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250
강철의 열제 250화
제라르가 보고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달리 선택을 할 것이 없었다. 아마 가우리 본국에서도 이런 상황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주인.
“뭐야!”
-내가 간다.
“뭐?”
페일의 음성이 이어졌다.
-물속으로 다니는 배는 없겠지 설마?
“큭!”
제라르는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한동안 죽어라고 미워했던 존재가 갑자기 이 순간 가장 사랑스러웠던 것이다.
“크하하핫! 좋아 페일! 너를 믿고 맡긴다. 부탁한다!”
-부탁이라고는 하지마라. 넌 나의 영혼의 주인이다.
두 달 전 악몽 같았던 기억이 지금 이 순간 최고의 선택으로 변하였다.
“돌아오면 같이 이쁜 세이렌들이나 꼬시러 가자.”
-주인, 약속했다.
“크크크.”
제라르와 처음으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날 페일은 바다로 몸을 던졌다.
바닷물에 하얀 포말을 만들며 들어선 그의 다리는 커다란 지느러미로 변했고, 이내 빠르게 사라져갔다.
“페일, 조심해라! 넌 내 영혼의 동반자니까!”
-고맙다.
페일이 사라지자 제라르는 보고를 불렀다.
“지금 배들 대기시켜 따라가지는 말고 페일이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쾌속선 세척씩 짝을 지워서 연락망을 구성한다!”
“충!”
“각 선장들 뭐하나 대모달의 명령이시다!”
“충!”
커다란 복창을 한 선장들이 보고를 따라 자신들의 배를 향해 달려 나갔다.
“젠장.”
제라르는 지금 이순간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던 이기적인 인간 같게 느껴졌다.
인간은 간사한 동물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반대로 인간은 뉘우칠 수 있는 동물이기도 하다. 제라르는 지금 이 순간 지난 시간을 뉘우치며 페일이 사라져간 방향만을 바라보았다.
“마법사.”
“예, 제라르 대모달.”
“마법 통신을 연결해.”
“알겠습니다.”
아직도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제라르의 귓가로 마법사의 주문소리가 울려왔다.
* * *
수정구가 빛이 나며 통신이 왔다는 신호를 알렸다.
“수군기지다!”
이 늦은 시간에 바다에서 들어올 소식이란 위급한 상황 아니면 없다. 거기에 이미 전부터 긴장하고 대기 하고 있던 탓에 마법사들은 통신을 받으며 한명은 밖으로 달려 나갔다.
마법사들의 전언을 받은 몽류화는 오랜만에 달리기 시작했다. 열제궁으로 들어서는 류화를 잠시 근위무장이 제지 하였으나 이내 급한 소식임을 알고 길을 열어 주었다.
잠시 후 열제궁에서 달려 나간 말들이 각 장수들의 처소로 달려 들어갔다.
열제전으로 신속하게 집결한 대신들은 고진천과 함께 몽류화가 들고 온 전언을 듣기 시작했다.
“……이를 추적하는 도중에 흑가마귀호와 붉은 갈매기호가 완파되어 두 척에 탑승했던 125명 전원이 사망하였사옵니다. 이에 정상적인 추적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제라르 조의두대형의 친우인 페일이 직접 물속으로 추적을 실시 하고 있습니다. 참 이 페일이라는 친구는 유사인종인 머맨이라고 합니다.”
“허어, 머맨이라니…….”
리셀이 머맨이라는 소리에 감탄사를 흘렸다. 그만큼 보기 힘든 종족이 머맨인 것이다.
“그러면 지금 신성 제국의 선단이 중앙 해를 가로질러 가고 있다는 사실인가?”
“현재까지 들어온 전언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류화의 대답을 들은 진천과 신료들은 저마다 생각에 빠졌다.
“일단 지금까지 정확한 항로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 하니 일단 말린 왕국과 하이안 왕국에 연락을 취하여 신성 제국의 항로를 알려주고 또 로셀린 왕국에다가도 연락을 주어서 육로로 이동할 위험이 없는지 계속 파악하라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연휘가람의 말에 진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즉시 이행하라.”
진천의 허락을 받은 휘가람이 이행명령을 내리자 통신을 위해 류화와 마법사들이 달려 나갔다.
* * *
하이안 왕국의 상업항구중 하나인 페리아 항에 상주하던 통신 마법사는 귓가를 간질이는 소리에 잠을 깨었다.
마법 영창 후에 떠오른 영상은 바로 신성 제국의 마법사였다.
“헙!”
느닷없이 찾아온 신성제국의 함선 네 척이 하이안 왕국을 향해 여유 있게 들어서고 있었다.
“하이안 왕국에 오신 것을 환영 합니다. 항만 책임자 버먼 남작입니다.”
“음 반갑네. 난 신성 제국의 슈엥 공작이라 하네.”
“슈, 슈엥 공작 각하!”
버먼 남작은 눈앞에 나타난 인물의 정체에 놀라버렸다. 신성 제국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있는 슈엥 공작이란 거물이, 밤늦은 시간에 하이안 왕국의 항구로 달랑 네 척의 함선만을 대동 하고 온 것이다.
“슈엥 공작님을 영주 관으로 모시게 빨리!”
아무리 베라 한 왕이 노력을 하고 바꾸려 한다 해도 오래도록 몸에 벤 습성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버먼 남작은 슈엥 공작을 자신의 관사로 안내를 시키고 통신 마법사에게 달려갔다.
“수도에 연락은 했는가!”
“예 들어오자마자 바로 연락을 올렸습니다.”
“다시 연결해!”
연락했다는 사실에도 다시 연결 하라 윽박지르는 버먼 남작의 말에 통신 마법사는 이해 할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예?”
“이 멍청한 친구야! 지금 그 배에 슈엥 공작이 도착하였단 말이다!”
“다, 당장 연결 하겠습니다!”
마법사는 놀란 눈으로 빠르게 수인은 연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는 제발 전쟁만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기원을 하였다.
슈엥 공작의 목적은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밝혀졌다.
가우리를 향한 비밀 사절.
슈엥 공작이라는 거물이 사절로 가우리로 가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방문이 아닐 수밖에 없었다.
지금 대륙의 이목을 잔뜩 집중 시켰었던 대 선단이 항구를 떠나 어느 나라와 전쟁을 벌일지 모르는 상황이 아닌가?
평소였다 해도 슈엥 공작이 움직였던 적이 없었던 점을 보아 필시 이번 전쟁의 중대한 변환 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우리가 있었다.
* * *
연일 이어지는 변화에 가우리의 대신들은 거의 열제전에 살다시피 하고 있었다. 을지부루와 우루는 병력들을 바로 출동할 수 있는 상황으로 준비시켜 놓았고, 고진천을 비롯한 모든 대신들은 열제전에 들어설 때 이미 갑주를 챙겨 입고 들어섰다.
“슈엥 공작이라는 자에 대해 좀 아는가.”
“신성제국 황제의 최 측근이며 공식석상에는 몇 번 얼굴을 내밀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그의 위치에 대한 중요성은 상당히 크다 볼 수 있습니다.”
진천의 질문에 고윈이 조목 조목 대답을 하였다.
“역시 머리싸움은 내 취향이 아니야.”
진천은 한숨을 내쉬었다.
“비밀 사절이라.”
“어떤 목적인디 통 모르갔습네다.”
을지부루가 고개를 갸웃 거렸다. 다른 대소신료들의 표정들 역시 다름없었다.
다만 연휘가람만이 아무런 표정 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이 무언가를 생각 하는 것만 알 수 있었다.
그의 모습을 지켜본 진천이 발을 크게 굴렀다.
쿠웅!
“…….”
열제전안의 소란이 가라앉았다.
“만나 보면 알지.”
“…….”
진천의 말 대로다.
슈엥 공작의 방문이 화가 될지 복이 될지는 만나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슈엥 공작의 방문에 고진천은 리셀을 보내지 않았다. 리셀은 될 수 있으면 숨겨야 할 비밀 병기였다.
칠일의 시간이 흐른 뒤 개문산성으로 슈엥 공작의 사절단이 도착했다.
“참으로 특이한 구조로군.”
“성문이 정면에서 보이지를 않으니…….”
“듣던 것 이상으로 공략하기에 어려워 보입니다. 거기에 이 성을 공략하려면 이 길 이외에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북 로셀린의 대군이 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슈엥 공작을 따라온 귀족들이 저마다 감탄을 하며 개문산성을 살펴보았다.
다각 다각 다각.
성문을 감싸고 있는 돌벽에서 다섯 기의 기마가 돌아나와 달려왔다. 이미 연락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 가우리의 영토로 오신 것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저는 이곳 개문산성의 성주인 대형(大兄) 하일론이라 합니다.”
“반갑소. 신성 제국의 슈엥 공작이라 하오. 이야기로만 듣던 개문산성을 직접 눈으로 보니 참으로 대단 하오. 혹시 그대가 북 로셀린의 대군을 막아낸 장군이오?”
슈엥 공작이 감탄을 하면서 성을 살펴보다가 문득 생각이 난 듯이 질문을 던지자, 하일론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제가 모자람이 있어 여러 제장들이 도와주어 막아 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사람을 잘 볼 줄은 모르지만 장군과 같은 인재가 있는 가우리라면 철옹성과 같겠소.”
“하하, 그럼 들어가시지요.”
하일론은 슈엥 공작을 인도하며 속으로 생각에 잠겼다.
‘거참 별 희안한 늙은이네. 멀쩡히 있는 사람을 띄우지 못해 안달이 나다니.’
만약에 하일론이 권위주의 등으로 빠져있는 사람이라면 슈엥 공작의 입 발린소리에 어느 정도 풀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하일론은 항상 지금의 자리에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사실 그의 제장들에 비해 무력이 크게 앞서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다만 그의 능력은 신망과 통솔력이다. 그 이외에 모자란 것은 주위에서 얻으면 되지 않는가?
어쨌든 슈엥 공작의 입 발린 소리를 한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하일론이었다.
개문산성에 하루를 머문 슈엥 공작 일행은 하일론이 붙여준 몇 명의 기마들을 길잡이로 수도를 향해 떠났다.
중간 중간에 작은 마을과 도시들을 들리면서 이동을 하였다. 그러면서 슈엥 공작은 허허 웃는 얼굴과는 달리 실제로는 하나하나를 뜯어보면서 해부하듯이 살폈다.
그 결과 가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튼튼하다는 것을 느꼈다.
신성 제국 병사들의 사기가 피와 재물을 대가로 올라가는 것이라면 가우리 병사들의 사기의 원천은 그 무엇인가가 달랐다.
일주일간을 더 이동한 슈엥 공작 일행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탑의 거대함에 놀랐다.
“저 건물이 무엇이오?”
리셀의 마탑을 보고 묻자, 그들을 이끌던 기마병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제천의식을 하는 곳이옵니다.”
“제천의식이라니 무슨 말이오?”
“하늘에 제사를 올리는 곳 이지요.”
슈엥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마탑이기도 하지만 제천의식을 위해 짓는 건물이기도 하니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리셀의 마탑이라는 사실은 신성 제국의 일원들에게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신성 제국 등도 어느 정도 첩보 등은 가지고 있겠지만, 그것을 스스로 이야기 해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개문산성에서부터 신성 제국의 슈엥 공작 전하를 호종하고 온 판테온이옵니다!”
“오, 판씨 오랜만이다!”
“여어!”
아는 친구가 성문을 맡고 있었는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섰다.
“충!”
“음, 고생했다.”
슈엥 공작의 길잡이로 왔던 기마대중 선두에 있던 판테온이 류화를 향해 군례를 올리자 류화가 그에게 치하를 한 후 슈엥 공작 앞으로 다가가 목례를 하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가우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대사자 몽류화입니다.”
“슈엥 공작이오.”
“이리 오시지요. 열제궁에서 열제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류화의 안내에 따라 열제궁으로 들어선 슈엥 공작은 처음 보는 양식의 집들을 보며 적잖이 놀랐다. 거기에 신성제국에는 없는 수리시설이 완벽히 되어있는 모습에 적어도 허투루 볼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더더욱 느꼈다.
궁 안으로 들어선 슈엥 공작은 기다란 복도를 따라 걸음을 옮기다 거대한 문 앞에 섰다.
“신성 제국의 슈엥 공작 전하 드옵니다.”
끼이이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열제전 안의 풍경이 눈안에 들어왔다.
‘흐읍.’
슈엥 공작은 안쪽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힘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정면에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사람이 바로 열제인 고진천이라는 것을 느꼈다.
“신성 제국의 슈엥 공작이 열제 폐하를 뵙게 되어 영광이옵니다.”
슈엥 공작이 공손하게 예를 올리며 허리를 숙였다가 펴자 진천의 음성이 들려왔다.
“거기 앉도록.”
지나치게 짧은 답변이었지만 그 말 속에서 슈엥 공작은 자신의 황제인 밀리오르의 또 다른 모습을 본 착각을 하였다.
“영광입니다.”
오랜 세월을 황제의 옆을 지켜왔기에 슈엥 공작은 잘 알 수 있었다. 바로 고진천에게서 강렬하게 풍겨 나오는 제왕의 향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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