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221
강철의 열제 221화
“빨리 빨리 치워라!”
진군이 지체 된 것을 조금이라도 만회하려는 듯 기사들의 재촉 소리가 병사들의 귓가를 계속 어지럽혀갔다.
길 한가운대로 쏟아진 통나무를 치우고 돌을 밀어내는 병사들의 이마에는 구슬땀이 흘러 내렸다.
쉴 새 없는 행군에 쉬지도 못하고, 지친 몸으로 일을 하려니 죽을 맛이었던 것이다.
길게 가로막혀진 통나무가 치워지고 병사 몇 명이 작은 통나무를 치우려 걸음을 옮겼다.
쑤욱.
“헉!”
갑자기 발이 빠지는 느낌을 받고 헛바람을 집어삼킴 병사는 더 이상의 비명을 지를 사이도 없이 땅바닥으로 꺼졌다.
“피해라!”
“으아악!”
와르르르.
경고음이 울렸지만 이미 다섯 명의 병사들이 바닥으로 빨려 들어간 다음이었다.
“괜찮은가!”
먼지가 걷히고 생겨난 구덩이를 향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 병사는 참혹한 광경에 눈을 감아야만 했다.
“빌어먹을.”
“끄으으.”
괜찮을 리가 없었다.
구덩이 안에 빼곡히 박힌 나무창에 빨려 들어간 다섯 명의 병사들은 온몸이 꿰뚫린 채 꺼져가는 숨을 아슬아슬하게 붙잡고 있을 뿐이었다.
“제길. 적인가…….”
파르테안 성으로 향해 북부지역 병력을 이끄는 썬핸드 백작은 눈앞의 장면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몇 마디 중얼 거린 뒤, 냉혹한 명령을 내렸다.
“함정을 조심하고 돌이나 바위는 이 구덩이로 밀어 넣는다.”
“저, 저 병사들은.”
한 기사가 조심스럽게 질문을 건네 왔으나, 돌아간 것은 커다란 호통이었다.
“빼내고 자시고 할 시간 없다! 어서 움직여!”
대충 보아도 살아나긴 틀린 병사들이었다. 하지만 다섯 명 모두가 작은 신음을 흘리고 있었고 그중 하나는 이들의 대화를 들었는지 부릅뜬 눈으로 피를 게워 내며 입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뭐하나!”
병사들이 주저하자 기사 하나가 호통을 쳤다.
잠시 후 꺼져가던 다섯 생명을 확실하게 꺼트린 병사들은 착잡한 마음을 가지고 행군을 재개했다.
두두두.
늦어진 속도를 보충하기 위해서인지 전방을 살피며 달리는 기마들의 속도는 늦춰짐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함정을 이미 보았기 때문에 그들은 주변과 땅 및을 잘 살피며 말을 몰았다.
“응?”
말을 몰며 땅과 주변을 살피던 기마대원 하나가 눈앞의 허공에 시선을 돌렸다.
스치듯이 보던 가운데 무언가가 햇빛을 비추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별것 아닌가?’
병사는 말을 몰며 별것 아니라 말을 하고 싶었으나, 이미 그의 머리는 허공을 날고 있었다.
써걱!
“모두 멈춰!”
멀쩡하게 달리던 눈앞의 병사의 머리가 갑자기 몸에서 분리되어 날아올랐다.
쓰윽.
“끼히히힝!”
“멈추라고!”
다급하게 기마대의 행렬을 멈추라 외쳤지만, 행렬이 멈추었을 때에는 일곱 명의 머리와 두 마리의 말 머리를 허공에 띄운 후였다.
“빌어먹을 자식들!”
허공에 피에 물든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다가가 그것의 정체를 알아본 하우프 준 남작은 나뒹구는 수하들의 시신을 바라보며 욕설을 퍼부었다. 대로를 가로질러 설치 되어있는 것은 가는 철사였다.
말이 달려가는 속도 덕에 스스로 목을 날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워낙 가는 탓에 빠르게 말을 달리면서 알아본 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본대에 이 사실을 알리고 지금부터는 걸어서 움직인다.”
“알겠습니다.”
자신의 병사들을 허무하게 죽음으로 몰아간 보이지 않는 적에게 분노를 실어 보내는 하우프 준 남작이었다.
“죽여버리겠다.”
선두의 정찰조가 모두 말에서 내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내 우거진 수풀로 들어서자 정찰병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함정이다!”
“조심해!”
넝쿨을 이용해 건들고 지나가면 휘어졌던 나무가 되돌아오며 격살을 하게 만드는 장치를 발견한 병사가 동료들에게 주의를 주며 칼로 잘라 내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마치 보란 듯이 진로 전면에 설치된 수많은 함정들…….
이미 정찰대라는 구분이 모호해진 상황이었다.
여기저기 걸쳐진 함정으로 인하여 느려진 속도는 본대와 함께 만나게 만들었다.
“할 수 없지.”
가볍게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최고지휘관인 썬핸드 백작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전군 전진하며 전방과 측방을 살핀다. 매복이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길에 함정이 발견되었으니 각자 조심하면서 이동하라!”
정찰대가 함정을 처리하는 것을 기다릴 수 없었다.
썬핸드 백작의 명령에 구원군은 더뎌진 걸음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창을 들고 걸어가던 병사가 어이없다는 목소리를 내며 멈추어 섰다. 바닥에 보란 듯이 설치된 올가미.
장님이나 잡을 수 있을 올가미가 자신의 앞에 떡 버티고 서 있지 않는가?
“젠장,”
칼로 끊어내며 다시 발을 옮겼다.
이런 상황은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잔뜩 긴장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어떤 것은 만들다 만 함정도 있었고 어떤 것은 작동조차 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거참.”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을 하는 병사였다.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빠르게 오느라 누적되었던 피로가 함정 덕에 오히려 풀려가는 것이었다.
병사들의 대다수는 그렇게 경각심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쎈핸드 백작에게 조심스럽게 물어가는 닌벤 남작이었다.
병사들이 점점 함정을 대충 치우며 지나가기 시작했고, 그것을 지적하려 했던 닌벤 남작 역시도 엉성한 함정을 발견하고는 눈살을 찌푸렸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적들은 우릴 공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발길을 묶으려는 목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한 것이 분명하다.”
“무시하고 진군하라 합니까?”
“으음.”
함정이 나타난 이후로 진군 속도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시간을 요하는 상황에서 엉성하게 만들어진 함정의 존재는 썬핸드 백작과 다른 귀족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기에 충분 하였다.
“약간의 피해를 입더라도 진군을…….”
피리리릭!
썬핸드 백작의 말을 방해하려는 듯이 날카로운 소음이 순간적으로 터져 나왔다.
“끄아아악!”
“으아악!”
삽시간에 선두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습이다!”
“몸을 피해라!”
순식간에 쏟아져 내린 수백여발의 화살에 병사들이 방패를 들어 올리며 허둥대었고, 어떤 병사는 화살을 피해 달려가다가 엉성한 함정에 걸려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가기도 했다.
“진정해라!”
순식간에 백여 명에 가까운 병력이 땅위를 굴렀고. 썬핸드 백작 에게도 화살이 날아들었다.
터엉!
“크아아악!”
방패를 들어 막아낸 썬핸드 백작이 솟구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터트렸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일견 쓰러진 병력이 백 명을 넘어 이백여 명에 육박해 있었다. 병사들의 시신에는 서너 개씩의 화살들이 박혀있었고, 심한경우는 혼자서 수십여 발의 화살을 온몸에 박아놓은 채로 숨을 거둔 병사도 있었다.
“완전 당했습니다.”
원인을 살핀 하우프 준 남작이 침통한 표정으로 썬핸드 백작에게 보고를 올렸다.
병사들에게 쏟아진 화살은 적의 습격이 아니라 거대한 함정이었다.
지금까지의 엉성한 함정과는 달랐다.
당하고 나서 살펴본 뒤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함정이 여기 저기 솟아있는 나무위의 화살들을 동시에 쏟아 붓게 장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훤하게 드러난 함정인데도 불구하고 혼란 탓에 병사들은 허공으로 치솟았으며 구덩이에 빠져들어 목창에 꿰었다.
* * *
“빨리 움직이자!”
“완전 함정으로 도배를 하는 구먼.”
노역꾼은 처음 끌려올 때만 해도 두려움에 떨었지만, 자신들이 하는 일이 그저 대충 함정을 설치하면서 이동하는 것임을 알아차리면서 여유가 생겨났다.
“이건 작품이다!”
“오, 교묘한데?”
거듭된 함정의 설치 탓인가?
엉성했던 함정가운데 점점 교묘한 함정도 제법 나타나기 시작했다. 실질적으로 제대로 된 함정은 드워프 병사들과 연휘가람의 명령을 듣고 움직이는 소수의 노역병들이 만들어 내었지만, 이제는 눈속임을 위한 함정 중에도 위험할 수 있는 함정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병사들을 지휘하며 함정으로 도배를 하며 지나가던 휘가람에게 산등성이에서 바쁘게 뛰어 내려온 병사들 몇몇이 군례를 올리며 부복했다.
“연 대장군. 적들의 발길을 봉쇄하는데 성공한 것 같습니다. 멀리서 움직이는 적 구원군의 움직임이 거의 고착상태나 다름없이 느리기 짝이 없습니다.”
“후훗.”
밝은 얼굴로 보고를 올리는 병사의 말에 휘가람은 미소를 머금었다.
함정을 설치하는 것은 많은 시간을 요했다.
하지만 위장을 생각하지 않고 초보적인 함정을 설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처음에 경각심만 심어준 뒤 그다음에는 걸리면 위험하되 조금만 주의를 주어도 함정을 찾을 수 있는 함정을 대충 만들며 이동해 왔다. 그리고 그 중간마다 대량 살상이 가능한 함정 한 두 개를 정말로 고심해서 만들어 내고 또다시 엉성한 함정지대를 만들며 지나왔던 것이다.
삼천오백명이 뿌리듯이 만들어 대는 함정들과 철저하게 위장된 함정들은 적들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였다.
정확히 따지면 지금 휘가람이 펼치는 것은 함정을 이용한 제지라기보다는 고도의 심리를 이용한 심리전이라 할 수 있었다.
“좋아. 빨리 이동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한다.”
심리적인 우위에 있는 가우리군은 함정을 만들며 많이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자리를 이동해 나갔다. 휴식의 달콤함을 향해…….
# 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