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96
469화 B급 영화의 악당마냥
“저!”
가든 후작이 화들짝 놀랐다.
암묵적으로 맨손으로 상대를 해 오는 상대에게 다시 무기를 든다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이다.
심지어 그 무기를 주워 든 것도 아니고 아군의 머리통을 날려 버리고 미친놈처럼 달려가는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이건 뭐 이겨도…….”
미친 듯이 싸대기를 맞는 모습에 약간의 동정심이 생겨났던 가든 후작이었지만, 지금의 행동으로써 싹 다 없어졌다.
그뿐 아니었다.
기사들은 물론이고 병사들까지 어두워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믿고 있던, 한때는 승리의 상징이자 최강이라고 자랑할 수 있던 프라임 공작.
그 상징이었던 이의 바닥을 보았으니 그 누가 이런 표정을 짓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이제부터는 언제 다시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는다.
무기를 잃은 상대에게 스스로 가지고 있던 무기를 던지고 같은 조건으로 대결을 이어 나간 진천이다.
그런데 열심히 터지다가 기습적으로 무기를 탈취해 뛰어들었으니 이미 대결은 종료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뿐 아니라 이 자리에 있던 고참 병사들과 시에라 제국의 기사들은 각자의 무기를 쥐고 긴장한 얼굴을 하며 가우리의 무장들을 바라보았다.
“……하아.”
가든 후작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쪽과 달리 그들은 여전히 관망하는 자세다.
“그렇다는 건…….”
가든 후작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열심히 쳐 맞았지만, 대륙 최강이라는 이름값은 허명이 아니라는 듯 프라임 공작은 무수히 많은 검영을 만들어 내며 맨손의 진천을 향해 쏘아져 갔다.
휘가람의 부축을 받고 도착했던 트렌든이 입을 열었다.
“Shit! 무슨 B급 무비 악당도 아니고…….”
프라임 공작이 롱소드를 빼앗아 들고 달려가는 모습에 내뱉은 말이다.
위기라는 걸 느꼈던 트렌든이었지만, 다들 여전히 구경만 하고 있는 모습에 시선을 돌렸다.
이 사람들은 바보가 아니니까.
무수히 많은 칼날의 바다가 진천을 향해 쏟아져 나갔다.
“저걸 보고도 그냥 구경한다고?”
트렌든이 멍한 얼굴을 한 채 중얼거렸다.
롱소드를 빼앗아 들고 달려드는 순간 프라임 공작의 머리는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식어 버렸다.
그제야 자신의 행동을 자각한 것이다.
얼마나 창피한 짓을 저질렀는지 말이다. 그러나 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기왕 무기를 들었으니 누군가가 끼어들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았다.
프라임 공작이 뿌린 롱소드의 잔상이 마치 부채처럼 펼쳐졌다.
칼은 한 자루지만, 날아가는 칼날은 마치 수십 수백처럼 느껴졌다.
마치 그중 하나는 맞겠지 싶은 느낌마저 느껴지는 무지막지한 공격이었다.
그 공격이 진천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그때 진천의 몸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본 프라임 공작이 이를 악물었다.
진천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칼날의 폭풍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진천의 양손이 움직여나갔다.
두 개였던 팔이 이제는 마치 수십 수백 개처럼 불어났다.
마치 프라임 공작마냥.
“양손을 걸레짝처럼 만들어 주겠다아아아!”
진천이 프라임 공작의 폭풍 속으로 끼어드는 순간 쉴 새 없는 타격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따아아아앙!
허나 그 소리의 간격이 워낙에 짧아서일까.
울리는 소리는 길고 긴 소리 하나뿐이었다.
“이런 빌어먹…….”
소리가 아니어도 손아귀로 울려오는 진동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의 롱소드를 진천이 쳐 내고 있음을 말이다.
기습이었지만 온 힘을 다한 반격이었다.
그런데 진천이 손바닥으로 롱소드의 면을 일일이 쳐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
프라임 공작의 욕설이 끝나기 전에 뭔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손바닥?’
아니었다.
둥근 것이다. 정확히는 말아 쥔 주먹.
그걸 알아챘을 때에는 이미 시야를 그것이 가득 채운 후였다.
순간 소울포스가 그의 안면으로 몰렸다.
‘맞아 주고 벤다!’
몇 개 남지 않은 이를 악물었다. 그 순간 커다란 충격이 프라임 공작의 머리통을 흔들었다.
꽈아앙!
순간 프라임 공작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것 같았다.
아미 머리통이 통으로 날아가는 느낌이랄까.
물론 타격을 느낀 거라기보다는 그 충격량을 느낀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정말로 머리통이 날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롱소드를 쥔 팔이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걸 느꼈다.
정확히는 프라임 공작의 머리통이 충격을 애써 흘리며 뒤로 튕겨 나가고 있었지만, 그의 손은 아직 앞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덜커덕!
뒤로 밀리던 그의 몸뚱이가 마치 뭐에 걸린 듯 덜컥하니 걸렸다.
그제야 롱소드를 쥔 손이 왜 엿가락처럼 늘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움직여지지 않는 손목.
손목을 잡힌 것이다.
그 순간 프라임 공작이 손목을 돌렸다. 그러자 롱소드가 원을 그렸다.
쥔 손을 놓으라는 의미의 몸부림.
그러나 상대는 그 원을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나아가 팔이 바깥 쪽으로 휙 꺾였다.
이대로라면 부러질 수 있었다.
한걸음 내딛으며 따라붙던 프라임 공작의 시선에서 진천이 사라졌다.
뒤를 잡혀선 안 된다는 생각에 다시 발을 내딛는 순간 강렬한 타격이 느껴졌다.
뻐엉!
“허억!”
프라임 공작의 입이 떡 벌어졌다. 동시에 그의 몸이 붕 떠서 돌아갔다.
여전히 손목은 잡혀 있기에 어디로 날아가지 않고 잡혀 있는 곳을 기준으로 빙글 돌며 날았다.
그것도 낭심이 있는 하체 부분을 앞으로 쭉 뺀 활대처럼 휘어진 채 말이다.
그리고 바닥에 발을 내딛는 순간 다시 느껴지는 기운.
프라임 공작은 얼굴이 벌게진 채 소울포스를 몰았다.
엉덩이로.
그리고 다시 울려 퍼지는 타격음.
빠아아앙!
“풉!”
헨리 백작은 순간 입 밖으로 비어져 나온 웃음을 숨기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큼, 큼.”
전율스러운 대결에서 웬 웃음인가 하겠지만, 안 웃을 수 없었다.
한쪽 손목을 잡힌 채 연달아 엉덩이를 걷어차이는 꼴이 안 우습다면 거짓이다.
그렇게 중앙에서 방향만 바꿔가며 엉덩이를 연달아 걷어차는 진천과 발에 차여 날아가는 프라임 공작의 꼴이 우습게만 보였다.
다만 저걸 일반 기사들이 맞는다면 차여 날아가는 게 아니라 하체가 사라졌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꼴도 금방이었다.
프라임 공작이 엉덩이를 세 번째로 엉덩이를 차이는 순간 오히려 몸을 돌렸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이 꼴을 계속 당할 리는 없으니까.
그러나 진천이 더 빨랐다.
네 번째는 없었다.
오히려 붙잡은 팔을 타고 몸을 맴돌렸다.
작은 소용돌이가 그가 맴돌며 지나간 자리에서 솟구치는 순간 진천이 팔꿈치로 프라임 공작의 안면을 후렸다.
투학!
프라임 공작이 고개를 뒤로 젖히며 이마를 스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타격이 있었는지 그의 무릎이 일순 꺾이는 듯했다.
그때 진천이 묶였던 줄이 도로 풀리듯 되돌아 나오며 이번에는 프라임 공작의 한쪽 무릎 뒤 오금을 찍어 내렸다.
으적!
아직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던 프라임 공작의 한쪽 무릎이 무너졌다.
진천은 찍어 내리듯 후려 찬 발을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무릎 옆을 디뎠다.
이어 반대편 다리를 들어 올리나 싶더니 그대로 무릎으로 프라임 공작의 명치를 찍어 올렸다.
콰앙!
무너져 내리던 프라임 공작의 몸뚱이가 다시 솟구쳐 올라갔다.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등이 하늘로 솟구친 모습으로 휘어진 프라임 공작이 그대로 바닥으로 엎어졌다.
“커흑!”
그 와중에 한 손을 바닥에 짚으며 잡힌 손목을 빼려는 프라임 공작이었다.
그러나 진천은 그걸 그대로 놔 주지 않았다.
명치를 찍어 올렸던 다리가 잡고 있던 프라임 공작의 팔 위로 넘어갔다.
마치 가랑이 사이로 팔을 끼운 모습.
“아!”
그걸 본 헨리 백작이 인상을 찌푸리며 탄식을 흘렸다.
프라임 공작의 팔을 가랑이에 끼우자마자 손목을 단단히 쥐고 허리를 맴돌렸다.
콰작!
프라임 공작의 팔꿈치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순간 프라임 공작이 입을 떡 벌렸다.
“흐아아아아!”
이빨이 없어서인지 바람 빠지는 듯한 비명을 내지르는 프라임 공작의 입은 이렇게 벌려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크게 벌어져 있었다.
그 사이로 입안에 고여 있던 핏물과 침이 튀어나왔다.
투욱!
팔 하나 부러졌다고, 이런 비명을 내지르는 것이 창피할 만하지만 프라임 공작의 입에서는 우렁찬 비명이 울려 나왔다.
“크흐으!”
투욱.
그러나 다행이랄까.
그토록 자유를 원했던 그의 팔이 바닥에 축 늘어지며 땅에 닿았던 것이다.
물론 그걸 들어 올리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프라임 공작이 충혈된 눈을 들어 올렸다.
팔이 그냥 부러진 게 아니었다.
그냥 관절이 바깥으로 꺾여 부러졌다면 보기 흉한 바깥쪽으로 굽혀져만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팔은 마치 뱀이 기어가듯 ‘S’ 모양을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천은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콰앙!
팔의 자유를 확인하는 순간 옆구리에서 터져 나온 굉음에 프라임 공작이 그대로 한쪽으로 날아갔다.
와당탕탕탕!
“어억!”
“컥!”
비명이 연달아 나왔다.
날아간 프라임 공작은 구경하던 기사 둘의 몸뚱이를 무너트리며 한쪽에 처박힌 것이다.
그나마 프라임 공작이 날아온 순간 일부는 자리를 벌리며 피해 낼 수 있었다.
나름 기사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빠른 몸놀림이었다.
그를 받아야 하건만 다들 본능적으로 물러섰던 것이다.
“허으으.”
프라임 공작이 몸을 일으켰다.
축 늘어진 팔에 여전히 롱소드가 미련을 남긴 채 쥐여져 있었다.
그가 몸을 일으키자 깔려 있던 기사들이 어기적거리며 뒤로 기어갔다.
그것을 본 순간 프라임 공작이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창백한 얼굴.
어두운 얼굴.
불신의 얼굴.
패자의 얼굴.
다양한 표정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
평소 그를 향한 시선에서 볼 수 없던 그런 표정들.
“크흐흣!”
순간 프라임 공작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하흐흐흐!”
살짝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우는 프라임 공작이 미친 사람인양 헛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이 기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걸 지켜보는 그 누구도 그를 걱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일부 경멸의 눈초리도 느껴졌다.
“하흣! 흐하흐흐흐!”
그 시선을 온몸에 받으며 몸을 일으킨 프라임 공작이 실핏줄이 다 터진 눈동자를 진천에게 향했다.
그리고는 입술을 달싹였다.
“가, 가히 죽자…….”
미친놈 같은 표정을 짓던 프라임 공작이 몸을 뒤튼 채 남은 한 손으로 소울스톤을 돌렸다.
타칵.
더는 돌아가지 않는 소울스톤.
동시에 그의 온몸에 마지막 힘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크흐하하하하!”
온몸으로 뿜어져 나오는 힘에 전율하며 괴성을 내질렀다.
“고, 공작님!”
그의 선택을 지척에서 본 기사들이 놀라 외쳤다.
생명을 다 태우기로 한 그의 선택에 놀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 기사는 프라임 공작의 어깨너머를 보고는 더욱 화들짝 놀라며 뒤로 빠르게 물러났다.
그 모습에 프라임 공작이 고개를 돌렸다.
터억!
가벼운 접촉음과 함께 프라임 공작의 안면이 까맣게 변했다.
어느새 다가온 진천이 그의 안면을 거머쥔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내리찍으며 중얼거렸다.
“시끄러.”
콰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