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75
448화 오너라!
두둑!
약하지만 분명하게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
이븐의 발이 명치에 날아가 박히는 순간 두표는 오히려 한 발자국을 앞으로 내딛었다.
그 거리 차이가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오히려 걷어찬 이븐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물론 나자빠지는 꼴사나운 상황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상태가 그리 좋은 것도 아니었다.
바닥으로 내려선 이븐이 살짝 다리를 절었던 것이다.
“오! 몸통으로 발바닥을 때렸어!”
“역시. 온몸이 무기?”
“닥쳐 이것들아!”
류화와 기율이 서로 한마디씩 던져주자 두표가 벌게진 얼굴로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반대로 이븐의 얼굴은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빌어먹을!’
발로 걷어차는 순간 타점이 바뀌었다. 앞으로 다가오는 바람에 타격력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그 덕에 이븐의 힘을 이기지 못 한 발목이 살짝 꺾였던 것이다. 소울포스로도 이건 어떻게 보호하지 못했다.
시큰거리는 발목을 하고 이븐은 이를 앙다물었다.
막상 차고 보니 제대로 걷어찼어도 큰 피해를 주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단단한 바위를 걷어차는 느낌이었다.
물론 소울아머 유저쯤 되면 발차기로 단단한 바위도 박살 내는 건 쉽다.
다만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크악!”
이븐이 괴성을 지르며 다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두표가 더 빨랐다.
부와악!
두표의 강철봉이 몸통을 세로로 쪼개듯 내리 찍혀왔다.
그걸 이븐이 몸을 틀어 피했다.
욱신!
몸을 틀어 피하는 순간 발목에 통증이 느껴지며 미세하게 동작이 늦어졌다.
그러나 이븐은 고통을 참으며 그대로 롱소드를 찔러갔다.
그 시간이 일반인에게는 찰나도 되지 않을 순간이었지만 이들에게는 달랐다.
두표는 그대로 몸을 틀었다. 그러자 롱소드가 그의 몸통을 타고 흐르듯 스쳤다.
그걸 이븐이 다시 잡아당겼다.
베기 위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두표는 몸을 트는 순간 이미 이븐을 향해 한 발을 내딛고 있었다.
이어 어깨로 가슴팍을 찍어 갔다.
뻐억!
“큭!”
이븐이 반대편 팔을 당겨 올리며 어깨공격을 막았다.
하지만 충격만큼은 해소하지 못하고 바닷가의 게마냥 옆으로 몇 걸음을 더 물러서야 했다.
이 역시 발목에 통증 덕에 버티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 두표가 강철봉의 중앙을 잡더니 좌우로 공격을 해왔다.
카카캉! 카캉! 캉!
힘 일변도의 공격이 아니었다.
좌우로 빠르게 연타를 넣어 왔다.
이어 강철봉이 원을 그리며 이븐의 머리와 다리 등을 훑고 지나갔다.
통증이 있긴 하지만, 이븐은 이를 악물고 몸을 피했다.
하지만, 적은 두표 하나가 아니었다.
슛!
짧게 끊어 찍듯이 날아오는 류화의 창날이 이븐의 옆구리를 노려 왔다.
“익!”
이븐이 이를 악물며 옆구리로 소울포스를 몰아넣었다.
하지만 그보다 류화의 공격이 먼저 차단이 되었다.
따앙!
“킁, 내 꺼야!”
“야! 니 꺼 내 꺼가 어딨어!”
그 공격을 막은 것은 두표였다.
“이런 병신 같은!”
마치 어린아이의 간식거리 다툼과 같은 상황에 열이 받은 이븐이 욕설을 뱉으며 롱소드를 뒤쪽으로 뿌려 왔다.
그러나 그걸 류화는 간단하게 막았다. 위기는 연속으로 다가왔다. 이번에는 위였다.
이쪽을 향해 달려오던 기율이 몸을 맴돌리며 띄웠다.
그리고는 이븐의 목을 따려는 듯 쌍부를 휘둘러왔던 것이다.
카라라락!
그걸 두표와 류화가 동시에 막아 내었다.
따당! 탕! 카카칵! 쉬익!
온갖 소리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븐을 중앙으로 두고 세 사람이 쉴 새 없이 무기를 교차했다.
마치 이븐의 몸 주변에 보이지 않는 보호막이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의 주변으로 수없이 불똥이 연달아 튀었다.
그 와중에 이븐은 잔뜩 열이 올라 공격을 감행했지만, 그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치욕이었다.
마치 맹수 세 마리가 하나의 먹이를 두고 다투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그때 눈에 익은 노인이 멀찍이 지나가며 혀를 차는 모습이 이븐의 눈에 들어왔다.
이 혼란 속에서도 잘 들어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노인의 손에는 눈에 익은 머리통 하나가 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 사형?’
이븐의 얼굴이 시커멓게 죽었다. 에디의 머리통이었다.
그리고 이 눈에 익은 노인은 아까 사형이 목표로 삼아 달려들었던 노인인 것이다.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었다.
미칠 것 같았다.
함께해서 질 리 없다고 생각하던 이였다.
이 전쟁의 열쇠를 프라임 공작이 쥐었을 때 비로소 그들 사형제가 활약을 할 때라 생각했다.
들떴다.
다들 먼 훗날 대륙 통일의 영웅으로 역사서의 한 장을 꼭 차지 하고자 했었다.
그랬던 사형의 머리통이 마치 수확되어 가는 과일마냥 노인의 손에 달랑거리며 들려 흔들리고 있었다.
눈가가 붉어졌다.
희롱당하는 상황도 잊혀졌다.
다시금 이가 갈렸다.
“다 같이 죽자.”
이성이 감정에 먹혀 버렸다.
아니 어쩌면 다른 방법은 없었다.
이븐이 소울스톤의 마지막을 해제했다.
소울포스의 폭풍이 사방으로 몰아쳤다.
그걸 본 두표가 말했다.
“킁, 이놈들은 꼭 순서 지켜가며 뒈지더만.”
“그러게.”
기율이 몰려오는 소울포스의 폭풍을 흘리며 두표의 말을 받았다. 하지만 류화는 그 순간 오히려 파고들어 갔다.
선공.
터엉!
힘이 얕았는지 아니면 이븐의 소울포스가 강했는지 울림이 큰 소리와 함께 류화의 창날이 소울아머의 겉면만 찍고 튕겼다.
그걸 본 이븐이 외쳤다.
“오너라!”
셋을 향해 외쳤다.
그리고 셋은 답 대신 행동으로 이븐에게 보여줬다.
이어 커다란 울림이 연이어 퍼졌다.
“허 그놈들 참 대장간에서 일 시키면 딱이겠구먼.”
지나가다 삼인방이 싸우는 모습을 보던 장 노인이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고 있었다.
셋이 무슨 장난을 치는지는 몰라도 한 놈을 두고 공격을 했다가 대신 막아줬다가 하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소울포스가 재차 폭주하는 순간 누구라도 할 것 없이 거의 동시에 한 놈을 아예 박살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도발은 그놈이 하긴 했다. 몸을 빼면서 하나씩 상대해도 모자랄 판에 오라고 했으니 말이다.
두표의 강철봉이 소울아머의 여기저기를 두들겨 구기는 사이 류화의 창날은 온몸에 숨구멍을 뚫어주고 있었다.
거기에 기율은 소울아머의 여기저기를 도끼로 찍어 내며 해체를 해 나갔다.
그 와중에 도발을 했던 이븐은 미친 듯이 힘을 뽑아내며 허공에 칼질을 해 나가고 있었다.
이미 정신이 반쯤 나간 모습이었다.
콰직 콰작! 푹푹! 쩌억!
마치 타악기의 집대성 같은 울림이 연달아 퍼졌다.
그 와중에 팔이 서너 등분이 되어 떨어져 나갔다.
두표의 강철봉에 맞은 옆구리는 척추뼈가 있는 곳까지 푹 파이며 함몰되었다. 한쪽 다리는 무릎 아래로 기율의 도끼질에 잘려 나간 지 오래.
그러고도 셋은 언제 싸웠냐는 듯 사이좋게 타작을 했다.
일방적이었다.
다시 찔러진 류화의 창에 심장이 뚫리는 동시에 두표가 휘두른 강철봉이 허리 아래를 완전히 부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무너지는 이븐의 머리통을 향해 기율이 도끼를 휘둘렀다.
서걱!
이븐의 머리통이 둥실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천천히 장 노인을 향해 날아왔다.
그걸 장 노인이 잡아챘다.
터억!
“어르신 그거도 가져가십시오! 프라임 공작 놈의 제자랍니다!”
기율이 환히 웃으며 말했다.
장 노인이 머리를 들어 보니 자신이 들고 있는 머리와 함께 말을 달리다가 찢어진 프라임 공작의 제자가 맞았다.
“허허.”
그때 이븐의 눈동자가 데구르르 굴러갔다.
창백한 얼굴로 장 노인을 바라보며 입을 뻐끔거렸다.
마치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나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허무해 보였다.
그런 이븐을 바라보며 장 노인이 입을 열었다.
“선물이 하나 또 늘었구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뱉는 장 노인을 보던 이븐의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어떠한 감정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몸통을 떠난 머리통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 노인은 머리통 두 개를 양손에 쥐고 뒷짐을 진 채 걸음을 옮겨 나갔다.
그리고 장 노인을 호위하듯 다른 노인들이 발걸음을 옮겨 나갔다.
콰아앙!
시에라 제국 병사들이 하늘을 날았다.
시에라 제국의 진영 안쪽에 있던 푸른 점이 점차 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었다.
“뀌이이익!”
“꾸웍!”
푸른 피부의 전사들.
한때는 마물이라 불렸던 오크들.
그들이 깨고 나온 것은 함정이 아니었다.
알이었다.
로드의 탄생.
그것도 인간이 말이다.
선천적인 것이 아닌 절대적 믿음과 유대를 통해 탄생된 로드였다.
그들이 시에라 제국의 내부에 균열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외부로는 고윈이 안쪽에서는 오크전사들이…….
오크전사들의 앞을 가로막는 이들은 한줌 핏물이 되었다.
오크 전사들은 몸에 창이 박히고 칼이 박혀도 나아갔다.
막을 수 있는 이들이 없었다.
“크아아!”
그 앞을 가로 막은 소울아머 유저가 있었다.
그는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지를 행동으로 보였다.
“디버트 가의 영광을 위하여!”
자신의 가문을 외치며 소울스톤을 돌렸다.
폭주하는 푸른 불빛이 오크전사들의 피부색과 어우러졌다.
콰콱!
로우급 유저와는 비교하기 힘든 강함.
그러나 이들은 이미 인간병기들의 포위를 무너트리고 나왔다.
그걸 알기에 소울아머 유저도 폭주를 선택한 것이다.
소울아머 유저의 검날에 그 강력했던 오크가 반 토막이 났다.
팔다리가 마치 텅 빈 대나무 잘리듯 획획 잘리며 나뒹굴었다.
전장의 최종병기다운 모습을 드디어 보여주었다.
그렇게 무아지경으로 십여 마리의 오크를 베었을 때 그의 발목을 잡아채는 손길이 있었다.
“이익!”
시선을 돌리자 소울아머 유저의 이빨이 앙다물려졌다.
발목을 잡은 건 오크전사다.
하체는 어디로 갔는지 없었다. 다만 그 상체의 절단면으로 길게 내장이 끌려오면서 흐트러져 있었을 뿐이다.
그 최후의 발악을 끊어주었다.
머리통을 잘라 냈다.
그러나 손은 풀리지 않았다.
손목을 잘랐다.
그리고 그때 또 다른 손이 다시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는 몸통이 사선으로 베인 오크다.
이번에는 목이 아닌 손목만 베었다. 방금 자른 다른 오크의 손목이 아직 그의 다리에 달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주변의 또 다른 오크가 매달렸다.
매달리고 잡고 이빨로 기어와 엉기고.
미친 듯이 칼질을 하여 잘라 내는 소울아머 유저의 주변으로 오크전사들이 더 몰려들었다.
이번에는 무기를 잡은 팔을 누가 잡아챘다.
역시나 푸른 피부.
그걸 때려던 다른 팔도 잡았다.
다시 다리도 잡히고, 허리도 잡혔다.
흉성을 터트리는 오크전사들이 사지가 결박당한 소울아머 유저의 온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망치로 해머로 방패로…….
화려하게 타올랐던 푸른 불꽃은 더큰 푸른 해일에 의하여 한줌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점점 덮여져 갔다.
“꾸워어어억!”
“끄워어어!”
“뀌이이!”
승리의 함성과 함께 몰려들었던 오크들이 사방으로 다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오크들의 손에는 붉은 살덩이들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오크들이 모두 흩어졌을 때 남은 건 없었다.
소울아머로 추정되는 갑주의 일부만 바닥에 뒹굴 뿐이었다.
남은 건 없었다.
하나도.
인간 하나가 그렇게 해체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