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185
강철의 열제 185화
“북 로셀린 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몽류화가 바삐 달려와 대전에 무릎을 꿇으며 외치자 지도를 펼치고 논의 하던 장수들의 눈이 빛났다.
“빠르군.”
고진천의 예의 무뚝뚝한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류화는 보고를 이어나갔다.
“세작이 알려온 정보에 의하면, 일전에 저희가 데려왔다 돌려보내었던 하이안 왕국의 하몬 백작과 그 당시의 병사들이 선두를 맡았다 합니다.”
류화의 보고에 진천과 장수들의 입 꼬리가 동시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기래야지.”
“길티!”
을지 부루와 우루 형제가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웃어 재끼는 상황에서 류화가 찬 물을 부었다.
“하지만 문제는 지형 탐색을 위한 병력을 분산시켜 이리 저리 보내고 있습니다.”
“머이 어드레!”
당시 하몬 백작 일행을 인도한 이유도 그들을 방어하기에 유리한 지형을 알려주기 위한 일종의 유인책이었다. 어차피 전쟁을 벌이려면 상대가 누가 되었던지 당시의 병력을 앞세울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다른 진출로를 찾기 위해 병력을 분산 시킨다고 하니 부루가 화들짝 놀랄 만도 하다.
“훗, 지휘관이 영 멍청이는 아닌 가 봅니다.”
피식 웃음을 흘린 연휘가람이 진천을 향해 한마디 던지자 부루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한마디 했다.
“고조 웃음이 나옵네까?”
자신들의 안배가 잘못 된 상황에서 휘가람의 태평한 발언이 못 마땅한지 부루가 궁시랑 거렸다. 그런 부루를 바라보는 진천의 눈빛은 한심하다는 뜻을 품고 있었다.
“폐, 폐하.”
“다 죽이면 되지.”
“…….”
진천의 한마디에 부루는 고개를 푹 꺾었다.
분산된 병력은 다 처리하면 간단한 일이다. 다 죽이고 몬스터의 행위로 위장하는 방법은 가우리 인들이 여태 가장 많이 써먹은 방법 아닌가?
“일부는 살려서 다른 성으로 유인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음.”
휘가람이 한마디 보태며 말을 이어나갔다.
“몰살을 시킨다면 아무래도 적진에서 의심을 할 수도 있으니, 더욱 험지로 적의 전초를 몰아 우리가 알려준 길을 택하도록 유인하면 더욱 좋을 듯싶습니다.”
“그렇군.”
진천이 휘가람의 조언에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돌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계웅삼이 멀뚱이 서 있었다.
“……신에게 맡겨만 주소서.”
무언의 압력에 스스로 나서는 웅삼이었다.
로셀린의 병력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레간쟈 산맥의 초입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전쟁을 앞에 두고 방심이란 독과 같은 것이었으나, 그 누구도 이 전쟁을 국가와 국가간의 전쟁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갈래로 병력을 보내어 지형 정찰을 하는 이유는 레간쟈 산맥의 악명과 삼대 제국의 관전 무관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부담감에서였다. 하지만 로셀린 군 수뇌부에게는 시간이 흐르는 것은 부담 그 자체였다.
아무리 군량을 하이안 왕국에서 원가나 다름없는 액수로 수급해 온다 하여도 바닥까지 떨어져 있는 로셀린 왕국의 재정상황에는 무리가 올 수밖에 없었다.
써걱!
“뀌이이익!”
피륙이 잘리어 나가는 소리와 함께 찢어질 듯 한 오크의 비명이 울렸다.
“카악 퇘!”
오크의 핏물이 입안에 튀었는지 인상을 쓰며 침을 뱉어내는 병사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이런 곳에 무슨 나라가 있다는 거지?”
“잡소리 말고 정비를 한 후에 이동한다.”
몇몇 병사들이 투덜대며 오크의 피를 닦아내고 있자 기사가 소리를 높여 외쳤다. 지형 탐색을 위해 로셀린 군 본대에서 떨어져 나온 병력을 가로막는 최대의 적은 예상대로 몬스터 들이었다. 그럼에도 철저한 실력자로 구성되어진 탓에 조금씩이나마 탐색을 해 나가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 쉬고 움직이면 안 됩니까?”
“그렇습니다. 상처도 치료해야 하고 이 이상 움직이는 것은 무립니다.”
몇몇 고참 병사가 난감한 얼굴로 다가와 기사에게 하소연을 하였다.
“할 수 없군.”
기사가 보기에도 병사들은 크고 작은 상처들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 오크들의 무기는 보통 녹이 슬어 있었기에 상처를 방치 하면 썩어 들어가기 일 수였다. 그것을 잘 아는 기사는 어쩔 수 없이 병사들에게 잠시간의 휴식을 명해야만 했다.
“모두 진형을 만들고 난 뒤에 휴식을 취한다.”
“감사합니다!”
기사의 명령에 병사들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잠시간의 휴식을 위해서 방패를 둘레에 새워 임시 방어 진형을 세우는 병사들의 얼굴에는 안도감이 돌고 있었다.
슉!
“헙!”
방패를 세우던 한 병사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는 이내 목을 부여잡고 천천히 허물어져 내렸다.
“뭐야!”
쉬쉬쉬쉭!
놀란 병사들의 경고성이 미처 울려 퍼지기도 전에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병사들이 허물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적이다! 모두 방패를 들어 막아!”
병사들에게 쏟아지는 무기는 단검들이었다. 하나같이 갑옷이 보호하지 못하는 부분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다. 단검을 던지는 몬스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했기에 적으로 판단한 기사의 눈은 정확 했다.
“여기까지.”
“헛!”
뒤쪽에서 울려오는 살기를 띤 목소리.
기사의 신형이 빠르게 반응 하였지만, 뒤쪽에서 가르고 지나간 검광은 더욱 빨랐다.
그것이 신호였는가?
높은 나무위에서 가우리의 검수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위다 위를…….”
빠각!
누군가의 경고음도 떨어져 내린 누군가의 발길질에 묻혀 사라져갔다. 백여 명의 병사들이 막아내기에는 계웅삼과 검수들의 무력이 너무도 강했다.
“탓!”
웅삼의 장도가 좌우로 뿌려지자 창을 들고 달려들던 로셀린 병사들의 몸뚱이가 위아래로 분리되어 나갔다.
“커헉 괴…… 괴물.”
“살려줘!”
땅에 처박힌 채로 자신의 하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본 로셀린 병사의 처절한 목소리도 가우리 검수들의 검을 멈추게 하지 못하였다.
“으아아아!”
피릭!
괴성을 지르며 달아나는 병사의 등짝을 향해 손도끼가 날아들었다. 결국 생존을 위한 몸부림도 십여 발자국을 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살아남은 놈들은?”
“없습니다.”
장도를 허공에 휘둘러 피를 뿌려낸 웅삼의 질문에 검수 하나가 다가와 답했다. 그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웅삼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체의 옷에다가 검을 닦는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좋아 뒤는 후속부대에 맡기고 우린 바로 이동한다.”
“충!”
작지만 절도 있는 대답과 함께 숲으로 사라져간 그들의 빈자리를 몬스터들을 끌고 온 가우리 병사들이 채웠다. 그리고 죽은 것도 모자라 로셀린 병사들의 시체는 몬스터들의 괴력에 의하여 갈가리 찢어져야만 했다.
다른 부대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휴식을 취할 때면 날아드는 독침들은 로셀린 병사들의 숫자를 착실히 줄여가고 있었다.
“끼긱!”
“무슨 고블린들이 이렇게 영악하단 말이냐!”
고블린의 공격 방식은 마비침에 이은 집단 공격.
최초의 공격에 몇몇 병사들이 넘어지고 바짝 긴장한 채로 후속 공격을 기다리던 기사의 입에서 발악 섞인 음성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까지 몇 차례 공격을 받았지만 고블린의 모습은 구경도 하지 못했다.
단지 사방에서 울리는 고블린들의 소리만이 존재를 증명할 뿐이었다. 그렇게 진형을 갖추고 기다리면 고블린들은 조용히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다시 조금 이동하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날아오는 마비침들.
“반수가 움직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젠장, 더 이상 이동은 불가능 하니 마비가 풀릴 때까지 이동은 멈춘다!”
차마 마비되어진 병사들을 버릴 수는 없는 일.
대비를 하고 가져온 약들이 모두 소모된 이후부터는 마비가 풀릴 때까지 버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끄우우우우!
“뭐…… 뭐야!”
길게 울리는 포효소리.
쿵.
“헛!”
땅이 미세하게 진동한다.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병사들은 나았다. 그러나 한쪽에 마비된 채로 누워있는 병사들의 눈에는 한없는 공포만이 서려 있었다. 누운 등으로 느껴지는 진동음들.
“끄우우우우!”
“미노타우르스다!”
수풀을 제치고 나타난 무리는 소머리의 괴물 미노타우르스였다.
“수가 너무 많습니다!”
“끄워어어!”
마치 사자가 토끼를 내려보며 외치는 것처럼 미노타우르스들은 천천히 사방을 조여 오며 포효를 길게 내뿜어대고 있었다. 병사들을 향해 다가오는 미노타우르스의 수만 어림잡아 이십여 마리가 넘었다.
“제길.”
병사들을 이끄는 기사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싸울 수 있는 수는 오십 남짓. 한쪽에 마비 된 채로 누워서 바동거리는 병사들의 눈에는 처절함이 그려져 있었다. 기사의 결정은 하나만이 남았다.
“부상자를 포기하고 빠르게 탈출한다!”
“어어어!”
“하지만…….”
경악에 찬 부상자들의 눈빛에 남아있는 병사들은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면서도 몸은 기사의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부상자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릴 의리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남아서 싸운다 하더라도 이기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이 그들의 결단을 빠르게 하는 요인이었다.
“죽기 싫으면 달려!”
“아, 안……돼!”
“우리…… 버리, 버리지…….”
“으허허허헝!”
눈물을 머금고 탈출을 감행하는 자들의 뒤로 마비가 된 혀를 굴려 겨우 말을 내뱉는 부상자들의 처절한 절규가 뒤따랐다.
숲으로 사라져가는 병사들을 무시한 미노타우르스들은 누워서 공포에 떠는 부상자들을 보며 침을 흘리며 다가왔다.
“음무우우.”
“아…… 아대에!”
잘 굴러가지도 않는 혀를 움직여 비명을 지르는 병사. 하지만 미노타우르스는 아랑 곳 하지 않고 병사를 거꾸로 들어 올린 채로 천천히 입을 가져갔다.
“으아아악!”
“스테론!”
병사의 머리가 미노타우르스의 거대한 입 안으로 들어갈 때 남은 자들의 처절한 외침이 뒤따랐다.
“이런 썅 소 새끼가!”
뻐억!
강렬한 욕설과 타격 음이 연달아 울렸다.
“음무우우!”
“입 때, 이 소 새꺄!”
뻐억 뻑!
어디선가 나타난 한 무리의 병사들이 가죽으로 만든 몽둥이와 채찍을 휘두르며 미노타우르스들을 몰아갔다.
털썩. 부들부들……움찔.
“완전 정신 나갔네. 아주 오줌까지 지리는 구만.”
미노타우르스의 입안에 머리가 들어갔다 나오는 경험을 한 로셀린 병사는 눈을 까뒤집은 채로 오줌을 지리며 경련하고 있었다.
“킁, 신경 쓰지 말고 옮겨!”
“예!”
어느새 나타난 삼두표의 명령에 가우리 병사들은 미노타우르스의 고삐에 줄을 매달고, 식량(?)에서 포로로 변한 로셀린 병사들을 모조리 들고 재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피 묻은 옷가지와 어디서 구했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고깃덩어리만 조금 뿌려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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