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63
436화 절체절명의 위기
트렌든은 가물거리는 정신 속에 빠르게 추락하고 있었다.
그렇게 믿었던 그의 슈트는 망가져 버린 지 오래다.
“엄청 퍼마시고 남은 토사물처럼 죽는 건 별론데.”
트렌든이 피식 웃었다.
이대로 떨어지면 방금 자신이 말한 모양처럼 변할 가능성이 컸다.
충격을 흡수할 수단이 이제 없었다.
운은 여기까지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Fire!”
피시식!
화염구를 쏘아 반발력이라도 얻어 보려 한 그의 시도는 그대로 무산되었다.
손에서 불꽃이 일다가 그대로 꺼져 버렸던 것이다.
몇몇 마나석들이 몸에 붙어는 있었지만, 마법진들이 다 망가져 버려 발동이 안 되는 듯했다.
그나마 몇몇 마법진은 살아 있었지만 마나석이 방전되거나 부서져 버린 상황.
“응?”
순간 트렌든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갑자기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호박 대가리 같은 놈!”
갑자기 욕설을 뱉은 트렌든이 개중에 성해 보이는 마나석을 뽑았다.
그리고는 방어 마법진에 그대로 집어넣었다.
우우웅!
“오!”
간단했다.
없으면 채우면 된다.
바닥에 추락하기 직전 방어마법진이 활성화되었던 것이다.
“예스!”
희열에 찬 외침을 터트리는 순간 그의 몸뚱이가 바닥에 처박혔다.
콰창!
그의 몸뚱이가 바닥에서 튕겨 올랐다.
“와우!”
하지만 트렌든의 표정은 밝았다.
방어마법이 충격에 의해 깨져나갔지만, 트렌든에게는 피해가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 때 즈음에는 다시 푸르른 막이 그의 몸을 감쌌다.
퉁퉁! 데구르르!
“크으!”
살짝 인상을 찌푸린 트렌든이 몇 바퀴를 구르고 나서야 비틀거리는 몸을 다잡았다.
“갓 뎀!”
그러나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그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익어 버린 피부를 비롯해 그동안 입은 상처가 온몸을 칼로 헤집는 듯한 고통을 선사했던 것이다.
“차라리 총알을 맞는 게 덜 아프겠군.”
트렌든은 여전히 일그러진 얼굴을 하면서도 입가에는 미소를 그릴 수 있었다.
일단 살았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다.
“응? 응?”
트렌든이 주변을 바라보았다.
적개심에 가득 찬 얼굴들.
한쪽에서는 따듯해 보이는 새들이 무리를 지으며 날아들고 있었다.
트렌든은 적들의 한복판에 떨어진 것이다.
“하아. 이런 걸 뭐라더라?”
예전 우중만을 우리에서 볼 때마다 넋을 잃고 그가 중얼거리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맞아. 그거지.”
“죽여라!”
“놈을 죽이는 자에게는 큰 포상이 있으리라!”
시에라 제국군의 함성들을 들으며 떠오른 말을 뱉었다.
“이번 생은 망했어…….”
왠지 우중만이 이 말을 뱉던 당시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트렌든은 인상을 찌푸리며 마나석을 뒤졌다.
성한 게 두어 개 정도 더 있었다.
그걸 다 닳아 버린 물리 마법방어진 마나석과 교체했다.
그러나 마법진은 예상대로 망가져 있었다.
몇몇 군대에 더 해 봤지만, 다 마찬가지였다. 더는 하늘을 날 수도 없었다.
아공간 주머니도 뭐가 잘못됐는지 열리지도 않았다.
물론 열어 봐야 현대화기는 거의 없었다. 아낀다고 남겨 두고 온 것이 아쉬웠다.
물론 자신의 마법에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하나 있었다.
“오, 이건 다행이야.”
마법진 하나가 다시 돌아갔다.
그건 바로 내장되어 있는 치유 마법진이었다.
물론 엄청난 성능은 아니지만 적어도 고통스럽더라도 몸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방어 마법진에 하나, 그리고 치유 마법진에 하나.
그리고 남은 것 두 개.
트렌든은 그걸 두 손에 들고 천천히 마나를 불어 넣으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Come on!”
“죽여!”
시에라 제국 병사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다.
마법사용 소울아머 유저로 보이는 이는 딱 봐도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이쯤 되면 할 만해 보였다.
듣기로는 소울아머 유저처럼 엄청난 신체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이 공을 세울 기회이다.
언감생심 언제 이런 기회가 있겠는가.
그때 상대방이 비틀거리며 일어서더니 목소리를 높였다.
“Come on!”
“오냐!”
상대방의 도발에 병사는 더욱 빠르게 내달렸다.
그때 상대방의 양손에 푸른 기운이 눈에 띠였다.
“엇!”
상대방에게 힘이 남은 듯했다. 그래서인지 호기롭게 달리던 병 사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상대방이 양손에 든 것을 집어 던졌다.
“아싸!”
병사는 땅을 뒹굴며 피해 내었다. 하지만 원래 그를 향해 던진 것은 아니었는지 병사를 한참 지나쳐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그걸 모르는 병사는 호기롭게 몸을 일으키며 외쳤다.
“으하하! 그게 전부…….”
콰아아앙! 꽝!
굉음이 연달아 울리고 병사는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떠밀려 그대로 엎어졌다.
“어푸푸!”
얼굴을 박은 병사는 쌍코피를 흘리며 일어섰다.
“이, 이게 무슨…….”
병사는 멍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어헉!”
뒤를 돌아보는 순간 병사가 숨을 집어삼켰다.
뒤를 든든하게 받치며 달려오던 동료들은 없었다.
아니 그 동료들로 보이는 육편들이 보일 뿐이었다.
아직도 하늘에서는 살 조각들과 뿌려진 핏물들이 바닥으로 내려 앉고 있었다.
“이, 무슨…….”
폭음은 두 번이 울렸다.
하나는 병사의 뒤에서 하나는 좀 떨어져 있던 곳에. 기사들 몇이 달려오던 방향이었다.
그쪽도 마찬가지였다.
병사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며 앞을 바라보았다.
“어딜 봐?”
“어헉!”
눈앞에 투구가 깨져 나가 얼굴이 다 보이는 사내가 있었다.
트렌든이었다.
그런데 그 얼굴 표정이 오줌을 지릴 정도로 험악했다.
피부는 늘러 붙다 말 정도로 흉측했는데, 그 눈에는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괴물이었다.
“괴, 괴물!”
“셧업!”
트렌든은 자신을 괴물이라 부르는 병사의 목을 잡아 돌렸다.
우둑 소리와 함께 병사가 주저앉았다.
“사람에게 괴물이라니…….”
트렌든이 투덜거리며 병사가 떨군 창을 집어 들었다.
그러다 잠시 움찔거렸다.
“쉣 더 뻑! 이 괴물은 뭐야!”
창날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놀라 소리를 쳤다.
트렌든은 울상을 지은 채 창날에 다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 보았다.
늘러 붙은 피부가 흉측해 보였다.
“갓 뎀! 이건 아이언맨이 아니라 데드풀이잖아!”
트렌든이 절규했다.
그런 트렌든을 향해 뒤늦게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하나둘씩 달려들기 시작했다.
트렌든이 호기롭게 창대를 돌리며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병사들을 바라보며 트렌든이 중얼거렸다.
“많다.”
많았다. 트렌든은 자신도 모르게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실전은 영화가 아니란 걸 다시 느꼈다.
창검을 번뜩이며 달려드는 병사들의 눈빛에서 그를 갈아 마시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그 눈빛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킨 트렌든은 순간 누군가의 명언이 떠올랐다.
그 순간 트렌든은 망가진 마나석을 뽑아 다시 던졌다.
“Go! go! go!”
트렌든이 마나석을 던지는 순간 시에라 제국 병사들과 기사들의 혼비백산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병사들은 창백한 얼굴로 흩어지며 외쳤다.
“엎드려!”
“피, 피해라!”
하지만 발걸음은 더뎠고 던져진 마나석은 빨리 떨어져 내렸다.
툭 툭 데구르르.
망가진 마나석은 그대로 바닥을 구르다가 멈추었다.
“흐이익!”
그 마나석을 본 병사가 순간 오줌을 지리며 버르적거리며 기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으응?”
“아, 안 터져?”
“사, 살았어!”
“하아…….”
병사들이 살았다는 안도감에 숨을 내뱉었다.
그때 누군가가 외쳤다.
“놈이 튄다!”
그 소리에 모두 뒤를 바라보았다.
트렌든이 반대쪽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트렌든의 얼굴이 다시 구겨졌다.
아군이 있는 반대쪽으로 방향을 잡기는 했지만, 이쪽도 적들이 많기는 마찬가지였다.
트렌든은 다시 손에 들린 것을 던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응이 달랐다.
“속지마라!”
누군가의 외침에 시에라 제국 병사들이 주춤하다가 다시 달려들었다.
“씁!”
물론 터지지 않았다.
그 순간 다시 누군가의 명언.
-진실 속에 숨겨야 진정한 구라가 되는 거지.
트렌든은 방어마법진에 장착되어 있는 최후의 마나석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활성화시키고는 집어 던져 버렸다.
“피하지 마라!”
상대방에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트렌든이 히죽 웃었다.
“땡큐.”
잠시 후 거센 폭발이 일어났다.
콰콰쾅!
맹렬하게 달려들던 병사들이 한 방에 폭사되었다.
이번에도 가짜인 줄 알았던 이들의 최후였다.
폭발에 휘말리지 않았던 이들도 후폭풍에 휘말려 나자빠졌다.
“노, 놈은?”
순간 피칠갑을 한 기사 하나가 겨우 몸을 일으키며 이 일을 벌인 당사자를 찾았다.
“어, 없다!”
그러나 당사자는 없었다.
아니…… 지금 일어서고 있었다.
“끄응!”
트렌든이 생각지 못한 것 하나.
후폭풍이었다.
아까와 달리 가까이 던진 탓에 그 역시 폭풍에 휘말려 나자빠진 것이다.
“쉣!”
쪽팔림을 무릅쓰고 일어선 트렌든이 다시 달리며 양손에 든 것들을 뿌렸다.
그러자 적들이 움찔하였다.
뒤에서는 그대로 달리라는 독려가 있었지만 방금 전 처참한 현장을 목격한 병사들과 일부 기사들의 판단은 하나였다.
“이게 바로 모세의 기적이지!”
양옆으로 쫙 갈라지는 시에라 제국 병사들.
트렌든은 더없이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그러나 그런 그의 뒤를 강타하는 것이 있었다.
콰아앙!
“까아앗 떼에에엠!”
화끈한 기운을 느끼며 하늘로 솟구친 트렌든이 욕설을 내뱉었다.
쿠당탕탕!
폭발은 트렌든이 집어 던진 것에서 벌어진 현상이 아니었다.
바로 트렌든의 등덜미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등짝의 갑주가 완전 걸레짝이 되어 피투성이의 등판이 드러났다.
“크윽!”
트렌든은 엉거주춤 일어서는 시에라 제국 병사들을 보며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뒤를 돌아보니 술법사들로 보이는 이들이 성난 얼굴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앞에는 또 속았다는 불쾌함에 열받은 시에라 제국 병사들이 밀물처럼 몰려왔다.
“후우.”
트렌든은 실소를 흘리며 아까 주워 들었던 창대를 집어 들었다.
온몸으로 적긴 하지만 청량한 기운이 감돌았다.
갑주에서 유일하게 작동하고 있는 치유의 마법진이다.
그나마 이게 있어 다시금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달려오는 적들을 보며 치유의 마나석을 뽑으려다가 멈칫했다.
이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던 것이다.
“후우.”
트렌든은 그대로 놔둔 채, 창대를 내밀며 외쳤다.
“쓰파르따아아아!”
그리고는 달려 나가 정면에 닥쳐오는 병사를 창대로 찔러 넣었다.
난전이 시작되었다.
콰차창! 쾅!
창대를 찌르고 옆으로 달려드는 적을 발로 밀어 찼다.
그리고는 몸을 굴리며 집어 든 흙으로 또 다른 병사의 안면에 뿌리고는 굴러다니던 숏소드로 목줄기를 그었다.
“꺽!”
병사들 셋이 나뒹굴었다.
발에 차였던 병사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트렌든이 바닥에서 주운 방패 모서리로 머리통을 찍어 버렸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병사의 머리통이 쪼개졌다.
거기까지였다.
뻐억!
병사 하나가 달려들며 방패로 트렌든의 몸뚱이를 밀어 친 것이다. 그와 동시에 트렌든은 한쪽으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개새끼!”
그와 함께 성난 병사가 트랜든을 걷어찼다.
“꺼억!”
트렌든의 몸뚱이가 꺾이며 한쪽으로 다시 나자빠졌다.
“죽어!”
병사가 방패를 돌리며 다른 손에 들고 있던 롱소드를 하늘로 추켜올렸다.
그걸 보며 트렌든이 애써 웃으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이, 이거나 처먹어.”
“죽어!”
칼날이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