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66
강철의 열제 166화
졸본성에 사람들이 점차 정착하기 시작한 해부터 줄기차게 시작된 축성작업은 오년 만에 일차적인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산성의 축성작업은 적어도 일이십 년이 넘어가는 거대한 대공사였지만 몬스터들의 희생(?)으로 인하여 그 시간이 단축 되었고, 지형의 험준함이 어느 정도 유리한 것도 있었다.
물론 이보다 더 단축도 가능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던 이유는 가우리의 축성방식과 대륙의 성을 만드는 양식이 전혀 달랐던 것이다.
자연히 일을 하는 백성들과 전공분야라 자신했던 드워프들의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성은 먼저 기초가 튼튼하도록 거대한 바위를 옮겨와 한두 층을 쌓았다. 인간의 힘 만이었다면 오랜 시간이 걸렸겠지만, 두 발소, 즉 미노타우르스의 위력은 간단하게 이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렇게 튼튼히 쌓인 기초 위에 쐐기 형 돌들을 안쪽으로 조금씩 들여가며 쌓는 들여쌓기 공법을 이용했다. 거기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울퉁불퉁한 바위는 생긴 모양대로 쪼아내어 그냥 끼워 맞추는 그랭이 공법을 이용하였다.
이런 새로운 방식의 축성은 백성들에게는 그다지 흥미가 되지 못했지만 난데없는 노동을 하러온 드워프들이 오히려 밥도 안 먹고 매달리게 하는 요인이 되어 고진천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가우리(高句麗)의 국호가 유래된 단어 중 하나가 고을이나 성을 뜻 하는 단어에서 출발 할 정도로 가우리 인들은 일찍부터 성을 축조 하였고 그 기술이 남달리 뛰어났었다.
거기에 가우리 본토의 성의 양식도 지형의 구조상 평지에 성을 쌓는 평지성(平地城)보다는 산성(山城)이 다수를 차지했고, 레간쟈 산맥의 지형도 그와 유사했다.
자연 가우리 인들은 산성을 건설 하는데 있어 위치 선정 등의 준비 작업을 재빨리 해냈다.
그리고 산성을 쌓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산맥의 절벽 등 자연지물을 최대한 이용한 산정식 산성을 지었다.
물론 여기서 문제는 자연지형의 이용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수원의 확보가 어려웠지만, 이 부분은 대마법사로 등극한 리셀의 피나는 노력에 의하여 충분히 지하수로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때 수원 확보가 어렵다는 리셀과 휘가람의 말을 되받아치며 고진천이 남긴 말은 상당히 유명하다.
“물이 없으니 어렵다고? 리셀이 물을 뽑던지 아니면 휘가람이 머리카락 다 빠질 때까지 물을 짜내든지.”
결국 직위에서 밀리는 리셀이 일주일 이상을 앓아누울 정도의 마법을 시전 하게 되어, 또 다른 방면에서 마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렇게 가우리의 외부에 대한 방어준비는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사이에 완비 되어갔다.
가우리에서 하일론은 수많은 아이들을 키우는 아버지라는 것과 가장 빠른 속도로 출세 길을 달린 사람 중 하나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유명한 것은 따로 있었다.
그는 유행의 첨단을 걷는 사람이었다.
“어머! 엉덩이가 따뜻해지는 게 신기하네요? 이건 뭐라는 거예요?”
“호호호! 온돌을 깐 거랍니다.”
하일론의 집에 놀러온 이웃 아낙들은 신기 하다는 듯이 앉은 바닥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입식 생활을 하는 가우리 인이었지만, 집안의 한쪽에 온돌형식의 바닥이 있었다.
물론 그 위치가 낮지 않고 의자처럼 높아 여전한 입식생활이었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신기한 일 중의 하나였다.
가우리의 상위 계급과 가까운 하일론은 이러한 문물을 하나둘씩 집으로 가져왔고, 하일론 주변에 사는 백성들이 이차적으로 앞 다투어 그 문물을 전파해 나갔다.
이것은 하나의 바람이었다.
이외에도 가우리 인들은 더운 여름에는 하루에도 두어 번씩의 목욕을 생활화 할 정도로 목욕문화가 발달했다.
하지만 대륙의 백성들은 목욕문화가 고급처럼 인식이 되어있었고, 씻지 않는 것에 익숙해 있었다. 하지만 이것역시 중앙 호수의 풍족한 수원 덕인지 빠르게 목욕문화가 번져나갔다.
위생의 발달은 잦았던 병치레를 확고히 줄이는 계기가 되었다.
정신없는 발전은 칼만 휘두르던 고진천을 대전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놓고 있었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변화하는 가우리의 상황에 맞는 법체계의 변화도 필요했고, 부작용에 대한 대응도 필요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대전회의는 고진천을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렇게 기존의 부대단위를 고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음.”
휘가람의 보고에 진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준비단계였다. 언제 누구와 전쟁을 할 지 모르는 상태.
남 로셀린의 전란 통에 끼어들었던 때와 달리 지금은 지킬 대상이 있었다. 이전의 병력으로는 힘이 들 뿐이다.
다행이 북부용병들의 추가로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지만, 이것의 효율적인 훈련과 배치는 더더욱 중요했다.
“외부 상황은 어찌 되가는가?”
가우리의 발전에 대한 논의 이상으로 이것은 중요한 것이었다. 몽류화가 자리에서 일어나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베론 상단의 보고를 알려드립니다. 현 로셀린 지역의 전쟁은 점차 북 로셀린의 승리로 기울어져 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신성제국이 노골적인 지원을 시작함으로써 버티던 전선마저 무너져 계속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전갈입니다.”
“얼마나 버틸 것 같은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병사들을 선발해서 투입시켰습니다. 아마도 다음 달이면 어느 정도 정리된 소식이 들어올 듯싶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비관적이라는 말씀만 드릴 수 있습니다.”
류화의 보고에 진천의 안색이 약간 굳어졌다.
남 로셀린의 전쟁이 끝이 난다면 전후 조사에서 가우리 군의 흔적이 속속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때를 항상 대비했지만 가우리 입장에서는 전쟁은 반드시 치러야할 관문이었다.
류화의 보고는 계속 이어져나갔다.
“제라르 대사자께서 맡고 있는 수군의 경우, 오 년 전에 이루어진 대이동이후 완전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외부의 해적들이 다시 조금씩 생겨나고는 있지만, 저희 수군은 별 탈 없이 전선 증가에 힘을 쏟는다고 합니다.”
“좋아.”
“연방제국의 움직임이 조금 활발한데, 아무래도 일전에 북부인들의 이동경로에 의구심이 많은가 봅니다. 사실 그때 대량으로 제라르 대사자가 실어 나른 것 이외에 대륙에 흩어져 있던 북부 용병들이 조금씩 차례로 자리를 옮긴 것을 포착했나봅니다.”
“그렇겠지.”
이 상황도 이미 예견 했던 일이다.
아무리 레간쟈 산맥이 위험하고 또 드래곤의 출현으로 인하여 타 국가들의 감시망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그것역시 영원한 방패는 되기 힘들 것이다.
“지속적으로 하이안 왕국에 압력을 가한다는 것이 포착되었습니다. 아마도 빠르면 올해 안에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진천은 한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어차피 예상은 했었지. 그나마 지금까지 일들은 요행도 많이 따라주어 어느 정도의 방비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결국 남 로셀린이 완전히 멸망을 하는 것과 하이안 왕국의 수색이 벌어지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빠른가일 뿐이다.”
“그렇습니다.”
진천의 말에 대전의 신하들이 모두 고개를 숙이며 동조했다.
진천이 휘가람을 불렀다.
“연 태대형(太大兄)은 군사훈련의 강도를 조금 더 높이도록 계획을 세우고 두 을지 태대사자(太大使者)는 몬스터 토벌을 이용하여 실전 감각을 키우는데 주력 하도록.”
“충!”
“그리고 계 조의두대형(早衣頭大兄)은 자리에 남아 내 명을 받들도록.”
“알겄습니다!”
군사적인 지시를 내린 진천은 계웅삼을 남기고는 모든 이들을 밖으로 내 보냈다.
잠시 후 웅삼만 남자, 진천이 낮은 목소리로 몇 가지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넌 이대로 날랜 검수들을 이끌고 남 로셀린에 정찰 나간 병력과 합류하도록.”
“알겠습니다.”
“그 이후 남 로셀린 왕가의 이동을 잘 알아보고 위치가 확인 된다면 보호를 하도록.”
“충!”
“음.”
웅삼이 부복한 채로 고개를 숙이며 군례를 올리자 진천은 그제 서야 의자에 등을 대고 몸을 뉘였다.
계웅삼을 보내고 답답한 마음에 대전을 나온 진천은 마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금 그들에게 있어 말은 전력에 있어 중요한 위치였다. 말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25~35년이다. 그리고 전투를 하는 전마로서의 왕성할 나이는 더 적다.
이곳으로 넘어온 전마들은 아직 일선에서 달릴 수 있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되리라고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수말이 압도적으로 많이 넘어온 상태에서 암말을 격리하는 강수를 두며 노력한 결과 순수 가우리의 전마는 그 혈통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말 한두 마리로 전투를 할 수는 없었고, 대륙의 말들 가지고는 그들의 전술을 제대로 펼쳐 내기가 힘이 들었다. 그러나 새로운 희망이 결실을 이루어냈다.
“음, 퓨마들의 수는 얼마나 되는가?”
“총 728마리이옵니다.”
고진천이 명명한 그 이름 퓨마!
퓨켈과 가우리 전마들의 교배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나온 새로운 종자였다.
꾸준한 교배가 이루어진 퓨마들은 재미있게도 세 개의 뿔이 있는 퓨켈과는 달리 뿔이 하나만 달려있었다. 처음 이것을 보고 화전민들이 놀라며 유니콘이라고 외치기도 했지만 진천의 작명 하나로 퓨마가 된 것이다.
외형적인 특성은 가우리의 전마와 거의 같았고 그 힘과 지구력 역시 퓨켈과 가우리 전마의 장점만을 받아들인 최상의 품종이 나온 것이다.
다만 재미있는 부분은 퓨켈의 영향 때문인지 그것들은 잡식성이었다. 그 탓인지 난폭한 성격을 지닌 퓨마들은 길들이는 데에 시간과 손이 많이 갔다.
하지만 묵갑귀마대는 오히려 난폭한 퓨마들의 성격을 좋아했다. 전투를 할 동반자로써 딱 어울린다고 느낀 것이다.
“끼히히힝!”
“큐힝!”
강쇠와 퓨켈의 우두머리인 강녀가 진천에게 다가와 재롱을 떨었다. 그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은 진천은 그 둘의 뒤를 따르고 있는 다섯 마리의 퓨마들을 보았다.
하나같이 강쇠와 강녀를 닮아 억세 보이는 모습이 진천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말은 곧 국력이다. 소홀함이 없도록.”
“충!”
진천의 당부에 마장을 관리하는 하급 장수가 부복하며 외쳤다.
가우리의 전마는 줄어들어 180마리가 남았지만 그 새끼가 17마리로 늘어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200여 마리의 퓨켈들은 14마리가 늘었으며, 거기에 새로운 종인 퓨마가 압도적인 수로 늘어 728마리에 육박했다.
그중 당장 전투에 투입 가능한 수는 500여 마리. 또한 이에 모자라지만, 이곳의 말과 가우리의 말이 교배한 새끼가 약 400여 마리가 되어가고 있어 계속 이 추세라면 어느 정도 걱정은 덜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곳의 말이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니었다. 순간적인 속도는 오히려 빨랐기 때문에 궁기병들의 기습작전에 오히려 적합한 면이 있었다.
지난 전쟁에서 노획한 말이 이천 마리가 넘었다.
진천은 마장을 뒤로 하고 장 노인이 머무는 공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만천의 지존이신 열제 폐하께 예를 올리옵니다.”
“고생이 많소.”
고진천은 장 노인을 따라 공방 안으로 들어섰다.
후끈한 열기가 퍼져 나오는 그곳에는 이백여 드워프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드워프는 모두 자진해서 온 드워프들이었다. 물론 일한 만큼의 급여는 지급하고 있었다.
사실 돈이라는 것에 필요성을 못 느끼던 드워프들이었지만, 가우리에 정착한 이상 어느 정도는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초에 드워프들이 제시했던 것은 모두 백지화.
다른 백성들과 같은 기준만을 부여할 뿐이었다.
하지만 대장장이의 피는 결국 스스로 불을 찾아 달려들었고,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장 노인의 불을 다루는 기술과 단조기술은 드워프들의 호기심을 불렀고, 스톤 삼인방과 마찬가지로 그 제자로 몰려 들어갔다.
장 노인 밑에 있던 인간 대장장이들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서로 다른 문화의 결합은 상상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 대륙의 무기에 정통한 드워프들과 가우리 대장기술의 정화라 부르는 장 노인의 결합은 새로운 장비와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특히 드워프는 더 이상 도망 다닐 이유가 없어진 탓인지 왕성하게 무엇인가를 항상 만들어댔다. 그것이 그들의 삶이기도 하였지만, 이로 일어난 결과는 공급과잉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빚어내고 있었다.
이러한 일로 인해 백성들 사이에는 ‘개밥그릇도 드워프 제.’라는 우스갯소리가 돌 정도였다.
무엇을 만들려고 한다면 재료가 필요한 법.
대지의 일꾼답게 드워프들의 채광기술은 뛰어났다. 거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금속들을 찾아내었고, 부족했던 철과 금속들은 다시 원만하게 충당되었다.
광산은 개인의 세금을 떼던 것과 달리 결과물에 대한 일정 부분을 나라에서 세금을 떼었다. 생산물의 이 할을 세금으로 걷어간 것이다.
하지만 드워프들도 인간 일꾼들도 세율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가와 했다.
그 이유는 광산의 특성상 위험한 지역까지도 파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에 대한 철저한 주변경계 등을 나라에서 직접 지원하였기 때문이다.
장 노인의 공방을 나온 진천은 중앙 호수가 있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여기의 하늘은 이제 그의 하늘이다.
나라가 발전 하면서도 새로 나타나는 걱정거리들은 항상 진천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이것이 열제의 자리인 것인가.’
새삼 전장의 피 냄새가 그리워지는 진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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