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74
447화 힘세고 덩치는 좋지만…….
이븐이 다시 전장을 살피다가 누군가를 응시했다.
그의 시선 끝에는 두표가 있었다. 이븐이 짧게 기합을 흘렸다.
“허!”
그와 동시에 몇몇 시선이 그에게 몰렸다. 그 시선을 확인한 이븐이 재빨리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대열에 변경이 생겼다.
로우급 유저 넷이 각기 두 명씩 짝을 지어 기율과 류화를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두 명의 노블기사단 유저는 이븐의 뒤로 다가와 섰다.
그들이 뒤로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이븐이 롱소드를 고쳐 잡으며 달려 나갔다.
“빠르게 하나씩 각개 격파한다.”
홀로 셋을 상대하려던 것이 과욕임을 알고 빠르게 목표를 변경한 것이다.
두표를 향해 달리던 이븐이 그대로 소울스톤을 돌렸다. 하이급 소울아머의 일 단계 폭주가 시작되었다.
부와아악!
푸른 기운이 몸 주변으로 넘실거리는 이븐이 롱소드에 소울포스를 끌어 모으며 나아갔다.
눈앞에 있던 기사들이 썰물처럼 빠지고 이어 이븐이 두표에게 달려들었다.
심지어 좌우로 소울아머 유저를 달고 말이다.
그걸 본 두표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흐흐흐! 봤냐? 역시 강자를 알아보는 거지!”
삼인방 중 자신에게 이븐과 유저 둘이 달려드는 모습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그러자 멀찍이 떨어져 있던 둘에게서 연달아 대답이 울려왔다.
“바보냐? 딱 봐도 제일 약해 보이는 놈 먼저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거구만!”
“쯧, 니 주제를 알아라.”
류화와 기율이 연달아 던진 말에 두표는 히죽 웃으며 답했다.
“킁, 부러우면 부럽다고 해라. 원래 나 정도 되는 강자는…….”
“시간 끌지 말고 힘만 센 덩치부터 빠르게 처리한다!”
“…….”
이븐에게서 튀어나온 외침에 두표는 말을 끝까지 이을 수 없었다. 다만 붉어진 얼굴이 그가 열이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런 두표에게 기율과 류화는 연달아 염장을 질러 주었다.
“오! 제대로 본 게 맞네?”
“원래 두표가 딱 봐도 힘세고 덩치도 좋지. 흐흐흐.”
“킁…….”
인상을 구긴 두표가 뒤를 돌아보았다.
“냥이야. 놀다 오렴.”
두표의 말에 냥이가 으르렁거리며 울음을 뱉었다. 하지만 이내 자리를 떴다.
아무리 냥이가 기사쯤은 그냥 씹어 먹는 샤벨 타이거라지만, 유저급에게는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단지 그래서 보낸 건 아니었다.
“퉤!”
두표가 손바닥에 침을 뱉은 뒤 쓱쓱 문질러 닦은 뒤 다시 강철봉을 고쳐 잡았다.
“날 물로 본다고?”
두표의 두 눈썹 끝이 이마 끝까지 치솟아 있었다.
제대로 열 받은 거다.
그래서 냥이를 보냈다. 한번 맘 놓고 날뛰려고 말이다.
두표가 달려오는 이븐과 그 일행을 향해 철봉을 늘어트린 채 마중 나가며 포효를 내질렀다.
커허어엉!
커허어엉!
“웃!”
사람의 입에서 나온 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외침이었다.
맹수의 포효소리와 같았다.
물론 이븐이나 노블 기사단원이 위축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주변은 달랐다.
기율과 류화를 상대하던 기사들은 일제히 벼락이라도 맞은 듯 몸을 떨었다.
병사들은 더했다.
일부는 맹수의 앞에 선 초식동물들 마냥 그대로 몸이 경직되며 굳어져 버렸고, 일부는 무기를 떨구고 그대로 주저앉을 정도였다.
“어이쿠 이게 웬 떡이냐!”
“오, 고마워!”
그 순간 기율과 류화는 고마움을 담아 한마디씩 던지며 기사들과 병사들의 목숨을 빠르게 수확해 나갔다.
포효를 내지르며 나아가던 두표가 강철봉을 크게 횡으로 휘둘렀다.
부와아악!
강철봉이 휘둘러지면서 두표의 손에서 주르륵 미끄러져 나갔다. 결국 끝을 잡고 휘두른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자 순식간에 휘두르는 반경이 넓어졌다. 그러나 이븐이나 노블기사단원은 허리를 숙이거나 뛰어넘으며 두표의 공격을 피해 내었다.
파괴적이지만, 그만큼 큰 동작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웃음을 머금었다.
동작이 큰 만큼, 빈틈도 커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븐과 두 명의 노블기사단원은 회피와 동시에 각자의 무기를 휘둘러 나갔다.
그때였다.
한쪽으로 강철봉을 휘둘렀던 두표가 갑자기 몸을 반 바퀴 돌리더니 등을 드러낸 것이다.
그 순간 왼쪽에서 달리던 소울아머 유저가 이를 악물며 옆으로 몸을 띄웠다.
정면으로 달려들던 이븐도 몸을 펄쩍 띄우며 혀를 찼다.
“무슨 손목 힘이!”
빠르게 반 바퀴를 돈 두표가 몸을 지지대 삼아 빠르게 강철봉을 돌리더니 손목을 회전시켜 다시 대각선으로 내리쳤던 것이다.
그 덕에 왼쪽에서 달리던 노블 기사단원이 머리통을 숙이며 몸을 날려야 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븐은 허리를 박살 낼 듯 내리찍어지는 두표의 강철봉을 피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콰아앙!
짐작했던 것처럼 위력이 대단했다.
강철봉이 사선으로 내리찍어지자 땅거죽이 그대로 푹 파인 것이다.
후두두둑!
공격 범위에 있지 않은 덕에 다가서던 남은 노블기사단원은 두표가 파헤친 흙과 돌멩이를 그대로 뒤집어써야만 했다.
물론 고작 흙 좀 뒤집어썼다고 몸을 움츠릴 노블기사단이 아니었다.
그리고 두표 역시 그걸 의도한 건 아니었고 말이다.
파앙!
노블기사단원의 롱소드가 강철봉을 잡은 두표의 손목을 잘라 낼 듯 떨어져 내렸다.
그걸 두표는 강철봉을 놓으면서 간단히 피해 내었다.
그러자 노블기사단원이 한 발을 더 내딛으며 롱소드의 방향을 바꾸어 두표를 향해 내질렀다.
“클!”
그러자 두표가 짧게 웃음을 흘렸다. 롱소드의 끝이 두표의 가슴팍을 노리고 다가왔다.
그때 두표가 롱소드의 옆면을 향해 손날을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본 노블기사단원이 비웃음을 흘렸다. 검에 서린 소울포스는 파괴적인 힘을 담고 있었다.
피륙으로 어찌 막거나 쳐낼 성질의 것이 아니었던 거다.
“바보 같은…….”
그러나 그의 비웃음은 이어지지 않았다.
따앙!
두표는 그걸 손날로 쳐내고도 멀쩡했으니까.
“어억!”
롱소드가 쳐내지는 순간 노블기사단원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순간 균형이 무너져 놀란 것인지 아니면, 손날로 쳐내서 놀란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두표가 롱소드를 손날로 쳐내자마자 균형을 잃은 노블기사단원의 목을 그의 팔로 휘감아 버렸던 것이다.
“컥!”
마치 뒤에서 목을 감은 것처럼 두표의 단단한 팔뚝이 단단히 들러붙었다.
짙은 푸른빛이 목에 감돌았지만 벌게진 노블기사단의 얼굴 표정으로 보아 이미 목이 단단히 조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팔뚝으로는 목의 앞부분을 감아 조이고, 다른 손으로는 그의 뒤통수를 앞으로 지그시 밀어주었다.
“젠장!”
몸을 피했던 이븐과 또 다른 노블기사단원이 두표를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목을 조이는 탓에 양팔을 쓰지 못해 틈이라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두표는 한 발로 발치에 있던 무기를 차 내어 달려드는 노블기사단원을 저지했고, 이븐에게는 그대로 목을 감은 노블기단원의 몸뚱이를 휘둘렀다.
그와 동시에 이븐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이런 썅!”
서걱!
날카로운 이븐의 검이 자신에게 휘둘러진 노블기사단원의 다리 한 짝을 깔끔하게 잘라 내어 버렸다.
다리 한 짝이 잘렸음에도 노블 기사단원의 입에서는 비명이 터져 나오지 않았다.
그의 벌어진 입에서는 그저 침만 질질 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잘려진 다리의 고통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그 사이 두표가 차낸 무기를 쳐낸 노블기사단원이 재차 공격을 해왔다.
그 순간 두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븐도 마찬가지였다.
“안 돼!”
“피해!”
콰두둑!
파열음과 함께 두표에게 다시 달려들던 노블기사단의 가슴께에서 창날이 피를 머금고 고개를 내밀었다.
“어, 언제……”
전혀 기척을 느끼지 못했던지 노블기사단원이 떨리는 음성을 뱉었다.
“지금?”
창날이 가슴에서 빠져나가자 노블기사단원이 뚫린 가슴을 움켜 쥐고 무릎을 꿇었다.
그 뒤에 모습을 드러낸 건 류화였다. 그런 류화에게 두표가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내 껀데!”
“그럼 빨리 마무리 했어야지.”
두표의 억울함 따위는 가치 없다는 듯 류화가 이죽거리며 답했다.
그러자 두표가 급해진 표정으로 팔에 힘을 주었다.
그때 두표의 머리를 향해 뭔가가 날아왔다.
쾌래래랙!
“에이 썅!”
두표가 욕설을 뱉으며 목을 조르던 노블기사단원의 머리통으로 날아오는 것을 막았다.
뻐억!
동시에 수박 쪼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실제로 노블기사단원의 머리통은 잘 익은 수박이 붉은 과육을 뿌리듯 쪼개졌다.
그것은 투척용이 아닌 일반 부월수용 도끼였다.
“야이 씨!”
“오! 빠른데?”
그걸 던진 장본인인 기율이 실실 웃으며 화답했다.
두표가 알아서 막으리라 생각하고 기율이 노리고 일부러 던진 거였다.
“젠장.”
두표가 욕설과 함께 머리가 쪼개진 채 축 늘어진 노블기사단원을 놓았다.
그 사이 류화는 자신이 뒤에서 기습해서 가슴을 뚫어 놓은 노블 기사단원의 머리통에 다시 한 번 구멍을 내주었다.
확인 사살이다.
까드득!
그 광경을 보던 이븐의 이빨 갈리는 소리가 울려왔다.
그걸 본 기율이 머리통을 쪼개고 몸통까지 박혀 버린 자신의 도끼를 회수하며 한마디 해주었다.
“애야, 그러다 이 상한다.”
이븐은 머릿속이 까매지는 기분을 느꼈다.
충격은 아니다.
그저 분노가 차올랐을 뿐이다.
그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간을 끌라고 보낸 로우급 유저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만 봐도 어찌 됐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주변의 기사와 병사들은 병풍마냥 질린 얼굴로 이쪽을 향해 시선을 보낼 뿐이다.
그럴 만도 했다.
두표와 몇 합을 겨루는 그 짧은 사이에 백은 족히 넘어가는 이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었으니까.
부우욱!
이븐의 분노와 함께 소울포스가 더욱 강렬하게 뽑혀졌다.
빠르게 처리하려 했는데 반대로 당했다.
“그래. 해 보자.”
분노한 이븐이 실실 웃고 있는 삼인방을 향해 롱소드를 뿌렸다. 힘 조절 따위는 포기했다.
거대한 푸른 기운이 세 사람을 향해 폭사되듯 날아갔다.
꽈아아앙!
귀청을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장정 대여섯은 드러누울 만한 구덩이가 파졌다.
그 사이 세 사람은 각자 이리저리 몸을 피해 있었다.
그 중 이븐은 두표를 향해 다시 나아가며 소울포스를 뿌렸다.
“젠장, 또 나야!”
두표가 얼굴을 왈칵 일그러트리며 강철봉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았다.
쩌어엉!
다시금 병장기가 부딪히는 울림과 함께 두표의 주변에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공격의 여파가 사방으로 튄 것이다. 먼지가 피어오른 사이에도 굉음이 연달아 울렸다.
콰앙! 쾅! 쩌정!
그 모습을 바라보던 기율과 류화가 혀를 내둘렀다.
“어우. 이거 가볍게 볼 만한 건 아니긴 한데?”
“그러게?”
이븐은 미친 듯이 연달아 공격을 하며 밀어붙였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통할 듯하면서도 통하지 않았다.
힘만 센 덩치라 본 것과 달리 두표는 충분히 빨랐다.
“개 같은!”
이븐이 더욱 힘을 뽑아 올리며 롱소드를 머리 위로 찍었다.
그러자 두표가 양손으로 강철봉을 마주잡고 들어올렸다.
그러자 언제 힘을 줬냐는 듯 이븐의 롱소드에서 푸른 기운이 옅어졌다.
지금까지 강맹한 공격을 해 댄 것 자체가 지금을 위한 미끼였던 것이다.
째앵!
가벼운 울림이 퍼지는 순간 이븐의 발끝이 두표의 명치를 찍어 찼다.
뻐어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