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79
452화 진격하라
푸르른 소울포스가 담긴 엡소드의 롱소드를 향해 진천의 환두대도가 솟구쳐 올랐다.
엡소드의 롱소드가 더 빠른가 싶었지만, 진천의 환두대도가 땅바닥을 박차는 순간 한 줄기 빛이 되었다.
쩌엉!
진천의 환두대도가 엡소드의 롱소드를 낚아채듯 솟구쳐 올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그 순간을 축복하듯 진천의 뒤쪽에 멀거니 서 있던 기사의 몸뚱이가 양옆으로 쫙 나뉘며 피분수를 퍼트렸다.
쾅! 쾅! 쾅! 쾅!
그 상태로 둘은 멈추지 않고 서로를 향해 무기를 연이어 휘둘렀다.
“큭!”
부딪힐수록 엡소드의 얼굴이 붉어졌다.
엡소드의 발밑에는 고랑이 패이고 있었다.
진천은 나아갔고, 땅에 발을 박아 넣었던 엡소드의 몸은 뒤로 조금씩 밀려나갔다.
카카칵!
다시 한 번 무기가 맞닿는 순간 진천이 다리에 힘을 주고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콰콰콰콰!
농부가 밭을 메듯.
엡소드의 박혀있는 양발이 땅에 고랑을 만들어 내었다.
마치 밭을 갈 듯이 말이다.
상체가 뒤로 밀리는 느낌이 들자 엡소드는 뿌리내리듯이 박았던 양 다리를 뒤로 튕겼다.
그러자 밀어붙이던 진천의 환두대도가 가벼워졌다.
엘소드가 이미 뒤로 물러선 후였기 때문이었다.
그 사이를 메우듯 기사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흠.”
엡소드의 행동은 아까와 같았다.
시간을 끄는 모습. 그리고 진천의 힘이 조금이라도 빠지기를 기다리는 표정.
그리고 그 역할을 해 줄 기사들과 병사들이 창백한 얼굴로 악을 쓰며 진천에게 창칼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엡소드도 스스로 물러나는 상대에게 달려드는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하지만 알아도 달려들어야 할 때가 있다. 그 정도는 해야 정예라 불리는 거고, 지금 이들이 그랬다.
일부는 혹시나 공을 세울 수 있을까 기대는 마음도 있어 보였다.
숫자가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거다.
그렇게 몰려드는 상황에서도 진천의 시선은 여전히 엡소드를 향하고 있었다.
그 시선을 마주한 엡소드는 등줄기가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반대로 달려들던 기사들과 병사들은 그게 틈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진천을 향해 살기어린 무기들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날아들었다.
그럼에도.
진천의 시선은 여전히 엡소드를 향해 못이라도 박혀있는 것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콰직!
“끄어!”
기사의 복부에 진천의 환두대 도가 박혀들었다.
그리고 조금 전 장면과 같은 모습이 다시 연출 되었다.
콰콰콰콰!
진천이 환두대도를 찔러 넣은 채로 날아드는 몇 개의 창대를 포개어 잡고 밀어붙였다.
그러자 진천을 향해 달려오던 기사와 병사들이 일제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으어억!”
“억!”
뒤쪽 몇몇 병사들은 뒤로 밀리다가 벌렁 나자빠져서 아군의 발에 밟혔다.
그렇게 밀고 나가던 진천이 어깨를 들이받았다.
꽈아앙!
귀가 먹먹하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기사와 병사들이 부채꼴 모양을 만들며 후두두 나자빠졌다.
“후으…….”
진천의 앞에 서 있는 건 오직 그의 환두대도에 명치 아래를 관 통당하고 어깨에 강타를 당한 기사뿐이다.
물론 살아서 흘리는 신음소리는 아니다.
이미 영혼은 빠져나가고 뱃속에 남은 바람이 빠지는 소리가 흐르는 것뿐.
진천은 기사의 시체를 머리 위로 넘겼다.
진천의 뒤로는 이미 또 다른 병력들이 내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의 시야를 거꾸로 떨어지는 기사의 시체가 가리는 순간 진천의 뒷발이 떨어져 내리는 기사의 몸통을 걷어찼다.
떠엉!
기사의 몸통이 쏘아져 날아가면서 뒤에 몰려오는 이들을 와그르르 무너트렸다.
콰콰쾅!
“아악!”
“억!”
부딪히는 순간 뼈가 부러지고 피가 튀었다. 사지가 꺾이고 내장이 터져 나가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렇게 나자빠진 이들을 진천이 연달아 밟아나가며 솟구쳐 올랐다.
퍼퍼퍽!
진천의 발 아래에 디딤돌이 되었던 이들의 머리통이 터지고 어깨가 주저앉았다.
그 상태로 허공에 솟구친 진천이 그 너머에서 경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로우급 유저의 면상에 무릎을 찍었다.
콰직!
더는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뒤에서 병력만 지휘하던 이를 정확히 집어내듯 말이다.
소울포스도 의미 없었다.
박살난 면상에서 피가 소울포스와 뒤섞여 안개처럼 피어올랐다. 그의 몸뚱이는 뒤로 천천히 넘어갔다.
그러나 진천은 그걸 그냥 두지 않았다.
한 발 두 발 내딛더니 크게 발을 앞으로 내질렀다.
진천의 발길질에 넘어가던 로우급 유저의 허리가 걸렸다.
뻐어억!
거북한 소음과 동시에 로우급 유저의 허리가 새우마냥 꺾이며 맴돌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비명도 없었다.
그렇게 올랐던 이가 떨어져 내리며 기사와 병사들이 화들짝 놀라 사방으로 퍼졌다.
그 사이를 진천이 다시 파고들며 환두대도를 사방으로 휘둘렀다.
썰리는 소리도 없건만 팔다리가 사방으로 튀었다.
갑주도 방패도 의미 없었다.
진천이 떠나간 곳에는 팔다리가 잘린 채채 바닥에서 날개를 떼인 나방마냥 버르적거리는 이들뿐이었다.
그 광경을 보던 엡소드가 이를 악물었다.
자존심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그러나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엡소드가 고개를 돌렸다.
스승이 있는 곳.
그가 오는 방향을 말이다.
그런데 프라임 공작의 시선이 이쪽을 향하고 있지 않았다.
“왜…….”
엡소드가 그대로 몸을 띄웠다.
“어억!”
기사 하나가 화들짝 놀랐다. 엡소드가 그 기사의 어깨 위로 올라섰기 때문이었다.
기사 어깨를 디디고 선 엡소드가 프라임 공작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지?”
엡소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병력이 갈라지고 있었다.
방진이 박살나고 있었다.
그 믿기 어려운 장면을 만들어 내는 송곳 하나.
누군가의 머리로 보이는 둥근 것을 매단 가우리의 병력이었다.
그 속도가 엄청났다.
그 앞을 많은 병력들이 막아서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돌파가 느려지지는 않고 있었다.
그 탓에 본진 전체의 대열이 삐그덕거리고 있었지만, 감수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엡소드가 다시 프라임 공작을 보았다. 그가 다시 이쪽으로 말을 달려왔다.
바쁜 걸음이다.
이어 진천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엡소드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놈이 전부다.”
이 전투를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진천의 목이 필요 하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다만 이전에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면 지금은 반드시 그의 목을 취해야 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
엡소드가 핏발이 선 눈동자로 진천을 향해 소울포스를 최대한 끌어 올렸다.
시간유지 따위는 더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섰다.
프라임 공작이 올 때까지 판을 만들어 놓는 것.
그게 지금 엡소드가 해야 할 일이다.
“크아아아!”
엡소드가 괴성을 내지르며 달려 나갔다.
그런 엡소드를 바라보는 시선.
진천이었다.
여전히 그의 시선은 엡소드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천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마치 오라는 듯.
전장을 헤집고 나아가는 노인이 있었다.
“죽여!”
시에라 제국의 병사들이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 노인에게 채 달려들지도 못했다.
노인의 주변에 따르고 있는 또 다른 노인들.
마치 호위를 하듯 걸음을 옮기고 있던 노인들이 달려드는 병사들을 베어 넘겼다.
그러는 사이 선두의 노인, 장 노인은 머리통을 양손에 쥔 채 빠르게 나아갔다.
가끔 노인들이 흘리는 이들도 있었지만, 장 노인의 길을 막지는 못했다.
그대로 펄쩍 뛰어올라 양 다리를 쫙 뻗었다.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적들.
이어 다리로 바닥을 쓸자 허공으로 벌렁 떠오르는 적들.
어깨로 치면 날아가고, 머리로 받으면 박살이 나는 적들.
무인지경이다.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고윈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중앙으로 모이는 적들.
그 중앙으로 돌파를 하고 있는 기마들.
균열이 고윈의 눈에 보였다.
“크게 깎아 볼까?”
고윈이 명을 내렸다.
그러자 이제 갓 초인이 되어 그 위력을 펼치고 있는 두 명의 초인들이 발걸음을 바꾸었다.
“양 팔을 자른다.”
커다란 쐐기 두 개가 또 만들어졌다.
그 쐐기가 시에라 제국의 대군을 삼등분으로 가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균열이 난 군세는 더 버티지 못했다.
그렇게 나뉜 군세는 아까 외곽에서 돌려 깎던 병력에 의해 잘게 잘게 나뉘어 뿌려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윈이 사령기를 들어올리며 지금껏 참아 왔던 외침을 내질렀다.
“전구우운!”
희열에 찬 모습.
어느 지휘관이고 이 순간을 기다리지 않겠는가.
“진격하라아아아!”
고윈의 외침이 크면 얼마나 크겠는가. 마법사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러나, 남부연합군의 병사들은 마치 똑똑히 알아들었다는 듯 함성을 내질렀다.
우와아아아!
그 외침이 천지를 진동했다.
외침을 벗 삼아 남부 연합군의 모든 병력이 적들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후아! 후아!”
가르히 등 세 명의 왕은 이미 소울아머를 해제한 채였다.
이미 남김없이 힘을 끌어 쓴 것이다.
그 덕인지 그들의 칼질에는 영 힘이 없었다.
원래 소울아머가 해제된 후에는 칼조차 들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건만 이들은 초인적인 인내를 의지해 싸워나가고 있었다.
아니 진천을 의지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멈추지 않는 자.
절대 꺽이지 않는 자.
그를 곁에 두고 어찌 꺽이고 싶은 이들이 있겠는가.
다들 몸에 화살 두어 대쯤은 매달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눈빛만큼은 살아 있었다.
위기 또 위기지만, 결코 위기라 생각지 않았다.
우와아아아!
멀리서 울려오는 함성소리.
“하, 하하…… 하하하하!”
가르히 왕이 웃음을 터트렸다.
“푸흐흐!”
롬 왕도 웃었다.
라임 왕은 울상을 한 채 억지로 웃음을 머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방금 날아온 화살 한 대가 그의 엉덩이에 박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울상이기는 해도 분명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흑, 으윽! 흐흐흐.”
그러나 그 함성이 신호라도 되는 듯 기사와 병사들이 진천을 묻어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온몸을 덮쳤다.
“지독한!”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나 보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이들마저 노렸다.
“버티자아아!”
모두가 악을 썼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눈앞에 일렁이는 푸른 빛 두 개가 그들을 긴장에 들게 하였다.
소울아머 유저다.
“또?”
라임 왕이 울상을 지었다.
마치 박멸해도 또 튀어나오는 해충 같았다.
이제 더는 없겠지 했는데 나타난 것이다.
묵갑귀마대원들 역시 굳은 얼굴을 했다.
그들도 더는 버티기 어려웠던 것이다.
“이 쥐새끼들부터 목을 잘라가야겠구나!”
나타난 것은 외곽에 있던 소울아머 유저였다.
그동안 권력의 변두리에 있던 이들. 전공과는 거리가 먼 이들.
그런 그들이 먹잇감을 찾아 나온 것이다.
소울아머 유저 둘이 그들을 향해 내달려 왔다.
묵갑귀마대원들이 그들을 막았다. 하지만 몇 차례의 무기가 부딪히고 난 뒤 힘이 다했음을 알았다.
팔이 잘린 대원 하나가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 앞을 막아섰던 이는 복부에 쑤셔 박히는 롱소드를 양손으로 잡으며 버텼다.
그 사이 다른 소울아머 유저가 묵갑귀마대원을 쳐내고 벌벌 떨리는 손으로 겨우 무기를 쥐고 있던 세 명의 왕을 향해 소울포스가 담긴 메이스를 휘둘러 갔다.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