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242
강철의 열제 242화
오후가 되어서야 숙소로 돌아온 쎈 왕자와 켄 공작은 근위기사들을 돌려보내고 방안에 앉아 고민하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알 수 없군요.”
“…….”
쎈 왕자의 말에 켄 공작은 침묵을 지켰다.
“병사들의 수준을 보아도, 보통 이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왜 도끼를 들었을까요?”
“…….”
“적어도 수련 기사들의 수준은 되어 보이는 일격들이었습니다. 숨기는 것일까요?”
“…….”
계속되는 질문에도 켄 공작은 답변을 하지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닫아걸고 있었다.
사실 류화가 약간은 과장한 면이 있었다.
신병이라고 하였지만 사실 그 병력들은 일전의 전쟁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투를 치루어 왔던 정예 중의 정예였고 그들 중에서도 특별히 추린 병사들 이었다.
일종의 과시용이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의도는 성공을 거두어 수련기사 정도로까지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것도 일부만을 본 덕이기도 하였지만 말이다.
뛰는 거야 죽어라 달리는 모습만 보면 되었지만 도끼질은 달랐다. 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런데 가우리의 부월수 훈련은 ‘한번 이외의 공격은 필요 없다!’라는 말을 반복할 정도로 극단적인 공격을 강조하니, 일격만큼은 기사들 버금갈 수밖에 없었다.
류화가 중간에 발걸음을 돌린 것도 그 이유였다. 지금 보인 것만도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쎈 왕자야 아직까지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지만, 켄 공작은 달랐다. 곰곰이 생각을 하던 그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챈 것이다. 그래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까지 완성도 높은 공격력을 가진 일반 병사라는 사실만도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거기에 그들을 지도하는 장수들의 능력을 짐작해보자, 처음 자신의 생각이 오히려 그들의 능력을 축소해서 생각 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본 것 이상일 수 있습니다.”
“무슨 소리 입니까.”
쎈 왕자의 질문에 켄 공작은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들려주었다.
한참의 설명이 끝나자 쎈 왕자의 얼굴은 더더욱 심각해졌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한쪽에 놓여있는 통신마법용 수정구를 쳐다보게 만들었다.
“알세인 전하 납십니다!”
“이런.”
문 밖에서 울려오는 시녀의 목소리에 쎈 왕자와 켄 공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맞을 준비를 하였다.
“하하, 앉으시오.”
알세인 왕이 들어서며 그들을 미소로 맞이하였다.
“여기 앉으시지요.”
상석을 양보한 쎈 왕자와 켄 공작이 그가 자리에 앉자 자신들도 따라 앉았다.
“과연…….”
갑자기 뜬금없이 감탄성을 터트리는 알세인의 행동에 쎈 왕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그의 질문에 알세인이 켄 공작을 바라보며 대답을 하였다.
“여기 이분이 대단한 실력자라는 말을 듣고 와보았는데, 과연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서 감탄을 한 것이오.”
“예?”
쎈 왕자가 놀란 눈으로 알세인을 바라보았다.
알세인의 경지가 높지는 않았지만, 그는 전쟁을 직접 치러 본 왕이었다. 거기에 항상 진천의 뒤를 따라 다녔으니 자연 안목이 높아 질 수밖에 없었다.
“하하, 숨길 필요 없소. 아마도 마스터 급은 된다는 소리를 이미 듣고 왔소.”
“……켄 공작입니다.”
“역시 맞구려!”
더 이상 숨기는 것이 불가능하다 판단한 켄 공작이 자신의 직위를 밝히자 알세인이 손바닥을 치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대체 누가…….”
분명 본국에서도 극비인 사실이었다.
그런데 미리 알고 찾아 온 듯이 알세인이 찾아 와서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당연히 열제 폐하께서 말해 주신 것이라오.”
“가능할 것입니다. 오늘 보았던 자들의 실력이 진실 이라면 제 능력을 간파 하는 것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닐 겁니다.”
켄 공작이 담담하게 쎈 왕자를 향해 말하자, 알세인 왕은 미소를 유지한 채로 그의 설명에 자신의 목소리를 더했다.
“이 사실은 열제 폐하께서 직접 말해 준 것이오.”
“열제 폐하께서도 이미 들으셨으니 말하셨겠지요.”
쎈 왕자가 담담하게 말을 받자 알세인은 정색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오.”
“그러 하오면?”
의문을 표하는 쎈 왕자에게 알세인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아마도 열제 폐하께서는 그대들이 처음 들어선 순간부터 알아 차리셨을 것이오.”
“그럼 우리 왕국에 소드 마스터가 있다는 사실을 가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쎈 왕자가 평정심을 잃어가자 알세인은 놓여있는 찻주전자를 들어 그의 잔에 따라주었다. 쎈 왕자는 자신이 약간 흥분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조용히 따라주는 잔을 받았다.
“그대가 보기에 이 가우리라는 나라의 최강자는 누구라 생각 되오?”
“그게…….”
쎈 왕자가 고개를 돌려 켄 공작을 바라보자 그는 고심을 하다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어제까지는 몽류화라는 이와 삼두표, 부여기율이라는 기사들이 아닌가 생각 했었습니다.”
“그들도 강하지.”
“그러나 아까 류화라는 무장의 말을 듣고 계웅삼이라는 무장이 더 강한 것이 사실이 아닐까 하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사실이오.”
알세인의 확답에 쎈 왕자와 켄 공작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일국의 왕이 여기까지 찾아와 거짓말을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가 최강이라고는 할 수 없소.”
“그렇다면…….”
이제는 놀랄 힘도 잃어버린 그들이었다.
“내가 아는 분만하여도 네 명이 더 있고, 듣기로는 대대로의 자리에 있는 대무덕이라는 분도 무시 못 할 고수라 들었습니다. 거기에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대륙의 십대 소드 마스터의 일인인 자유기사 제라르 경도 가우리의 무장중 하나라 들었습니다.”
“뇌전의 제라르!”
켄 공작이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섰다.
“물론 계웅삼경에게 한번 꺾였다고는 하였지만 말입니다.”
“그럴 수가…….”
쎈 왕자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의 반응을 예상했었던 알세인은 찻물을 한 모금 들이키고, 조용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중에서도 정점에 달한 자.”
“…….”
“…….”
알세인의 담담한 목소리에 두 사람의 침묵은 더욱 깊어졌다.
“내가 아는 최강의 사나이는 바로…….”
쎈 왕자와 켄 공작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마지막 말을 맺었다.
“열제 폐하, 그 자신이시오.”
두 사람은 알세인이 방을 나갈 때까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였다.
그가 문을 열고 나가며 남긴 말 한마디가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왔다.
‘의심나면 켄 공작이 도전해 보시오. 아마도 흔쾌히 맞아 주실 것이오. 내가 아는 형님은…… 아니 열제 폐하는 그런 남자요.’
켄 공작은 탁자위에 놓인 자신의 소드를 천천히 바라보았다.
* * *
알세인과 저녁식사를 나누며 말을 나누던 진천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쓸데없는 짓을 했군.”
“사실이지 않습니까.”
진천의 타박에 알세인이 능글맞게 대꾸했다.
“어째 왕의 자리에 오르고는 능구렁이가 다 되어 가는지. 이건 전혀 귀여운 구석이 없군.”
“남자가 귀엽다는 것도 욕입니다.”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는 알세인의 모습에서 이전에는 없던 여유마저 느껴졌다. 그 모습에 진천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왕이 되어간다는 증거이니까.
“저도 믿기 어렵습니다.”
한쪽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던 베라 한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끼어들었다.
“그런데 그게 사실입니다. 파르테안 공성전 때는 얼마나 놀랐는지. 옆에 계실 줄 알았던 형님이 저 멀리서 병사들을 직접 이끌고 성벽을 타넘고 계시는 게 아닙니까?”
“하하핫!”
열 번도 떠들었던 이야기인데도 무엇이 재미있는지 베라 한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렇게 쎈 왕자 일행에게 충격을 주었던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아침, 알세인 왕의 행동이 불을 지폈는지 열제전 안에 들어선 켄 공작이 단단히 마음먹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금껏 숨겨서 죄송합니다. 저는 말론 왕국의 켄 공작이라 합니다.”
“들었다.”
담담한 진천의 반응에 켄 공작은 잠시 쎈 왕자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송구스럽지만, 알세인 전하께 들은 바로는…….”
“뜸들이지 말도록.”
“열제 폐하께서 가우리 제국의 최강자라고 들었습니다.”
“흐음.”
켄 공작은 답변을 바라는 눈으로 서 있었고, 진천은 그의 말에 잠시 볼을 긁적이더니 고개를 천천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잘못 전달이 된 것 같군.”
“형님?”
“그러면 진실은 무엇입니까.”
진천의 말에 알세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고 켄 공작이 진천을 주시하며 되물었다.
“내가 이 나라에서 강하다는 것은 들렸지.”
“길티요.”
“고롬.”
진천의 말에 을지부루와 우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스럽게 켄 공작은 그들을 향해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귓가로 진천의 답변이 들려왔다.
“난 대륙에서 제일 강하다네.”
“…….”
오만의 극치?
아마도 대다수가 이렇게 생각 할 수 있었다.
자기 스스로를 대륙 최강이라고 하는 사람은 아마도 진천이 유일 할 것이다.
뻔뻔스러운 그의 대답에 자신의 목적마저 잃어버렸던 켄 공작이 시간이 지나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그럼. 제게 대륙최강의 검을 견식할 기회를 주실 수 있으신지요.”
켄 공작의 도전에 진천은 미소를 지었다.
“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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