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72
445화 의미 없이 쏘아지는 화살은 없다.
콰앙!
그리그의 면상이 일그러지며 뒤로 튕겨 나갔다. 쌍코피는 기본이었다.
소울포스로도 일격을 막지 못한 것이다.
“씨아앙!”
뒤로 비틀거리던 그리그가 다시금 욕설을 뱉으며 스스로를 향해 화를 내었다.
비틀거리던 그리그를 향해 다시 똑같은 공격이 이어졌다.
시야를 가득 메우며 날아오는 건 다름 아닌 우루의 주먹이었다.
무기가 날아드는 것보다는 낫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방금 전 일격을 맞고 나서 든 생각은 맨손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게 맞다는 거다.
일단 사람 주먹이라고 하기에는 크기부터 남달랐다.
그리그의 머리통 크기와 주먹 크기는 비등했다. 그리고 팔 길이.
인간인지 원숭인지 헷갈릴 정도의 긴 팔이 문제였다.
키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모든 음식이 몸뚱이를 좌우로 늘린 느낌이랄까.
사실 덩치만 봐도 질릴 정도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 저런 몸뚱이로 활을 들고 설치나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막상 맞붙어 보니 활을 들든 들지 않든 그는 강했다.
터엉!
“흡!”
고개를 틀어 피했나 싶은 순간 그 무지막지한 주먹이 어깨를 후려친 것이다.
그와 함께 그리그의 몸뚱이가 빙그르르 돌며 연신 뒷걸음질을 쳤다.
그와 동시에 우루는 곁에 죽어 있던 궁수에게 있던 화살들을 낚아챘다.
다시 한손에 화살을 그득 쥐고는 걸음을 옮기며 몸을 돌렸다.
마치 뒷걸음질 치는 그리그와 똑같이 몸을 돌리면서 따라가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리그는 어깨를 얻어맞아 타의에 의해 몸이 돌아가는 거라면 우루는 달랐다.
퉁! 퉁! 퉁! 퉁!
우루가 몸을 돌리며 쏴 낸 화살들이 부챗살처럼 퍼졌다.
타다다당!
사방에서 불꽃이 일었다.
주변에서 다가오던 소울아머 유저와 기사들이 날아든 화살을 막거나 피하면서 만들어 낸 불꽃들이었다.
일부 기사들은 막지 못하고 그대로 화살에 몸뚱이를 내주고 나자빠졌다.
그렇게 한차례 쏘아낸 우루가 다시 정면을 향하며 남은 화살 하나를 당겼다.
시위가 팽팽해졌다.
그 상태에서 화살을 재고 있는 엄지와 검지를 한쪽 방향으로 비틀었다.
화살의 꽁무니를 물고 있는 시위가 비틀어졌다.
투앙!
그와 함께 우루가 팽팽했던 시위를 놓자 공기를 관통하는 폭음이 울려 퍼졌다.
시위가 앞으로 되돌아가며 비틀렸던 몸을 제자리로 되돌린다.
그 복원력을 기반으로 우루의 시위에서 떠난 화살이 더 맹렬하게 회전하며 그리그를 향해 날았다.
“익!”
균형을 다잡으며 뒷걸음질 치던 그리그가 쏘아진 화살을 보곤 이를 악물었다.
피하기에는 너무 가까웠다.
화살이 쏘아진 것을 느낀 순간 그리그는 판단을 내리고 무기를 휘둘렀다.
소울포스가 가득 담긴 일격이다.
화살을 쳐내는 용도라기보다는 전력을 다한 일격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의 기운이 담겼다.
그게 맞았다.
그리 길진 않은 우루와의 대결 속에서 느낀 것이 있다.
왜 그의 화살에 소울포스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소울아머 유저들이 무수히 죽어 나갔는지 이해가 간다는 점.
그 화살은 소울포스라 해도 찢어발기고 뚫고 들어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조금 아까.
비슷하게 쏘아진 화살 한 방을 무시하고 달려들던 소울아머 유저의 가슴팍에 주먹만 한 구멍이 뻥 뚫렸던 것을 보기도 했고 말이다.
부와악!
양손으로 잡은 무기가 소울포스를 줄기줄기 뿌리며 날아드는 화살대를 두들렸다.
콰라라락!
“뭐이런!”
순간의 판단이었고, 방심은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다.
날아드는 화살대의 옆면과 칼날이 닿는 순간 마치 무언가를 갈아내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동시에 그리그가 내리쳤던 칼이 오히려 화살에 튕겨 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화살도 궤적이 바뀌긴 했다.
뻐어억!
“어헉!”
그리그의 입에서 헛바람이 튀어 나왔다.
방향을 바꾼 화살이 날아든 곳은 그의 허벅지 윗부분이었던 것이다.
화살이 깊게 틀어박히는 충격에 그리그가 다시 휘청거렸다.
“미친!”
“계속 막아 보라우.”
우루는 고요한 눈빛으로 다시 발끝으로 뒹굴고 있던 화살통을 차올렸다.
그와 동시에 화살들이 화살통에서 솟구쳐 떠올랐다.
나란히 수직으로 솟구쳐 오른 화살들 사이에 비친 우루의 모습이 비쳤다.
“익!”
그리그는 먼저 소울스톤을 잡아 갔다.
그 사이 우루는 솟구쳐 오르고 있는 화살 하나를 잡아 거의 동시에 시위에 걸어 당겼다. 그리고 비틀었으며 좌측으로 쏘아 보냈다.
투웅!
우루는 쏘아냄과 동시에 한 걸음 내딛었다.
여전히 화살은 조금씩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그걸 다시 하나 잡아채며 시위에 걸고 비틀었다.
비틀어진 것은 시위만이 아니었다. 우루의 상체 역시 구십도 비틀어졌다.
마치 말을 타고 달리다가 뒤를 보며 쏘는 것 같은 자세.
투악!
또 한 발을 쏘아낸 우루의 상체가 빠르게 되돌아가는 동시에 또 다른 화살을 허공에서 낚아채며 화살을 비틀어 잰다.
또 한 발 날았다.
이번엔 우측.
그쯤 되자 화살들이 허공에 멈추어 섰다.
떠오를 만큼 떠오른 것이다.
그 순간 다시 하나의 화살을 재어 그리그를 향해 날린다.
그리그가 소울스톤을 돌렸다.
떨어지는 화살들과 발걸음을 맞추듯 우루의 몸이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며 또 하나의 화살을 시위에 걸어 비튼다.
그리그의 소울스톤이 돌아간 뒤 폭주하는 소울포스가 솟구쳐 오르는 순간 또 한 발의 화살이 맹렬한 회전력을 담아 몸을 날렸다.
화살 네 대가 찰나의 간격을 두고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왼쪽에서 우루를 향해 무기를 들고 달려가던 기사 하나가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몇 걸음밖에서 쏘아 보낸 화살에 그대로 몸통이 뚫렸다.
그리고도 그 화살은 힘을 잃지 않고 그 뒤, 또 그 뒤의 희생자를 만들었다.
그렇게 왼쪽의 희생자가 만들어지는 순간 우루의 뒤에서 습격을 해 오던 소울아머 유저는 두눈을 사팔뜨기마냥 가운데로 모으고 있었다.
허나 바보같기보다는 허망한 눈동자.
그 시점 뒤로 날아간 화살 하나는 소울아머 유저의 이마를 관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관통하는 화살을 소울아머 유저가 붙들고 있었다.
그러나 누가 보면 마치 화살을 잡아 제 미간에 박아 넣는 것으로 착각하기 딱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오른쪽에 기사의 옆구리를 뚫고나간 화살이 그 뒤의 로우급 유저의 사타구니를 관통해 버렸다.
찢어지는 비명이 터지는 순간 그리그가 넘치는 소울포스를 이용해 날아오는 화살 하나를 쳐냈다.
콰앙!
화살이 중간에서부터 터져 나갔다.
그러나 날아드는 추진력까지 잃은 것은 아니었다.
콰직!
반 토막난 화살이 방향을 바꾸어 왼쪽 어깨에 반쯤 박혀들었다.
그리그가 이를 악 물으니 자연스럽게 목에 핏대가 섰다.
참아내기 힘든 고통을 억지로 참다보니 그런가 보다.
그런 그리그의 시야에 뒤를 이어 날아드는 또 다른 화살이 보였다.
아니 그리그는 그 화살을 보는 게 아니었다.
그 화살 뒤 천천히 몸을 내리며 떨어지는 화살을 잡아서 시위에 걸고 비트는 우루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크아아아!”
이번에는 제대로 온힘을 다해 몸을 틀며 화살을 쳐낸다.
이번에는 화살이 허공에서 터져 나갔다.
그 부스러기가 파편마냥 그의 온몸을 두드렸으나, 소울포스에 의해 가루가 된다.
그리고 또다시 날아드는 화살을 쳐내는 순간 울리는 소리.
투확!
반쯤 무릎을 꿇은 우루가 또다시 화살을 날리는 게 보였다.
화살을 쳐내며 아래로 내렸던 칼을 사선으로 올려치며 그리그가 한 걸음 나섰다.
투욱!
잘려진 화살의 앞 부분이 그리그의 볼을 스쳤다.
폭주하는 소울포스마저 믿지 못할 지경.
볼을 타고 피가 배어 나온다.
다시 한 걸음 내딛자, 화살은 더 빠르게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하체를 향해 날아든 화살.
그리그가 그대로 몸을 뒤틀었다. 화살이 허리를 스쳤다.
키드드득!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그리그가 뒤트는 허리춤을 긁으며 화살 한 대가 스쳐나갔다.
그 순간 그리그는 또 한 발 나섰다.
그 다음 화살은 무릎높이에서 그리그의 머리통을 향해 쏘아져 날아왔다.
몸을 한번 비틀었던 그리그가 이번에는 하늘을 보듯 누웠다.
우루가 다시 당긴 활 시위처럼 그리그의 몸이 휘익하고 뒤로 당겨진 것 같았다.
그 위로 아래에서 솟구쳐 오른 화살이 스쳐 지나갔다.
“흐읍!”
그리그가 다시 이를 악물으며 누였던 몸을 앞으로 당기며 양손으로 롱소드를 다시 잡고 하늘에서부터 끌어 내린다.
그 순간 다가오는 고통.
콰직!
무릎이다.
상체를 스치듯 하늘로 솟구쳐 올랐던 방금 화살과는 달리 이번 화살은 처음부터 그리그의 정강이를 노린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그리그는 롱소드에 온 힘을 쏟아 부으며 내리그었다.
그 순간 완전 무릎을 꿇었던 우루가 마지막 화살 하나를 땅에 닿기도 전에 잡아챘다.
그런 우루의 머리위로 그리그의 롱소드가 그어져 내렸다.
그리그의 입가가 끌어 올려졌다.
“잡았다.”
“길티.”
그리그의 말에 우루가 웃으며 답했다.
마치 쪼그리듯 무릎을 꿇며 남은 화살 하나를 잡았던 우루.
그 우루를 반으로 쪼개듯 롱소드가 내리그어졌다.
그리고 미소짓던 그리그의 입가가 천천히 다시 내려왔다.
멀어져 간다.
벤 것은 단지 허상일 뿐.
우루가 한 발로 몸을 뒤로 밀어 낸 거다.
그렇게 멀어져 가던 우루가 마지막 한발을 시위에 걸고 뒤틀었다.
그 순간 그리그의 롱소드가 몸뚱이를 밀며 쭉 펴낸 우루의 다리 옆으로 떨어지며 땅을 벤다.
터억!
땅을 베는 순간 우루의 뒷 발이 땅을 짚었다.
앞다리는 쭉 피고 뒷다리의 뒷 꿈치로 엉덩이를 받치듯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은 우루.
그가 당겨낸 활은 그 어떤 때보다도 팽팽하다.
콰아앙!
그제야 땅이 비명을 내지르며 그리그의 일격에 상처 입은 채 돌과 흙을 비산시킨다.
“하…….”
그리그는 허탈한 음성을 뱉으며 앞을 보았다.
한 뼘?
길게 잡아야 두 뼘.
미간에서 딱 그 정도 거리에 점 하나가 보인다.
그리그는 화살촉 끝을 이런 식으로 바라본 적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점이 맹렬하게 돌아간다고 생각이 들 때 그리그의 시선이 그 점을 쏘아 보낸 이를 향했다.
“당…….”
허탈한 표정의 그리그가 첫 글자를 내 뱉는 순간 맹렬하게 회전하던 그 점은 이마를 파고들고 있었다.
한 뺨 혹은 두 뺨이라는 거리는 무언가 말하기에 너무 짧은 거리다.
“……했…….”
두 번째 글자가 뱉어졌을 때에는 기다란 화살대가 이마에 반쯤 파고들었을 때다.
“……네.”
마지막 단어가 뱉어지는 순간 화살깃이 이마를 지나 뒤통수로 빠져 나가고 있었다.
푸확!
그리그의 뒤통수로 피와 뇌수가 터져 나갔다.
그제야 우루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용해졌다.
이마가 뚫린 그리그는 웃었다.
입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의 잔념은 남아 방금 그 순간을 복기했다.
연달아 쏘아진 화살.
이마를 뚫기 전에 쏘아진 세 발의 화살이 이 승부를 가른 거다.
다가가는 그리그가 피할 수 있게 쏜 화살.
그걸 피하고 나니 몸을 뉘여서 피할 수 있는 화살을 날리고…….
마지막으로 몸을 바로 했을 때는 지금까지 위를 향하던 것과는 달리 무릎을 부쉈다.
그리고 칼을 내리치면 끝나는 상황에서 자신을 더욱 끌어 들인 거다.
딱 그 정도 간격.
그 간격을 만들기 위해 무릎을 부순 거고 말이다.
그냥.
당한 거다.
한 발, 한 발이 방금 미간을 지나간 화살 한방을 위한 거다.
완벽하게 당한 거다.
주루륵.
뚫려진 미간에서 핏물이 흘러 그리그가 마지막에 지어낸 쓰디쓴 미소를 머금은 이빨을 적혔다.
잔념마저 떠나가는 순간 우루의 음성이 스치듯 그리그의 귓가를 간질였다.
“구경났네? 날레 뎀비라우. 내래 죄 꼴통에 구멍을 내 주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