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341
강철의 열제 341화
스르릉.
차가운 쇳소리와 함께 펠로만 백작의 애검이 뽑혀져 나왔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종식시킬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그때 아까와 마찬가지로 온몸을 헤집는 살기가 쏟아졌다.
흠칫!
봉두난발의 괴인 하나가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붉게 타오르는 흉험한 안광. 펠로만은 그를 알고 있었다.
첫날부터 성의 망루에 서서 철벽처럼 서 있던 인물. 그 인물이 귀신의 얼굴을 하고 달려든다.
“오라!”
“크아아아!”
펠로만이 자신의 말을 박차고 날았다. 대지를 반으로 가르는 일격.
달려오던 무휼도 솟구쳤다. 그는 하늘을 가르려 한다.
콰콰쾅!
“으아아!”
“내, 내 귀가!”
대지를 가르려는 자와 하늘을 가르려는 두 힘이 충돌하자 주변의 힘없는 인간들은 귀를 부여잡고 주저앉는다.
“크윽!”
펠로만 백작은 바닥에 착지하고서도 대여섯 걸음을 물러나야만 했다. 부르르 진동하고 있는 자신의 무기가 방금 전의 충돌이 어떠했는지 말해 주고 있었다.
“흐으.”
등으로 떨어져 내린 무휼은 마치 짐승이 먹이를 노리듯 벌떡 일어나 낮은 자세로 노려보았다.
“이노옴!”
여기서 꺾이면 자신이 아니라 아군 전체가 꺾이는 법. 펠로만 백작은 노성을 터트리며 달렸다. 그를 마주하며 무휼이 호랑이가 먹이를 노리듯 달려든다.
쇠와 쇠가 부딪힐 때마다 천둥이 치는 소리와 함께 불빛이 튀겼다.
“으하아압!”
펠로만 백작의 무기에서 최상급 소드 오너가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세상에 못 자를 것이 없다는 그 힘이 모닥불에서 튀는 불꽃처럼 비산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쾅쾅!
‘어째서어!’
쾅쾅쾅쾅쾅!
“왜! 잘리지 않는 거냐!”
무휼의 환두대도는 그의 의문에 답해 주지 않았다. 그저 날아드는 펠로만의 오러가 깃든 검을 마주쳐 갈 뿐이었다.
카차앙!
“크윽!”
흥분은 빈틈을 낳는다.
거대한 힘을 담은 펠로만 백작의 소드를 무휼의 환두대도가 흘려보낸다. 순식간에 서늘해진 펠로만 백작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환두대도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허무할…….’
콰콱!
순간 그의 눈앞을 가로막는 시퍼런 검신. 그곳에는 마스터의 상징이 오러 블레이드가 뿜어지고 있었다.
“후, 후작각하!”
펠로만 백작은 자신의 목숨을 구한 이가 루키아 백작임을 알 수 있었다.
“이름은.”
루키아 후작은 봉두난발의 괴인을 향해 물었다.
“검무휼. 대 가우리의 무장.”
“기억하지.”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철벽과도 같았던 무휼의 환두대도가 반으로 갈라져 내렸다.
딸캉.
“크아아!”
순간 야수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반 토막 남은 환두대도가 루키아 후작을 향해 내리쳐졌다.
스걱!
이때까지 울려오던 굉음이 아닌 깔끔한 소리가 낮게 울렸다.
루키아 후작의 차가운 검날은 이미 검집으로 들어가 있었고, 무휼은 그를 지나쳐 있었다.
“주, 죽은 건가?”
너무도 조용한 결말에 한 병사가 얼빠진 음성을 내뱉었다. 방금 전까지 악귀 같았던 이가 마치 석상처럼 조각난 무기를 내려뜨리고 있는 것이 믿을 수 없는 것이다.
“후작각하, 죄송합니다.”
“흥분했더군.”
루키아 후작의 차가운 음성에 펠로만 백작이 고개를 떨구었다.
그때 석상처럼 굳어 있던 무휼이 움직였다.
“카아아악!”
흉포한 괴성이 울려 퍼지자 펠로만 백작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뭐, 뭐야!”
콰직!
“아악!”
용감히 다가섰던 병사의 목줄기에 반만 남은 환두대도를 찍어 넣고선 병사의 무기를 빼앗아 들고 병사들을 향해 내달린다.
“아악!”
“모두 물러서라!”
또 한 명의 병사가 심장에 박혀든 칼날을 부여잡고 비명을 지르자 루키아 후작의 명령이 터져 나왔다.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병사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무휼의 움직임은 거칠었다.
허공을 베고,
허공을 자르고,
허공을 찔렀다.
그리고 멈추었다.
촤아아아!
그가 멈추는 순간 머리와 팔다리 사이에선 피분수가 뿜어졌다. 그리고 머리가 몸통에서 굴러 떨어지며 천천히 땅으로 허물어져 내렸다.
개문산성 수성책임자 검무휼 전사하다.
제117장 영원히 지키는 자
루키아 후작은 병사들이 화풀이하듯 난도질하는 검무휼의 시신에서 눈을 떼어 자신의 소드를 내려 보았다.
피 한 점 묻어 있지 않는 검신.
“……!”
그의 눈이 부릅떠졌다.
얼음과 같은 냉기를 뿜는 검신에 흠이 생긴 것이다. 오러 블레이드를 썼음에도 이런 상처가 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니던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신의 애검을 바라보던 루키아 후작의 귓가로 비명과 굉음이 끊이지 않고 울려 퍼지고 있었다. 굳이 누군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존재.
고개를 들어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을지부루가 신성제국의 병사들과 기사들을 도륙해 나가고 있었다.
“후, 후작각하.”
입가에 한 줄기 피를 머금은 펠로만 백작이 파리한 안색으로 그를 불렀다. 시간이 지나면 지쳐야 정상이건만, 갈수록 거세어지는 부루의 공세에 질린 것이다.
“병사들을 물리고, 마법전단장.”
“예, 후작각하.”
“병사들이 빠져 나오는 순간 남은 마법전단의 마법사들과 함께 공격을 쏟아 부으시오.”
루키아 후작의 명령에 마법전단장이 눈을 치켜떴다. 마법전단장에 오른 뒤 어느 한 개인만을 죽이기 위해 마법을 쏟아 부은 일은 없었다. 아니 그런 식으로 마법을 사용한 것은 소설에서나 나오는 장면이 다였다.
물론 저서클의 마법사들은 종종 그런 일이 있다지만, 전단을 이룬 마법사들이 그렇게 행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무어라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왜냐면 그도 저 사내가 마법을 파훼하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어설픔은 오히려 안 하느니만 못한 것. 그리고 마법전단에서 지금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이라고 해 보아야 자신을 빼면 단 두 명이 전부였다.
검무휼마저 이제는 꺾였다.
부루는 홀로 외로이 대부를 휘두르며 그의 몫까지 싸워나갔다.
베고, 또 베어낸다.
퍼석!
빼앗아 들은 방패로 병사의 머리통을 내려치자 투구채로 박살이 나버린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허물어지는 병사를 뒤로 하고 또 다른 사냥감을 찾아 고개를 돌릴 때…….
“빌어먹을.”
이미 비워진 주변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점점 거대해지는 힘의 집결.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은 을지부루의 눈앞으로 뜨겁고 차가운 기운이 날아들었다.
콰콰콰쾅!
처음에는 뜨거움!
쩌저저정!
이어지는 혹한의 추위!
“아악!”
미처 피하지 못한 병사들이 몸에 붙은 불을 끄려 뒹굴었고, 얼어 버린 자신의 팔을 보고 경악에 찬 음성을 내뱉는 이도 있었다.
그 두 기운이 연달아 부딪힌 곳을 중심으로 그 어떤 때보다도 강력한 폭발음이 솟구쳐 올랐다. 태양을 삼킬 것 같은 섬광이 치열했던 전투의 흔적을 잡아먹어 버렸다.
쿠쿠쿠쿠쿠.
“주, 죽었나?”
굉음이 잦아들면서 하늘에서 인간의 살과 피가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두 거대한 마법이 부딪힌 곳에는 흙먼지로 만들어진 거대한 연기가 마치 버섯처럼 솟아올라 있었다.
프스스스.
인간이 내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도 무서운 능력 마법.
이 파괴의 현장을 지척에서 목격한 병사들이 숨을 죽이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겼…….”
쉭!
승리를 입 밖에 꺼내던 병사의 눈앞에서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이내 한 줄기 기다란 선을 만들고 지나갔다.
쾌ㅤㅋㅙㄱ! 퍼석!
“……!”
병사들의 고개가 빛줄기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 빛줄기의 끝에선 머리통에 부러진 검을 매단 채 허물어지는 마법사가 있었다.
“이, 이럴 수가!”
마치 실제가 아닌 것처럼 천천히 허물어지는 마법사의 신형을 본 병사들이 이 사실을 부정하며 고개를 저어갔다.
마치 보기 싫은 것을 억지로 보듯, 병사들이 죽어 버린 마법사들에게서 마법이 폭발했던 곳으로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아직, 끝이 아니었다.
대부로 얼굴을 가린 채 욕설을 내뱉었다.
“썅.”
푸스스.
을지부루의 온몸을 보호해 주던 갑주가 한쪽은 녹아내렸고 한쪽은 부스러져 내렸다.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어디선가 터져 나온 핏물이 목줄기를 타고 치솟았지만, 절대 그것을 내뱉지 않았다.
꿀꺽.
마치 목 마른이가 물을 마시듯, 강제로 도로 삼킨 것이다.
“크큭, 안 기래도 목이 좀 말랐는데 고맙구만 기래.”
온몸이 잘게 떨리는 상황에서도 부루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차라리 그것은 광기였다. 먼지가 사라지며 나타난 것은 멍청하게 서 있는 신성제국의 병사들. 그리고 그 끝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는 두 명의 마법사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몸을 날렸다.
“마, 막아라!”
기사 하나가 뒤늦게 알아채고 병사들에게 외쳤지만 그것은 역효과였다. 부루가 달리는 곳에 있던 병사들이 마치 썰물처럼 갈라진 것이다.
“사, 살려줘!”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
생존본능.
그것이 부루에게 길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허둥대는 마법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착잡하게 자신들이 만들어낸 결과를 바라보며 지독했던 전투의 끝을 마법전단장이었다.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찰나였다.
가장 앞에 있던 마법사가 갑자기 고개를 뒤로 젖힐 때, 마법전단장은 아주 잠시지만 눈동자를 마주칠 수 있었다. 안심하고 있는 눈동자였다. 그런 눈동자를 하고 미간에는 반 토막이 난 검을 박고 있었다. 그때야 자신들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것을 느꼈다.
거대한 성벽을 무너트리기 위해 고안한 마법체계가 한 인간을 향해 쏘아졌음에도 그것을 뚫고 공격을 해 왔던 사실을 알아차렸을 땐, 이미 달려오고 있었다. 아무도 막을 생각 못하고 길을 내준 곳으로 포효하는 드래곤처럼 달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마, 마법을!”
허둥대는 전단의 마법사가 자꾸만 주문을 실패한다.
그 결과는 죽음.
마치 종이가 찢겨지듯 눈앞에서 또 하나의 마법사가 좌우로 나뉠 때 마법전단장 혼신의 힘이 펼쳐졌다.
“라이트닝 필드!”
콰자자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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