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65
강철의 열제 165화
약동하는 근육!
넘치는 활기!
몬스터들을 끌어놓고 매질하는 병사들의 손길은 바쁘기만 했다. 하나같이 온몸이 묶인 트윈헤드 오거 같은 희귀(?)몬스터들이었다. 당연히 매 맞는 몬스터들은 더욱 괴성을 질러댔다.
“흘흘흘. 냥이야, 저쪽 몰아라!”
“캬옹!”
삼두표의 애완동물(?)인 샤벨 타이거도 열심히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으르렁거리기에 바빴다.
자연 하위 먹이사슬의 몬스터들은 살기위해 날뛰었고, 우연히(?) 그 중심에 있던 드워프 사냥꾼들은 십 분지 일의 숫자만이 도망치고 전부 몰살을 당했다.
“거의 다 죽고 일부는 도망갔습니다.”
“그래? 흘흘흘. 안 죽은 놈들은 확인 사살하고, 슬슬 철수준비 한다. 그리고 혹시 아직도 다른 사냥꾼들이 있을지 모르니 수색조는 바짝 긴장해라.”
두표는 냥이의 갈기를 어루만지며 부장에게 명령을 내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갔다. 그의 뒤로 병사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알겠습니다, 장군.”
“냥이야, 가자꾸나.”
“캬우웅.”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듯이 콧노래까지 부르며 되돌아가는 두표였다.
고진천의 짐작대로 드워프들의 흔적을 쫓아 드워프 사냥꾼들이 출몰했다. 물론 이미 예상을 했었기 때문에 연휘가람의 계책을 이용해서 드워프들의 집기들을 흩어놓고 거기에 동물의 시체를 갈가리 찢어 흩뿌렸다.
거기에 오크의 뼈를 알아보지 못하게 적당히 훼손해서 흔적만 만든 것이었다.
자세히만 알아본다면야 모를 일도 아니지만, 오크의 두개골은 애초에 가져다놓지도 않았고, 그럴만한 시간을 주는 어리석은 짓을 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드워프들의 흔적을 쫓아올 것이기 때문에 길목을 잡아놓고 몬스터 몰이를 하는 것은 가우리 군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고블린들이야 홉 고블린을 협박(?)하여 움직이면 되니 커다란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사냥꾼들 사이에 소문이 돌아 자연히 드워프들이 몰살한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더불어 레간쟈 산맥의 몬스터에 대한 두려움은 더욱 커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가우리는 외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고, 편안한 세월을 구가하며 본격적인 발전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 * *
가우리의 아이들이 골목골목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어디서 구했는지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오크 오줌보에 가죽을 덧댄 공을 차며 놀고 있었다.
그때 제법 머리가 굵은 아이가 달려와 소리를 질렀다.
“하카슈! 하엘란! 하라일라! 모두 엄마가 밥 먹으러 오래!”
“알았어! 하센 형, 잠깐만!”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인지라 식사를 하기위해 형이 부르러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우연히 지나치며 아이들의 이름을 듣던 연휘가람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이름들이…….”
분명 아이들의 모습은 이곳 출신아이들이었다. 빨간 머리를 한 아이와 갈색머리를 한 아이 등이 뒤섞인 모습은 분명히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름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휘가람은 천천히 아이들의 뒤를 따라갔다.
다른 백성들의 집에 비하여 두어 배는 큰 집이 나왔다. 거기에 아이들이 뛰어 들어가는데 그 안에는 이십 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마당에 식탁을 내놓고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곳은?’
안에 있는 아이들의 머리색이 제각각인 것으로 보아 한 배에서 나오지 않은 아이들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집 안에서 크게 들리는 것이다.
“이놈, 하뮬렌! 밥상 위에 동생 올려놓지 말랬지!”
“앙앙앙! 하울 형아가 나 때렸어.”
번잡스러운 소리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하일론의 목소리가 분명했다.
낮은 직급이었지만 화전민출신 병사 중 가장 진급을 많이 한 그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드래곤과 대치할 때 유일하게 눈물과 콧물을 흘리면서도 나섰던, 진정으로 싸울 줄 하는 그는 가우리 무장들이 기특하게 여기는 장수 중 하나였다.
휘가람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듯이 집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빠, 어떤 아저씨가 왔어!”
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흙을 만지던 꼬마 하나가 하일론을 외쳐 불렀다.
아이의 목소리에 밥상에서 뒹굴던 아이하나를 내려놓던 하일론은 휘가람을 보고는 크게 놀라며 달려 나오며 군례를 올렸다.
“충! 발위사자(拔位使者) 하일론이 연 태대형(太大兄)을 뵙습니다!”
하일론이 군례를 올리자 시끄럽던 아이들도 무언가 눈치를 챘는지 똘망똘망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놀라 모조리 엎드렸다.
휘가람의 은빛이 나는 백발로 인해 아이들일지라도 어느 정도 그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르는 작은 아이들은 자신들의 형과 누나들이 바닥에 넙죽 엎드리자 멋도 모르고 따라 엎드렸다.
급기야 식사를 준비하던 부인마저 달려와 하일론의 옆에 엎드리자 휘가람은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명을 내렸다.
“모두 일어서도록.”
“충! 명을 받들겠습니다.”
하일론은 군대 물을 오래먹어서인지 그 모습 하나하나에 절도가 배어 있었다.
하일론은 휘가람에게 상석을 내주며 공손히 서있을 뿐이었고, 아이들은 눈치를 보고 있었다.
“엄마, 저 예쁜 아저씨 누구야?”
아무리 그래도 아이는 아이. 서너 살쯤 되는 여자 아이가 눈치 없이 어미의 치맛단을 흔들며 물었다.
그 모습에 휘가람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 여아를 안아 올렸다.
“네 아버지와 같이 나라를 지키는 장수란다.”
“와!”
여아는 휘가람의 미소에 함박웃음을 보이며 그의 머릿결을 신기한 듯이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에 하일론의 처가 놀라 어쩔 줄 몰라 했지만 휘가람의 성품을 잘 아는 하일론은 눈치를 주어 가만있게 했다.
휘가람은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는 여아를 안은 채 조용히 물었다.
“어렵게 생각지 말도록. 나도 여기서 저녁 한 끼 얻어먹었으면 하는데…….”
“아니 장군께서 어찌 저희들과 함께 식사를 하십니까. 제가 따로 식사를 올리겠습니다.”
하일론이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치자 휘가람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러면 되레 내가 미안하지 않는가. 어디까지나 나는 오늘 불청객일 뿐이니 개의치 말도록.”
휘가람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하일론은 어색하게 웃으며 부인에게 휘가람의 앞에도 식사를 가져오게 했다.
잠시 후 식사가 시작되었다. 아이들도 휘가람의 미소에 긴장이 조금 풀어졌는지 시끌거리며 편안히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몇 번이나 말리던 하일론도 휘가람을 보며 쑥스러운 듯이 웃을 뿐이었다.
식사가 끝이 나자 하일론은 휘가람의 품에서 식사를 마친 여아를 안아 내리며 말했다.
“하세라, 저기 오빠들이랑 놀아라.”
“히잉, 싫은데.”
칭얼거리기는 했지만 여아는 하일론의 말에 따라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아장거리며 걸어갔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름이 특이하군.”
휘가람이 지나치는 듯 말을 걸자 하일론의 몸이 눈에 띠게 굳었다. 하일론의 처도 하일론과 마찬가지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게 휘가람의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하일론이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장군, 제가 죽을죄를 졌습니다.”
“이게 뭐하는 건가. 일어나게. 아이들이 보는데.”
휘가람이 아이들을 가리키며 한마디 하는데도 하일론은 그저 죄인처럼 엎드려있을 뿐이었다.
“괜찮다. 일어나서 어찌된 일인지 말해 보게.”
“예. 실은 제가…….”
하일론의 아이들은 이십 명을 넘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평민에게는 성이 없었다. 당연히 아이들도 이름은 있되 성이란 것은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하층민들의 아이 이름 짓는 것은 한계가 있는 법. 아이들의 이름이 다른 집안 아이들의 이름과 중복이 되는 일이 많아졌던 것이다.
그 아이가 한 둘이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하일론의 아이가 어디 한 둘인가?
그때 생각난 것이 계웅삼과 같은 장수들의 성과 이름의 형식이었다. 이곳의 처녀들과 혼인을 한 가우리 묵갑귀마대들도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성을 붙여주곤 한 것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지만 대다수가 그리하자, 하일론이 여기서 착안을 한 것이다.
대륙에서 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왠지 마음에 걸리고 또한 티가 나기 때문에 가우리식 성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이름이 하일론 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모조리 하라는 성을 만들어 붙인 것이다. 대신 이것은 평민이 하기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기 때문에 늘 하라는 성씨를 붙여 귀족들이 흔히 말하는 풀네임으로 불렀던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동경의 대상인 강인한 가우리인들을 닮고자 하는 그이 마음도 섞여 있었다.
여기까지 말한 하일론은 그저 처분만을 바라고 있었다. 평민이 멋대로 성을 쓴다는 것은 중죄인 것이다.
“좋은 생각이군.”
“크흑, 맞습니다! 소인의 죄를…… 네?”
불호령을 대비해 말을 해 나가던 하일론의 고개가 번개처럼 들어 올려졌다. 그의 눈앞에는 휘가람이 별것 아닌 것 가지고 그러냐는 눈으로 웃고 있었다.
“난 단지 이름 형식이 조금 생소한 것 같아 물었던 것이니 걱정 말도록. 또한 다른 백성들에게도 가르쳐 주게. 그 문제는 내 열제 폐하께 허가를 받을 것이니 걱정 말고.”
“그럼!”
하일론이 마치 광명을 받은 듯이 눈을 반짝이자 휘가람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아이들에게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했다.
“게다가 자네는 가우리의 장수가 아닌가! 커다란 공을 여러 번 올린 대 가우리의 선봉장이 이렇게 아무대서나 무릎을 꿇으면 되나! 어서 일어나도록.”
“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기탄없이 말을 하도록. 그리고 오늘 저녁 참 맛있었소, 하일론 부인.”
휘가람이 크게 웃으며 문을 나서자 하일론은 그때서야 감정에 북받친 듯이 울음을 터트렸다.
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평민들에겐 엄청난 것이다.
그리고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저마다 일반인들도 성을 붙여서 쓰기 시작했다. 이 일은 평민들에게 또 다른 자부심을 주었다.
대륙의 어떤 백성도 자신의 성을 쓰는 일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이 귀족이라도 된 듯 우월적인 심리가 생겨났고, 자연히 하는 일에 있어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또한 작은 것이지만 국가에 커다란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성씨를 만드는데 대륙의 방식을 쓰지 않고, 가우리 식으로 따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에게 가우리의 수뇌부들은 닮고 싶어 하는 존경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훗날 하일론의 하씨는 레간쟈 하씨, 가우리 명문가의 성씨로 내려오게 된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법이다.
존경받는 지도층의 모습은 백성으로 하여금 선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가우리 인들이 보여준 것은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는 강인한 모습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이 이세계로 넘어 오기 전에 뼈저리게 느꼈던 것 중 하나는 하층민의 삶이었다. 물론 어떠한 부국에도 거지와 하층민이 있기 마련이다.
아직은 가우리에 그러한 계층이 형성되지는 않았지만, 가우리 지도층인 고진천과 그 일행들은 하층민을 누구보다도 가까이 보아왔던 이들이었다.
가우리 자체도 원래 이민족을 흡수하며 성장한 제국이었기 때문에 이민족흡수정책에 있어서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런 부분을 그대로 답습하여 적용한 것도 한 가지 요인이라면 요인이었다.
부패한 고위층에 가장 분노 해왔던 그들이었기 때문에 백성들의 삶은 어려움 속에서도 점차 풍요로워졌다.
레간쟈 중앙호수 주변의 넓은 분지는 이전 고대인들이 삶을 영위했던 것이 당연할 정도로 비옥한 토지를 자랑했다. 이것은 바로 농업의 향상으로 연결되었고, 늘어난 인구는 풍부한 식량을 기반으로 하여 상업이 발전 하면서 완전한 자급자족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상업이 발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계획된 도시건설에 있었다.
이전 가우리의 도시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도로가 잘 닦여 있었다. 도시를 일정한 구획으로 건설 하고 도로를 발달시켰다. 이것은 이전 가우리의 확장정책에 있어 군대와 군수의 이동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당연히 물류의 빠른 이동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 정책이 레간쟈 중앙 산맥의 가우리 건설에도 근간이 되었다.
상업이 발전한 이유 중 또 한 가지는 수레의 증가였다.
가우리 인들은 수레바퀴 신을 섬길 정도로 수레는 생활에 밀접하게 사용되었다. 발달된 도로는 대량이동수단의 증가를 이루었고, 백성들에게도 수레는 생활의 일부가 되어갔다.
화전민으로 살 때와 그 이전의 다른 나라에서 살 때에는 꿈도 못 꿀 일들이었다.
가우리의 도시는 호수를 중심으로 빙 둘러져 있었다. 가장먼저 자리를 잡았던 곳은 열제 궁이 있는 성도로 자연스럽게 변했고, 그 이름을 가우리 첫 수도를 그대로 따와 졸본성이라 불렀다.
수도인 졸본성을 중심으로 이전 가우리의 유기적인 성의 형태를 그대로 가져와 소성들이 감싸고 있는 형태를 취했다.
적이 침입 했을 때 어느 하나를 무시하고 지나가게 된다면 반드시 뒤통수를 맞도록 짜여진 양식이었다.
반대로 대성에서 언제라도 소성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인 방어 태세를 구축 하였다. 이점은 아직 국가초기이기 때문에 방어를 굳건히 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나아가 몬스터들을 더욱 외곽지역으로 몰아 둘러싸고 있는 산맥의 요충지에 산성을 건설했다. 자연히 밀도가 높아진 몬스터들은 천연의 방어막이 되었고, 적군이 이곳을 쳐들어오게 되면 가우리군 말고도 몬스터들과도 전쟁을 염두에 두어야 할 요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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