아직 성취도 낮은 그였다.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비행마법이 갑자기 될 리가 없었다.
“그, 그래! 이것도 계속하면 뜰 수 있어!”
하지만 잠시라도 몸이 멈추는 느낌에 트렌든은 연신 비행마법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것도 서너 번에 한 번 멈추는 듯할 뿐,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기에는 부족했다.
그때 트렌든의 눈에 바닥이 점점 가까워져 왔다.
그걸 보며 트렌든이 목이 터져 나가라 마지막으로 외쳤다.
“플라이이이이!”
그러자 기적이 벌어졌다.
덜컥!
그의 몸뚱이가 바닥을 겨우 십여 미르(m) 남겨 놓고 멈춘 것이다.
“지저스! 난 천재야!”
환희에 찬 트렌든이 기쁨을 담아 외쳤다. 그와 동시에 찬물을 끼얹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법사용 소울아머 유저를 생포했다!”
“응?”
순간 트렌든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마법사들로 보이는 이들이 그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으응?”
순간 트렌든은 자신의 몸이 뭔가에 묶여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트렌든이 멈춘 것은 바로 일종의 포박마법 때문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상황을 알아챈 트렌든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음. 일단은 땡큐?”
트렌든의 말에 카버 왕국 마법사들이 인상을 구겼다.
“뭐라는 거야?”
순간 트렌든이 허리춤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러자 마법사들이 웃으며 말했다.
“바보 아닌가? 포박마법에 당한 이상 마법적인 공격은 발동되지 않는다는 걸 몰라?”
물론 고서클의 마법사라면 좀 다르지만, 그들이라면 처음부터 포박마법 따위는 저절로 튕겨 나간다.
“Ok. 오늘 배웠군.”
“뭐?”
“이런 걸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지?”
그와 동시에 트렌든의 손에 들린 것이 불을 뿜었다.
타앙! 데저트 이글이라 불리는 권총이 불을 뿜었다.
그와 동시에 그를 향해 손을 뻗고 있던 이의 머리통이 박살이 났다.
“왁!”
다시 떨어져 내린 트렌든이었지만 다행히 십여 미르 정도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한 바퀴 데구르르 구르며 일어선 트렌든이 환호성을 외쳤다.
“예스!”
그런 그를 향해 불덩이들이 떨어져 내렸다.
콰콰쾅! 쾅!
트렌든은 다시 정신없이 달렸다.
아래를 내려다보던 웅삼이 맥이 풀리는 듯한 말을 뱉었다.
“살았네?”
“그러게?”
제라르 역시 십년감수했다는 듯 말을 뱉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구신을 향했다.
그중 하나가 그에게 넙죽 절하며 중얼거렸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순간 구신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그러나 위기는 끝이 아니었다.
몇몇 검은 점들이 그들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에게서 뿌연 빛의 화살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시, 실드!”
그러자 방어를 맡은 마법사가 실드마법을 발동했다.
그와 동시에 날아든 마법들이 동체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터텅! 터터텅!
인원이 많은 덕에 거의 대부분의 마나를 비행에 돌린 마법사들이었다.
그래서인지 방어 자체도 위태위 태할 정도였다.
그때였다.
구신을 따라 온 묵갑귀마대원들이 능숙하게 화살을 재었다.
“어딜 덤벼?”
그렇게 몇 마디와 함께 시위를 놓았다.
투웅! 투투퉁!
십여 대의 화살이 빠르게 날아갔다.
그와 함께 두 명의 마법사가 피를 뿌리며 추락했고, 나머지는 몸을 비틀며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밑에서는 여전히 불꽃놀이 중이었다.
트렌든은 연신 달리며 뒹굴었다.
가끔 데저트 이글을 이용해서 반격을 가했지만, 권총으로 뭘 해 볼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총알이 다 떨어진 것을 다시 집어넣은 트렌든이 그대로 몸을 날리다가 손에 화염구를 소환했다.
“Go!”
그리고는 힘차게 던졌다.
화염구는 멋지게 날아갔다.
비행선을 향해.
“…….”
그걸 본 트렌든은 재빨리 몸을 은신했다.
자신의 행동을 본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그리고 잠시 후 트렌든의 뛰어난 제구력을 자랑하듯 비행기를 화염 폭풍이 휘감았다.
그걸 보며 트렌든이 어색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Sorry.”
그리고는 몸을 숨긴 참에 나무 위를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는 숨을 죽이며 천천히 주변을 살폈다.
“찾아!”
“놈의 마법은 그리 뛰어나지 않아!”
“리셀의 제자라 들었다! 놈을 찾아야 해!”
카버 왕국의 마법사들의 외침이 여기저기서 울려왔다.
트렌든에 대한 정보를 어디서 습득했는지 그를 잡으려는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여기저기를 뒤집고 다녔다.
그때 트렌든이 나무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그가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아래로 지나가던 마법사 하나의 목이 돌아갔다.
우두둑!
그리고 트렌든은 다시 몸을 숨겼다.
마법이 아닌 본능에 의지한 사냥이 다시 시작되었다.
트렌든의 숨이 다시금 줄어들기 시작했다.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되듯 말이다.
그러다 기사 하나가 시체를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러 주변에 알렸다.
아니 알리려 했다.
텁!
언제 다가왔는지 트렌든이 기사의 입을 뒤에서부터 틀어막았다.
기사는 재빨리 입을 막은 손을 양손으로 잡아갔다. 하지만 트렌든이 조금 더 빨랐다.
언제 꺼냈는지 대검으로 갑주의 틈에 연신 쑤셔 넣기 시작했다.
쑥! 쑥!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뒤쪽으로 대검이 들락거리자 기사의 눈동자가 충혈되었다.
힘이 빠지는 순간 대검은 목젖을 훑었다.
갑주가 무의미한 순간이었다.
“클리어.”
트렌든이 서늘한 음성을 뱉고는 다시 몸을 숨겼다.
또 다른 사냥감을 찾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