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397
470화 날으는 열제님
진천은 프라임 공작의 안면을 거머쥐자마자 땅에 내리꽂아 버렸다.
프라임 공작의 머리통이 땅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충격파가 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이어 프라임 공작의 뒤통수가 박힌 곳을 중심으로 땅이 움푹 들어갔다.
하지만 프라임 공작의 온몸에서 솟구치는 괴력은 이 정도 충격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듯 오히려 누운 상태에서 진천의 손아귀를 밀어 올리기 시작했다.
괴력이었다.
안면을 잡힌 상태에서 처박혔던 몸을 힘만으로 밀어 올렸으니 말이다.
그러나 진천의 대응은 단순했다.
푸드드.
프라임 공작의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몸이 들린 것이다. 진천은 굳이 밀어 올리는 프라임 공작을 힘으로 억누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냥 위로 면상을 잡아 올렸을 뿐이다.
프라임 공작의 발이 허공에 떴나 싶은 순간 또다시 그의 머리가 낙하했다.
아까와 같은 모양새.
부와아악!
아무리 힘이 좋아도 두 발이 허공에 뜬 상황이었다.
꽈아아앙!
또다시 프라임 공작의 뒤통수가 조금 전 만들어 두었던 동그란 구멍에 틀어박혔다.
동시에 땅이 영역을 더 넓히며 동그란 구덩이를 깊게 다졌다.
“크아아아!”
프라임 공작도 바보는 아니었다.
이번에는 몸을 일으키기 보다는 그대로 안면을 잡고 있는 진천의 팔목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다리를 꼬아 매달렸다.
체술이었다.
진천에 비해 체술의 깊이가 모자란 모습을 보였다지만, 최강이라 불리던 무인이 이 정도도 못 할 리가 없었다.
그대로 당겨서 부러트리겠다는 듯 몸에 힘을 주었다.
투툭!
진천의 팔뚝이 조금씩 펴졌다.
온몸으로 팔 하나를 작살내기 위해 힘을 주는데 버티는 건 무리였다.
하지만, 프라임 공작이 진천의 팔을 못 쓰게 만드는 것보다 더 빠른 게 있었다.
부와아아악!
콰앙!
진천이 프라임 공작이 매달려 있는 팔을 반대편으로 휘둘러 찍었다.
콰앙!
굉음과 함께 구덩이가 더 커졌다. 동시에 진천의 한쪽 다리가 길게 펼쳐졌다.
두 다리 사이의 간격이 넓어졌다. 마치 단단히 자리를 잡은 듯.
그게 시작이었다.
콰앙! 쾅! 쾅! 쾅! 쾅!
진천이 미친놈 마냥 팔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땅을 찍어 대었다.
그럴 때마다 땅거죽이 파이면서 구덩이가 점점 더 깊고 넓어져 나갔다.
아까와 같은 동그란 원형은 이미 망가졌다.
그저 무작위로 팔을 휘둘렀고, 그 충격은 보기 흉한 구덩이를 만들어 갈 뿐이었다.
물론 그 구덩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프라임 공작의 머리통과 몸뚱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십수 번을 연달아 땅을 쳐 대자 프라임 공작의 몸뚱이가 풀려나갔다.
하지만 그 동시에 진천의 복부를 걷어차 버렸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구멍이 난 상처부분이었다.
퍼엉!
그와 함께 등 뒤로 내장 한 부분이 툭하니 비어져 나왔다.
그 때문이었는지 진천의 눈가가 꿈틀거리는 순간 안면을 잡았던 손이 풀려 버렸다.
그제야 자유를 얻은 프라임 공작이 구덩이 바깥으로 날아갔다.
콰다다당!
“쿨럭!”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몇 바퀴를 구른 프라임 공작이 그대로 튕기 듯 몸을 일으켰다.
방금 토해 낸 선홍빛 핏물이 턱을 타고 흘렀지만, 그걸 닦아 낼 시간은 없었다.
그는 뒤로 빠르게 물러서며 양 팔을 교차했다.
뒤따라온 진천이 그대로 몸을 띄우며 무릎으로 안면을 찍어 갔기 때문이었다.
누군가의 환호가 양념마냥 흘렀다.
“It so cool! flying knee kick!”
그 환호가 끝나기도 전에 진천의 무릎이 프라임 공작의 안면에 틀어박혔다.
하지만, 다행히 안면에 박힌 게 아니라 교차한 양팔에 가로막혔다.
그러나 진천의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막힌 무릎 아래가 펴지며 그대로 내려서는 동시에 프라임 공작의 명치를 걷어차 버렸다.
뻐엉!
타격보다는 밀어 차는 데에 더 충실한 한 방이었다.
프라임 공작의 발이 잠시 떴다가 바닥에 닿았다. 그러나 두 다리는 본능적으로 힘을 해소하기 위해 연신 뒷걸음질을 쳐 대었다.
“크으!”
프라임 공작은 정신이 없었다.
순간 솟구친 힘의 고양감을 채 느끼지도 못한 채 연신 공격을 당했으니 정신이 있을 리가 없었다.
뭔가 비겁하게까지 느껴졌다.
죽음을 담보로 한 최후의 승부수였음에도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런 프라임 공작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면 별로 신경을 안 쓰는지 진천은 멈추지 않았다.
“훕!”
멈추기가 무섭게 이미 진천은 그의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런데 아까와 같은 맨손이 아니었다.
“비, 비거파다!”
어디서 주워 든 것인지 모르는 방패를 휘둘러 왔다.
자신이 롱소드를 집어 휘두른 건 생각이 아예 안 나는지 비겁하다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 왔다.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패가 그의 몸뚱이를 후려쳤다.
콰작!
나무 위에 철판을 덧댄 방패여서 그랬는지 프라임 공작의 몸뚱이를 후려치는 순간 박살이 났다.
‘이걸 어디서…….’
맞으면서도 프라임 공작은 방패가 어디서 났나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주변에 뒹구는 병장기를 보며 상황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이리저리 맞으며 튕겨나가는 동안 전장의 환경이 바뀌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중 나뒹굴고 있는 롱소드 한 자루가 다시 프라임 공작의 눈에 들어왔다.
포착과 동시에 손이 움직였다.
그리고 롱소드를 집는 순간…….
콰콱!
진천의 발이 롱소드를 집은 그의 손등을 지르밟았다.
“이익!”
이를 악물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어 올린 프라임 공작의 눈앞에 쇠 종 비슷한 것이 다가왔다.
떠엉!
그것은 프라임 공작의 관자놀이 부분을 강타했다.
한쪽 손은 여전히 밟힌 채 옆으로 퉁겨지는 프라임 공작의 상체.
진천의 손에는 투구가 들려 있었다.
진천은 그 투구를 연신 휘둘렀다.
떠엉! 떵! 떵!
남은 한 손으로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이리저리 휘두르는 프라임 공작의 행동은 의미 없었다.
진천이 작정하고 휘두르는 투구는 빈틈만 골라서 두들겨 대었다.
콰작!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프라임 공작의 등짝을 후려갈긴 투구가 잡고 있는 곳만 남기고 뜯겨져 날아갔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프라임 공작이 손등을 밟고 있는 진천의 다리를 향해 다른 한손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 손이 닿기도 전에 진천의 발이 허공으로 떴다.
그러나 이것도 나쁘지 않았다.
손이 자유를 얻었으니까.
손이 자유를 얻는 순간 롱소드를 거머쥔 프라임 공작이 허공으로 몸을 띄운 진천을 향해 롱소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보다 빠르게 뭔가가 날아왔다.
째앵!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가는 것.
그건 바로 진천의 손에 남아 있던 방패 조각이었다.
“제엔자응!”
프라임 공작이 욕설을 뱉은 것은 방패 조각을 튕겨 내서가 아니었다.
금이 간 롱소드를 보고 내뱉은 욕설이다.
소울아머 유저나 돼야 무기에 소울포스를 담아 휘두른다.
그게 아닌 일반 병사들이라면 그냥 휘두르는 게 맞았다.
그러면 서너 번만 제대로 부딪혀도 이가 나가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주변에서 병사들과 기사들을 상대하던 이들이 누구냐다.
바로 진천이나 그 일행들이었다.
당연히 무기가 온전할 리가 없었다.
이어 날아드는 진천의 주먹.
프라임 공작이 롱소드에 소울포스를 불어넣으며 방어를 하는 동시에 주먹이 도착했다.
콰창!
불길함은 항상 어긋나지 않는 법이다.
롱소드가 깨어지면서 주먹이 그대로 날아들었다.
부와아아악!
프라임 공작이 몸을 뒤로 젖히며 그 주먹을 피해 내었다.
그러나 롱소드의 깨진 쇳조각이 안 그래도 피투성이인 프라임 공작의 상체를 두들겼다.
피핏핏!
작은 조각들이 얼굴에 상처를 내며 스쳤고 일부는 몸통에 박혀들었다.
그저 쇳조각에 불과했지만, 그 쇳조각에는 프라임 공작이 잔뜩 불어넣은 소울포스가 담겨 있었다.
그 덕에 쇳조각들은 너무도 쉽게 프라임 공작의 갑주를 가르고 박혔던 것이다.
바악!
그때 진천의 주먹이 스쳐 지나간다 싶더니 눈앞에서 소용돌이가 쳤다.
진천이 주먹을 휘두른 방향을 따라 더욱 빠르게 몸을 맴돌린 것이다.
그걸 본 프라임 공작이 상체를 뒤로 빼며 그 역시 몸을 맴돌렸다.
콰우웅!
몸을 맴돌리며 빠져나간 곳으로 한 바퀴 몸을 맴돌린 진천의 팔에서 채찍마냥 뿌려진 손등이 스쳤다.
그렇게 몸을 맴돌려 피해 낸 프라임 공작이 그대로 진천이 있던 방향으로 깨어진 롱소드를 뿌렸다.
하지만 진천은 마치 팽이라도 되는 양 거기에 한 바퀴 더 맴돌았다.
그런 진천의 몸통을 꿰뚫며 롱소드 반 토막이 통과했다.
“큿!”
프라임 공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꿰뚫은 것은 잔상.
진천은 맴돌며 몸을 낮게 숙였던 거다.
동시에 그의 몸이 덜컥하더니 옆으로 맴돌았다.
진천이 맴돌며 다리로 바닥을 쓸어버린 거다. 당연히 그 영역에는 프라임 공작의 두 다리가 있었고 말이다.
물론 그대로 당할 생각은 없었는지 프라임 공작은 공격이 실패하는 순간 다리를 살짝 띄웠다.
그럼에도 끝이 걸린 탓에 몸이 허공에 누운 것 마냥 떠버린 거다.
그때 몸통 한쪽에 다시 충격이 왔다.
콰아앙!
“크훅!”
다리를 쓸자마자 그대로 몸을 대각선 방향으로 나아가며 진천이 어깨로 그의 허리 쪽을 강타한 것이다.
이어 다시 날아가는 프라임 공작.
콰다당!
이름 모를 기사들과 병사 몇의 단발마 비명이 연이었다.
날아간 프라임 공작의 몸통에 부닥친 거다.
그러나 그 덕에 프라임 공작은 충격을 덜 먹게 되었다.
사지가 박살 난 병사들과 기사들 사이에서 몸을 일으키는 프라임 공작이 하늘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갑자기 그의 몸 주변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졌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타워실드다.
통짜 나무를 깎고 두꺼운 철판을 둘러 어지간한 성인 키에 가까운 거대한 방패.
그걸 진천이 양손으로 내리찍고 있었다.
“크아압!”
프라임 공작이 빠르게 몸을 튕겨 올리며 소울포스를 뽑아 양손을 교차해 머리 위로 올렸다.
콰앙!
거대한 충격파와 함께 프라임 공작 주변에 사지가 부러져 신음하던 병사들과 기사들의 몸뚱이가 태풍에 날아가는 가재도구마냥 이리저리 튕겨 나갔다.
쾅! 콰앙! 쾅!
타워 실드가 아무리 단단해도 소울포스 위를 두들기는 거다.
거기에 두들기는 이의 힘 역시 무지막지하다.
한 방에 타워실드는 양쪽으로 쪼개졌다.
하지만 진천은 그걸 양손에 쥔 채 연달아 프라임 공작을 두들겼다.
두들길 때마다 타워실드는 점점 작아져 갔지만 진천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조각만 남았을 때 진천은 그걸 놓고 프라임 공작의 턱에 주먹을 올려쳤다.
으적!
이건 먹혔다.
프라임 공작의 턱이 하늘로 치켜 오른 채 몸이 뒤로 퉁겼다.
아니 튕겨 나가다가 덜컥하니 멈추었다.
털썩.
튕겨 나가다가 멈춘 프라임 공작이 고개를 틀어 진천을 보았다.
정확히는 진천이 쥔 자신의 발목이다.
“씨, 씨파하…….”
세상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과 땅이 반복해 보였다.
그리고 프라임 공작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승부를 시작했다.
땅이 강한가.
그의 몸뚱이가 강한가.
쾅!쾅!쾅!쾅!쾅!쾅!쾅!쾅!
지지 않겠다는 듯 대지가 토해 내는 외침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