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247
강철의 열제 247화
신성 제국의 로셀린 북부지역의 전격적인 점령과 이어진 무차별 학살에 대한보고는 로셀린을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들어왔다.
소수의 탈출자들이 로셀린의 국경을 넘어왔기 때문이다. 그 수는 겨우 백여 명에 그쳤다.
가우리와 로셀린이 심어 놓았던 첩보 조직도 전화에 휩쓸려 소멸되어 버린 탓에 그들 탈출자에 의존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진천을 비롯한 대신들은 조금 엉뚱한 사태에 쉽게 답을 내어 놓지 못하고 있었다.
“뺨은 여기서 맞고 화풀이는 다른 곳에서 한다는 이야기인가?”
진천이 어이없다는 투로 중얼거리자 연휘가람과 대무덕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인지 고개를 저으며 한마디씩 붙였다.
“상식 밖의 행동입니다.”
“그것을 떠나 처음부터 사절단이랍시고, 팔로 2세라는 엉뚱한 자를 보냔 것도 상식 밖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보여 지는 결과만 봤을 때, 타 제국의 눈에는 우리가 그들과 손을 잡고 짜고 친 윷놀이처럼 보일 수도 있겠군.”
“길티요. 결과적으로 우리 쪽에 관련된 나라는 전혀 손을 대디 않았으니, 우리에게 당하는 척 하고 뒤로 손을 잡은 것이라고 판단 할 수 있갔디요.”
을지우루까지 나서서 사태에 대한 정리를 하였다. 대충은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이었지만 왠지 걸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를 이용했다라…….”
힘의 구조가 팽팽한 상황이라서인지 명확하게 답안이 나오지를 않고 있었다.
“해안가에 병력을 조용히 집중시킨다고 하디만, 이미 알만한 곳에서는 알았디 않겠네?”
“길티. 지금 연방 제국에서 병력 소집령이 떨어졌다 했으니까네, 그 아새끼들도 신성 제국의 움직임을 알아 차렸다고 봐야디,”
을지부루의 의문에 우루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병력 형태는 이전에 벌어졌던 제국 전쟁과 유사함을 띠고는 있습니다.”
고윈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자 진천은 더욱 골치가 아파지는 것을 느꼈다.
“당장에 쳐들어가는 것이 맘 편하겠군.”
“만약 전부를 속인 것은 아닐까요?”
“음?”
계웅삼의 말에 모두가 그에게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는 이용당했다 생각하고, 연방 제국은 속았다 생각 할 것이고……. 이전의 전투와 유사한 형태를 보이며 은밀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왜 바보도 아닌데 반복을 할까요?”
“그렇군.”
진천이 동조의 뜻을 보이자, 웅삼이 자신의 생각을 계속 풀어 나갔다.
“분명 은밀하게 움직인다는 정보였습니다. 우리 측 첩보원들도 우연히 알아낸 사실 이란 말입니다.”
“우연이라. 별것 아니지만 조금 걸리는군.”
진천이 까칠한 턱을 매만지며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웅삼이 힘 있게 의견을 표했다.
“이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말린 왕국과 로셀린 왕국 그리고 하이안 왕국에도 연락을 하여 이 사실을 입수했는지 확인도 하고 또 어떤 경유로 입수 하였는지 말입니다.”
“좋아. 조금이라도 수상하면 확인해 봐야지.”
결정을 내린 진천은 빠르게 명령을 내려갔다.
“리셀!”
“예, 열제 폐하.”
“지금 당장 휘하 마법사들에게 각 국으로 통신을 넣어 이 사실을 확인 하도록. 병력의 이동을 알아내었느냐. 알아내었다면 어떻게 알아내었느냐.”
“알겠습니다.”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대전을 빠져 나가는 리셀이었다.
늦은 저녁에 다시 열제전으로 모인 대신들과 고진천은 리셀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각 왕국에서 연락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제 폐하!”
시종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리셀이 뛰어 들어왔다. 양손에 몇 장의 종리를 가지고 들어온 그가 황당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알아본 결과, 로셀린 왕국과 하이안 왕국에서 우리와 병력이동에 대해 같은 정보를 입수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리셀의 보고에 대신들의 얼굴이 심각 하게 변하였다.
“입수경로는?”
진천이 답을 재촉하자 리셀이 서류를 늘어뜨리며 말했다.
“우연히 입수한 특급 기밀이라고 다들 똑같이 말하였습니다.”
“제길 뭔가 구리다 했더니만…….”
“빌어먹을 개나 소나 다 아는 특급이군.”
여기저기에서 투덜거리는 음성들이 흘러나왔다.
“그럼 말린 왕국만이 이 사실을 몰랐었다는 얘기군.”
“그렇습니다.”
“대마법사님!”
리셀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통신 마법사 하나가 열제전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말린 왕국에서 급보가 들어왔습니다!”
그 후 이어진 마법사의 보고는 간단하였다.
‘신성 제국의 부대가 중부와 북부 해안 쪽으로 은밀히 집결하고 있다는 정보 입수. 경로는 우연…….’
그 간단한 보고 끝에 진천과 대신들은 확신하였다. 이 모든 사실은…….
전부를 속이기 위한 신성 제국의 연극이었다는 것.
열제전으로 식사를 가져와 간단히 배를 채운 후 논의는 계속 되었다.
“결국 연방 제국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면, 하이안 왕국이나 우리 가우리겠군.”
“혹시 연방 제국과 손을 잡을 가능성은 어떻겠습니까?”
부여기율이 불길한 해답을 내놓았다.
“가능한가, 고윈?”
이중에 가장 대륙전쟁에 정통한 고윈에게 묻는 것이 더 빠를 것이라는 판단에 진천은 그에게 질문을 돌렸다.
고윈의 대답은…….
“그것은 좀…… 아닐 듯싶습니다. 사실 말린 왕국이나 로셀린 왕국이 유지 되었던 이유 중 하나가 해상제국의 존재였습니다. 만약에 두 제국들이 손을 잡고 각자의 영토를 넓힌다면 해상제국은 내륙을 향해 상륙전을 벌일 겁니다. 지금까지 그랬으니까요.”
“지금까지 그랬다고 앞으로도 그러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기율이 살짝 반박을 하자, 고윈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해상제국의 입지를 보았을 때 양대 제국이 커가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게 되어있다네. 지금도 삼대 제국 중 가장 전력이 떨어지는 상황인데 여기에서 더욱 벌어지게 된다면 삼강이 아닌 이강 일중의 구도로 변하지.”
“으음.”
결국 이야기는 한바퀴를 돌아 원점으로 돌아왔다.
“최종 목표는 우리 가우리겠군. 그 전에 교두보를 삼기 위해 하이안 왕국을 칠 공산이 크고…….”
“지금 저희 병력의 상황으로 봐서 분산배치 하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결국 가장 위협이 큰 부분에 집중 배치하여야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수성을 위한 병력만을 배치하는 게 좋겠습니다.”
연휘가람이 정리를 하자 뾰족한 대응이 없던 가우리 무장들은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셀 역시도 논의된 사실을 로셀린과 말린 왕국, 그리고 하이안 왕국을 향해 전달했다. 대비는 철저할수록 좋은 것이다.
* * *
하얀 백사장이 뜨겁게 달구어져 아지랑이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눈으로만 보아도, 그 뜨거움을 짐작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허야! 허야!”
“빨리 뛰어!”
뜨거운 것은 둘째 치더라도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백사장위를 달리는 구릿빛 피부의 사나이들과 그들의 걸음을 재촉하는 음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흐르는 땀방울조차 금세 증발해 버린다.
“캬!”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나무그늘아래의 그물침대.
그 위에 몸을 맡기고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완전 다른세계에 온 듯한 사나이.
그의 이름은…….
“제라르 대모달!”
“아, 왜!”
필리언 제라르.
“본국에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끄응. 한동안 조용하더니 무슨 일이야. 제길 국혼 때도 못 가봤구먼. 필요할 때만 부르는 건가.”
궁시렁 거리는 제라르였지만 걸음을 지체 하거나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벅 저벅.
사박 사박.
“따라 오지마라.”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제라르가 신경질 적으로 말하고는 걸음을 다시 바삐 놀렸다.
저벅 저벅.
사박 사박.
“…….”
걸음을 다시 멈추어 버린 제라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장보고가 혀를 차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지금 뭐하십니까! 어서 오시라니까요!”
“제길, 있다가 보자!”
저벅 저벅 저벅!
사박 사박 사박!
걸음을 빨리 하는 제라르의 뒤를 누군가가 열심히 따라 가고 있었다.
“제라르입니다.”
“이야아! 대마법사님 아니십니까! 크흑, 제발 저 좀 텔레포트로 빼주세요! 네!”
[지…… 진정하게!]리셀을 보자 반가운 목소리로 그를 맞았던 제라르의 얼굴이 순식간에 울상으로 변하더니 급기야 마법 통신용 수정구를 붙잡고 발악하기 시작했다.
“또 시작이다. 뜯어말려!”
보고의 명령이 떨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구릿빛 피부의 장정들이 달려들어 제라르를 겨우 때어 낼 수 있었다.
“젠장 그놈의 세이렌이 뭔지…….”
세이렌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만들어낸 요상한 결과였다.
# 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