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mal agent of steel RAW novel - Chapter 39
강철의 열제 39화
“진행하도록.”
고진천의 짤막한 목소리가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연휘가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
“만천(萬天)의 지존이자 만인(萬人)과 만물(萬物)을 포용하시는…….”
“그만.”
“…….”
예법대로 인사를 올리려던 그들을 향해 고진천이 눈살을 찌푸리며 외쳤다. 모두가 멀뚱히 선 채로 있자 고진천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앞뒤 수식어 다 빼고 하도록.”
“아니 되옵니다아!”
진천으로서는 온갖 미사여구가 들어 있는 인사말이 듣기 거북했다. 열제의 위에서 내린 첫 명령이라고 하기에는 좀 우스웠지만, 고진천은 정말로 거북했다. 그러나 그의 첫 명령에 딴죽을 걸고넘어지는 인간이 있었으니, 바로 대무덕 근위장이었다.
“무어가 안 되는가?”
“지금까지는 정식으로 개천을 명하지 않았기에 상관이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옵니다. 세상 만물을 보살피시는 열제의 좌에 앉으신 몸! 더 이상 무례는 범할 수 없사옵나이다!”
“…….”
진천은 골이 머릿속에서 맹렬히 흔들리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열제(烈帝)이시니 이젠 인사 수식어를 붙여야 합니다.’
이렇게 짧게 끝낼 수 있는 문장을 저리 늘여서 말하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었다. 이마를 지그시 누르던 진천은 아직까지 이러니저러니 하는 무덕의 말을 끊어버렸다.
“하오니 그러한 말씀은 선대 열제…….”
“그만.”
그러나 무덕의 기세는 그만하라고 해서 그만 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열제(烈帝) 폐하아아아!”
“그만. 예의를 저버리라는 것이 아니요. 다만 그 한도 끝도 없는 쓰잘대기 없는 단어들을 빼버리라는 것이오. 그놈의 말 때문에 한시진이면 끝날 회의가 두세 사진 이상 걸리는 것을 모르오?”
“하오나!”
“그 시각이면 더 많은 현안과 백성을 위한 논의를 더 할 수 있소. 그러니 본제의 뜻을 헤아려 주었으면 하오.”
진천의 말에 무덕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에 불안감을 느낀 진천이 입을 열려 하였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여어어얼제 폐하! 제장의 불충함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넓으신 열제(烈帝) 폐하의 뜻을 헤아리지도 못한 채 껍데기에만 집착하여 대의를 그르치려 한 신을 벌하옵소서!”
그것을 시작으로 ‘나 잘못했습니다. 어서 벌주세요.’로 끝날 말을 주저리주저리 이어 나가고 있었다. 심각함을 느낀 진천이 옆에서 난감하게 서 있는 휘가람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무덕이 원래 말이 저리 많았나?”
“뭐……, 제전에서 전 열제(烈帝) 폐하께 저러는 모습을 보기는 보았습니다만…….”
난감한 이들의 표정과는 달리 무덕의 언변은 물 만난 고기처럼 제전(帝殿,국무를 보는 공간)을 휘저어 가고 있었다.
겨우 그를 달랜 진천은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바꾸어 나라의 형태를 다질 것을 명했다. 또한 이것과는 달리 앞으로도 모든 회의의 형식은 군무회의와 같이 간략한 형식을 하도록 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럼 오늘의 회의는…….”
“열제(烈帝) 폐하!”
“또 뭔가!”
진천의 음성에 짜증이 섞여 나오자 위축된 무덕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음성을 내뱉었다.
“아니…… 그 열후책봉에 대한…….”
“말하라.”
“…….”
금방이라도 화를 낼 듯했던 진천의 음성이 급격하게 누그러졌다.
“그러하오면 말씀 올리겠나이다.”
“음.”
“보장열제의 뜻에 따라 아직은 좀 연배가 차지 못하오나 을지 아기님을 열후로 먼저 봉…….”
“멈춰라.”
“쿡.”
한숨을 짓는 진천과 웃음을 참는 휘가람이었다. 너무나도 충성심이 강한 무덕이었기에 더 이상 무어라 말을 하지 못하고 진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백일.”
“예?”
“이제 백일 지났다.”
“…….”
“지금 당장 합궁이라도 할까?”
진천의 말에 무덕이 너무 앞서 나갔다 생각했는지 고개를 조아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하오시면 일단 내정에 올리시고 십 삼년 후에 정식으로…….”
“그만. 거기까지.”
십 삼년 후에 열후로 봉하라 함은 그때까지 독수공방하라는 말이었다. 진천은 묵묵히 눈치를 보고 있는 무덕을 향해 입을 열었다.
“보장열제 폐하의 뜻은 의향을 물은 것이지 열후로 봉하라는 뜻은 아니시었다.”
“하오나.”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무덕의 음성에 단호하게 끊어 내리는 진천이었다.
“하오나는 무슨! 지금 돌도 안 지난…….”
“…….”
“후우, 이 문제는 일단 접어놓으시오.”
“예, 폐하.”
무덕은 첫돌도 채 지나지 않은 을지를 계속 열후로 밀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보장열제의 빽(?)을 믿고 말이다. 아직 팔팔한 청춘인 진천은 더 이상의 회의를 이어가지 않고 폐회를 선언했다.
“크흠.”
“십 삼년이면…… 좀 멀지요?”
“크흐음.”
옆에서 이죽거리는 휘가람의 말에 진천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도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 지금도 아침마다 우람한 모습을 자랑하건만 앞으로 십 삼년을 독수공방 하라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그때 모두가 사라진 제전의 밖에서 무덕의 통곡이 들려왔다.
“보장열제이시여, 신이 불민하여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한 이온데, 이제는 열제의 뜻도 이어나가지 못하였사옵니다! 끄허허허헝! 여얼제 이시여어어어!”
진천과 휘가람은 심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통곡이 점점 거세어 지자 참다못한 진천이 휘가람을 불렀다.
“좀 말려라.”
“무슨 수로 말입니까?”
“끄응.”
답이 없었다.
고진천은 눈앞에 있는 대무덕을 보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감싸고 있었다.
“그 일은 일단 차후로 미루지.”
“…….”
“을지를 내친다는 것이 아니다.”
“하오시면.”
진천의 말에 고개를 슬쩍 들어 올리는 무덕의 모습에 휘가람은 실소를 머금고 말았다. 사람이 바뀌어도 저리 바뀔 수가 있는가?
“생각을 해보게, 한 살도 안 된 아이랑 성혼식이 가능하겠는가? 그리고 또 십 삼년 후라 하셨는가? 툭 까놓고 말해 내가 무슨 중이라도 되는 줄 아나!”
“그, 그야.”
“막말로 젊은 나이에 독수공방을 하는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소?”
“…….”
노골적인 진천의 말에 무덕은 할 말을 잊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 모습에 더 이상의 말을 이어나가지 않고 진천은 화제를 돌렸다.
“일단 그 문제는 덮어놓고 차후에 하지. 지금 현안은 통치 체계의 확립과 무력을 갖추는 게 급선무네. 열후고 나발이고, 지금 당장은 살아야 하는 거다.”
“예.”
그제야 자신의 뜻을 꺾은 듯 고개를 숙이는 무덕이었다.
잠시 후 대무덕이 제전을 나서자 뒤를 따르듯 연휘가람이 나왔다.
“근위장님.”
“아, 연 장군.”
“지금과는 달리 갑자기 고리타분해 지셨습니다.”
“후우.”
휘가람의 말에 무덕의 한숨이 비어져 나왔다. 그 모습에 휘가람이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빙긋이 미소를 지은 무덕이 입을 열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고리타분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의미신지…….”
“허허허.”
자기 입으로 고리 타분을 말하는 무덕을 향해 휘가람이 의문의 눈길을 보냈다. 그런 반응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무덕이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열제폐하는 전장만을 다니셨지요. 그리고 주변의 모든 분들 또한 가문에서 소외되어 전장을 전전하신 분들입니다. 그래서인지 모든 일에 파격이 많습니다. 물론 파격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옵니다. 저 역시 전 열제폐하께서 국사를 주관하실 때 형식에 치우쳐 언쟁만을 일삼는 무리들을 보아 왔사옵니다. 그런 면에서 현 열제폐하께서 하시는 부분은 공감이 가옵니다.”
“그러시면서 어찌?”
반문하는 휘가람의 말에 무덕이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사람은 변하고 생활도 변하옵니다. 그러한 가운데 법과 제도 역시 변해야 하옵니다. 분명 여기 모이신 분들은 바꾸실 것입니다. 누구보다 소외된 자들의 아픔을 아실 것이옵니다. 그러기에 변화는 당연하옵니다. 허나, 모든 게 변할 지라도 변하면 안 될 것들이 있사옵니다.”
무덕의 말에 휘가람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있었다. 무덕의 말에는 누구보다도 확고한 신념이 들어있었다.
촤앙!
무덕이 도집의 도를 꺼내어 들었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허공을 울리며 차가운 몸을 두 사람의 눈앞에 드러낸 것이었다.
“이 검조차 발전을 해왔습니다만 변치 않는 것이 있습니다.”
“…….”
“불을 사용하는 것과 망치로 두들겨 만든다는 것, 그리고…… 날카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검이 변치 말아야 할 것은 날카로움.”
서걱.
검을 꺼내어 들고 말을 하던 무덕이 한쪽에 검을 휘둘렀다. 검의 궤적이 지나간 자리에 존재하던 풀들이 힘없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곳에서 가우리가 이어나감에 있어 파격도 필요합니다. 하오나 파격이 있되 변치 않는 것도 있다는 말씀이옵니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허나 지금 옛것을 말할 자는 저뿐이지 않겠습니까?”
“아…….”
결국 이것이었다. 아까만 해도 반대를 하는 것은 항상 대무덕뿐 이었다. 진천을 포함한 제장들의 나이는 모두 20~30대 사이였고 그들은 모두가 같은 생활을 하던 단일 부대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한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무덕은 자신과는 다른 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직접 자처하여 모든 이들의 제동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할 게 못됩니다, 그려. 열제폐하께서 한마디만 해도 움찔거리니. 하하하.”
무덕은 무엇이 멋쩍은지 허허로운 웃음을 흘리고 있었지만 휘가람은 느끼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진천과 자신들을 아끼는지 말이다.
“…….”
그리고 한쪽에선 둘의 대화를 모두 들은 진천이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을지의 열후 책봉식은, 오 년 뒤로 한다.”
“예?”
“아니 갑자기?”
다음날 제전에서 모든 이들이 모였을 때 다짜고짜 고진천이 내뱉은 말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두루뭉술하게 이야기를 넘기던 모습이 변한 것이었다. 대무덕의 얼굴이 점차 환해지자 진천이 말을 끊었다.
“단!”
한 마디를 강하게 끊어낸 진천이 사방에 중압감을 주면서 입을 열었다.
“기회가 닿는다면 후궁을 먼저 책봉하겠다.”
“아니 그런!”
반문하려는 무덕의 말을 끊고 다시 진천의 말이 튀어 나갔다.
“을지의 열후 책봉은 그 나이가 어려서 오 년 후로 한 것뿐이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허나 혹시 모를 정치적인 요소로 인하여 후궁을 들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차후 더 이상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럼 다음 현안으로 넘어가도록.”
결국 타협점을 제안한 것이었다. 더 이상 무덕도 무어라 말을 하지 않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날의 회의가 지나가고 무덕과 휘가람이 다시 만났다.
“연 장군, 도와줘서 고맙소.”
“별말씀을. 원래 열제폐하께서 잔정이 많잖습니까.”
묘하게 미소를 짓는 무덕과 휘가람이었다. 두 사람의 마주 잡은 손은 무언가 비밀을 내포하고 있는 듯이 굳게 잡혀 있었다. 두 사람이 마주 잡은 손을 풀고 각자의 숙소로 사라지자 진천이 신형을 드러냈다.
“짰군.”
어쩐지 전날 둘만의 대화 소리가 유난히 컸다고 느끼던 진천이었다.
가우리의 재건을 천명한 지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인원이라 해보아야 삼천여 명이 조금 모자라는 수였지만, 거의 모든 이들이 생산인력이 아닌 전투 병력이라는 기형적 요소를 가지고 있었다.
진천은 이에 군을 중심으로 통치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제는 아이들도 활 쏘고 달리는 모습이 이상한 모습이 아니었다.
“철의 수급이 문제입니다.”
드디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사냥으로 인해 그동안 모은 철은 모두 무장을 다시 하고 또 추가병력에 대한 보급을 위해 쓰여 지고 있었다. 하지만 화살촉과 비축물량으로서는 턱도 안 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광산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 하더라도 당장 필요한 양을 맞출 수 없는 것이다.
“흐으음.”
장무 노인의 설명을 듣고 있던 진천은 침음성을 흘렸다. 이것은 자신도 어찌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옆에서 잠자코 있던 우루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도시에 가서 사 오면 안 됩네까? 고조 저번에도 나가서 곡식이랑 종자를 사왔으랬지 않습니까.”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우루가 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제라르에게서 나왔다. 약간 헛기침을 한 제라르가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대륙의 상황은 양대 제국의 대리전 양상으로 가고 있습니다. 우리와 닿아있는 하이안 국은 지금 각지의 평민들 집에 있는 쇠까지 징발해 가는 시점입니다.”
“제국이 싸우는데 하이안 국이 왜 철을 받치네?”
부루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의 말에 반문을 하자 제라르는 입술을 적신 뒤 숨을 몰아쉬고는 다시 설명을 이어나갔다.
“하이안 국은 양 제국 사이에 끼어 있는 탓에 양 제국의 완충 지대입니다. 뿐만 아니라 뱃길로도 다른 제국과 가깝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삼대 제국의 힘의 중심입니다. 문제는 각 제국들이 침공하지는 않지만, 서로 하이안 국에 이권을 요구 하며 물자와 병력을 징발해 가는 실정입니다.”
“미쳤군.”
진천의 간단한 평가가 나왔다.
전에도 느꼈지만 존속의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하는 진천이었다. 그 덕에 이곳에 이렇게 세력을 키우는데도 문제가 없었지만 말이다.
“기럼 어쩌라는 기야?”
“저…….”
답답한 가운데 갈링 스톤이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저희가 사실 이곳에 온 이유가 광산개발을 위한 것입니다. 일단 후보지를 잡아 놓은 곳이 있는데, 그곳을 개발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기래?”
“예.”
우루가 반색하자 갈링 스톤이 확인시켜주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진천의 입에선 단호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불가!”
“……?”
“어느 세월에, 그리고 누가 광산을 만드는가. 지금 인원도 모자란 판에.”
진천의 말에 화인 스톤이 쭈뼛거리며 나서서 입을 열었다.
“그것은 레간쟈 산맥 남쪽에 위치한 저희 부족이 맡으면 됩니다. 저희 부족의 인구가 넘치게 되어 이쪽으로 이주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 점은 문제없습니다.”
“호오, 원하는 것이 있을 텐데?”
진천이 흥미롭게 바라보자 화인 스톤이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불을 다루는 법과 접쇠 담금질을…….”
“불가!”
이번에는 장 노인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네놈들이 배움을 가지고 거래를 하려 드느냐! 그동안 열심히 하는가 해서 가르침을 내려 주었더니 아직도 멀었구나!”
“아니 저…….”
“에잉!”
한바탕 쏘아붙인 장 노인이 등을 돌려 들어가 버리자 진천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내가 아무리 이곳의 열제라 하더라도 장인의 고집은 내가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
“…….”
화인 스톤은 할 말을 잊었다. 그러나 진천의 눈썹 끝이 꿈틀거렸다.
“게다가 어디에 광산을 만들어?”
“이 부근에…….”
진천의 질문에 갈링 스톤이 ‘왜 그러냐?’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흐렸다. 그리고 이어진 것은 진천의 단호한 음성이었다.
“내가 말했다. 이곳은 가우리의 영역이라고. 그러므로 너희가 오는 것은 말리지 않는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세금은 바치는 게 예의 일터.”
진천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하자 한쪽에 있던 머윈 스톤이 불같이 노했다.
“너무 하지 않는가! 어찌 인간이 대지의 일족에게 세금을 요구…….”
퍽!
풀썩.
그러나 머윈 스톤의 반항은 부루의 일격에 의해 잠재워져 버렸다.
“어다가 주저리네? 아새끼들 이거 안 대가서. 한동안 풀어주니 또 댐비는기네?”
“…….”
“노, 노여움을 거두소서.”
그들에게는 인간인 진천보다 타이탄 일족의 권위가 더 무서웠다. 타이탄 일족은 엘프 일족의 하이 엘프와도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일 없어야. 닥치고 쓰러진 아새끼 끌고 티나오라우. 오늘 다 디져 보는 기야.”
“…….”
“뭘 쳐다보네! 돌뎅이들 안 티어 나오네!”
결국 드워프들의 기술습득을 위한 잔머리는 부루의 무력에 의해 제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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