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269
강철의 열제 269화
아빌런은 등짝에서 느껴지는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 부루가 그 솥뚜껑 같은 손으로 후려친 것이다.
“기래 기거야. 기럼 된 거 아이네?”
“소, 소인은 잘…….”
당황한 아빌런에게 부루가 환한 표정을 지어주었다.
“기거이 당연한기야! 내 새끼 내 마누라 지키는 거이 당연한 것이디. 다른 것은 우리 열제 폐하와 우리들이 지키면 되는 거라고. 각자 맡아서 하나만 지킨다는 신념이면 모두 지켜내디 않갔어?”
“그, 그렇습니까?”
가족보다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역설 하는 게 당연한 줄 알고 자신이 말을 하고도 움츠렸던 아빌런은 부루의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부루가 한 말을 곱씹었다.
‘모두가 다 지킬 필요는 없다. 각자가 소중한 하나만 지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왠지 잘은 모르겠지만, 마음은 편했다. 그냥 자기 가족을 위해 서라고만 생각 하니 말이다.
제87장 전쟁의 계절로 가는 길목에서
가을의 풍요로움을 뒤로 하고 차가운 바람이 지배하는 겨울이 다가왔다. 아직은 완연한 겨울로 접어들지 않아서인지 붉게 물든 낙엽이 아직도 가을의 끝자락을 증명하고 있었다.
가을 추수에 동원되었던 병사들도 전부 복귀하여 다시 강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추위는 훈련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오히려 성큼 다가온 추위에 훈련을 맡은 교관들 대부분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한다.
‘춥지? 몸이 따듯해질 때까지 하자.’
말은 따듯 이었지만, 멀리서 본다면 그들의 훈련으로 인해 뿜어져 나온 땀에 의한 열기는 마치 온천수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렇듯 병사들의 몸과 마음은 겨울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여름이상의 훈련으로 더욱 탄탄해져갔다.
가우리의 겨울을 나기위한 모습을 다른 나라와는 달리 병사들의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가우리의 젊은 장정들의 상당수가 병사로서 훈련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가족이 겨울에 추위에 떨거나 굶주린다면 병사들이 제대로 훈련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 아니, 훈련은커녕 전쟁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진다.
그래서 훈련 겸 겨울을 나기 위한 방책의 하나로 나무를 벤다던지 사냥을 하는 것은 필수 요소였다.
그들이 베어온 나무는 그들 가족들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땔감이었으며, 그들이 사냥한 짐승들은 겨울의 추위를 나기위한 가죽과 고기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것들은 고스란히 병사들의 가족들에게 고르게 분배된다. 그 이외에도 농사를 짓는 집안에서 나오는 수확물들 역시 세금으로 걷혔다가 다시 병사들의 집안으로 흘러들어간다.
당연히 병사가 없는 집안에서는 일정량의 세금을 더 낼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병사가 있는 집안이 비교적 겨울 걱정을 안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것은 지금 가우리의 형편상 어쩔 수 없는 병사우대정책이었다.
“몰아!”
캉캉캉캉캉!
“뀌익! 인간들!”
한 무리의 오크들이 분루를 흘리며 병사들의 몰이를 피해 이리 저리 도망 다녔다. 이미 오크 무리는 예전과 달랐다.
나름대로 레간쟈 산맥에서 공포의 한 축을 담당하였던 오크들이었지만, 가우리의 지속적인 정책 탓에 그 전력이 대폭 약화가 되어있었다.
모자란 것들을 채우기 위해서 바다로 나가 약탈까지 하는 상황에서, 비록 녹슬었지만 오크들이 사용하는 철기 등을 그냥 놔둘 가우리가 아니었다.
당연히 실전 훈련을 빙자한 대 오크 토벌이 이루어졌다. 물론 병사들의 안전을 위해 항상 토벌전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고, 병사들의 후미에는 코뚜레를 끼운 미노타우르스가 있었다.
코 묻은 돈을 빼앗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고진천은 오크의 녹슨 쇳조각마저 빼앗아 버린 것이다. 무기면 무기, 갑옷이면 갑옷 등 상태는 상관하지 않고 모조리 쓸어 담았다.
그 와중에 잡히는 오크들은 부수입이었다.
하지만 많은 오크들이 수천 년간 인간들을 대상으로 약탈하여 모은 무구라 하더라도 그 수는 한정되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쇠로 만들었던 무기는 돌도끼와 몽둥이로 변한지 오래.
그리고 토벌이 계속됨에 따라 더 이상 얻을 게 없어 잠시 뜸했던 오크들을 별안간 다시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산채로 말이다.
“혹시 이것도 육포로 만드는 거 아냐?”
“에이, 이걸 누가 먹는다구.”
“예전에 우루와 부루 대장군들께서 드셨다는 소문도 있던데?”
병사들이 오크들을 몰아가며 농담들을 주고받았다.
“거기 누가 떠들어! 재수 없으면 돌도끼에도 당할 수 있으니 정신 바짝 차려!”
“걱정 마십쇼!”
부장들의 밑에 있는 각 조장들이 잡담하는 병사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럼에도 병사들은 실실 웃으며 오크들을 포획하는데 나서고 있었다. 이골이 났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주어진 갑주는 오크들의 돌도끼정도는 우습게 여길 정도로 그들의 생명을 보장해 주었다.
과거에 그저 농민병으로 참가해 달랑 창 한 자루 받았던 것과는 다른 것이다.
성안에도 오크는 있었다.
필요에 의해서 유돈노를 운용하기 위한 오크들과 병사들의 실전 훈련용으로 잡아놓은 것들이 상당수 사육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다들 그 수를 보충하는 줄로만 알았지만 잡아들이는 수가 점점 많아지자, 무언가 다른 용도로 쓰일 거라는 이야기가 분분하게 나왔다. 하지만 그것들은 예상이고 이야기일 뿐 정확한 용도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삐이이이!
“모두 조심해라. 중형 몬스터다!”
소리적이 날아오르며 길게 피리소리를 허공에 수놓았다. 그러자 그때까지 농담들을 주고받던 병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크는 어디까지나 오크. 하지만, 트롤로 넘어가면서 부터는 긴장을 해야 했다. 잘못 맞으면 한방에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포의 대상은 절대로 아니었다.
병사들에게 ‘삼두표와 대련할래? 아니면 오거와 싸울래? 이렇게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차라리 오거를 잡으러 간다 할 것이다. 물론 심리적인 부분이 많이 작용을 하였지만, 조심해야한다.
삐이이이, 삐이이.
“잡혔네?”
“에이, 오거 슬레이어 한번 되나 했드만.”
“잡담 말고 다시 전진한다!”
조금 전에 소리적이 올랐던 곳에서 다시 두 번의 피리소리가 울리자 병사들의 긴장이 다시금 풀렸다. 그리고 또 다시 걸음을 숲으로 옮겨나갔다.
“좀 잡았냐?”
“대모달을 뵙습니다.”
“그래, 많이 봐라.”
“………”
춘삼의 예를 건성으로 받아넘긴 제라르는 쭈그려 앉아서 춘삼의 옆에 쌓인 자이언트 크랩의 껍데기들을 세어보기 시작했다. 고진천이 왔다간 이후로 부쩍 건들거리기 시작한 제라르였다.
사실 이 쪽이 본성에 가깝지만 말이다.
“이거 이러다가는 씨가 마르겠습니다. 어차피 세이렌들이 자이언트 크랩의 위치를 다투어 알려주니 아직까지 문제는 없습니다만…….”
“일부는 사로잡으란다.”
“네?”
제라르의 말을 들은 춘삼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언가를 입에 넣고 질겅거리며 씹던 제라르가 껍데기를 다 헤아린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아한 표정을 짓는 춘삼에게 제라르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우, 어쩌겠냐. 지엄하신 열제 폐하의 명이시다. 왕게 잡아다 사육 좀 해보란다.”
“왕게라뇨……”
“이름이 길어서 귀찮으시단다.”
“……..”
“네가 나보다 더 잘 알잖냐. 열제 폐하 성격.”
춘삼은 제라르가 점점 반항아처럼 변해가는 이유를 왠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이걸 뭐에 쓰시려는 건지……”
“방패로 쓰지 않겠습니까?”
“하긴 방어력 하난 대단하니까. 거기에 가볍고.”
춘삼의 말에 제라르가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제라르는 자꾸 고개를 갸웃 거렸다.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중얼 거리면서.
텔레포트 진이 설치되어있는 장소에 뒷짐을 지고 서있는 고진천은 무엇인가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위이이잉!
“오는군.”
밝은 빛이 마치 하늘에서 내리 꽂힌다 싶은 순간 빛 무리가 사라지며 리셀의 모습이 나타났다.
“후우.”
“고생이 많군.”
먼 거리를 왕복하느라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리셀이 나타나자 진으로 뛰어간 병사들이 그가 함께 옮겨온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지금으로써는 이것이 전부라 하옵니다. 자이언트 크랩 껍데기는 수군 측에서도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답니다.”
“이번 겨울이 지나기 전에 충분한 양을 확보할 수 있겠지.”
진천의 얼굴에도 약간 아쉽다는 표정이 흘렀지만, 이내 옮겨지는 자이언트 크랩 껍데기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또 뭘 어쩌시려고.’
그의 표정을 본 리셀은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열제전으로 돌아온 고진천을 기다린 것은 몽류화였다.
“신 몽류화, 열제 폐하의 명을 수행하고 돌아왔습니다.”
“보고하도록.”
“오크 580마리에 오거 3마리, 트롤 7마리, 미노타우르스 1마리 그리고 먹이용으로 쓰일 코볼트 825마리를 잡아왔습니다.”
류화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인 진천이 종이를 두어 무언가를 살피다가 말문을 열었다.
“계속 포획 수가 줄어드는군.”
“이전에 철을 확보하기 위한 토벌전도 있었고, 겨울이 다가오기 시작해서인지 좀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토굴을 파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확보하도록.”
진천의 당부에 류화가 군례를 올리고 밖으로 달려 나갔다.
을지우루와 부루는 드워프들이 모여 있는 공방에서 설계도면을 들고 확인하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거이디?”
“가능합니다. 재료만 충분하다면 믿고 맡겨 주십시오.”
설계도면을 받아 품에 넣으며 장담하는 드워프의 어깨를 두드려준 부루가 공방을 살피다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물었다.
“기래, 믿어 보갔어. 근데 세 돌댕이들은 어디 갔네?”
“화인 스톤 일행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마스터께 가있을 겁니다.”
“장 어르신 말이디?”
“그렇습니다.”
“기래, 고생 하라우.”
우루와 부루는 드워프들의 작업장을 나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수레들이 정렬되어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우리인 들에게 수레는 짐을 나르는 화물의 이동수단이며 교통수단이었다. 그리고 전투에서 없어선 안 될 요소이기도 했다.
물자의 빠른 이동은 전쟁의 승부를 가른다.
이곳의 수레는 일반적인 것과는 달랐다. 전쟁을 위한 수레이기에 특별히 견고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것과는 달리 일반 수레보다 조금 더 넓은 형태의 수레들이 상당수 눈에 들어왔다. 네모 상자와 같이 만들어져 있었고, 그 위에는 무수한 칼날이 정면을 향해 나 있었다.
우루와 부루는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더니 발을 놀려 장 노인의 공방으로 달려갔다. 그곳에서는 검차와 이번 전쟁에 필요한 무구들이 쉴 새 없이 만들어 지고 있을 것이다.
화려한 모습은 없었지만, 깔끔하게 뻗은 기둥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웅장한 기분을 주었다. 그 가운데에는 젊은 국왕 알세인이 가라앉은 표정으로 바이칼 공작과 함께 지도를 펼치고 있었다.
“지금 상황으로서는 백성들을 후방으로 소개 시키고 수성전을 펼치는 것이 최선입니다.”
“후우.”
신성제국의 슈엥 공작이 사신으로 가우리에 왔다간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다. 로셀린 뿐 아니라 연방제국과 해상제국은 물론 말린 왕국까지 모르는 곳이 없었다.
로셀린이야 슈엥 공작이 도착했을 때 이미 가우리에게 연락을 받아 알고 있었지만, 정상적인 정보계통이 아닌 곳에서 슈엥 공작이 가우리를 왔다갔다는 소문이 퍼진 것은 분명 의도한 것이라 봐야한다.
그 부분까지도 이미 가우리에서 연휘가람이 가능성을 점쳤기 때문에 그나마 차분하게 있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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