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227
강철의 열제 227화
“흐야압!”
커다란 기합성과 함께 빛살을 담은 듯 번쩍이는 섬광이 선두에 내달려오는 고진천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카칵!
진천이 들어 올린 환두대도에 북 로셀린 기사의 소드가 막히며 거친 소음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동시에 쏘아져 나간 진천의 주먹은 기사의 투구를 날리며 안면 깊숙이 박혀들었다.
“커어어!”
엄청난 힘에 밀려 성벽 안으로 곤두박질치는 기사의 비명소리를 시작으로 성벽 위는 다시 아수라장이 되었다.
“죽여!”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은빛 갑주를 갖추어 입은 북 로셀린의 기사들과 묵빛 찰갑을 몸에 걸친 가우리 무장들의 전투는 재미있게도 천신과 악마와의 전투같이 대조적으로 보여 졌다.
“대가릴 쪼개주지.”
진천의 행동이 거칠어졌다.
평소에 쌓인 것이 많은 듯 주먹으로 한명의 기사를 날려버린 진천은 자신을 향해 부나방 떼처럼 달려드는 북 로셀린 기사들을 향해 핏물에 붉게 물든 이빨을 드러내며 미소를 흘렸다.
후와악!
진천의 환두대도가 공기를 거칠게 찢어발기며 사선으로 가로질러 내리자 그 기세에 눌린 북 로셀린 기사가 황급히 몸을 기울여 피해내었다.
“헉!”
뻐걱!
진천의 공세를 피하자마자 뒤통수에서 뼈가 부서지는 듯 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뒤따라 날아온 진천의 발차기가 작렬한 것이다.
털썩.
“다음 놈.”
땅으로 처박히듯 쓰러진 기사를 타넘은 진천이 뒤에서 당황해 하는 기사의 배에 환두대도를 틀어박자 기사의 은빛갑주가 마치 두부처럼 갈라졌다.
“끄으어어!”
배에 박혀든 진천의 환두대도를 양손으로 움켜쥔 채 뒤로 뒷걸음질을 치는 기사의 눈에서 생기가 급속히 빠져나가는 것과는 반대로 입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점점 커져나갔다.
“이때다!”
몇몇 기사들이 동료가 내지르는 죽음의 음성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무방비로 변한 진천에게 소드를 내질렀다. 그러나 진천의 행동은 그들보다도 기민했다.
콰직! 콰콰콱!
“꺼어어!”
“이, 이런!”
“빌어먹을!”
터져 나오는 안타까움과 경악에 찬 목소리가 울렸다.
진천의 환두대도에 복부를 관통 당했던 북 로셀린 기사는 진천의 방패가 되어 날아오는 소드들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처절한 음성을 끝으로 축 늘어져 버렸다.
“피해!”
죽어버린 북로셀린 기사의 시체를 환두대도를 회수하지도 않은 채 기사들이 몰려있는 방향으로 집어던진 진천은 뒤춤에 달려있는 또 하나의 환두대도를 뽑아들고 시체를 던진 방향으로 뒤따라 달렸다.
“혼자서 상대하지 말고 각자 손발을 맞춰!”
“방패로 먼저 밀어붙이란 말이야!”
진천의 환두대도를 힘겹게 막아가는 기사의 뒤로 여러 명의 고함소리가 울려왔다. 그리고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두꺼운 방패를 손에든 기사들이 양옆으로 압박을 가하며 조금씩 밀어 붙이기 시작했다.
“크큭, 재미있구나.”
진천의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졌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 주워들은 거검을 다른 한손에 들고 양손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콰쾅!
쾅!
“커헉!”
“제, 제길!”
진천의 양손에서 휘둘러지는 두개의 빛줄기가 그들의 방패위로 쉴 새 없이 떨어져 내렸다. 마치 막을 테면 막아보라는 듯이 방패만을 노리고 휘두르는 것이다.
카아앙!
“이런 무식한!”
굉음과 불똥이 튀길 때 마다 방패가 종이처럼 우그러지고 있었다. 내려쳐질 때마다 팔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충격에 기사들은 신음을 흘리면서도 방어를 풀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풀 수가 없었다.
반복해서 내려쳐지는 두개의 검격에 대한 방어를 푸는 순간 자신들은 반쪽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기사들의 뇌리를 장악해갔다. 그러던 찰나 잠시지만 진천의 공세가 멈추었다.
“이때!”
위기 후에 다가온 기회에 북 로셀린 기사 둘이 진천의 양 옆에서 재빨리 소드를 찔러갔다.
“놈!”
진천은 양 옆구리를 노리고 찔러오는 소드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정면의 상대에게 일갈을 한 후 환두대도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콰앙!
“헉!”
굉음과 함께 거의 걸레조각처럼 남아있던 방패가 하늘로 산산이 부서지며 날아갔다. 순간 무방비로 변했던 기사는 이내 희열에 찬 미소를 머금었다.
올려친 자신의 힘을 이기지 못했는지 진천의 한쪽 손이 하늘로 올라간 상태였던 것이다. 그 틈을 노리고 기사의 검이 진천의 심장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모두 세 개의 소드가 진천 한 사람을 노리며 날아든 것이다.
“끝이다!”
회심에 찬 기사는 호기롭게 외쳤다. 하지만 진천의 투구사이로 보이는 눈빛에는 잔인해 보이는 조소가 담겼다. 동시에 아래쪽으로 서늘한 감각이 느껴지기가 무섭게 강렬한 격타 음이 울렸다.
뻐억!
‘몸이 날아오른다…….’
진천의 심장을 향해 소드를 날렸던 기사의 의식에는 단지 그것만이 맴돌았을 뿐이다. 그리고 날카롭게 이어지는 쇳소리들…….
쨍! 창!
“헛!”
헛바람 집어먹는 소리가 쇳소리의 뒤를 이었고 이내 금속을 찢고 살 거죽을 꿰뚫는 거북한 소리가 연이어 울려졌다.
“이것들이 누굴 바보로 아나.”
몽류화가 비웃음을 흘리며 창대를 몸에서 뽑아내었다. 그와 함께 보조를 맞추었던 부여기율이 자신의 도끼를 고쳐 잡았다.
“끄윽.”
털썩.
원망 섞인 눈으로 고개를 힘겹게 돌린 두 기사들은 힘없이 허물어져 내렸다. 결과적으로 진천의 양옆에서 공격을 가하던 두 기사는 류화와 기율의 급습으로 인해 목적을 못 이루었다.
“…….”
갑자기 찾아온 정적.
부여기율과 류화 때문만은 아니었다.
털썩.
이윽고 무언가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다. 바로 고진천의 심장을 노리고 소드를 찔러갔던 그 기사였다. 그 주변의 북 로셀린 병사들과 가우리 군을 비롯한 연합군 병력들도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입을 벌리고 경악에 차 있었다.
입에 거품을 물고 꿈틀거리는 기사의 눈은 허옇게 뒤집혀 있었다. 그리고 소드를 쥐고 있어야 할 양 손은 그의 사타구니를 움켜쥔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아무런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누워서 간간히 경련을 일으키고 있을 뿐 이었다.
“하늘로 3미르는 떴다…….”
“저걸 맞느니 차라리 칼 물고 자결을 하지…….”
누군가의 독백에 병사들은 아군적군 할 것 없이 알 수 없는 공포에 자신의 중요부위에 손을 가져가며 떨었다.
“뭐해 죽여!”
“크억!”
몽류화의 창날이 적병의 목 줄기를 뚫으며 전투 재개를 알렸다.
“자, 잔인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팔시언 공작과 기사들은 저마다 치를 떨었다. 그들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고진천은 새우처럼 오그리고 부들거리는 기사를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발로 치워 버리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쩍!
“끄억!”
“오호라! 저 아새끼들이래 급수가 높아 보입네다?”
어느덧 회수한 대부로 한명의 기사를 갈라버린 을지부루가 진천의 옆으로 다가와 보조를 맞추며 흥미롭게 말을 걸었다.
빠각!
“흘흘흘, 대가리다.”
엉겨 붙던 병사의 허리를 반으로 접어버린 삼두표가 기괴한 미소를 지으며 그 뒤를 따랐고, 그 옆에서 달려드는 적병들을 풀 베듯이 베어버린 부여기율과 몽류화가 무기에 묻은 피를 흘리며 대열을 갖추었다. 그 뒤로는 이미 고윈의 지휘아래에 가우리 장수들을 선두로 올라온 연합군이 장악을 해 나가고 있었다.
“막아랏!”
“기사들은 대열을 정비해라!”
주변에서 싸우던 기사들이 팔시언 공작의 호위를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그 많았던 기사들이 순식간에 죽어나가 약 40여명 남짓 남았다. 하지만 그들이 들어서자 성벽 위는 철의 장막이라도 쳐진 듯 탄탄해 보였다.
“엇!”
“저놈!”
갑자기 진천과 일행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안 돼!”
“반칙하지 말라우!”
갑자기 고진천이 이를 악물고 달리기 시작하자, 뒤에 따르던 부루와 삼두표, 기율과 류화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40여명이 에워싸고 있는 팔시언 공작을 향해 전력으로 내달렸다.
“뭐야 대체!”
그 모습에 당황한 것은 북 로셀린 기사들이었다. 함성을 지르며 공격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무언가에 소스라치게 놀라 다급히 뛰어드는 모습은 전혀 이해 불가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뒤쪽에서 길게 울려 퍼진 비명소리가 그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뒤쪽에 적이다!”
순식간에 두 명의 기사가 단말마를 내뱉으며 쓰러졌다. 그 사이로 번쩍이는 빛의 궤적!
“프흐흣, 전쟁에 반칙이 어디 있습니까!”
희희낙락한 음성의 주인공은 바로 계웅삼이었다.
그의 장도가 몸의 움직임을 따라 원을 그리면서 기사들을 갈라갔고, 그와 동시에 피분수가 마치 무지개를 그리듯이 뿜어져 뒤따랐다.
“하압!”
이에 질세라 달려든 고진천의 몸통박치기가 선두에 서있던 기사에게 작열했다.
콰콰콱!
뒤따른 을지부루와 삼두표의 몸통이 진천을 따라 기사들의 일각을 허물어 내릴 때 기율과 류화가 허공으로 뛰어 오르며 창과 쌍부를 내질렀다.
퍼퍼퍼퍽!
“크허어억!”
수십 개로 늘어난 듯한 류화의 창날이 한 기사의 상체를 벌집으로 만들자, 이에 질세라 기율의 쌍부가 한 기사의 양 팔을 몸통에서 분리해 내었다.
차창!
쏟아지는 검격들을 철봉을 들어 올려 막아낸 두표가 포효를 터트리며 밀어 올렸다.
“크허엉!”
“허억!”
세 명의 힘을 떨쳐낸 두표의 힘은 거의 인간 수준이 아니었다. 그 사이를 뚫고 부루의 대부가 한명의 어깨를 갈랐고, 남은 손으로는 북 로셀린 기사 투구 가리게 안의 눈알을 파고들었다.
“내누운!”
“시끄럽다!”
푸욱!
어느새 바꾸어들었는지 진천의 손에는 환두대도 대신 짧고 투박한 소도가 들려있었다. 그럼에도 난전이 벌어진 지금 눈을 부여잡고 있는 기사의 몸통에다가 호박에 침놓듯이 찔러대고 있었다.
“뭐 이런…….”
한명의 기사가 질린 듯이 외쳤다.
이건 일반 병사의 전투보다도 더한 난전이었다. 바닥에 있는 돌을 들어 머리를 찍는다던지, 양 팔로 기사들의 행동을 저지하면서 머리로 받아버리는 것은 예사였다. 움직임을 제압하면 친절하게 뒤쪽에서 칼을 쑤셔 박아주는 행동도 꺼리지 않고 하였다.
단 여섯 명에 의하여 벌어진 난장판 이었다.
콰앙!
“성문이 위험하다!”
“물러서지 마라!”
커다란 성문이 충차가 부딪히는 힘에 굉음을 내며 움찔 거렸다. 이미 상당수의 병사들이 성벽 위를 장악해 나가는 상황에서 성문 뒤쪽을 막고 있는 병사들의 눈에는 절망감이 어리기 시작했다.
“아아악!”
“피, 피해!”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 내린 아군의 몸뚱이를 피해 이리저리 피하는 북 로셀린 병사들은 기사들의 윽박지름에도 쉽사리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
콰앙!
“히익!”
“물러서지 말고 기댈 것을 더 가져와라!”
이번 충돌은 강력했는지 기대어 놓았던 기둥들이 쓰러져 나가며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댈 것을 가져다 댄다 하더라도, 이미 성벽 위에서 저지할 병력이 없어진 상황에서 더 이상의 방어는 시간 벌이용뿐이 안 되는 상황이다.
“공작님을 보호해라!”
“아악!”
그러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은 바로 성벽위에서 벌어진 난전이었다.
콰콰쾅!
“히익!”
또다시 굉음이 울리며 충차의 뾰족한 부분이 고개를 문 안으로 들이밀었다. 드디어 뚫린 것이다.
“뚜, 뚫렸다!”
“방패수 뭐하나! 궁수들은 방벽 뒤에서 적들의 공세를 막을 준비…….”
쿠쿠콰앙!
지휘관의 말이 다 끝이 나기도 전에 거대한 성문이 굉음을 울리며 박살이 났다. 그리고 뚫려진 성문을 통해 병사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 마법사와 궁수는 사격을 시작 하라아!”
악에 받친 북 로셀린 지휘관의 목소리가 적들의 함성에 묻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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