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208
강철의 열제 208화
매의 군단병력 구천과 지형을 잘 알고 있는 동부군의 오천여 병력이 남았다. 그리고 고진천을 선두로 한 가우리 병력 삼만 삼천과 함께 남 로셀린의 삼만 병력이 천천히 장도의 길을 떠나가고 있었다.
고윈은 멀어져 가는 육만 삼천의 병력을 바라보았다.
‘열제 폐하…….’
그동안 몇 번의 전투를 치러 오면서도 약간의 소외감을 느꼈던 그였다. 물론 병사들의 대우는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항상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님을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가우리의 운명이 걸릴 수도 있는 일전에 자신을 믿고 맡긴 것이다.
“후우우우.”
길게 숨을 들이 쉬었다.
이제는 보이지도 않는 병력의 꼬리에서 눈을 뗀 고윈은 뒤를 돌아 보았다. 자신의 충실한 기사들이 눈을 빛내고 서 있었다.
“내가 누군가.”
고윈은 한쪽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물었다.
“전장의 매 입니다!”
어디선가 튀어나온 목소리. 고윈은 자신의 소드를 뽑아 올리며 다시 물었다.
“누구라고!”
“전장의 매!”
오랜만에 느끼는 전율을 만끽하며 고윈이 커다랗게 외쳐 물었다.
“우리가 누구냐!”
“매의 군단입니다!”
고윈은 함성을 울리는 자신의 병력을 바라보며 전의를 불태우며 콘라드 평야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깃발과 수천 대는 됨직한 수레들이 콘라드 평야를 향해 움직여 나가고 있었다.
“적이다!”
“이런!”
언덕 빼기를 향해 말을 달려오는 백 여기의 기마에 놀란 북 로셀린 정찰병들이 빠르게 말을 잡아타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뒤를 따라가던 기마대는 도주하던 십여 기의 기마 중 일곱 기의 기마를 죽이는 데에 그치고 말았다.
죽을힘을 다해 도주해온 북 로셀린의 정찰병은 헐떡이는 숨을 돌릴 새도 없이 지휘막사를 향해 달려 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막사를 지키는 고참 병사 하나가 달려오는 정찰병을 막아서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숨을 잠시 고른 정찰병이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급보입니다! 지금 남 로셀린과 가우리의 대 병력이 이쪽을 향해 진군해 오고 있습니다.”
“뭐? 어서 들어 가보게!”
젊은 병사의 보고에 놀란 고참병사가 지휘 막사 안으로 정찰병을 들여보내었다.
정찰병이 들어간 지 얼마 안 되어 북 로셀린의 진영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매의 군단이 진영을 설치할 때까지도 콘라드 평야에 위치한 북 로셀린의 병력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대신 중간 지역에서의 정찰부대끼리의 전투만 종종 일어날 뿐이었다.
“생각 외로 병력이 많습니다.”
베스킨이 걱정 섞인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예상했던 병력과 약 만 오천여명의 차이라면 이미 적 후방에서 어느 정도 병력이 충원되었다는 이야기 인데…….”
고윈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 막사를 서성이던 고윈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던 기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다는 것은 북 로셀린 측에서도 이곳이 주전장이 될 것이라 판단을 하고 병력을 충원시켰다는 말이 되는 군.”
“그렇습니다. 분명 새로 생겨난 막사의 수가 상당했다는 보고였습니다.”
고윈의 말에 동부군 출신의 기사가 동조하는 의미의 보고를 덧 붙였다. 고윈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잘 되었어. 어차피 북 로셀린이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은 한계가 있는 상황인데 예상보다 빠르게 병력이 충원되었다면, 지금 우리 연합군이 진군해 가는 상황은 더 나은 것이 아닌가? 만약에 만 오천의 병력이 미처 충원되지 않고 남아있었다면, 그만큼 우리 연합군의 진격에 걸림 돌이 되었을 것이다.”
“맞습니다.”
동부군의 기사와 베스킨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맞장구를 쳐갔다. 하지만 그들은 고윈처럼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지금 눈앞에 막아야 할 상대는 오만 오천.
만 사천의 병력이 물고 늘어지기에는 많은 병력이었다. 거기에 평야지대에서의 전투라면 더더욱 불리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기사들은 막사 밖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 * *
북 로셀린군의 진영.
사방에 번뜩이는 창칼을 들고 있는 병사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가우리 원정군의 괴멸에 이어진 연이은 패배.
남 로셀린 총독인 크리앙 백작의 전사 등은 북 로셀린에게 있어 커다란 위협을 느끼게 해 주고도 남았다.
지금 와서는 지난 통일전쟁 때 이루어 놓았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릴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콘라드를 맡고 있는 병력들의 어깨에는 과도한 짐이 실린 것이다.
“으으음.”
지원군과 함께 급파되어온 새로운 총 사령관 불칸 백작은 눈가를 잔뜩 찌푸린 채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크리앙 백작마저 전사할 줄이야…….”
안타까움 보다는 불안감이 서린 음성이었다.
비록 대륙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지만, 어디까지나 불칸 백작이 일선에 나선 적이 적었다 뿐이지 북 로셀린 내에서는 거의 적수를 찾기 힘들다는 검호였다.
“생각 외로 가우리의 전력이 막강 합니다. 역시 원정군이 패한 대에는…….”
조심스럽게 말끝을 줄이는 율리언 백작이었다.
“이런 상황까지는 바라지 않았건만.”
“최악의 상황입니다.”
그들로서는 수도를 수복한 이후 가우리 병력이 회군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런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곧장 콘라드 평야를 향해 진격해온 대군을 보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의 수가 육만이 넘는다고 하였는가.”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에 확인한 바로는 계속 병력이 충원되어 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율리언 백작의 말에 불칸 백작은 잠시 눈을 감았다. 적이 방어만을 위해 병력을 움직인 것이라면 지금의 위치가 나쁘지 않았지만, 만약에 들이치기 위해 움직인 것이라면 그다지 유리한 위치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 만약도 지금에 와서는 거의 현실이 될 것이라는 생각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왜냐면 공격해 들어올 것이 아니라면 가우리의 군대가 이곳까지 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곳은 절대로 빼앗기면 안 돼.”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중얼거리는 불칸 백작이었다.
그 시각 남 로셀린 진영역시 긴장감이 넘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방비에만 치중할 뿐 별 다른 움직임은 없습니다.”
기초적인 계책이었지만, 의외로 먹혀 들어가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일부러 요란하게 진군을 해오면서 전방에는 실 병력을 배치하고 후방의 수레에는 허수아비로 위장한 병력을 가지고 이동했다.
막사의 설치 때에도 육만이 넘는 수가 잘 수 있도록 지었던 것이다. 물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병력이 들어오는 것처럼 위장을 하였던 것이 북 로셀린을 속일 수 있던 것이다.
“병사들의 피로도는 어떠한가.”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날씨가 아직까지는 따뜻하니까요.”
고윈은 베스킨의 대답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병력이 적은 것을 속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경계인원의 수도 과도하게 늘려야만 했다. 또한 식사 때마다 피어 올리는 불도 많았고, 겉 부분에 위치한 막사를 분주히 움직이는 병사들 역시 자의가 아닌 명령에 의하여 일부러 많은 움직임을 해 내고 있었다.
아무리 경계를 한다 하더라도 적의 눈길을 완전히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대로 버틸 수 있을까요.”
베스킨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고윈은 그의 질문에 가만히 고개를 가로 저을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의심을 하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이어질 경우 발각되기 더 쉽지. 거기다가 만약에 저들이 알아차리고 전력을 몰아 내려오기라도 한다면, 원정군은 둘째 치고 기껏 되찾은 수도까지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걸세.”
“그렇겠군요.”
베스킨도 고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슬슬 건드려 봐야 하는데, 병력의 수가 문제로군.”
“아무래도 전 병력이 움직여야 하겠지요.”
베스킨의 말에 고윈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적은 수만 출정 한다면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을 하겠지. 적어도 일만 정도의 병력을 출정시켜야 할 것이야.”
“시기는 어쩌시렵니까.”
고윈은 잠시 무언가를 계산하는 듯이 눈을 감고 중얼거렸다. 아마도 가우리와 남 로셀린 본대의 진군시간을 함께 계산 하는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끌면 끌수록 좋지만, 어쩔 수 없이 삼일 후 쯤에는 공세를 시작해야 할 것일세.”
“알겠습니다.”
“선공을 위한 병력으로 매의 군단 칠천과 동부군 삼천을 준비 시키게.”
고윈의 명령에 한쪽에 있던 동부군 기사와 베스킨이 군례를 올리고 바쁘게 빠져 나갔다.
그들이 나간 뒤 혼자 남은 고윈은 넓게 펼쳐진 지도를 살피며 최대한의 가능성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 * *
둥! 둥! 둥!
멀리서 울려오는 북소리가 새벽의 미명을 깨워갔다.
“뭐, 뭐야!”
“저, 적이다!”
새벽의 시간 푸르게 밝아오는 하늘에 안도감을 가진 병사들이 얕은 졸음에 빠져들 시기.
차가운 공기를 진동시키는 소리는 분명 가우리의 북소리였다.
힘차게 울려오는 북소리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병력들의 잠마저 쫓아내고 있었다.
“상황은!”
어느새 갑옷을 다 챙겨 입었는지 쩔그럭 거리는 쇳소리를 내며 다가온 불칸 백작이 경계를 맡았던 귀족에게 질문을 던져갔다.
“약 만 여명의 적군이 대열을 이루며 다가오고 있다는 정찰병들의 보고입니다!”
“만여 명이라…….”
“아무래도 탐색전을 펼칠 모양입니다.”
“그렇겠지.”
불칸 백작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밖에서 울려오는 소란은 병사들이 아직도 상당히 동요하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총 사령관님.”
“율리언 백작 왔는가.”
“일단 방어전에 치중을 합니까?”
율리언 백작이 들어오자마자 방어를 묻자 불칸 백작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적의 세력이 일만 정도 밖에 안하는 상황에서 방어 일변도로 나간다면 저들이 우리의 군세를 얕보고 전면전으로 나올 수 있네.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가 시간을 끄는 게 좋은 상황일세.”
“으음.”
율리언 백작은 불칸 백작의 말에 잠시 턱을 매만지며 생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그의 생각이 정리되기까지 이루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제가 병력을 이끌고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주겠는가?”
“맡겨만 주십시오.”
율리언 백작의 출정의지에 불칸 백작은 믿음을 보내는 눈빛을 보여주었다.
“그럼 정병 일만 오천을 보내 주겠네. 아무래도 수적으로 우세한 모습을 보여 주는 것도 좋겠지. 상대적으로 우리의 병력이 약간 적은 것으로 판단되니 불필요한 소모전은 피하게나.”
불칸 백작은 율리언 백작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당부의 말을 꺼내었다. 그러자 율리언 백작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문제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저쪽도 탐색전을 염두하고 전진해 오는 것 같으니 이번 첫 전투는 서로 조심스럽게 맞붙다가 끝날 것입니다.”
“알겠네. 자내만 믿겠네. 몸조심 하게나.”
“걱정 마십시오.”
율리언 백작은 군례를 마치고 바쁘게 막사를 빠져나갔다.
“드디어 시작이군.”
여전히 걱정이 남은 불칸 백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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